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해당되는 글 181건

  1. 2019.10.08 우리 강산을 그리다 5
  2. 2019.07.24 남산에서 엠티 2
  3. 2019.06.13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 6
  4. 2019.06.09 한국가구박물관 4
  5. 2019.04.08 2019 집앞 벚꽃 2
  6. 2018.12.26 조선, 병풍의 나라
  7. 2018.11.21 원주 나들이
  8. 2018.05.14 잉여생활 7
  9. 2018.05.07 다시 아까시꽃의 계절 4
  10. 2018.02.21 또 자수 2

꼭 보고 싶어 탐내던 전시였는데 9월을 허송세월한 관계로 놓치는 줄 알았다가, 중앙박물관에서 10월 20일까지 연장전시를 해준 덕분에 간신히 보고 왔다. 진경산수화도 좋고 실경산수화도 좋고... 색채 화려한 인상파 그림이나 샤갈, 마티스 등등도 다 좋지만 우리 옛그림도 진짜 볼수록 아름다워 빠져든다. 어떻게 화선지나 비단에 붓으로 그렇게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지 원!

문제는 이 전시 보기로 하고 전날밤에 하필 무지막지한 과음을 새벽까지 했던 관계로... 술이 덜 깨고 속이 메슥거려서 ㅠ.ㅠ 속속들이 찬찬히 다 보지 못하고 중간중간 탈진해 의자에서 쉬어야 했다는 점. 

최악의 컨디션이었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그림들이 너무 많았다. 

금강산과 총석정을 그린 그림을 볼 때마다 에고 빨랑 금강산관광 재개되어서 나도 좀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에 남북교류 한참 가능할 때는 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들었을까. 금강산관광은 그냥 울 아버지 같은 노친네들이나 안보관광으로 가는 건줄 알았다는;; 

암튼... 그 옛날에도 새하얀 도포자락 휘날리며 풍경 좋은 산에 꾸역꾸역 힘들게 올라가 경치 보고 좋아라하고 그림으로 남기고 그러던 풍습은 요즘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지 싶다.큼지막한 풍경화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사람들 찾기 놀이도 매번 즐겁다. 

양반네들의 평생 소원인 금강산 안내를 도맡느라 수시로 동원되었다는 주변 사찰 스님/중들은 뒷모습에서도 귀찮음과 피곤함이 느껴졌던 건 순전히 내 감정이입 때문이었겠지. 

하여간... 핸드폰을 꺼내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휘청휘청 보고 다녀서 그림 사진은 하나도 안찍고 돌아 나오다가 포스터만 달랑 찍어왔다. 순전히 기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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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엠티

놀잇감 2019. 7. 24. 16:22

​남들은 호캉스를 간다는데;; 어디 멀리는 못가도 하룻밤 외박하며 놀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누군가 남산유스호스텔이 꽤나 쓸만하다는 얘기를 했고, 검색과 결제의 달인인 내가 후다닥 찾아본 끝에 수다떨던 카페에서 바로 예약을 완료했다.

남산에 있는 서울유스호스텔은 콘도나 펜션이 아니어서 방에서 취사를 할 수는 없지만 패밀리룸을 예약하면 방 둘에 큰 거실, 침대와 침구가 무려 6인용 비치되어 있다. 소파까지 치면 여름엔 10명도 거뜬히 잘 수 있을 듯.

해서.. 체크인 시간에 맞춰 오후에 만나 짐을 방에 두고 남산둘레길을 한바퀴 산책했다.

​헥헥거리며 성곽길 계단을 오르다 돌아본 서울시내는 참 번잡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어디든 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법. 

남산한옥마을을 꽤 여러번 갔었는데 타임캡슐 광장은 또 요번에 처음 구경했고 ^^; 예약해 놓은 중식당에 너무 일찍 도착한 바람에 그 옆 한국의집에서 남산타워를 올려다보며 시간을 떼웠다.


다음날 아침 서울유스호스텔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은 꽤나 그럴듯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출장온 사회인 기분도 좀 나고... 아니, 애들 데리고 서울로 수학여행 인솔 온 교사 느낌도 좀 나고.. ^^; 

(우리 방 주변 2, 3인실에 죄다 그런 선생님들이 묵고 있어서 더 그랬을듯;;)







옥상정원에서 전날 남겨둔 과일과 빵, 주스 따위로 아침을 먹으며 여기 넘 괜찮다고, 담에 암때나 또 날 잡아서 놀러오자고 다들 다짐을 했었다. 

좀 더 부지런을 떤다면 아침일찍 남산 새벽이슬 맞으며 산책을 해도 좋았을 듯.

남선 서울유스호스텔 자리가 아마도 옛날 안기부 건물자리라는 것 같은데 진짜로 후미진 곳에 있어서 도심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아늑하고 고요하다. 

워낙 교육적인 장소라 조심스러웠지만 우린 폭탄주를 말아먹는 대신에 흑맥 캔맥주를 공수해 시나몬 맥주를 만들어 먹었고 호호하하 즐거운 수다와 운동 정보 공유 등등을 이어갔다.  

여행을 함께 떠나보지 않은 지인들과의 동침은 속으로 은근히 두려운 게 사실이지만... ㅋ 그래서 뜻밖의 주제로 내심 좀 곤란함을 느낀 시간도 있었지만 집을 떠나 놀고 먹는 엠티란 건 결국 즐거운 행위였더라는 깨달음.

먼곳으로 떠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을 때, 일단 집을 떠나 깨끗하고 편한 낯선 공간으로 잠자리를 옮긴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은 확실히 좀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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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까지 전시중이었던 근대서화전과 함께 오백나한전을 보러 중앙박물관에 가면 좋겠다고 5월 내내 별렀으나 결국 근대서화전은 놓쳤고, ㅠ.ㅠ 13일 끝으로 알고 있던 오백나한전이라도 꼭 봐야겠다 싶어 지난 월요일에 뛰쳐나갔다. 흐렸던 하늘이 점점 개면서 더욱 선명하고 초록초록하게 보이는 나무 색깔부터 감동.

매번 이촌 지하철역에서 나와 진입하거나 주차장에서 들어가 늘 건물을 보던 시선도 고정되어 있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다시 들어가는 바람에 지상 정문쪽에서 걸어들어가며 바라보이는 중앙박물관의 모습에 또 한번 반했다. 트인 공간으로 보이는 남산.. 좋다. ​

​배낭은 앞으로 매야하고, 먹물 조심해달라는 구구절절 주의사항을 듣고 전시장에 들어간 순간 흡! 전시 기획을 누가했는지 모르지만 박수쳐주고 싶더라. 대부분 유리상자 안에 가둬놓지 않아서 더욱 기뻤고.

​브로셔에 든 스타 나한상부터 하나하나 정성껏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 같았다. 어휴... 어떻게 이렇게 하나하나 느낌이 다 다를까.

아래는 김승영 작가의 설치미술 주변 유리 안에 들어 있던 나한상들이다. 표정의 느낌 별로 모아놓은 듯.

전시 보러 가서 늘 하던 놀이대로 나한상을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뭘 가질까 여러번 둘러보며 고민했는데 도무지 하나만으론 딱히 마음을 정할 수 없었던 반면, 지그시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을 흘릴 뻔한 나한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얼굴이었다.

절에서 여자 신도들에게 형식적으로 부르는 '보살님'이란 호칭에 정말로 어울리게 평생 사찰과 밀접하게 살아온 외할머니가 떠오르면서 쟁쟁한 할머니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덩달아 자비심 보살님인 울 엄마 영자씨도 생각나고. ㅠ.ㅠ

엄마는 젊었을 때 외할머니랑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는데 늙어가면서 점점 할머니랑 똑같은 얼굴이 되었다. 이모나 외삼촌들이나 이웃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나도 엄마랑 나가면 하도 안 닮아서 며느리신가보다고 하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나이 더 들면 닮은꼴이 될까? 째뜬 우스운 건 외할머니 키가 170, 울 엄만 160... 그리고 난.. ㅠ.ㅠ

딸이 자기 엄마보다 키 작기가 드물다는데 울 엄마도 나도 자기 엄마보다 키 작은 딸이란 거 하나는 확실한 공통점이다.



전시장을 두바퀴쯤 돌고 나서 구석 의자에 한참 앉아 있다가 다시 인상적인 몇몇 나한상을 다시 눈과 마음에 새기고 돌아나서려니 이번엔 얼굴이 다 닳아 거의 없어진 나한상이 눈에 콕 들어왔다. 

파피가 먼저 전시보러 갔을 때 사진 작품의 질이 ㅎㄷㄷ하다며 엄청 탐났으나 품절이라 못구했다는 대도록은 아예 구경도 할 수가 없었고, 아쉬우나마 저렴한 엽서 크기의 소도록을 집어들고 돌아왔다. 


이번주 일요일 16일까지 연장전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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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구박물관

놀잇감 2019. 6. 9. 16:48

그렇게 좋더란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벼르고 별렀으나 이제야 드디어 가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 4월초쯤에 예매 사이트엘 들어갔는데도 5월 말밖에 자리가 없었다.

개인박물관치고 가장 입장료가 비싸다는 해설사의 말마따나 무려 1人 2만원. 근데 둘러보고 나오며 아깝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개인이 이 정도 한옥집과 고가구를 모으고 유지하기가 쉽진 않겠지. 오히려 꽤 규모가 크고 직원도 많던데 관람료와 대관료로 계속 박물관 유지가 가능할까 셈에 느린 나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예전엔 뜨르르하는 부자였을지 몰라도, 혹은 후대에 들어 재산관리를 잘못했는지 어쩐지 가구박물관과 부지가 경매에 나왔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나 아직 완전 부도나서 넘어가진 않은 모양이다. 이러다 나 구경가기 전에 경매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는데, 관람객은 계속 꽤 많은 듯.  

비내린 뒤 개인 하늘이 정말 푸르렀던 날이었다. 대문이 열리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감탄하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는데 10초쯤 뒤 건물 외부 포함 모든 사진촬영은 지정된 곳 이외엔 절대 금지라고 하더군. 으으 뻘쭘하여라. 그래도 눈치 못했는지 사진 당장 지우란 말은 하지 않았다. ㅠ.ㅠ 이렇게 공개된 곳에 올렸으니 삭제하라고 연락오면 그때 삭제해야지. 

​박물관 관장이 거의 고등학생 때부터 고가구 보는 눈이 있어 버려진 고가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설사가 하던데, 그런 안목을 갖춘 건 역시 집안에서 익히 골동품을 보고 자란 경험이 쌓여서 작용했을까? 우리 친가, 외가에도 옛날에 쓰고 있던 호족반, 개족반, 서안, 엄마가 시집올 때 해왔던 자개장... 이런 것들도 죄다 내버리지 않고 그냥 두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쓰기 멀쩡한 상태였는데 불편해서 버렸을 리는 없고 깨지고 망가지고 그랬으니 버렸을 거다. 엄마의 혼수품이었던 자개장은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엄청 무거워서 셋방살이 잦은 이사에 옮기기도 힘 들었지만 균형이 틀어져 이불장쪽 미닫이문이 잘 안닫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전시품 자개장처럼 엄청나게 화려하게 전면에 꼼꼼히 자개를 입힌 골동품도 아니었고 듬성듬성 도안을 넣은 자개가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던 것 같다. ^^; 

전통 고가구야 다 아름답지만 누가 하나쯤 가지라고 한다면 앉은뱅이 책상인 서안을 가장 탐내는 편인데, 평평한 건 사대부들이 쓰던 거고, 끝이 위로 말려 올라간 건 사찰에서 쓰던 '경상'이란다. 두루마리 경전이 되말리지 않도록 펼처놓기 좋게 만든 거라고. 오호 그런 거였군.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에 쓰시던 저렴이 서안도 위로 말려 올라간 형태였던 것 같다. 나중엔 사대부들도 아름답고 좋아보여 널리 썼다니 한국전쟁 이후에 유통되던 가구들도 비슷하게 만들어진듯. 

암튼 근데 전시품 중 요번에 가장 탐났던 건 뭐니뭐니해도 책함! 사진찍고 싶은데 못찍어오니 인터넷 이미지를 뒤졌다. 역시... 중앙지 기자에겐 사진을 찍게 해주는군. 

책의 권수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어 함째로 들고 이동해 읽었단다. 아.. 갖고 싶어라.. 사진 출처는 ㅈㅅ일보 +_+

1시간동안 다섯채 정도 되는 한옥과 그 안에 전시된 고가구를 둘러보고 나와서 드디어 사진 촬영이 가능한... 순정효왕후가 살았다는 한옥집 앞마당에 이르렀다. 사람들 없이 찍는데 성공. 

민망하지만 누마루쪽도 담긴 온전한 사진은 이것뿐이라 얼굴을 가렸다. ㅎㅎ 나중에 한옥을 짓고 살게 되면 나도 저렇게 창호지 분합문과 여닫이 유리문으로 이중문을 해달아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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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집앞 벚꽃

투덜일기 2019. 4. 8. 11:52

작년엔 블로그에 벚꽃일기 포스팅을 안했더군. SNS에만 자랑했던 모양이다. 암튼 작년엔 4월 4일에 만개했다고 선언을 했었는데..

올해는 오늘 날짜로 만개했다고 봐야하나 내일로 봐야하나 고민중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사이에 너무 추웠던인지 가지끝엔 아직 꽃들이 덜 피었는데도 마당 한 가득 꽃잎이 떨어지는 중이다. ㅠㅠ 벚꽃의 탐스러움도 작년만 못한 것 같고...​

​하지만 뭐;; 며칠 전에 석촌호수 벚꽃축제 시작날 가서 본 벚꽃보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는 두 그루 벚나무가 훨씬 아름답다. 

살구꽃(꽃자루가 없어 가지에 딱 붙어 핀다)



벚나무보다 일주일쯤 먼저 피기 시작한 살구꽃은 이제 막 꽃송이째 떨어져내리는 중인데;; 올해는 살구가 확실히 해걸이를 할 모양이다. 나무가 죽어가는지 아예 꽃이 피지 않은 가지도 많고 꽃도 성글성글... 그래도 이렇게 봄날이 아쉽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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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병풍의 나라

놀잇감 2018. 12. 26. 19:47

전시는 12월 23일까지여서 10월부터 중앙박물관 지도 전시회랑 같이 보러가려고 별렀으나 결국 지도 전시는 놓치고 이것도 끝나기 나흘 전에 겨우겨우 보러 갔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처음 가본 건데... 대기업에서 홍보용이든 탈세용이든 아니든 작품 소장하고 미술관 운영하는 거 난 찬성일세. ^^;

전시는 생각보다 넘 좋아서 여러번 감탄했다. 서양 문화에선 그림을 일단 벽에 턱 걸어놓고 상시 감상을 하는 편이라면 겸손을 군자의 미덕으로 여기는 동양에선 병풍이나 족자로 그림을 갖고 있다가 가끔씩만 꺼내서 감탄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혼자 보기도 아까워서 좋은 그림을 감상할 양이면 친구들 지인들 불러다가 핑계김에 술도 마시고 시도 막 읊고.. 그림 감상이 풍류의 일환인 거지. 그렇다면 내가 허세 떨듯 미술관 구경다니는 것도 내 나름의 풍류 취미라고 우겨야겠다.  ​



설명도 없이 사진만 무진장 찍어와서 더 뭐라 적을 이야기도 없다.

그냥.. 전시는 좋았고, 병풍의 종류가 어마어마했고, 그림속에 모두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구석에 작게 보이는 게 한 마리, 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도 그냥 괜히 그려 넣은 건 없었다. 그리고 기록화 느낌의 병풍은 사진기 없던 시절 옛날 사람들이 '참석 인증샷' 정도로 나눠갖던 기념품 역할도 많이 했던 모양이다.  ​

이토록 화려한 병풍을 실컷 보고 집에 오니, 차례와 제사 때 세워두는 우리집 병풍이 어찌나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ㅎㅎㅎ 

좌: 해치. 기린, 백탁, 천록... 뿔달리고 몸뚱이에 털이 얼룩덜룩한 상상의 동물을 도무지 분간 못하겠다. 이건 뭐라고 적혀 있었더라. +_+

중: 살아있는 오징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린 게 틀림없다! 

우: 조개와 해당화도 각각 무슨 의미가 있었는데 ㅠ.ㅠ ​

세계지도를 그린 병풍도 있고..

평안 관찰사가 부임하는 모습을 그린 거라던가.. 암튼 평양 시내를 그린 병풍도 있고!

​청설모가 토종 다람쥐를 몰아낸 외래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어디서 잘못 들었나? 암튼 옛날 병풍 속에도 청설모가 있더라!

설치류 싫어하는 내 눈에도 좀 귀여워보여서 얘만 클로즈업해 찍어보았다. 








놀라운 자수 병풍도 있었고...


궁궐에서 열린 연회 장면을 그린 병풍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궁중 화원들이 행사를 지켜본 뒤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조감도처럼 실제보다 더 장엄하게 그려 넣었겠지. 

사람들 한사람 한 사람 표정이 다를 때도 있고 재인들의 춤사위가 살짝 다른 것도 찾아보는 묘미가 있다. 물론 그렇게 자세히 보려면 멀미가 필수.. ㅋㅋ

오디오 가이드 대신에 박물관 앱을 깔고 이어폰으로 설명을 들었는데 버그가 있는지 자꾸만 튕기고 에러나고... 자수 병풍 몇개는 송혜교 목소리로 작품 설명이 나왔고, 아모레퍼시픽 회장님이 직접 설명 녹음도 했던데 그건 쫌;;; +_+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여간에 뿌듯한 관람이었다. 기념품가게에 들러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 전통문양이 들어간 마스킹 테이프 하나만 사왔음. 

어디 가든 기념품을 사들이는게 수렵채집인으로서의 DNA 때문이라는 어느 인류학자의 말을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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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나들이

놀잇감 2018. 11. 21. 16:59

​올해는 정말 원없이도 놀러다닌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주변에서 누구는 심히 아프고, 누구는 갑자기 떠나버리고, 나 역시도 건강을 자신하지 못하게 되면서 모두 조바심을 냈다. 보고 싶을 때 망설이지 말고 만나기,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말고 저지르기, 싫은 일은 싫다고 티내고 동조하지 말기, 행복한 일 기쁜 일만 하고 살기... 따위의 결심을 하자고 단합? 같은 걸 하게 된 거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누가 어디 갈까? 그러면 무조건 오케이! 하며 따라다녔다. ^^ 물론 그래서 행복했고, 힘들 때 그날의 사진들을 꺼내보며 조금 위로가 되었다. 이런 날들이라도 무기력하게 늘어져 낙담하고 나쁜 생각만 하면서 허투로 보내진 않았구나,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화공원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노란 공작단풍잎과 빨간 단풍잎이 정말 카페트처럼 푹신하게 깔려 있었다. 우와... 찬란한 저 색깔좀 보소.. 비가 내려 색이 더 진해 보인다.

박경리 선생이 글을 쓰시던 방에 쌓인 책더미를 보는데 얼마전 책장 정리하기 전까지 내 방 꼬라지랑 똑같아서 슬몃 웃음나고 정겨웠다. 가운데는 반려묘상... 오른쪽 큰 책상엔 원래 재떨이가 놓여 있어야하는데 ^^; 유치원생들부터 체험학습 몰려오는 학생들 교육상 나빠서 치웠다는 후문. 남성 작가나 화가였여도 재떨이를 굳이 치웠을까 궁금타. 



​친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는데... 혼불문학관이며 윤동주 문학관엘 가봐도.. 작가는 역시 필체가 예술가답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도 내 편견인가?

암튼 '원고지에 쓴 육필원고'라는 말을 요즘 아이들도 그렇고 후대 아이들도 박물관에서다 보는 유물로 알겠지. 

난 학교 다닐 때 원고지에 독후감 써서 상받고 그랬는데. ㅠ.ㅠ 

우리집엔 문방구에서 파는 빨간 선 원고지 말고 검정색이나 초록색으로 선이 그려진 '출판사용 원고지'가 굴러다녔다. 아마도 아버지가 대학출판부에서 쌓아 놓고 쓰는 비품 원고지를 집에다 가져다두었을 것이다. 

어쩌면 가난하고 알뜰한 부모님이 출판사에 다니던 지인에게 얻어다 둔 것일 수도 있겠고.. 암튼 대학 이름이나 출판사 이름이 인쇄된 그 원고지에 글을 써서 내는 걸 창피해하던 유년의 내가 기억난다. 


​이날 답사의 하일라이트는 그간 여러번 별렀으되 입장료가 하도 비싸고 멀어서 가지 못했던 '뮤지엄 산'. 제임스 터렐관이던가 깜깜한 통로로 들어가 빛의 예술을 보는 별관 관람까지 무려 2만5천원이던가 암튼 거금을 들였으나 한번쯤은 아깝지 않다 싶었다.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질감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여긴 확실히 물과 빛을 잘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름다웠다.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기라도 한듯 조르륵 물살에 밀려 흔들리던 단풍잎도 예쁘고...​

색깔을 주제로 열린 특별전이었던가... 대작들이 많았는데 현대미술은 보는 눈도 없고 추상화엔 좀처럼 감흥을 잘 못느끼는 내눈엔 그저 그랬다.

로비에 있던 백남준의 작품(왼쪽) 마네킹 때문에 좀 무서웠지만 오래된 자동차는 맘에 들어서 굳이 찍어옴.


뒷마당의 둥근 돌무덤들은 경주에 있는 고분군을 형상화했다는 ​것 같다. ​

미술관 로비엔 엄청 비싼 자코메티의 조각품도 자리잡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 같아서 재미났다. 그치만 난 예전 자코메티 전시도 본 사람이라 뭐 그 정도 소품은 쿨하게 패스~. 사진도 안 찍었다.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잘 찍어올 재주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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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생활

놀잇감 2018. 5. 14. 10:59

보통 사진이 들어가는 내용은 휴대폰으로 사진만 먼저 올려놨다가 텍스트는 나중에 컴퓨터 앞에 앉아 적어넣고 포스팅을 완성하는데;; ㅠ.ㅠ 일 없다고 컴퓨터를 아예 멀리하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완성되지도 않은 포스팅을 공개하다니 창피하도다.. ㅎㅎ 그럼에도 계속 컴퓨터 전원조차 켜지 않는 게으른 나날을 며칠 보내고 이제 겨우 긴 메일을 써야해서 자리 잡고 앉았다. 

비공개로 차곡차곡 쌓아둔 포스팅 갯수가 꽤 되는데;; 영화나 전시, 책 본 후기는 아무래도 좀 더 공들여서 생각하며 써야하니 도무지 마무리가 되질 않는다. 노상 침방나인 같은 자수 포스팅이나 하고 있으려니 그 또한 민망하여 저어하였으나 노출된 김에 또 핑계삼아 자랑질을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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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폭발로 인해 틈틈이 이어지는 취미생활의 기록이다. 아마 손목과 팔꿈치가 아프지 않다면 며칠에 하나씩 뭔가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르겠으나, 하루이틀 빡세게 바늘을 쥐고 나면 손가락마디까지 죄다 뻣뻣해져서 그나마 다행히 쉬엄쉬엄 하고 있다. 


​나름 작품 완성 순서대로 설명해보자면...

1. 컵받침


음력 1월이었던 작은올케 생일 선물로 만든 작품이다. 자수책을 보며 본인이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랐고, 브로치 같은 건 잘 안하고 다니니 실용적인 컵받침이 좋겠다고 주문했다. 

뒷면엔 퀼트용 천을 골라 꿰맸더니, 친구가 뒷면이 더 예쁘다는 망언을 하며 약을 올렸다. 프린트 원단이 더 예쁜데 고생되게 이런 짓을 뭣하러 하느냐고.. ㅋㅋ 

그러게... 손자수, 손뜨개, 손바느질... 요즘 같은 디지털, IT 최강 시대에 왜 이런 아날로그 회귀성 노동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뭐...내눈엔 이게 더 예쁘니까? ^^*

나름 생일선물이라고 리본으로 묶어 포장해 건넸더니, 생일 주인공은 아까워서 어디 컵받침으로 쓰겠냐며 벽에 걸어놔야겠다고 했다. 아니 그럼 안 되지! (오른쪽 아래는 재단이 잘못돼서 크기가 좀 다르고 정사각형 아니라고 클레임 들어왔었다;; ㅋ)

얼마간 걸어뒀다가 컵받침으로 쓴다고 하더니만 요샌 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컵받침으로 첫작품이었는데, 컵을 올려두려면 무늬를 가장자리쪽으로 작게 넣어 컵을 올려도 자수가 보이도록 하는 도안을 써야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그치만.... 난 계속 우길란다. 컵받침도 가운데 무늬가 더 예쁘다! ​

집에 가서 이렇게 걸어두었다고 보내온 인증샷이다


2. 꽃 브로치

장미와 수국을 표현한 건데 그래보이나? ^^;


​이건 전작에 이어 음력1월 마지막날 생신이었던 울 왕비마마를 위해 만든 선물이다.

꼬물꼬물 노상 자수를 놓고는 있는데 막상 당신에겐 하나도 선물을 안해드려 속으로 좀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마침 생신도 돌아오겠다, 얼른 브로치를 수놓았다. 왕비마마 취향에 맞게 분홍분홍, 보라보라한 느낌의 장미와 수국.

여기저기 달아보다가 니트 조끼에 가장 잘 어울린다며 몇번 하고 다니셨더랬다. 









1, 2번 선물은 같은 날 증정식을 했으므로, 포장 완제품(?)도 함께 찍어봄



3. 이니셜 브로치


한달동안 동거하고 있던 친구가 1, 2번 선물 제작의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 게다가 또 3월말 출국 바로 다음주가 생일이었으니 하나 작품을 만들어주겠다고, 뭐든 골라보라고 호기롭게 자수책을 들이밀었더랬다. 

허나 친구는 고생스럽게 뭘! 아무것도 하지 마! 이런 식이었다. 그럼 내 맘대로 젤 쉬운 꽃브로치 하나 만들어준다고 협박했더니 팬심 폭발하여 '그분'의 이니셜을 새겨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ㅎㅎ 그분이 사인할 때 덧붙이는 옆으로 뚱뚱한 하트까지 나름 도안도 팬클럽을 여기저기 뒤져서 새기고 꾸며 선물했다. 

자수실을 완전히 구비하지 않은 때라... 이제보니 잔잔한 꽃색깔이 좀 더 다채로웠으면하는 마음이 있네그려. 암튼 이 브로치는 친구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4. 별자리 컵받침

아주 수월하고 시간 덜 드는 단색 도안을 골라 또 다시 꼼지락꼼지락 만들어본 컵받침 세트. 

열심히 다렸더니 번떡번떡 ㅋㅋ

이 또한 크기가 살짝 제각각이다. 아 몰랑. 공산품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모서리 꿰매서 뾰족하게 뒤집기가 만만칠 않았다. 핑계라면 앞뒤로 제법 두툼한 리넨천을 붙였더니만... ㅎㅎ


5. 꽃 브로치 again


엄마한테 만들어드린 장미꽃 자수를 분홍바탕에 놓아본 것. 이십대부터 입때껏 핑크공주로 살고 있는 후배를 위해 고른 배색이다. ^^; 

근데 이런 꽃자수 브로치는 나 같은 사람이나 좋아라하지 개인적인 스타일상 막상 받고도 처치곤란으로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코백 같은데나 달면 모를까... 근데 또 딱 떨어지는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에코백 패션을 모른다! ㅋㅋ








6. 자수 손수건

마지막으로 주문(?)받은 선물이다. 설날에 모였을 때 큰올케는 손수건용 자수 도안을 골랐다. 원래는 파우치에 놓인 꽃다발이었는데 자수 손수건을 갖고 싶으시다고...

해서 지난주 생일에 맞춰 완성하느라 다시 손수건이랑 실을 더 사러 동대문에 다녀온 후에야 마무리된 작품. 레이스까지 달려있는 자수용 손수건을 찾으려 발품을 꽤 팔았으나 못 구하고 ㅠ.ㅠ 오버로크 처리된 1500원짜리 손수건을 사와 가장자리를 홈질로 꿰맸다. 자수가 아까워서 그냥 놔둘 수가 있어야지!

원본사진과 비교샷 ^^

원본은 바탕이 베이지색이라 꽃봉오리가 흰색이지만, 흰바탕인 손수건인지라 연노랑으로 바꿨고, 주인공의 주문대로 선물받을 이의 이니셜도 새겨넣었다. 내가 해놓고도  계속 감탄하며 사진도 여러장 남김 ㅋㅋ

원래는 한쪽에만 꽃다발을 수놓을까 했으나...

반대편이 넘 심심할까봐.. 그리고 또 나의 이니셜도 어딘가 남기고 싶어서 욕심을 냈다. 전문가의 도안을 따라한 게 아니고 내 맘대로 배열해놓고 막 예술가적 감수성 폭발했다고 자뻑모드.. ;-p





마지막 완성 포장샷까지... ㅠ.ㅠ 

결국 이 작품을 끝내고선 이틀간 손목과 팔꿈치에 파스를 붙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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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꽃과 나무 전문가샘들께 들으니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가 맞단다. 서양이름 아카시아는 열대 원산지인 다른나무라는 듯. 아무튼.. 어느새 갖가지 나무의 연둣빛 이파리 색이 점점 진해가는 가운데 달콤한 향기가 동네를 진동하는 계절이 왔고... 외출하려고 언덕길을 내려가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꽃송이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해 휴대폰을 꺼냈다. 작년에도 아까시꽃 개화기록을 블로그에 했던가 안했던가. +_+a 아까시꿀 따는 거 딱 하나 용도 이외엔 토양에도 숲의 식생에도 죄다 도움 안되는 '나쁜' 나무라고 하지만 그래도 예쁘고 향기로워 나는 좋아할란다. 동네 축대 위, 시멘트 길 옆에서도 안죽고 씩씩하게 자라면 제 몫은 다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잎줄기 하나 따들고 가위바위보 하면서 누가누가 많이 따나 내기할 친구가 바로 곁에 없는 것이 다만 섭섭할 따름이다.


나름 정사각형으로 자른다고 잘랐는데 똑같이 못 잘랐구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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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수

놀잇감 2018. 2. 21. 22:37

새해 들어 또 다시 번역일은 개점휴업 상태다. ^^;

불안감 탓인지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멍하니 놀기만 하기엔 식충이스럽고... 손목은 아파도 뭔가 생산적인 노닥거림을 하는게 확실히 시끄러운 정신 가다듬기에 도움이 된다. 한땀한땀 수를 세며 샘플 사진이나 도안과 자수를 비교하고 있으면 정말로 잡생각이 들 수가 없다. 혹시라도 잡생각이 삐지고 들어온 순간 바로 틀려 풀어야하는 사태 발생! 귀찮아서 풀지 않고 개성이라 우기겠다 맘먹은 부분도 많지만, 책에 있는 도안이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시도해 본 '작품'들도 이 정도면 됐지 싶어 대체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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