벌써부터 써야지 써야지 생각은 많았으나 지우 경우엔 제목부터 바꿔야 하지 않나 -- <천재가 확실하다!> 뭐 이런 걸로 ㅋㅋ -- 싶은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바람에 되레 더 늦어졌다. 이미 지우 그림은 초창기부터 여기 많이 자랑해서 중복해 올리기도 뭣하고, 천재성이 여실한 '아주 멋진 작품집'을 확보했기 때문에 그림을 꽤 추려내도 워낙 많아 1, 2부로 나눠 올려야하나 어쩌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딱히 방향을 잡은 건 아니라서 지우 그림폴더 펼쳐보며 되는대로 자랑할 심산이다. 아무려나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지우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다섯살이 된 작년부터였다. 다른 조카들은 서너살 무렵부터 여기저기 마구 낙서질을 해대며 그림에 관심을 보였다면 지우는 그 나이땐 낙서보다 색칠하기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제 부모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거나 테두리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사서 자기는 그 안에 색깔만 칠하는 방식. 그런데 색깔 칠하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무슨 네살 짜리가 크레파스 색칠을 금 밖으론 안 튀어나가게 하는지!
그러다가 다섯살 봄부터 자동차, 인물화 따위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몇달만에 그림솜씨가 확 늘었다.
2010년 7월. 5세. [노래방에 간 고모]
이렇게 내 생일에 선물로 그림도 그려다 주고....
노래방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내 모습이란다. 이미 자랑한 적 있지만 그림의 변화 정도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다시 올렸다. 올해 선물 받은 그림과 비교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그렇지만 내가 지우랑 마지막으로 노래방엘 간 건 아마도 지우 세살 때였다규~! 그날 내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을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전인 작년 추석. 친척들에게 널리 지우 솜씨를 자랑하려고 이면지를 연필과 함께 지우에게 내밀었더니 슥삭슥삭 순식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폰을 장만한 게 하필 바로 추석 연휴 전날이라 아직 기능을 잘 몰라 버벅거리느라 사진이 영 엉망이지만 그러느라 과정 샷도 있다. ㅋㅋ
2010년 9월, 5세. 작품 활동중인 지우
2010년 9월, 5세. [선미, 진이고모와 지우]
이 그림을 보자 너도나도 자기를 그려달라고 난리가 벌어졌다.
다음 차례는 그래서 제 엄마와 큰 엄마.
2010년 9월, 5세. [큰엄마와 엄마]
왼쪽이 큰엄마, 오른쪽이 제 엄마다. 강아지를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가운데 아래쪽에 파랑이도 그려넣었다. 오른쪽 아래 구석에 있는 게 파랑이 침대인데 짤렸다. 인물그림에 악어와 새까지 그려넣어 구도를 맞췄다. 천재답지 않나? ㅋ
서열이 세번째까지 밀린 게 자존심 상하지만 나도 가만 있을 수 없어, 지우를 살살 꼬드겼다. 지우야, 고모도 한번만 그려주라 응? 응? 사랑해~~~
2010년 9월. 5세. [고모]
암튼 이날의 그림들을 담날 내가 챙겨온다는 것이 깜빡 잊었더니, 아 글쎄 청소쟁이 올케가 신문지와 함께 다 버렸는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해서 이들 작품 뭉치는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았다는 슬픈 후문이...
2010년 11월, 5세. [엄마아빠 결혼식]
이 그림은 지우가 제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에 선물했다는 그림이다.
신부가 짧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건지, 피로연장인지 암튼 뒤쪽엔 빨간 융단(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아빠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지우에게 직접 그림 설명을 못들었음 ㅠ.ㅠ)
가슴의 무늬를 보면 또 나름 커플룩이다! ㅋㅋㅋ
제 엄마는 절대로 저렇게 머리를 기른 적 없는 짧은 머리인데도 꼭 저렇게 길게 그린다. 나는 길게 길러도 맨날 짧게 그려주고! 치사하다..
드디어 해가 바뀌고 지우는 6살이 되었다. 해마다 첫 생일인 지환이 헝아 생일날, 원래 파티장소가 예전에도 가본 적 있는 브라질 식당 <메르까도>였다. 브라질인 요리사가 오븐 화덕에 구운 온갖 고깃덩어리를 직접 들고 와서 썩썩 접시에 잘라주는 곳인데, 워낙 인상적이었는지 생일선물 그림으로 그곳을 그렸다.
2011년 1월 6세. [브라질 식당]
올해부터 지우는 유치원식 미술학원엘 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미술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곳에 보내는 게 당연해 보였을 듯. 그림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인지 지우의 그림실력은 이제 막 폭발한다. 아래는 내가 이미 포스팅으로 자랑한 바 있는 가족화. ^^;
2011년 3월. 6세. [우리 가족] |
2011년 3월. 6세. [우리 가족] 채색 |
이제 지우 그림의 정교함은 감탄의 경지를 넘어선다. 동물 그림도 그렇고, 공룡 그림책을 보고 슥슥 따라 그렸다는 그림들도 완전 기막히지 않은가!
2011년 4월 6세. [동물들] |
2011년 4월 6세. [공룡] |
2011년 4월 6세. [공룡] |
죄송스럽게도 공룡 이름 들었는데 다 까먹었다. ㅠ.ㅠ
째뜬 어른도 이렇게 따라그리기 어려운데 어쩜... 참으로 훌륭하다. 천재인줄 알았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그야말로 천재 맞다규~! ^^;
보고 따라 그린 공룡그림과 직접 그린 공룡그림을 한번 비교해볼까나...
2011년 6월, 6세. [공룡] |
2011년 6월, 6세. [화산과 공룡] |
2011년 6월, 6세. [축구] |
공룡그림도 사랑스럽지만 나는 지우의 인물화가 훨씬 마음에 든다. 맨 오른쪽 축구 경기 장면은, 지우가 강슛을 날렸으나 아쉽게도 골키퍼를 맡은 준우헝아가 막아내는 장면이란다. 표정들이 어쩜 저리도 사랑스럽고 동작이 역동적인지! (클릭하면 사진 커지는데 사진을 줄이지 못해 너무 커져 죄송합니다;;)
그림은 아니지만 준우형아의 칠교놀이 교재로 지우가 만들었다는 작품도 인상적이라 얼른 퍼다 놓았다.
<불을 뿝는 용>과 <얼음을 뱉어내는 사자>, 둘의 희생양이 되고 만 가엾은 양을 형상화했단다. @.,@
빨간색 나뭇조각을 이어붙여 용이 뿜어내는 불이라니... 난데없이 얼음을 뱉어내 공격하는 사자는 또 뭔가.
아이디어가 놀라워 놀라워...
그리고 드디어 올해 내 생일 이미 한달 전부터 지우에게 애걸복걸 그림선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덕분인지 작품을 <두 개>나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는 미술학원에서 심혈을 기울인 공식 그림들에 꽤나 못미치지만 그래도 감지덕지... 그림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다. ^^;
2011년 7월, 6세. [도서관에 간 고모] |
2011년 7월, 6세. [생선을 들고 앵두 따는 고모] |
왼쪽 그림은 <도서관에 간 고모>라는데 뜬금없이 커피와 도넛(영어도 쓴 거 보시라! 커피 그림엔 김이 모락모락~ 디테일이 살아있다, 간판 커피에서도 김 나는 모양 있는데 사진에 짤렸다. ㅠ.ㅠ)을 잔뜩 사들고 들어가고 있다. 전화통화를 할 때부터 내가 이왕이면 사람들 많이 나오는 그림을 그려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지우가 '도서관에 간 고모'를 그려주겠다고 미리 예고를 했었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 열람실 장면을 상상했더니만 한 아름 안은 도넛이라니... 대체 지우 머릿속의 고모는 어떤 인물일지 몹시 궁금하다. ^^ 내 평생 저렇게 도넛을 사들고 먹어본 적 없건만 ㅋㅋㅋ
오른쪽 그림은 우리 집앞에서 앵두를 따는 내 모습이란다. 대체 왜 왼손에 생선을 들고 앵두를 따는지 알 수가 없다. 아래층 개가 무서워서 앵두를 잘 못따겠다고 내가 말한 걸 기억하고 똥개 유인용으로 들려준 걸까? 암튼 아래층 개도 영광스럽게 개집과 함께 그림에 등장했다. 내 발 아래 놓인 건 돌멩이란다. "고모는 키가 작으니까 돌멩이에 올라가서 따는 거야"라고 지우가 말했다. ㅠ.ㅠ 생각해줘서 고맙다, 지우야. 암튼 물감으로 칠한 게 아니라 색연필화라서 색감이 흐리지만 입고 있는 옷도 잘 봐야 한다. ^^; 위아래 한벌이고 가슴에 그려진 무지개 무늬가 바지 밑단에 장식되어 있다. 섬세해 섬세해~~!!
지우는 올 상반기에 정말 엄청난 작품활동과 실력향상을 보였다. 미술학원에서 계속 그렸던 작품집을 집으로 보내왔는데 정말 하나같이 환상적인 작품들이었다. 천재화가소년께서 지난 7월 친히 작품집을 가져와 내게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사진촬영에 협조를 해주어 그 그림들도 곧 소개할 예정이다. ^^; 그 가운데 하나만 맛보기로 소개하고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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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원래 사랑하는 대상을 더욱 아름답게 그린다는 걸 알지만 지우가 제 엄마를 그린 그림을 보면 정말 질투가 폭발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나는 절대 안경 안 벗겨주면서 제 엄마 그림엔 거의 안경을 생략하고 반드시 공주풍으로 그린다. 흑.. 부럽 부럽;;
2011년 6월, 6세. [엄마] |
2011년 7월, 6세 [엄마] |
엄마의 실물 ^^; |
왼쪽 그림은 너무도 미화된 공주풍이지만 가운데 그림(작품집에 들어있는 엄마 그림이다)은 실물과 정말로 느낌과 인상이 닮은 것 같아(지우 모친 본인은 지우 머릿속의 이상화된 엄마 모습이라며 극구 부인하지만;;) 참으로 신기해서 일부러 사진이랑 같이 공개했다.
만으로는 다섯살밖에 안됐는데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지우 천재화가소년 맞는 거 같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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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