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거싫은데'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3.09.04 환절기 11
  2. 2013.04.16 집앞에 꽃잔치 8
  3. 2013.02.08 다시 그 자리 11
  4. 2013.01.28 창경궁 14
  5. 2013.01.22 궁궐답사 6
  6. 2013.01.02 눈이 와도 너~무 온다 7
  7. 2012.02.03 영하 17.1도 6
  8. 2011.12.07 12월 6
  9. 2010.12.12 월동준비 21

환절기

투덜일기 2013. 9. 4. 00:36

아침저녁으론 확실히 가을이 왔구나 싶다가 낮엔 다시 잠깐 여름으로 돌아가는 환절기. 아직 한폭짜리 얇은 여름이불로 버티고는 있는데 짧은 내 한 몸이 간신히 가려지는 크기라 새벽엔 어디 한 군데 밖으로 나올세라 꽁꽁 조심스레 감싸야 할 정도로  밤기운이 서늘하다. 인견으로 된 좀 더 큰 여름이불로 갈아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중.

 

환절기보다는,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히 눈에 띄는 '간절기 최적 핫아이템'처럼 '간절기'라고 해야 여름과 가을 사이의 요즘 같은 때를 콕 찝어 가리키는 것 같지만, '간절기'는 당연히 표준어도 아니고 더욱이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듯하니 이왕이면 쓰지 말아야지.  

 

선풍기도 플러그를 아예 뽑아놓은지 며칠 되었다. 햇빛에 뜨거워진 차안은 아직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할 때도 있지만, 싸늘한 에어컨 바람이 돌면 금방 목이 싸아 해지면서 목감기에 걸릴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든다. 겨울이 찾아와 또 영하 십몇도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올 여름의 습하고 뜨거운 날씨는 절대로 그립지 않을 거라 지금부터 장담하고 있지만... 활짝 열어두고 살았던 베란다와 방 창문을 슬며시 닫으며 아, 계절은 왜 이렇게 무정한가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 가을 싫은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는 또 나에겐 털갈이의 계절인지 탈모의 계절인지... 아님 여름내 꽁꽁 잡아당겨 묶고 살았던 머리칼의 급격한 피로 때문인지(이런 걸 견인성 탈모라고 할 수도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머리칼은 또 왜 이리 숭숭숭 빠지나말이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양손에 뒤덮인 머리칼이 너무 많아서 조금 무서울 지경이다. 분명 작년 이맘때도 그랬다고 위로하며 어쩐지 더욱 휑해진 정수리를 이리저리 쓸어넘겨 가려본다.

 

그러고는 또 다시 옷타령. 요샌 뭘 입고 나가도 마뜩찮다. 아직 긴팔 셔츠로 종일 버티는 건 덥고 반팔로 버티자니 썰렁하고 그간 입었던 카디건은 왜 너무 길거나 너무 짧은지? ㅋ 많은 식구들의 와글와글거리는 체온으로 분명 에어컨 바람이 필요할 듯한 이른 명절엔 또 추석빔으로 뭘 입고 손님맞이를 해야하나 벌써부터 머리를 굴리고 앉았다. 

 

 

어쩔라고 쓰기 시작했는지 마무리가 안돼서 얼렁뚱땅 노래 링크. ㅋ

 

거짓말 같이 맑은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면

무더운 날이 없던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계절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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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꽃잔치

투덜일기 2013. 4. 16. 17:00

질기디 질긴 꽃샘추위 때문에 아직도 간간이 발이 시린데도 꽃은 피어난다. 꽃봉오리 벌어지는 동안 찬비를 두번이나 맞아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꽃송이가 좀 작다싶은 것이 덜 탐스럽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베란다 창문 밖이 드디어 밤낮으로 환한 꽃잔치가 열렸다.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도 우리집 창밖만은 환하게 햇살이 비치는 느낌.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90퍼센트쯤 다 핀 것으로 인정하고 오늘부로 '만개' 선언.(왜 니가 그런 선언을? ㅋ) 다른 해엔 살구꽃이 가장 먼저 피고, 다음으로 벚꽃, 앵두꽃의 순으로 피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앵두꽃이 되레 가장 일찍 피었다. 현재 마당에선 세 종류의 하얀 꽃이 서로 마주보며 뽐내기를 하는 형국이다. 앵두꽃도 같이 담아 올리면 좋겠지만 계단 내려가기 귀찮아서 -_-; 관두기로.

 

 

살구꽃 벚꽃

 

6년 전에 밤벚꽃놀이 포스팅을 했을 때, 나는 벚꽃이 다 피었다가 눈송이처럼 후두둑 마구 떨어질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날 아버지는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면 앞으로 몇년이나 더 이런 꽃구경을 하겠나 싶어져 서글픈 생각이 들어 싫다고 하셨고, 나는 얼른 미안해져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앞으로 10년간은 해마다 벚꽃놀이 다니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아버지의 벚꽃구경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내 호언장담은 공수표가 되었다. 아버지가 그날로부터 석달도 안되어 돌아가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날 왜 하필 그런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는지, 두고두고 가슴이 아프고 새하얗게 피어난 벚꽃을 보면서도 문득문득 슬퍼진다. 동시에 예쁠 때 많이 봐두자는 생각도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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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자리

투덜일기 2013. 2. 8. 14:15

 

가구 옮기고, 집안 구석구석 찌든 때 벗기고
커튼 갈고 이불 빨고
나박김치 담그고...
체력은 국력!! 튼튼해져서 다행.

물긷는 건 안했으니 무수리 역할만 빼고 온갖 노동에 힘쓰느라 계속 책상 앞에 앉을 새가 없었는데 급히 이메일 하나 보내려고 간만에 컴퓨터 켠 김에 블로그도 들어와봤다. 덕수궁 답사도 다녀왔고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전시회도 봤지만 후기는 설날 지나고 심신의 여유가 있을 때 써야지... 

5년만에 우리집으로 돌아온 명절 준비, 드디어 이제 나가서 장 봐오고 대청소 한판 하면 얼추 사전준비는 끝이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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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놀잇감 2013. 1. 28. 23:13

지난 주말 하필 최저기온 영하 13도라는 날에 창경궁 답사를 가며, 덕수궁 못지않게 궁이 좁아서 30분이면 다 둘러보겠던데 3시간이나 무슨 설명을 하려나 좀 의아했었다. 그러나 웬걸... 너무 뺨시리고 손시려워서 볼펜과 수첩은 꺼낼 생각도 하지 않고 핫팩만 감싸쥔 채 열심히 들으며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다 지나가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궁궐은 무조건 창덕궁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창경궁도 아기자기 정말 예쁘다. 복원한지 몇년 되지 않아 너무 선명하고 화려해서 오히려 거부감 드는 다른 궁궐에 비해 예산 편성이 되질 않아 복원 속도도 가장 느리고 단청 색깔도 몹시 낡고 바란 것이 되레 더 정겨웠다. 마음 편히 산책하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와 구조인듯. 게다가 조선의 5대 궁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 셋(500년도 넘었다는 창덕궁 금천교 말고;;)은 글쎄 다 창경궁에 있었다!

 

 

광해군 때 세워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전각 셋 중 하나가 바로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이란다. 버스 내려서 횡단보도 건너기 직전에 건너편 길에서 얼른 한장 찍었더니만 수평이 안맞았다. ㅠ.ㅠ

창덕궁의 보조 궁궐 성격이 크다보니 규모와 품격도 낮아 중간에 문이 하나 생략되었고, 정문에서 곧장 정전이 들여다보이는 유일한 궁궐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명정전이랑 명정문, 홍화문 축이 일직선은 아니란다. 의도적으로 좀 틀어놓은 듯하다고...

추정되는 이유도 두 가지쯤 설명 들었는데, 하나는 화살 사정거리 때문이래고 나머지 하나는 뭐였더라... 까먹었다. ㅋ 

 

째뜬 바로 저 문밖까지 왕이 나와서 친히 백성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영조가 균역법 실시 전에 홍화문 밖에 나와 일종의 설문조사를 했단다!), 정조는 화성행차 이후에 쌀을 나눠주기도 했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정치적인 쇼였다지만 그래도 쌀 받아든 백성들은 감동하지 않았을까? +_+

 

창경궁 이론수업에서도 나왔던 <홍화문 사미도>가 안내책자에도 작게나마 들어있었다. 원래도 왕실 행사는 죄다 기록으로 남긴다지만 이런 기록까지 죄다 의궤로 꼼꼼하게 남기게 한 정조는 진짜 기록문화의 대가, 원조답다. 이런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 수많은 화원들은 또 뭔가! 문앞에 쳐놓은 차일까지도 대단히 정교하다. 앞으로 어디선가 의궤 전시회 한다고 그러면 꼭 달려가서 구경해야지... ㅠ.ㅠ

 

 

새삼 내가 찍어온 사진과 이 그림을 같이 놓고보니 차도로 잘려버린 홍화문 앞 마당이 더욱 초라해보인다. 어차피 왕도 사라졌고 조선의 궁궐이란 다 죽은 공간이지만, 문화재면 문화재답게 대우하고 보존하는 것도 나라의 수준과 함께 발전하는 것 같다. 문화재 보호도 다 먹고 살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

 

그나마도 율곡로로 잘려버린 창덕궁과 종묘를 잇는 공사가 요새 한참 진행중이다. 자동차는 지하로 다니게 하고 본래 창덕궁, 창경궁, 종묘로 이어졌던 숲을 일부나마 연결한단다. 그간 안국동에서 버스타고 대학로 가려면 무진장 막혀서 짜증냈었는데 알고보니 그 길 뚫는 공사였다. 앞으론 불편해도 암말 말아야지...

 

 

궁궐에서도 품계석이 서 있는 조정 마당에 들어설 때면, 문이 액자처럼 건너편 전각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거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 비슷하게 찍어본 것이 홍화문 정문에서 들여다본 명정문의 모습이다. 어차피 안에 들어가면 설명 듣느라 사진은 못 찍을 테니까....

 

날이 워낙 춥기도 하고, 창경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 인기도가 떨어지는 편이라 토요일 오후임에도 다른 관람객들이 많지 않아 좋았다. 저기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명정문도 그러니까 광해군이 임진왜란 이후 다시 지은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금천 위로 가로지르는 옥천교도 옛날 그 다리다. 더욱이 창경궁 금천에는 실제로 졸졸졸 물도 흐른다! 다 얼어붙긴 했지만 흐르는 물을 직접 확인했음. 창덕궁 금천은 물길이 말라버려 어느 지점에선가 일부러 물을 끌어다 흐르게 했다던데.

 

일제시대  창경원으로 전락하며서 가장 많이 훼손된 아픈 역사를 지닌 궁궐이면서 또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갖춘 건물이 제일 많기도 한 궁궐이라는 묘한 아이러니가 이곳의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린시절 흑백사진을 보면 정말로 창경원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 많다. 동물원에서 코끼리 과자 주는 사진도 있고, 드넓은 잔디밭에서 도시락 펴고 먹는 사진도 있고...

 

궁궐 안에서 보이는 너른 잔디밭은 곧 건물의 무덤이라는데(홍순민의 <우리궁궐 이야기>를 어제부터 다시 읽고 있다 ㅎㅎ), 그 옛날엔 까마득히 모르고 궁궐 전각의 무덤에서 신나게 뛰놀며 도시락을 까먹었구나 싶다. 일제는 조선왕실을 부정해야 하니 그렇다쳐도, 창경원은 80년대까지 있지 않았나? ㅋ

 

 

창경궁에선 특히나 광해군 때, 19세기에, 1980년대 이후에 각기 지은 건물이 공존하기 때문에 서로 지붕 모양이며 처마의 각도도 미묘하게 조금씩 다를 거라고 했는데(이건 또 대목장의 취향과도 관련된 문제란다;;), 나의 막눈으로야 당연히 구분하지 못했지만 최근에 새로 지은 경복궁 흥례문이나 창덕궁 인정문과는 확실히 좀 다른 것 같다. 같은 팔작지붕이라도 각이... 좀 더 예리하다고나 할까? 암튼 예쁘다. ㅎㅎㅎ

 

옥천교 앞에서 본 명정문

 

창덕궁도 후원을 돌아다니려면 언덕을 오르고 내리며 헉헉대야 할 때도 있고 높은 지대에서 아래쪽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도 있지만, 궁궐 전각들의 지붕을 조망하는 건 북촌 언덕에 올라야만 가능하다. 헌데 창경궁엔 높은 계단 위 언덕의 자경전 터에 서면 곧장 궁궐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숨도 고르면서 사진 한장 찍어도 된다고 해서 얼른 나도 찍어보았다.

 

오른쪽 사진 앞쪽에서 보이는 작은 건물은 후궁들의 처소로 추정되는 '집복헌'이다. 80년대 이후 복원해 놓은 건물이긴 하지만, 암튼 옛날 저기 있는 집복헌에서 사도세자와 순조가 탄생했단다. 정조는 순조를 낳은 수빈 박씨를 총애하여 자주 저기 드나들었대고, 아예 바로 옆으로 이어진 건물(영춘헌)을 독서실 겸 집무실로 쓰다 거기서 세상을 떠났단다. 정조 관련 이야기는 창덕궁에 더 많은 줄 알았더니만 아니었다. 사도세자를 위한 경모궁을 서울대학병원 터에 지어놓고 한달에 한번씩 특별히 드나들던 문(이름하여 '월근문')도 여기 있더라. +_+ 

 

그밖에도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여성 인물들의 거처도 다 창경궁에 있었다. 나름 자주 찾아다녔던 다른 궁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긴 전각 이름도 죄다 낯설고 어려워 공부를 한참 더 해야 턱턱 건물 이름이 생각날 것 같다. -_-; 째뜬 내게도 추억의 장소인 대온실도 구경했다. 궁궐과는 참 안어울리는 일제강점기의 잔재이지만 (당시엔 아시아 최대 온실이었다고;;) 이미 100년을 넘기고 보니 그 또한 등록문화재이고, 나름 아름답다. 궁궐 해설할 땐 안 들어간다는데 우리는 너무 추워서 잠시 들어가 몸을 녹였다.

 

원래 있던 희귀식물들은 죄다 과천 식물원으로 옮겼고 지금은 한국 자생식물들로 채워져 있단다. 봄가을에 시민들에게 야생화 모종 나눠주기 행사도 한다고...

어린 시절 난 저 온실 안에서 동생들이랑 술래잡기 하다가 뛰어다닌다고 다른 어른들에게 혼이 났던 것도 같다. 온실 안이었던 건 확실한데 어쩌면 남산 식물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창덕궁에 갈 때마다 인정전 꽃문살 참 예쁘다고 늘 한번 더 어루만졌는데, 그 또한 창경궁 명정전 문살이 '오리지널'이고 인정전과 근정전은 명정전을 본보기로 삼아 복원해 놓은 거란다. 어디서나 '원조', '오리지널'이라고 하면 왜 더 다시 보이는 건지 원. ㅎㅎㅎ 암튼 세월이 느껴지는 허름한 단청 빛깔도 원숙해 보이고, 일제시대에 전각이 있던 터까지 죄다 파버려서 복원하기에도 수월하지 않아 휑하니 사방에 빈터 투성이에다 건물 주변의 행각은 좀체 볼 수도 없는 창경궁은 그 허망한 느낌이 또 은근하게 좋았다. 다른 궁궐엔 눈 새하얗게 쌓였을 때 꼭 한번 가보고싶어지던데, 여긴 어쩐지 따뜻한 봄날에 다시 찾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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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답사

놀잇감 2013. 1. 22. 01:23

한옥의 역사와 궁궐의 역사, 이론 수업을 두 주일 하고 나니 벌써 궁궐답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최초의 조선 궁궐인 경복궁을 시작으로 일단 창덕궁까지. 경복궁은 가뜩이나 관람객 바글거리는 토요일 오후에 시끌시끌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창덕궁은 휴관일인 월요일에 교육생들만 특별 출입을 할 수 있어서 고즈넉하니 좋았지만 온종일 철철 비가 내렸다는 사실이 함정. 다행스럽게 이틀 다 날씨가 별로 안추웠지만, 경복궁은 허허발판이라 칼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역시나 영하였고 창덕궁엔 살얼음이 얼거나 얼어붙은 길이 다시 비에 녹아 미끌미끌 위험천만이었다. 완전무장 후 핫팩을 들고 다녔는데도 발시리고 손시리고 코시려워서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을만한 한겨울의 궁궐답사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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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믐날 써놓은 일기대로 새해 첫날엔 그간 계속 내린 눈을 고스란히 쓰고 있는 차에 눈도 치우고 집앞 계단에 얼어붙은 얼음도 삽으로 팍팍 찍어 깨뜨렸다. 뭔가 세상에(최소한 아래층 포함 이 집에 사는 몇 안되는 식구들에겐;;) 도움이 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 속에 들어와 특별히 맛있게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얼마 간의 비질, 삽질, 판때기질(?)로 오늘치 운동량을 채울 수 있을까말까 알량하게 계산도 하고... 물론 그림일기 용 사진도 찍었다. ^^v

 

 

 

겨울마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울 때 쓰는 물건은 흔히들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초록색 고무판때기다. '판때기질'이라 함은 그러니까 그 초록색 고무판으로 까치발을 들어가며 차 지붕에 있는 눈까지 밀어내고 퍼버리는 노동이다. 그러나 주말엔 날씨가 풀리면서 진눈깨비가 내려서 유리창엔 온통 얼음이 들러붙어있어 말끔하게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문도 얼어붙어 열려면 잡아 뜯어야하게 생겼으나, 어차피 토요일까진 탈 일 없으니 패스~

 

후련한 마음으로 들어와 있는데, 저녁먹고 나니 또 다시 온 동네 비질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눈이 또 내렸다. ㅠ.ㅜ 서울 적설량은 3.1cm. 한숨 쉬며 다시 내려가 마당과 계단에 쌓인 눈은 다시 처치했으되, 차를 덮은 눈은 그냥 냅두고 들어왔다. 밤새 또 내릴 지 몰라.

 

올 겨울 들어선 거의 사흘꼴로 눈이 내리는 느낌이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지만 작작 좀 내리시지...

 

말하자면 이건 그러니깐  밀렸다 쓰는 '어제 일기'다. 핑계라면 어젯밤에 다시 내린 눈 때문에 김이 샜다는 사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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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7.1도

투덜일기 2012. 2. 3. 03:59

어제 서울 기온이 무려 영하 17.1도였다. 체감온도는 당연히 영하 20도가 넘는다고 했다. 2월 한파로는 55년만이라나 뭐라나. 내 기억으론 평생 겨울 날씨를 다 합쳐도 이렇게 추운 날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암튼 이런 날은 그냥 집에 콕 박혀 있어야 좋을 텐데 하필 엄니 병원 예약일이었다. 시내 곳곳에 시동 안 걸리거나 시동 꺼져버린 차들이 널려 있다는 뉴스도 들었겠다, 이틀 전 쌓인 눈도 먼저 치워야해서 완전무장을 하고 미리 나가 차에 시동을 걸고 6-7센티미터쯤 쌓인 눈을 걷어내는데 어휴... 털장갑 낀 손이 금세 시렵고 뻣뻣해졌다. 어이춰!! 그나마 단번에 시동이 걸려주어 어찌나 기쁜지 원.
 
낮이라 기온이 꽤 올랐는데도 온도 확인을 해보니 영하 10도. 거리엔 다니는 차도 드물어 원래 집에서 10-15분쯤 걸리는 병원까지 딱 6분 걸렸다. 히터에서도 간신히 더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문제는 주차권 뽑는 기계 앞에서 창문이 열리다 말고 잘 안내려가더라는 것. 눈맞고 나서 녹았던 물이 얼어붙어 아예 창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는 전에도 겪어봤으나, 이번엔 반뼘쯤 내려가다 말고 윙윙거리기만 했다. 켁. 강추위에 옥외역에서 지하철 문이 안닫혀 난리가 났다더니만 그 비슷한 현상인가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차문을 열고 주차권을 받았다. 그 추위에 한데 서서 주차권 뽑아주는 사람들 불쌍도 하여라...

오늘도 서울은 영하14도까지 내려간단다. 그렇게 춥거나 말거나 많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 추위 속으로 나설 것이다. 문득 남극의 혹한을 묵묵히 견디느라 서로 어깨를 맞대고 모여 번갈아가며 온기를 나누는 펭귄들 생각이 났다. 따뜻한 방안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며 그래도 동면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나는 비유하자면 부모의 발등을 딛고 따뜻한 뱃속(영하 40도를 넘는 남극의 추위 속에서도 펭귄의 뱃속은 35도를 유지한단다;;)에 들어있는 철부지 새끼펭귄 쯤 되려나. 한겨울의 쨍한 추위가 한여름 더위보다 훨씬 낫다는 사람들을 나로선 절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기록적인 한파 때문인지 나도 쨍하고 얼얼한 추위에 한 자락 제정신이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몇달치 먹이를 한꺼번에 먹어 몸을 불린 채 겨울잠을 자도, 봄에 깨어나면 체중이 절반으로 줄어 굶어죽기 직전이라는 곰탱이보다야 그래도 매일매일 타고난 식탐을 만족시키며 노동하는 쪽이 낫겠다. 아무렴. 그렇긴 해도 영하 17도는 좀 심했다. 주말부턴 풀린다고 했으니 부디 더는 무시무시한 추위야 오지 마라. 입춘이 바로 내일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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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투덜일기 2011. 12. 7. 20:34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눈에 들어온 크리스마스 트리.
종교와 상관없이 불 밝힌 트리 장식을 보면 반사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졌었는데 이젠 그런 감흥도 없이 12월을 실감하며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병원 로비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텐데...
그러고 보니 아직 첫눈을 구경하지 못했다. 날도 추워진다는데 예고없이 돌연 눈이나 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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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

투덜일기 2010. 12. 12. 23:57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몰랐는데, 오늘은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6도였대고 내일모레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한파주의보가 발효될 예정이란다. 말만 들어도 부르르 몸이 떨리는 영하 10도라는 숫자에 벌써부터 어깨가 움츠러든다. 겨울만 되면 남반구로 도망치거나 동면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여름형 인간인 나는 통일이 된다고 해도 중강진 같은 데선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암튼 본격 겨울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집안을 둘러보니 제대로 월동준비를 해놓지 않았다. 내가 작업할 때 발치에 놓아두고 쓰는 작은 전기난로야 없어서는 안될 한겨울 필수품이고, 선풍기처럼 생긴 온열기는 내놓아도 거의 쓰는 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꺼내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데 말이다. 올초에도 한껏 게으름을 부리다 봄이 다 지나가도록 난로를 방치하다 간신히 넣어두었는데, 계절을 바꿔 이어지는 게으름은 노상 내 뒤통수를 친다. 겨울용품은 이상스레 봄기운이 완연한 뒤에도 잘 안치우게 되서, 자동차 털방석도 봄에 남들이 눈치 줄 때까지 깔고 다녔다. 오래 된 차라서 요즘 신형 자동차처럼 자동차 시트에 열선이 안깔려 있기 때문에 나처럼 추위로 엄살 떠는 인간은 털방석이 필수인데, 그동안은 엉덩이 시려운 줄도 몰랐구나야. 

아파트 같은 데와 달리 낡은 주택은 구석구석 찬바람 새어들어오는 데가 많아서 원래는 엄마 방 문풍지도 갈아 붙였어야 했다. 창틀과 창문까지 새로 단 내 방과 달리 왕비마마 방 창문은 단열이 영 시원찮기 때문이다. 나야 아무리 추워도 매일 잠깐은 창문을 열어두어야 숨쉬기에 지장이 없지만, 방문으로 환기시키면 된다고 주장하시는 왕비마마의 방은 아버지 계실 땐 아예 겨우내 밀봉하기도 했었는데, 그것까지 내가 도맡기엔 일이 너무 크다. 그래도 작년엔 스티커 떼서 붙이기만 하면 되는 문풍지 사다가 창문틈을 죄다 막아 드렸건만 올해는 정말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난로를 틀어대서 전기요금을 더 내든, 보일러를 틀어대서 가스비를 더 내든 전체 난방비로 따지면 그게 그거니까 겨울엔 그냥 절약하지 말고 마음 편히 따뜻하게 살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겨울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고 뭐고 일단 사람이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추우면 난 정말 살기가 싫다. ㅠ.ㅠ) 영하 10도를 넘어가면 온종일 휭휭 돌아가는 낡은 보일러도 쯤 불쌍할 정도다.

사람의 체온이 참 훌륭한 난로여서 넓지도 않은 집이건만 오도카니 두 모녀가 서성거릴 때는 똑같이 보일러 온도를 맞춰놓아도 어쩐지 썰렁한 느낌인데, 동생네가 놀러오면 금세 후끈후끈 열기가 감돈다. 애들이야 워낙 에너지로 똘똘 뭉친 불덩이라 쳐도, 그러고 보니 제일 뜨거운 인간난로였던 아버지가 계실 땐 세 식구라도 그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양털 실내화를 못 벗는 날씨에도 아버지는 반팔 속옷바람으로 돌아다니시는 양반이셨으니 오죽할까. 하기야 3년 전만 해도 이런 월동준비 따위엔 신경조차 안써도 되는 편한 팔자였구나. "아빠, 춥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그만이었던 그때를 그리워하는 게 이런저런 귀찮음을 피하려는 이기심 때문일까봐 문득 죄스럽다. 스산한 마음엔 그저 보일러 온도나 올릴밖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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