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특별답사

놀잇감 2014. 7. 2. 23:16

궁궐에서 안내 자원봉사를 하면 일반 관람객이 못들어가는 전각 내부까지 속속들이 구경할 기회가 많을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그런 혜택이 별로 많지 않다. 특히나 경복궁은 청와대가 가까워서 보안요원들도 늘 상주하고 있고, 특히 인적 뜸한 북쪽 전각들은 속속들이 구경하려고 한가한 시간에 홀로 뒷담에 가까이 다가가 사진 찍다가는 흠칫 놀랄 때도 많다. 전경인지 의경인지 암튼 곳곳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어느 틈에 나타나 주시하며 서로 막 워키토키로 '수상한 인물'이 접근중임을 보고하고 난리다. ㅋㅋ


세월호 관련 시위가 광화문과 시청앞에서 벌어지던 어느 주말 낮에는, 대학생들이 청와대 앞까지 기습적으로 진입해 시위를 벌였다는데 그때 이용한 통로가 경복궁이었단다. 대학생들(25세까지던가;;)은 입장료도 무료이고, 북쪽 출입구인 신무문 나가면 바로 청와대 입구이니, 누구 아이디언지 기발하다 싶었다. 하지만 그 탓에 보안요원들의 경복궁 입구 감시가 더욱 삼엄해져, 야광조끼 입은 의경들 여럿 뿐만 아니라 선글라스 낀 사복 경찰(경호대 소속일까?) 같은 사람이 아주 까칠한 표정으로 입장권 내고 들어가는 주 출입구(흥례문) 앞에 서서 모든 이들을 주시한다. 듣자하니 언젠가는 사복입고 온 중학생들을 괜히 의심해 심문하기도 했다고...  


계속 경복궁 제모습 찾기 복원 공사가 한참 진행중이고, 2030년까지 흥선대원군 중건당시의 80%를 복원한다는데, 경복궁이 정말로 제 모습을 찾으려면 청와대가 이사를 가야한다고 본다. 청와대가 경복궁 뒤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대통령 되고 나면 더더욱 지들이 '왕'이 된 거라 착각하는 게 아닐까? 정말로 스스로 왕이라고 여겼던 게 틀림없는 이승만은 심지어 경회루 한 귀퉁이에 정자(하향정)를 지어 전용 낚시터로 사용했고, 그 정자가 아직도 버젓이 남아있다. 없앨 것인가 말 것인가 논란이 많지만, 훼손의 역사도 역사인지라 보존하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문화재 보존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요즘에나 높아졌지, 독재정권 시절은 물론이고 군사정권을 거쳐 김영삼 시절까지도 대통령이 되면 경복궁을 아주 제 마당처럼 써먹으며 경회루 같은 데서 파티를 벌이고 했다는 거 같다. 문화재 훼손의 제일 큰 주범은 암만해도 한국인들이 아닐지.   


암튼 참 후지게도 지은 청와대는 양옥도 아니고 한옥도 아닌 얼치기에다 내부 시설도 엉망진창이라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감히 누구도 새로 짓자거나 옮기자는 말을 못했고, 앞으로도 쉽게 할 순 없을 거다. 가뜩이나 욕먹기 십상인 대통령이 저 편하자고 대통령 관저에 막대한 예산 들인다면 얼마나 국민들이 욕을 해대겠나. 영빈관 하나 제대로 없어서 외국 대통령들 오면 죄다 호텔에서 묵는 판국이니, 이왕 지으려면 품격있게 최소한 100년은 쓸 수 있게 잘 지어야할텐데 그걸 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흠.. 뾰족한 답은 없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경복궁에 초점을 맞추어 장기적으로 제대로 문화재 복원사업을 계획한다면 청와대를 옮겨야한다고 생각한다. 궁궐 관람중에 다다다다 요란하게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헬리콥터가 뜨고 내리면 아우 정말 시끄러워서 원! 일제시대 지은 '경무대'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은 청와대 터는 진짜로 경복궁 후원이었다니깐! 언제가 되었든, 정말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나타나서 필요성을 검증받고 온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낸 뒤에 대통령관저를 정말이지 근사하고 아름답게 짓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경복궁 뒤쪽의 후원도 제 모습을 찾기를 한옥 및 문화재 애호가로서 바라고 있다. ^^; 


아우 뭔 딴 소리가 이렇게 길어졌다냐. 경복궁 휴관일인 화요일에 자원봉사자들 특별관람 했다는 거 보고하려던 포스팅이었는데 순 딴소리만... ㅠ.ㅠ 

하여간에 내가 꼭 들어가보고 싶었던 전각은 근정전, 향원정, 집옥재였는데, 그곳은 쏘옥~ 빼고 다니긴 했어도 나름 뿌듯했던 특별답사 사진 대거 투척~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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