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뒷설거지 하느라 연말연시는 늘 쫓기듯 바쁘지만 그래도 노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한해 정리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는데 차일피일 미룬 이유는 우유부단한 속성 탓에 좀체 항목별로 셋을 뽑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_-; 마음에 꼭 드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도, 베스트 사유를 쓰는 것도 은근히 시간 많이 걸리는 일이라 스스로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또 그런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또 이렇게 얼렁뚱땅 하고만다. 2011 베스트 포스팅. ㅋㅋ
1. 2011 베스트 책
책 목록에서 인상 깊었던 걸로만 색을 달리해두고도 꽤나 뽑기 어려웠다. 결국 독서노트를 뒤져 가장 인용문을 많이 적어둔 책을 보니 얼추 세권의 윤곽이 드러났다.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용경식 옮김/문학동네
의외로 남들이 다 읽은 책을 하도 안 읽은 게 많아, 이 책 또한 안 읽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주인공 모모가 낯익은 건 순전히 <모모>와 동명이인이기 때문일 거라고. 그런데 중간쯤 하밀 할아버지와 로자 아줌마가 결국 어떻게 어떻게 될 것인지, 모모의 반전 비밀이 뭔지 다 기억이 났다. 아마도 대학 다닐 때 쯤 읽었던가. 그런데도 폭풍 감동에 눈물을 훔치며 읽었다.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다.
수많은 구절을 적어놓아 대체 뭘 인용할까 또 고민스럽다. 그래도 대강 골라 적자면...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 p95
"그녀는 정해진 법 때문에 자기 뜻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할 적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법이란 지켜야 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p113-114
" <식스펜스 하우스> 폴 콜린스 지음/홍한별 옮김/양철북
킥킥대고 책을 읽고 나서 감동후기를 올릴까 하다가, 블루고비가 옮긴 책이라 또 다시 팔이 안으로 굽는 주례사후기(?)로 오인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뒀었다. 특유의 유머와 집요함, 박식함이 넘치지 않게 어우러진 폴 콜린스의 글쓰기 묘미에 나도 빠져든 것 같은 데다, '책들의 종착지'라는 헌책 마을 웨일스 헤이온와이에 무작정 살려고 갔던 지은이의 좌충우돌 체험기라 소재부터 흥미진진했다. 헤이온와이를 책마을로 만든 장본인인 리처드 부스 할아버지가 작년 무슨 도서전에 한국에도 왔던데 구경갈까 하다 관뒀을 정도. 책의 가치에 대해서, 어쩌면 운명이 비슷한 인생에 대해서 소소한 생각거리를 주는 책이다.
"책을 썼다는 사실에는 참 희한하고도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책은 읽히기도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생명력이 질겨서 대개의 경우 작가보다 오래 남는다." - p168.
"원래 작가라는 일이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 p254
<연민>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이온화 옮김/지식의숲
다른 주민들의 책 베스트에도 많이 보이는 책을 나도 꼽았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이라는 부제에 모든 단서가 담겨있다. 나 역시 <광기와 우연의 역사> 밖엔 읽은 적이 없어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이 이토록 맛깔스러울 줄 짐작도 못했다. ^^; 다른 책도 찾아 올해 '몰아읽기' 할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그저 어린아이가 우표를 수집하듯 열심히 친구를 모으고, 모은 표본(친구)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말하자면 태생적으로 거리낌이라곤 없는 사람에 속했다." - p9
"반만 행한 일과 반만 내뱉은 암시는 언제나 악의 원인이 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은 어중간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 p123
"사람은 아무리 나쁜 규율일지라도 그것이 옆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면 곧바로 가볍게 느끼기 때문이다. 정의는 신비롭게도 폭력에도 적용된다." -p404
흐이구... 책 읽자마자 리뷰를 올렸으면 간단히 끝낼 수 있었을 것을... 아주 베스트 뽑으며 리뷰 올릴 기세다. +_+
적어둔 인용문이 거의 길어서 짧은 것 중에 골라 옮겨 적으려니 안타깝다.
2. 2011 베스트 영화 비기너스
천국의 속삭임
주노
이탈리아 영화 <천국의 속삭임>(역시나 애들이 주인공인 영화 좋다! 게다가 음향감독의 실화라니 더욱 감동;;)은 연초에 봤는데도 기억에 오래 남아 단연 베스트 후보였고 연말에 본 <비기너스>(시작하는 연인들, 유안 맥그리거와 멜라니 로랑의 만남도 좋았지만, 일흔다섯 병든 아버지의 설레는 사랑 또한 눈물겹게 흐뭇했다. 소소한 소품과 배경도 딱 내 취향)또한 보자마자 베스트 후보임을 실감했다. 나머지 하나를 뽑는데 살짝 고민을 하긴 했으나, 역시 뒷북으로 본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과 <주노>(개성 넘치는 주인공 주노의 선택과 식상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주노 새엄마는 <웨스트 윙>의 CJ였어! ㅎ 좋아하는 캐릭터였는데;; <If you're in, I'm still in>이라고 주노가 광고지에 적어준 쪽지를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는 마지막 장면까지 흡족~) 가운데 유쾌한 영화를 골랐다. <파니 핑크>를 만들기도 한 도리스 되리 감독을 좋아하지만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슬퍼서 또 보려면 가슴 아플 듯.
3. 2011 베스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최고의 사랑
공주의 남자
압도적인 1위이자 군말없는 올 최고의 드라마였던 <뿌리깊은 나무>를 억지로 꼽은 나머지 둘과 같이 올릴 수야 없지. ㅋ
3회였나, 4회부터 보다가 완전 빠져들어 앞부분 재방송 찾아본 뒤엔 거의 본방사수 하려고 노력했다.
별로 닮지 않았음에도 송중기에서 한석규로 이어지는 이도 세종역할의 전환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니! 송중기도 다시 봤고 한석규한테는 정말 감탄했다. 극의 짜임새며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파는 대본이며, 주조연의 연기(진정 충신 무휼과 조말생 대감까지!)며... 피칠갑을 했던 마지막회가 좀 보기 힘들었던 것만 빼면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가놈의 마지막 반전까지 숨겨놓은 작가들 정말 존경스럽다. +_+
"임금의 마음이 지옥이지 않은 태평성대가 어디 있더냐"고 했던가, 가슴을 쿡쿡 후비는 감탄스러운 대사가 매회 툭툭 쏟아졌는데 그때그때 적어놓지 않아 다 까먹었다. 밀본 정기준과의 마지막 대면에서 세종이 "백성은 속아도 되고 지더라도 괜찮다. 또 싸우면 된다"고 했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사극 보면서 어쩜 그리도 요즘 정치 세태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사가 많던지. 드라마 보다 말고, 그래, 속아서 대통령 뽑은 사람들도 대선 총선에서 또 싸워주면 된다고 중얼거리고 앉았었다. 참 놀라운 드라마 아닌가!?
두번째는 <최고의 사랑>인데 가나다순으로 사진이 밀렸;;다. ㅋ 후반부로 가면서 재미와 관심도 점점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구애정과 독고진, 띵똥 보는 재미에 끝까지 의리를 지키며 봤던 드라마다. 공효진을 원래 좋아했지만 연기에도 묻어나는 듯한 매력이 궁금해서 책(공효진의 <공책>)까지 사봤으니 뭐 말 다했지. 책 편집과 만듦새는 참 엉망이라는 걸 알고 봤음에도 공효진이 전하려는 환경 메시지와 생각은 마음에 들었다. 공효진의 다음 작품 기대중.
<공주의 남자>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한정적인 얼개 탓인지 중반 이후에는 거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은 상황의 반복이라 차츰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특별히 베스트에 넣어주었다. 세령 역의 문채원의 연기력이 좋아지는 과정을 응원하며 보던 생각도 나고(한복이 참 잘 어울렸던 <바람의 화원> 때부터 팬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마음에 안드는 한복이 너무 많았음! 특히 그네탈 때 입었던 것.. 으으), 김종서와 수양대군을 연기한 중장년배우(이순재/김영철)도 좋았다. 울먹이며 "우리 삼촌이 맞습니까?" 묻던 아강이 역할의 김유빈은 최고였고! <뿌리깊은 나무> 마지막회에서 한가놈의 정체가 드러난 뒤 성삼문, 박팽년과 스쳐지나는 장면을 보며, 먼저 방영한 이 드라마에서 본 사육신 참살 과정이 떠올랐던 것도 베스트 선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
그러고 보니 사극 잘 안보는데 베스트에 둘이나 뽑혔고, 외국 드라마는 아예 없다. BBC <셜록>을 기대했는데 아예 제작이 무산되어 안타까웠다. 올해는 설마 제작되겠지.
전시도 둘만 선정했다. 둘 다 후기 올렸으니 링크 참조.
훈데르트 바서 전시회를 갔더라면 셋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만 잔뜩.
올해는 가고픈 전시를 안 빼먹고 다 갈 수 있으려나.
6. 2011 베스트 발견
엄마의 건강
정유정
Snoopy's Street Fair
게임중독자의 자질
내가 번역한 책 한권의 힘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작년 한해 엄마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체중은 7kg정도 줄었고 10분도 채 못걷던 분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만큼 걸음도 경쾌해졌으며, 심리적으로도 대단히 안정적이다. 우울증 약도 꽤 줄였는데 정신적인 안정상태가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모습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도 잘 본 적이 없었다. 일년에 열달은 울증, 한달은 조증, 나머지 한달만 말짱하다고 내가 농담삼아 툴툴거렸던 게 거짓말 같다. 이젠 나더러 운동 안한다고 잔소리를 하실 정도고, 최근엔 심지어 잠든 나를 그냥 내버려두고 혼자 버스타고 대학병원엘 다녀오셨다. 동네 의원은 몰라도, 복잡하고 진료과도 많은 대학병원은 아버지 계실 적에도 반드시 내가 운전해 모시고 다녔었는데... 아마도 엄마가 혼자 대학병원엘 가서 진료받고 약 타온 건 근 10년만에 처음이 아닐지. 암튼 과거의 엄마는 매일매일 '죽으려고' 살았다는데, 요즘 엄마는 '열심히 살려고' 사신단다. 합창단 연습도 여전히 열심히 참여중. 매우 고무적이고 감동이다.
정유정은 <7년의 밤> 읽고 반해 국내작가 중 유일하게 전작을 찾아볼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읽고 나니 군더더기랄까 좀 과하다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던 <7년의 밤>보다 <내 심장을 쏴라>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에 읽은 청소년 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가 제일 좋아 두세번은 본 것 같다. 책표지가 기묘하게도 지우 그림과 많이 비슷해서였을까(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전무함에도!), 이상스레 정이 가는 작품. 어쨌거나 주류 문학계에선 정유정을 완전 무시하고 있대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 지켜볼 작정이다. 흥!
[#M_비슷하다고 우기기;; |접기|
아직도 안드로이드 마켓엔 없고 아이튠즈에만 있다는 스누피 마을 게임. 정말 지난 연말부터 삶의 낙이다. ㅠ.ㅠ
눈내린 겨울배경 업그레이드 버전도 좋지만 어서 봄이 와 초록 잔디 깔린 마을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데 벌써 22단계. 마지막 26단계가 머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를 이루고도 그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리세트 하고 처음부터 다시 마을을 가꿀지도 모르겠는데 어느쪽이 나을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무료 앱이라 깔아놓고, 결국엔 10불짜리 기프트 카드까지 사서 캐릭터를 사모았다. +_+ 처음엔 하루에도 몇시간씩 끊임없이 붙들고 있었는데 그래도 요샌 틈틈이 실행해서 동전만 벌어들이는 쪽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ㅋㅋ 어제였나 연속 27일째라며,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 주는 동전 10만개를 또 받았다. 이러니 매일 접속을 안할 수가 없다니깐! ㅠ.ㅠ
산타 스누피 기념 캡쳐
200점 증거 사진 -_-;
네번째는 베스트가 아니라 워스트 발견이어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우겨서 이 항목에 넣으련다. 스스로 중독자 기질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서... 작년에 이웃에 불었던 타일깨기 게임 열풍 때도 혼자 뒷북으로 열올라선, 다들 시들해 관뒀다는데도 홀로 악착같이(?) 중독자 답게 매달리더니(하도 시간낭비가 심해 즐겨찾기에서 지웠는데도 매번 구글 검색으로 찾아내 하고 있는 나를 발견;;;) 끝내 <200점>을 달성하고야 말았다. 그제야 관심에서 멀어져 더는 타일을 깨지 않고 있다. 대신 아이폰으로 스누피 게임에 매달리는 중. ㅠ.ㅠ 그러나 중독자임을 자각하여 자제하려고 노력한다는 데 의의를 두련다. ㅋ
7. 2011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멍하니 살았다.
적고 보니 두 마디로군.
아무리 돌이켜봐도 베스트나 워스트로 뽑을 만한 기억도 없고, 뭘 딱히 지른 것도 없는 것 같고(기껏해야 연말에 산 거위털 이불 정도?), 인상 깊은 사건도 없이 그저 소소한 아쉬움 뿐이다.
그래서 베스트 항목을 더 뽑으려야 뽑을 수도 없었다. 참 재미없게도 살았구나 싶은 느낌. 그래서 2011년을 보내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차라리 빨리 가버려서 속 시원.
8. 2011년 번역작업 달랑 3권이 출간됐다. 그중 하나는 두권짜리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8월 이후 하반기 출간된 책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마도 출판 불황과 나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합작품일 듯.
작업한 책은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벌려놓은 수만 잔뜩이다. 스스로 채찍질이 필요. 그래서 일부러 적어놓았다. 정신 차리라고 쫌!
9. 2012년의 계획이라면 1. 일과 관련해서 좀 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것
2. 조금 긴 여행 (홀로 두고갈 엄마 걱정도 덜었겠다, 여행비 모을 욕심에 더욱 열심히 일하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3. 기타든 그림이든 뭘 좀 배우러 다니고 싶단 소망을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을 발휘할 것
4. 큰 마음 먹고 이사 (과연;; ㅎㄷㄷ)
역시나 남들 다 노는 연말에 일하기 싫은 반항심에 잠시 쉬어가는 설렁설렁 포스팅.
올해는 영화를 참 안봤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관을 많이 찾지 않아서 그렇지 옛날 영화나 뒷북으로 본 영화 덕분에 총 21편이나(!) 봤다는 걸 목록 보고 깨달았다. 어쨌거나 개봉시기와 상관없이 내가 올해 본 최고의 영화 세편 고르기는 어렵지 않아 다행이다. ㅋ
1. 천국의 속삭임
2. 8명의 여인들
3. 엘리펀트맨 4. 글러브 5. 유령작가
6. 시
7. 굿바이
8. 줄리 & 줄리아
9. 양과자점 코안도르 10. 블랙 스완
11. 써니
12.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1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14.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15. 주노
16. 더 퀸 17. 비기너스 18. 완득이 19. 쩨쩨한 로맨스 20.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21. 굿바이 평양
진한 글씨는 베스트 후보작이 아니라 영화관에서 본 영화 표시다. 순전히 개인적인 기록용.
하도 실망이라 시간 아까웠던 19번 빼놓고는 영화가 대체로 괜찮았다.
모니터를 큰것으로 바꾸니 집에서 찾아보는 영화도 꽤 볼만하다고 인정.
포스터 안퍼오고 감독과 배우 이름도 없이 목록만 주르륵 적으니 참 성의없으나, 포스팅 쉬워서 좋군. ;-p
작년에 너무 책읽기를 멀리하여 찔렸던 터라 올해는 재작년과 동일하게 30권을 목표로 삼았다.
결과는?
41권으로 초과달성. ^^;
늘 있는 일이지만 순간 순간 죽도록 일하기 싫을 때 의식적으로 책을 읽으려 노력했노라고 말하긴 뭣한 양임을 안다.
그래도 올해는 스스로 칭찬해줄 게 하도 없어 이거라도 칭찬해주련다. 그래, 장하다. 옛다, 칭찬.
2011 Best를 뽑아서 연말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건만 마음도 괜히 바쁘고 좀체 정리가 안되는 것 같은 데다, 책 내용도 몇줄 적어둔 것 빼고는 깡그리 까먹은 느낌이라 일단 달력 뒤져 목록부터 뽑아보았다. 정리하다보면 올 최고의 책 세권을 추릴 수 있으려나 원. 드물게 후기를 올린 책들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곧 베스트 후보작은 아닌 것도 같다. 아 어려워라... (하지만 꼭 바쁠 때 이런 포스팅 하고 싶은 심보는 또 뭐람;;)
올해의 독서 경향을 나름 분석(?)하자면 다시 읽기와 몰아읽기 정도?
한국 근대문학 단편들을 좀 다시 읽었고, 꽤 오래 홀대했던 박완서 소설을 다시 보았으며, 작년에 읽다말고 던져뒀던 책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끝낸 게 몇 권 된다. 나쓰메 소세키, 폴 콜린스, 정유정의 책을 세 권씩 읽었으면 내겐 꽤나 '몰아읽기'였다고 자평. 두권 읽은 작가도 있고 다른 해에 비해 단편집도 많다. 그간 이상하게 호흡 짧은 단편에 좀 약한 편이었는데. 애서가 이웃주민들은 척 보면 아시겠지만 여전히 책 선택엔 그분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내년엔 줄리언 반스를 드디어 좀 읽어볼 생각. ㅋ
해마다 소설(특히 장편과 번역문학) 쪽 편향이 심했던 데 비해 올해는 비소설과 그럭저럭 균형을 이룬듯 보이나, 역시 과학과 역사 분야로는 생각만큼(무지를 깨쳐야해!) 손이 가질 않았다. ㅎㅎ
<소설 >
1.그 후 나쓰메 소세키 지음/윤상민 옮김/민음사 세계문학/2003-2009
2. 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김성기 옮김/이레/2008-2009
3.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조영석 옮김/문학동네 세계문학/2011
4. 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음/김남주 옮김/열린책들/1999-2009
5.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현대문학/2004-2011
6.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문학과지성사/2007-2008
7. 한국단편문학선1 김동인 현진건 외 지음/민음사 세계문학전집/1998-2010
8. 7년의 밤 정유정 지음/은행나무/2011
9.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지음/은행나무/2009-2011
10.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정유정 지음/비룡소 블루픽션시리즈/2007-2011
11. 그로칼랭 로맹 가리 지음/이주희 옮김/문학동네/2010
12.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용경식 옮김/문학동네/2003-2011
13. 데이지 밀러 헨리 제임스 지음/최인자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2009-1010
14.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똔 빠블로비치 체호프 지음/오종우 옮김/열린책들 세계문학/2004-2009
15. 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선우미정 옮김/보림/2005-2010
16.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김남주 옮김/민음사 모던클래식/2010
17.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송은경 옮김/민음사 모던클래식/2009
18. 전망 좋은 방 E. M. 포스터 지음/고정아 옮김/열린책들 세계문학/2005-2009
19.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박상미 옮김/마음산책/2010
20. 이태준 박태원 이태준 박태원 지음/창비 20세기한국소설/2005-2010
21. 연민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이온화 옮김/지식의숲/2007
22. 별에서 온 아이 오스카 와일드 지음/김전유경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2008-2010
23. 차가운 벽 트루먼 카포티 지음/박현주 옮김/시공사/2008
<비소설>
1. 나의 그림 읽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강미경 옮김/세종서적/2004
2.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폴 콜린스 지음/홍한별 옮김/양철북/2011
3. 식스펜스 하우스 폴 콜린스 지음/홍한별 옮김/양철북/2011
4. 네모난 못 폴 콜린스 지음/홍한별 올김/양철북/2006
5. 번역에 살고 죽고 권남희 지음/마음산책/2011
6. 보통의 경험 한국성폭력상담소 지음/이매진/2011
7. 소설 파는 남자 이구용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2011
8.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김희정 안세민 옮김/부키/2010
9. 뇌과학 여행자 김종성 지음/사이언스북스/2011
10.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임희근 옮김/돌베개/2011
11.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민병일 지음/아우라/2011
12. 공책 공효진 지음/북하우스/2010-2011
13.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허균 지음/이갑철 사진/다른세상/2002-2010
14. 빈방의 빛 마크 스트랜드 지음/박상미 옮김/한길아트/2007-2009
15. 아흔개의 봄 김기협 지음/서해문집/2011
16.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이장희 그리고 지음/지식노마드/2011
17.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 유홍준 지음/창비/2011
18. 내 아이의 사춘기 스가하라 우코 지음/이서연 옮김/한문화/2010
독서노트 뒤져서 몇줄씩이라도 책에 대한 느낌을 추가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다. 책 제목조차 낯선 것도 있으니 원. 기억을 환기하려면 한참 낑낑대야할 듯. ㅜ.ㅜ 나중에 한가할 때 끼워넣어보련다.
(혹시 궁금해할 분 있을까 싶어서, 맨 마지막 연도가 둘씩 있는 건 초판 1쇄와 내가 산 책의 발행연도다. 나와 상관없는 책이라도 여러 쇄째 발행했다면 왜 흐뭇한지 모르겠다. ㅋ 이것이 바로 총체적인 밥그릇 염려하는 출판인의 자세? ;-p)
일단은 무엇보다도 '읽는 재미'가 커서 후딱 읽고도 다시 뒤적여본 덕분에 아직도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은 책에 색을 달리 표시해보았다. 저 중에서 세권 뽑는 건 과연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