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08.04.20 야간 자전거 타기 6
  2. 2008.03.24 첫날의 사건 20
  3. 2008.03.23 내 자전거 18
  4. 2007.05.12 자전거 문답 8
  5. 2007.03.22 알량한 나의 운동 역사 11

야간 자전거 타기

놀잇감 2008. 4. 20. 21:25
자전거 장만 후 처음 타러 나갔던 날 단단히 혼이 났기 때문에 그동안엔 선뜻 느루를 끌고 홍체천엘 나가지 못했다. 그간 원고마감 폭풍을 지나며 잠자는 시간이 이랬다저랬다 불규칙해지면서 계속 맥이 떨어져 운동을 나서기는커녕 밥만 먹고도 소화시키는 게 힘들어 드러누워 지내는 한심한 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운동은 일부러 시간 내서 하지 않으면 안하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이번 주말엔 기필코 느루를 끌고 나가리라 마음먹고도 어제는 엄마 핑계로, 볕 좋은 일요일 오후엔 내내 병든 짐승마냥 꾸벅꾸벅 졸거나 소파에 늘어진 감자자루 꼬락서니로 지내다 급기야 불끈 주먹을 쥐고서 야간 자전거 타기에 나섰던 것.

첫날에도 홍제천 산책로에서만 탈 때는 수월하더니 역시 평이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살살 달리는 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딱딱한 안장에 닿은 엉덩이가 좀 아프긴 했지만^^; 별로 땀도 나지 않았고, 얼음까지 띄워 담아간 물통이 민망할 정도로 목이 마를 일도 없었는데,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아이들과 부딪칠까봐 걱정스러웠던 몇 번의 순간을 제외하면 두번째 느루 타기는 대단히 흡족한 편이었다.
우리집 앞에서 모래내 다리앞까지 약 3킬로미터 거리인데 거길 왕복했으니 6km를 달렸다는 얘기! ^^*
사실 마라톤화를 장만해 알량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에도 집앞에서 1.5킬로미터 정도 되는 홍남교까지밖엔 가본 적이 없어서, 나머지 산책로는 오늘 처음 구경한 셈이었는데 우리 동네 앞보다 꽃밭도 더 많고 중간에 키가 높이 자란 갈대 같은 것도 몇 개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강에 더 가까이 가면 더 놀라운 수생식물들을 만나게 될까? +_+
물론 늙은 딸이 또 운동하다 무슨 일 날까봐 전전긍긍하며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랑 통화하느라 중간에 두 번이나 쉬기는 했지만, 다음번에도 천천히 조심조심 달리면 한강 고수부지까지 가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거의 한달만에 느루를 외출 시킨 덕분인지, 잠깐이나마(그래도 집앞 언덕에서 끌고 내려가고 끌고 올라오고 하는 시간까지 1시간은 넘게 걸렸다) 운동을 한 덕분인지 온종일 노곤하게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은 많이 가뿐해졌다.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 좋은 봄날이니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세번은 느루를 타고 나가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과연 잘 지켜질 것인지...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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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사건

투덜일기 2008. 3. 24. 21:50
온종일 비가 내렸던 어제와 달리 햇빛이 쨍하고 얼굴을 드러낸 월요일.
바람이 좀 불기는 했지만 자전거 타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 같았다.

내가 자전거를 장만한 목적은 여러가지였다.
첫째, 여실한 본인의 운동부족 타파.
둘째, 매일 햇빛 쪼이기가 필수적임에도 혼자선 좀처럼 대낮 산책을 꺼리는 왕비마마를 이끌고 운동 나가기.
셋째, 길이 좀 험난하기는 하지만 편도 4km에 불과한 작업실까지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여 휘발유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동참. -_-;;
넷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토룡마을 자전거모임 참석 ^^
.
.

그리하여...
몇년만에 한번씩 오랜만에 꽤 오래 자전거를 타도 큰 무리는 없었던 <젊은 시절>의 나(생각해보니 모두 2, 30대였더군)를 과신했던 나는 겨우 첫날인 주제에 위 목적 가운데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내 공간으로 얼마나 더 남게 될지 알 수 없는 작업실에 하루라도 더 나가 일하자는 생각에
가방을 챙겨들고 (배낭이 아니라 크로스백을 무겁게 둘러맨 것부터 실수였음)
엄마를 독촉해 일단 집앞 산책로로 내려가 느루를 달려보니 거침없이 페달이 밟혀 작업실 아니라
한강까지라도 단숨에 갈 수 있을 <듯> 했다. -_-;;



위험하게 작업실까지 가는 건 무리라며 큰 걱정을 해대는 엄마에게 도착하자마자 전화할 터이니 걱정 마시라고 큰소리를 뻥뻥 친 나는 드디어 산책로를 벗어나 도로로 올라와 인도에서 살살 느루를 몰았다.
그러나... 좁은 인도에 오가는 수많은 초등학생과 행인들 때문에 계속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무리였고
상당부분 그냥 끌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인적이 드문 일방통행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아뿔싸... 처음엔 신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오를 수 있었던 야트막한 언덕이 끝쪽엔 급경사라 하는 수 없이 다시 느루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하는
형편이었고, 차로 다닐 땐 그저 완만하게만 느꼈건만 꽤나 가파른 언덕의 울퉁불퉁 좁은 인도에서
느루를 끌고 내려오자니 목표까지 절반도 못 간 지점에서 이미 내 욕심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곧장 다시 집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좋았는데...
사람 많은 데선 느루를 끌다가 다시 인적이 드문 곳에선 느루를 타고 달리다
가파른 집앞 언덕에선 당연히 느루를 끌고 끙끙 헉헉거리며 올라오려니... 우리 집으로 이어지는
골목 모퉁이를 돌 무렵엔 숨이 너무 차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을 듯했다.
집을 10미터쯤 앞둔 골목에서 그만 느루를 세워놓고 땅바닥에 주저 앉은 것. ㅠ.ㅠ
다행히도 언덕 아래엔 빨간 옷을 입은 왕비마마가 올라오고 계셨기에 손까지 흔들어 주었는데...
엄마가 반색을 하며 작업실까지 안 가고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이
나는 차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귀가 윙윙 울리더니 앞이 캄캄해졌다.
운동 안하던 인간이 갑작스레 심한 운동을 해 심장에 무리를 주면 죽을 수도 있다더니
내가 그꼴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덜컥 들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_-;;

다행히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고
세발자국 걷고 다시 주저앉아 머리를 다리 사이로 숙이고 호흡을 가다듬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동네 사람들이 어서 119를 불러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성화를 해대는 와중에
가까스로 괜찮다며 집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

집안에 들어와 누워서도 거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듯 숨이 가쁘고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는데
옆에서 완전 식겁한 엄마는 우황청심원을 마시고도 계속해서 무서워 엉엉 우시고
나 역시 스스로가 부끄럽고 겁도 나고 하여간 정말로 죽. 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누운 채로 엄마를 달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을 차려 혈압을 재달라고 하니
80에 42, 맥박도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엄마는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며 또 울음을 터뜨리고...
.
.

저녁까지 계속 누워서 쉬었으므로 당연히 혈압과 맥박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지금은 거의 멀쩡하다. ^^*

엄마는 자전거를 사준 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괜히 호통을 치시고 지금도 아까 생각만 하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아.. 민망해 죽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딱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제 체력과 실력도 모르는 주제에 기분만 믿고 무턱대고 난리를 피우다니...
첫날부터 이런 창피한 사건을 벌였으니 앞으로는 정말로 아주 살살 <느루> 타야한다는 무서운 교훈을 얻었다.
ㅠ.ㅠ
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할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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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놀잇감 2008. 3. 23. 22:40
1년 넘게 별렀던 <내> 자전거가 드디어 생겼다. ^^
어제부터 만 하루 넘게 세워두고 구경만 하고 있는데(조립직후 차에 실어 오기 전에 약 15미터쯤 시승하긴 했다) 쳐다볼 때마다 정말로 얼굴에 미소가 벌벌 흐른다.

루이가노와 스트라이다, 다혼의 미니벨로들까지 모두 판매하는 멀지 않은 매장을 막내동생이 알려준지 몇달만에 벼르고 별러서 어제 전격 쇼핑에 나섰고, 매장에서도 1시간 가까이 고민하다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내가 선택한 건 하얀색 우베공.

벨로가 추천해준 미니벨로 가운데서 나름 마음속으로 점찍어둔 <루이가노, 우베공, 커브, 보드워크, 비테세> 가운데 매장에 가면 텔레파시가 통하듯 나의 단짝이 되어줄 자전거가 빛을 뿜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나의 우유부단함은 자전거를 살 때도 여지없이 걸림돌이 되었다.
하얀 우베공과 베이지색  보드워크 사이에서 좀처럼 선뜻 고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일단 커브와 비테세는 몸판을 가로지르는 가로대가 옆에서 보면 넙적하여 내가 추구하는
가늘가늘하고 날렵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일찌감치 물망에서 제외되었고
루이가노 역시 매장엔 너무 비싼 모델만 있기도 했지만 핸들을 잡아보니 어쩐지 약간 무시무시한 느낌이랄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색깔도 진밤색과 검정색 뿐 -_-;;)

하늘색 우베공은 이미 벨로가 장만하였음을 알고 있기에 똑같은 걸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차피  하늘색은 수입할 때 작은 사이즈가 아예 들어오질 않았대고, 작은 사이즈로 물건이 있는 건 흰색, 분홍, 빨강 뿐 베이지색과 검정 따위도 아예 작은 크기는 이번에 수입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저기 팽배된 색깔의 성별화에 또 한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보드워크는 크기가 하나이고 은은한 베이지색이 마음에 들었으나 핸들 세로축이 전체적으로 은색이라는 점과 프레임에 새겨진 로고가 우베공보다 예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
ㅎㅎ 나 같은 자전거인생 초보에게 성능 따위는 얼추 비슷하다 여겨졌으니 일단 사양 비교는 뒷전이고 예쁜 게 더 중요하기 마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게 선택의 고민을 준 문제의 보드워크와 우베공)

조카들까지 거느리고 가서 매장 사장님과 사모님을 오랜 시간 고문하듯 창고와 매장을 오간 끝에
결국 베이지색 보드워크를 살 것 같다는 사장님의 추측과 달리 나는 구름빛깔의 우베공을 골랐고
(다혼에서 베이지색은 sand, 흰색은 cloud라고 표현하는데 구름빛깔이라니 흰색보다 얼마나 멋진가!)
후련한 마음으로 박스를 뜯어 조립을 기다렸다.

고르기만 하면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자전거 구입은 그 뒤로도 꽤나 시간이 걸려, 지켜보는 우리는 계속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조립을 마치고도 내 키와 뒷굽이 높은 운동화에 맞춰 -_-;; 안장 높이를 정하고, 팔자 걸음을 걷는 터라 페달도 똑바로 제대로 못 밟는 나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한 잠깐의 교육을 받으며 나는 진땀을 약간 흘렸다. ㅋㅋ

매장을 나와 잠깐 골목길에서 새 자전거를 타보았는데, 워낙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어찌나 페달이 휙휙 잘 돌아가고 금세 속도가 나는지 약간 걱정스러울 정도였으나 일단은 차에 고이 모셔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선
바퀴에 묻은 흙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에 세워둔채 계속 감상중이다.

오늘 하필 비가 오지 않았다면 당장 홍제천변으로 달려갔겠지만
며칠 또 이렇게 뜸들이며 감상만 하는 묘미도 괜찮을 것 같다. ㅎㅎㅎ

참... 이름도 정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자전거를 사면 꼭 한글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해둔 이름은 없었는데
어제 오늘 이리저리 찾아보고 고심한 끝에 <느루>라고 부르기로 했다.
<느루>는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지닌 부사로
"하루라도 느루 쓰는 것이 옳고..."와 같이 쓰인단다.
다들 빠르게 살지만 나 혼자 느릿느릿 살아도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워낙 게으른 내 성향과도 잘 맞는데다
늘 일을 몰아쳐서 해치우는 그릇된 작업 습관을 반성도 할 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누룽지'랑도 어감이 비슷해 이래저래 마음에 든다.
우베공이 어떤 이들에겐 속도계가 필요할 만큼 제법 빠른 자전거라지만 매연 뿜는 자동차에 비길까.
지금 같아선 나는 그냥 휘휘 바람을 가르는 느낌을 만끽할 정도로만 달릴 생각에 그저 흐뭇하고 행복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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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문답

놀잇감 2007. 5. 12. 17:11
자전거타고 싶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라고 지다님이 권하셨고
신이 나서 냉큼 바톤을 받았다. ㅎㅎ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꽤 됐다.
알량하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옆을 슝슝 지나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부러웠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하고나서 달리다 멈추는 문제 때문에 겁을 집어먹게 되면서는
안정감 있게 자전거 타는 이들이 부러웠으니까...
그리고는 벨로의 자전거 예찬과 미니벨로 소개 포스팅이 이어졌고
토룡왕국 식구들의 자전거 찬양 분위기에 휩쓸려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데다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몹시 위험천만하기 때문에  
아직도 자전거를 장만하면 어떻게 이용하게 될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집앞에 난 홍제천변 산책로를 위로삼아
올 생일선물 목록 1위는 어쨌든 미니벨로다. ^^*
그러니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는 것이 그리 '미친짓'만은 아니라 여기련다.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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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부쩍 헬스장엘 등록하고
요가 학원엘 다니거나, 최소한 요가 테이프를 보며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수영장엘 다니고
달리기 동호회에 들어서 거의 매일 저녁 1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리를 달리고
매주 2번씨 꼬박 등산을 가는 등
운동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측근들이 부쩍 늘었다.

반면에 나는 간간이 밤마다 드라마 보는 사이 해주던 스트레칭을 관둔 게 두 달도 넘었다.
왕비마마한테는 운동 안한다고 만날 잔소리와 구박을 퍼부으면서
정작 나는 운동과 완전히 담을 쌓고 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씩 위기감이 느껴지면서 나도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 싶어진다.

늘 어깨가 결리는 직업병도 매일 30분만 걸어주면 거뜬히 사라진다는 걸 겪어봐서 알기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긴 하되, 실천이 어려운 것이 나의 큰 문제이고 보니
돌아보면 내 운동의 역사는 참으로 알량하기 그지없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정리를 좀 해보기로 했다.
그럼 또 혹시 아나?
다시 가열차게(!) 운동을 하겠단 생각이 들지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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