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옥'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10.30 과한 욕심 8
  2. 2009.10.29 소소한 낙 14
  3. 2008.10.14 가을꽃 12
  4. 2008.10.10 가을이 오면 11
  5. 2007.10.16 홍옥 예찬 18

과한 욕심

투덜일기 2009. 10. 30. 16:25

....은 화를 부른다. 명언이다. ㅠ.ㅠ
그동안 매주 장보러 갈 때마다 만원어치씩 사와 먹은 홍옥 사과가 <너무> 맛이 있었다. 홍옥의 진수를 보여준달까, 적당히 새콤하고 달콤하고 과즙 많고 빠알갛고 크기도 하나씩 깨물어 먹기에 적당했다.
10월이 끝나가며 나는 조바심이 났다. 11월 되면 이제 홍옥은 안나올 텐데!
해서 지난 수요일 나는 큰 마음을 먹고 홍옥을 한 상자나 사들였다. 선물용으로 나오는 복숭아나 포도 상자와 달리 홍옥 상자는 엄청 크고 70개도 넘게 들었더라. 복숭아 사건 이후 새로 뚫은 그 과일가게에서 여름부터 주욱 과일을 사다먹었고, 홍옥도 그간 벌써 3주째 먹어왔던 터라 당연히 믿고 사왔는데;;;
유난히 빨간색이 진한 요번 홍옥은 어째 맛이 좀 달랐다. 단맛은 좋은 편인데 아삭거리는 과육의 질감이 그간 먹어온 홍옥과 전혀 다른 거다. 약간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홍옥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홍옥에는 못미치는 사과의 맛.
만 하루 이상 고민을 하던 나는 (이미 10개 이상 먹어 치우거나 공주네 집에 싸줬다) 도저히 한달 내내 홍옥을 먹으며 찜찜하고 불행해지기가 싫어서 밤새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잡아 조금 전 사과상자를 다시 채워 차에 싣고 과일가게엘 찾아갔다.
처음부터 대판 싸울 생각은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홍옥의 맛이 아니니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돈을 더 주고라도 바꿔오려던 것이었는데;; 단박에 거절당했다. ㅠ.ㅠ
이제 더는 홍옥사과가 나오지 않는단다. 정말로 드넓은 도매상 과일 좌판에 남은 홍옥사과는 딱 한상자밖에 없었는데, 내가 사온 것과는 크기가 달랐다. 바꿔줄 홍옥이 없다며 아줌마는 더 이상 나를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다른 손님을 맞았다. 일단 과일가게 앞에 차를 세워놓고 사과상자는 아직 트렁크에서 꺼내지 않은 채 먼저 물어보긴 했지만, 민망하고 좌절스럽고 속상하고 화나고... 
쭈삣쭈삣 돌아서서 그냥 돌아와 다시 무거운 사과상자를 들고 낑낑대며 이층으로 올라왔다. 젠장.
욕심을 부린 탓에 올 가을엔 11월에도 홍옥사과를 음미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아마 한달 내내 계속해서 안타깝고 속상해할 게 틀림없다. 홍옥사과의 진수는 이 맛이 아닌데, 더 아삭거려야 하는데.. 그러면서. ㅠ.ㅠ
역시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적당히 욕심을 부렸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 맛있는 홍옥을 한 상자 살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던 거 아닌가!? 다 욕심쟁이 과일장수 아줌마 탓이다 뭐!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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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낙

놀잇감 2009. 10. 29. 17:00

하루하루 짧아지는 해길이며 으슬으슬 추워지는 날씨까지 가을을 실감하면서 계속 시름시름 맥이 빠졌다. 바삐 마무리해야 하는 일도 있기는 했지만 그와 별개로 삶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어 한숨만 푹푹 나오는 습관성 무기력증에 빠졌던 거다. 새콤달콤한 홍옥 사과를 와그작 깨물어 먹어보아도 잠깐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보고싶은 조카들과 통화를 해도 약발은 지속성이 없었다.
그러다 애써 TV에서 찾아낸 요즈음의 소소한 낙. 내가 퍽 단순한 인간임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소일거리라 널리 자랑하여 그 세를 넓히고자 한다. 홍옥의 진가를 널리 알려 더 많은 농가에서 내년에도 홍옥을 많이 재배해 새콤달콤 행복한 10월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사방에 홍옥 타령을 해대고 있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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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놀잇감 2008. 10. 14. 17:54

이어지는 가을타령.
가을이면 해마다 무슨 의식을 거행하는 것도 아닌데 소국을 사들인다.
처음엔 가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소국을 즐기며 살리라 마음먹지만, 돌이켜보면 꽃을 사들이는 건 늘 10월쯤에 한번뿐이었던 것도 같다.
가을을 너무 쓸쓸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이유는 홍옥과 소국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작은 꽃병에 꽂아놓은 한움큼의 소국을 바라보며 새콤달콤한 홍옥의 보드라운 과육을 아삭아삭 통째로 깨물어 먹다가 앙상한 속씨 토막을 던져버리는 일은 내게 아주 큰 행복이다.

며칠 전 밤중 귀가길에 나를 기다렸다는 듯 리어카에 소담하게 꽂혀 있는 색색깔의 소국 가운데 어렵사리 노란 걸 골라 한다발 청했더니 아줌마는 물어보지도 않고 연보라색 소국 몇 줄기를 함께 싸주셨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삼천원의 행복은 넉넉한 아줌마 인심 덕분에 두 배로 누리게 됐다.

화려하지도 않고 달콤하지도 않은, 어쩐지 누리끼리한 향기가 나는 소국을 나눠 꽂아놓고는
게으름뱅이답지 않게 매일 물을 갈아준다.
이러면 이 작은 행복을 열흘은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컴퓨터를 뒤져 꽃사진을 찾아보니, 해마다 사들인 소국을 해마다 사진으로 담아두는 촌스러움을 한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나만의 대단한 가을의식일 뻔 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촌스러운 전통을 만들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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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투덜일기 2008. 10. 10. 20:45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해가는 기후에 적응하려는 신체와 정신의 노력 때문인지 펄럭펄럭 감상의 과잉이랄지 이유없는 변덕과 이런저런 탐욕에 휩싸이는데 나의 경우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봄엔 대책없이 희망과 낙천주의에 휩싸여 싱숭생숭한 마음의 방향도 아스라한 행복으로 치닫는 데 반해, 가을엔 줄어드는 일조량 탓에 우울 인자가 늘어난다는 학자들의 분석결과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툭하면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져 기어다니거나 가슴 한 구석이 텅 비어(사실 늘 비어있는 곳임에도;;) 찬바람이 숭숭 몰려드는 까닭모를 처연함에 휩싸이게 된다.

가을만 되면 스카프 열망이 타오르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열어보며 입을 옷이 없다고 뻔한 투정을 되풀이하며 소비욕에 불을 댕기는 것과는 약간 다른, 스산함에 허덕이는 가을 영혼을 어떻게든 보듬어 위로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계절의 옷타령은 그저 새로이 '입을 옷' 장만에 대한 욕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해마다 소비의 대상이 다양하고 특별히 어떤 재질에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티셔츠나 청바지, 반바지, 원피스, 가볍고 따뜻한 외투 정도의 단품들이 떠오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을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나는 왜 이리도 가죽에 탐닉하게 되는지.

새로 산 운동화 냄새라든지, 휘발유 냄새라든지, 사람마다 독특하게 좋아하는 냄새가 있기마련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질 좋은 가죽 냄새(코를 찌르는 노린내 가죽 냄새를 말하는 게 아니다!)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동물보호 차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 동물털과 가죽으로 만든 옷과 가방 따위를 거부하고 인조모피와 인조가죽을 애용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주장도 확실히 맞는 말이고, 나 역시 아무리 나이가 들어 뼈에 찬바람이 스미는 노인이 된다해도 작은 동물 수백마리를 조각조각 난도질해 이어붙인 모피코트(옷깃과 소매 정도에 두어마리 동물털을 장식으로 붙인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이미 갖고 있기도  하고;;)를 입고 다닐 생각은 없다.
그런데 양가죽이나 소가죽의 경우는 좀 다르다. 어차피 같은 가죽이고 가엾은 짐승을 도축해 얻은 재료라고 비난하면 어쩔 수 없지만 짐승들이 가여워서라도 채식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난 아직 고기를 꼭 먹어야 힘이 나고 살 것만 같은 야만스러운 인종이라 그 가죽에 대해서도 양심이 좀 덜 찔린다(고 우길란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간 인간의 탐욕 때문에 여러 동물들이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학대받고 있는지, 일부 인구의 육식 편향 입맛 때문에 또 세계 기아인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많은 양의 옥수수와 곡식이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지 다각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지만, 민망하게도 나는 아직 육식을 포기하지 못했고 이왕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짐승들이 제 몸가죽까지 속속들이 인간에게 바친다는 사실에 그저 고마워하기로 했다. ㅠ.ㅠ

자꾸 자기변명이 길어지려 하는데, 어쨌든 비난을 받거나 말거나 가을이 오면 내가 특히 가죽옷에 심취한다는 얘기다. 스카프처럼 부담없이 마구 사들일 수 있는 물건은 아니므로 많이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열망이 커지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색깔이며 디자인이 어떻게든 색다르면서도 10년이상 전혀 유행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멋진> 가죽재킷을 장만하고 싶다는 욕망은 희한하게도 가을마다 빠짐없이 불타오른다. 긴것, 짧은 것, 검정색, 빨간색, 갈색으로 이미 기본적인 디자인의 가죽옷은 갖고 있건만, 자신없다는 생각에 선뜻 장만하지 못한, 폭주족을 연상시킬 정도의 과감한 디자인도 늘 선망의 대상이고 이런저런 깃의 모양에 따라 색색깔(짙은 파랑색, 초콜릿색, 따뜻한 베이지색, 검정색 짧은 것...)로 질 좋은 가죽옷을 옷장에 주르륵 걸어놓고 있으면 마구 기운이 솟아 스산하고 처연한 이 가을을 힘내서 견뎌낼 수 있을 것만 같다. ㅋㅋ

가죽 가방 또한 마찬가지다.
몇년동안 꿈의 가방이랄 수 있는, 큼지막하면서 장식이 요란하지 않고 가죽의 질과 냄새마저 좋은 짙은 색깔의 가죽가방을 찾고 있었는데 동물보호의 목소리를 높이는 누군가의 열변에 귀가 얇아져 제풀에 포기하고는 차선책으로 검정색 인조가죽 가방 하나를 사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이 블로그에 써놓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가방은 1년반쯤 꽤나 사랑을 받다가, 마음에 꼭 드는 것이 아닌 한 이내 싫증 잘 내는 주인의 눈밖에 나 차츰 방 한 구석에 걸려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결국엔 요란한 장식 한 군데가 늘어졌다는 것을 핑계로 단박에 퇴출되고 말았다. 그나마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신세가 된 것은 아니고, 골목어귀에 서 있는 구세군 기부함으로 들어갔으니 원주인이 아니고선 잘 알아볼 수 없는 장식의 <흡집>을 감춘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위로하고 있다.
그러고는 내가 또 다시 꿈의 가방을 찾아헤맸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될 터이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결국 내가 그리던 꿈의 가방 자질에 최대한 가까운, 당연히 질 좋은 가죽이기도 한 녀석을 장만하고야 말았다. ^^
작업실 포기 기념이라며 말도 안되는 구실을 붙여 나에게 주는 선물로 명명한 그 녀석을 한달 가까이 손꼽아 기다리다, 드디어 태평양을 건너온 녀석과 상봉하던 날 비닐을 벗기고 나서 풍겨오는 은은한 가죽 냄새를 맡으며 손으로 쓸어 그 부드러운 감촉을 만끽하며 내가 얼마나 흐뭇했었는지 헤벌쭉 흐르는 미소 속에서 돌연, 혹시 이거 가죽 페티시가 아닌가 염려되기도 했다. 

한동안 옷장 손잡이에 가방을 걸어놓고 감상하다 가끔 쓰다듬으며 올 가을의 가죽 열망은 좀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그럴 리는 없다. 오늘 오후 물도 안 든 주제에 벌써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큼지막한 플라타너스 잎들을 밟으며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나는 불쑥 초콜릿색 가죽재킷을 사러가고 싶어졌다.
그나마 마트 앞에 <홍옥이 나왔어요!>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빨간 홍옥사과의 자태를 발견하는 바람에 올 가을 처음 새콤달콤한 홍옥 맛을 볼 생각에 정신이 팔려 얼른 지갑을 열었기에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백화점 세일기간이라는데 구경이라도 한 번 가볼까... 하는 소비욕망을 억누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가을은 가을이다.
홍옥이 나왔고, 높은 하늘은 푸르고, 괜히 쓸쓸하고, 가죽생각은 절로 나고...
유치하고 부끄러운 나의 가을 타령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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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 예찬

추억주머니 2007. 10. 16. 21:05

홍옥에 관해 비슷한 글을 이미 쓴 것 같아 찾아보니 벌써 2년 전이었다.
다시 봐도 감흥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아
퍼다가 조금 다듬어본다.

내가 어렸을 땐 사과 종류가 홍옥과 국광(어린 친구들 이런 사과가 있었다는 거나 알려나?)만 있는 줄 알았다.
제사나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는 그냥 내게 "맛없는 사과"일 뿐이었고 그 이름이 '부사'라는 건 아마 나중에 알았던 듯하다.

홍옥은 새빨갛고 윤기 나는 얇은 껍질이 특색이고 새콤달콤한 맛이었던 반면
국광은 알도 작고 볼품이 없을 뿐더러 육질이 좀 단단하고 단맛이 많았는데
둘 다 가격은 저렴해서 우리는 가을 무렵 얼기설기 나무로 엮어놓은 상자에 담겨, 쌀겨에 파묻힌 홍옥이나 국광 사과를 한 '궤짝'씩 집에 들여놓고 오래도록 먹곤 했다.
홍옥은 금세 시장에서 사라지는 데 반해, 국광은 좌판에서 한겨울에도 구경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후지, 또는 부사로 불리던 사과도 지천으로 깔려 있었지만 달기만 하고 푸석푸석한 사과의 맛을
나는 좀체 좋아할 수가 없었다.

암튼 내가 그리도 좋아했던 홍옥이 단맛 위주의 사과 종류에 밀려 사라진 것이 10년도 더 넘은 듯했다.
더불어 저렴하지만 때깔도 떨어지고 다소 촌스러운 이름의 '국광' 사과도 찾아볼 길 없었다.
해서 그나마 초가을에 나오는 초록색 풋사과로 새콤달콤한 홍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했는데...
몇년 전부터 드디어 홍옥이 과일가게에 다시 출현한 것이다!

모름지기 홍옥은 빤질빤질 매끄러운 빨간 껍질을 눈으로 음미하다
통째로 한손에 쥐고 와삭... 깨물어 먹는 것이 제맛이다.
그러면 새콤달콤 싱그러운 과즙이 입 한 가득 돌면서 행복함이 밀려든다.

고등학교 때였나...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도시락을 두개씩 싸가지고 다니던 시절,
가을부터 겨울까지
울 엄마는 도시락 두개와 함께 꼭 홍옥 사과 두 개를 함께 싸주셨더랬다. 디저트로 먹으라고..
그러면 손 힘 좋은 단짝 친구한테 반으로 쪼개달라고 부탁해서
반쪽씩 손에 들고 서로 바라보며 와그작 와그작 깨물어 먹던 재미와 맛도 일품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홍옥을 통 만나볼 수가 없었기에 안타까워하고만 있었는데
이태 전 과일가게에서.. 수많은 종류의 사과 이름 속에서 '홍옥'이란 글씨를 보고 긴가민가.. 의심 많은 인간 답게 설마... 했었다. '홍옥'의 짝퉁임이 분명한 '홍로'를 좀 더 익혀놓고 사기 치는 게 아닌가 했던 것.
그러나 "속는 셈 치고" 한번 사와 먹어보니
역시나 새콤달콤 감동의 맛이었다.
나처럼 그간 홍옥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들이 꽤 많았던지
행복하게도 해마다 요맘때면 반짝 과일가게에서 홍옥을 만날 수가 있다.

감기 기운을 이겨보겠다고 며칠 신경써서 과일을 먹으며 계속 홍옥 타령을 해댔더니
엄마가 드디어 새빨간 홍옥을 사다주셨다.
겉에 입혀 놓은 왁스 때문이라지만, 예전엔 홍옥을 먹기 전에 꼭 옷자락에(지금 생각하면 더럽기도 하다만;;)
쓱쓱 닦아 빤질빤질 더욱 윤이 나게 문지르곤 했다.
그러면 제일 처음 한입 크게 깨물었을 때 생겨나는 동그란 이빨 자국과 연노랑색 과육이 참으로 예쁘게 느껴졌다.
*_*

좀 전에도 엄마가 굳이 과도와 포크까지 쟁반에 받쳐다 주신 걸 마다하고 덥썩 집어
무식하게 와그작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껍질에 농약성분이 남아 있거나 말거나, 홍옥은 무조건 껍질째 먹어줘야 제맛이란 말이지.
쨍쨍 얼음이 어는 겨울은 커녕 11월만 되도 홍옥은 자취를 감춘다.
과육이 연한 탓에 오래 보관하거나 유통시킬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있을 때 많이많이 먹어두는 수밖에 없다.

으으...
글을 쓰면서도 다시 입안에 침이 돌아 얼른 또 새빨간 홍옥 사과 하나 꺼내
깨물어 먹어줘야겠다.

사고가 단순한 식탐가인 나에게 홍옥은, 이 가을 몇 안되는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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