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투덜일기 2013. 9. 4. 00:36

아침저녁으론 확실히 가을이 왔구나 싶다가 낮엔 다시 잠깐 여름으로 돌아가는 환절기. 아직 한폭짜리 얇은 여름이불로 버티고는 있는데 짧은 내 한 몸이 간신히 가려지는 크기라 새벽엔 어디 한 군데 밖으로 나올세라 꽁꽁 조심스레 감싸야 할 정도로  밤기운이 서늘하다. 인견으로 된 좀 더 큰 여름이불로 갈아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중.

 

환절기보다는,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히 눈에 띄는 '간절기 최적 핫아이템'처럼 '간절기'라고 해야 여름과 가을 사이의 요즘 같은 때를 콕 찝어 가리키는 것 같지만, '간절기'는 당연히 표준어도 아니고 더욱이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듯하니 이왕이면 쓰지 말아야지.  

 

선풍기도 플러그를 아예 뽑아놓은지 며칠 되었다. 햇빛에 뜨거워진 차안은 아직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할 때도 있지만, 싸늘한 에어컨 바람이 돌면 금방 목이 싸아 해지면서 목감기에 걸릴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든다. 겨울이 찾아와 또 영하 십몇도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올 여름의 습하고 뜨거운 날씨는 절대로 그립지 않을 거라 지금부터 장담하고 있지만... 활짝 열어두고 살았던 베란다와 방 창문을 슬며시 닫으며 아, 계절은 왜 이렇게 무정한가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 가을 싫은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는 또 나에겐 털갈이의 계절인지 탈모의 계절인지... 아님 여름내 꽁꽁 잡아당겨 묶고 살았던 머리칼의 급격한 피로 때문인지(이런 걸 견인성 탈모라고 할 수도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머리칼은 또 왜 이리 숭숭숭 빠지나말이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양손에 뒤덮인 머리칼이 너무 많아서 조금 무서울 지경이다. 분명 작년 이맘때도 그랬다고 위로하며 어쩐지 더욱 휑해진 정수리를 이리저리 쓸어넘겨 가려본다.

 

그러고는 또 다시 옷타령. 요샌 뭘 입고 나가도 마뜩찮다. 아직 긴팔 셔츠로 종일 버티는 건 덥고 반팔로 버티자니 썰렁하고 그간 입었던 카디건은 왜 너무 길거나 너무 짧은지? ㅋ 많은 식구들의 와글와글거리는 체온으로 분명 에어컨 바람이 필요할 듯한 이른 명절엔 또 추석빔으로 뭘 입고 손님맞이를 해야하나 벌써부터 머리를 굴리고 앉았다. 

 

 

어쩔라고 쓰기 시작했는지 마무리가 안돼서 얼렁뚱땅 노래 링크. ㅋ

 

거짓말 같이 맑은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면

무더운 날이 없던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계절은 오는데...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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