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장만 후 처음 타러 나갔던 날 단단히 혼이 났기 때문에 그동안엔 선뜻 느루를 끌고 홍체천엘 나가지 못했다. 그간 원고마감 폭풍을 지나며 잠자는 시간이 이랬다저랬다 불규칙해지면서 계속 맥이 떨어져 운동을 나서기는커녕 밥만 먹고도 소화시키는 게 힘들어 드러누워 지내는 한심한 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운동은 일부러 시간 내서 하지 않으면 안하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이번 주말엔 기필코 느루를 끌고 나가리라 마음먹고도 어제는 엄마 핑계로, 볕 좋은 일요일 오후엔 내내 병든 짐승마냥 꾸벅꾸벅 졸거나 소파에 늘어진 감자자루 꼬락서니로 지내다 급기야 불끈 주먹을 쥐고서 야간 자전거 타기에 나섰던 것.
첫날에도 홍제천 산책로에서만 탈 때는 수월하더니 역시 평이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살살 달리는 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딱딱한 안장에 닿은 엉덩이가 좀 아프긴 했지만^^; 별로 땀도 나지 않았고, 얼음까지 띄워 담아간 물통이 민망할 정도로 목이 마를 일도 없었는데,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아이들과 부딪칠까봐 걱정스러웠던 몇 번의 순간을 제외하면 두번째 느루 타기는 대단히 흡족한 편이었다.
우리집 앞에서 모래내 다리앞까지 약 3킬로미터 거리인데 거길 왕복했으니 6km를 달렸다는 얘기! ^^*
사실 마라톤화를 장만해 알량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에도 집앞에서 1.5킬로미터 정도 되는 홍남교까지밖엔 가본 적이 없어서, 나머지 산책로는 오늘 처음 구경한 셈이었는데 우리 동네 앞보다 꽃밭도 더 많고 중간에 키가 높이 자란 갈대 같은 것도 몇 개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강에 더 가까이 가면 더 놀라운 수생식물들을 만나게 될까? +_+
물론 늙은 딸이 또 운동하다 무슨 일 날까봐 전전긍긍하며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랑 통화하느라 중간에 두 번이나 쉬기는 했지만, 다음번에도 천천히 조심조심 달리면 한강 고수부지까지 가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거의 한달만에 느루를 외출 시킨 덕분인지, 잠깐이나마(그래도 집앞 언덕에서 끌고 내려가고 끌고 올라오고 하는 시간까지 1시간은 넘게 걸렸다) 운동을 한 덕분인지 온종일 노곤하게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은 많이 가뿐해졌다.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 좋은 봄날이니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세번은 느루를 타고 나가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과연 잘 지켜질 것인지... ^^;;
밤중에 타러 나갔으니 느루의 늠름한 모습을 또 다시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고, 이건 자전거 사온 다음날엔가 막내가 훌륭한 카메라로 찍어준 거다.
오늘도 엄마랑 잠시 통화하는 사이 벤치 옆에 앉으셨던 아줌마들이 느루 예쁘다고, 씽씽 잘 나가게 생겼다고, 물통 멋있다고 거듭 칭찬하셨다. 오히려 느루에 비해 주인의 자전거 타는 솜씨가 서툴러서 그게 더 민망했다. 옛날엔 나도 꽤나 잘 탔던 거 같은데 앞에 사람들만 나타나면 마구 핸들이 흔들리고, 특히 꼬마애가 앞에서 튀어나오면 무조건 나도 모르게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안장에서 엉덩이가 떨어진다. -_-;;
2인용 자전거 앞에서 운전하던 솜씨는 어디로 간 게냐. 으휴...
자꾸 타면 실력도 늘겠지..
아참.. 야간에 타기도 오늘 처음이라 헤드라이트 성능도 처음 시험해 봤는데 번쩍번쩍거리는 점멸 기능까지 있어 신기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옛날 아날로그 방식대로 페달을 돌려 전등 밝기가 밝아지는 발전기식 라이트가 살짝 그리웠다. 여기도 그런 라이트 달 수 있나? 나중에 흙받이 달러 가게 되면 알아봐야지 ^^
온종일 비가 내렸던 어제와 달리 햇빛이 쨍하고 얼굴을 드러낸 월요일.
바람이 좀 불기는 했지만 자전거 타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 같았다.
내가 자전거를 장만한 목적은 여러가지였다.
첫째, 여실한 본인의 운동부족 타파.
둘째, 매일 햇빛 쪼이기가 필수적임에도 혼자선 좀처럼 대낮 산책을 꺼리는 왕비마마를 이끌고 운동 나가기.
셋째, 길이 좀 험난하기는 하지만 편도 4km에 불과한 작업실까지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여 휘발유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동참. -_-;;
넷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토룡마을 자전거모임 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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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몇년만에 한번씩 오랜만에 꽤 오래 자전거를 타도 큰 무리는 없었던 <젊은 시절>의 나(생각해보니 모두 2, 30대였더군)를 과신했던 나는 겨우 첫날인 주제에 위 목적 가운데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내 공간으로 얼마나 더 남게 될지 알 수 없는 작업실에 하루라도 더 나가 일하자는 생각에
가방을 챙겨들고 (배낭이 아니라 크로스백을 무겁게 둘러맨 것부터 실수였음)
엄마를 독촉해 일단 집앞 산책로로 내려가 느루를 달려보니 거침없이 페달이 밟혀 작업실 아니라
한강까지라도 단숨에 갈 수 있을 <듯> 했다. -_-;;
위험하게 작업실까지 가는 건 무리라며 큰 걱정을 해대는 엄마에게 도착하자마자 전화할 터이니 걱정 마시라고 큰소리를 뻥뻥 친 나는 드디어 산책로를 벗어나 도로로 올라와 인도에서 살살 느루를 몰았다.
그러나... 좁은 인도에 오가는 수많은 초등학생과 행인들 때문에 계속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무리였고
상당부분 그냥 끌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인적이 드문 일방통행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아뿔싸... 처음엔 신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오를 수 있었던 야트막한 언덕이 끝쪽엔 급경사라 하는 수 없이 다시 느루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하는
형편이었고, 차로 다닐 땐 그저 완만하게만 느꼈건만 꽤나 가파른 언덕의 울퉁불퉁 좁은 인도에서
느루를 끌고 내려오자니 목표까지 절반도 못 간 지점에서 이미 내 욕심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곧장 다시 집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좋았는데...
사람 많은 데선 느루를 끌다가 다시 인적이 드문 곳에선 느루를 타고 달리다
가파른 집앞 언덕에선 당연히 느루를 끌고 끙끙 헉헉거리며 올라오려니... 우리 집으로 이어지는
골목 모퉁이를 돌 무렵엔 숨이 너무 차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을 듯했다.
집을 10미터쯤 앞둔 골목에서 그만 느루를 세워놓고 땅바닥에 주저 앉은 것. ㅠ.ㅠ
다행히도 언덕 아래엔 빨간 옷을 입은 왕비마마가 올라오고 계셨기에 손까지 흔들어 주었는데...
엄마가 반색을 하며 작업실까지 안 가고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이
나는 차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귀가 윙윙 울리더니 앞이 캄캄해졌다.
운동 안하던 인간이 갑작스레 심한 운동을 해 심장에 무리를 주면 죽을 수도 있다더니
내가 그꼴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덜컥 들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_-;;
다행히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고
세발자국 걷고 다시 주저앉아 머리를 다리 사이로 숙이고 호흡을 가다듬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동네 사람들이 어서 119를 불러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성화를 해대는 와중에
가까스로 괜찮다며 집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
집안에 들어와 누워서도 거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듯 숨이 가쁘고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는데
옆에서 완전 식겁한 엄마는 우황청심원을 마시고도 계속해서 무서워 엉엉 우시고
나 역시 스스로가 부끄럽고 겁도 나고 하여간 정말로 죽. 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누운 채로 엄마를 달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을 차려 혈압을 재달라고 하니
80에 42, 맥박도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엄마는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며 또 울음을 터뜨리고...
.
.
저녁까지 계속 누워서 쉬었으므로 당연히 혈압과 맥박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지금은 거의 멀쩡하다. ^^*
엄마는 자전거를 사준 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괜히 호통을 치시고 지금도 아까 생각만 하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아.. 민망해 죽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딱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제 체력과 실력도 모르는 주제에 기분만 믿고 무턱대고 난리를 피우다니...
첫날부터 이런 창피한 사건을 벌였으니 앞으로는 정말로 아주 살살 <느루> 타야한다는 무서운 교훈을 얻었다.
ㅠ.ㅠ
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할걸.
1년 넘게 별렀던 <내> 자전거가 드디어 생겼다. ^^
어제부터 만 하루 넘게 세워두고 구경만 하고 있는데(조립직후 차에 실어 오기 전에 약 15미터쯤 시승하긴 했다) 쳐다볼 때마다 정말로 얼굴에 미소가 벌벌 흐른다.
루이가노와 스트라이다, 다혼의 미니벨로들까지 모두 판매하는 멀지 않은 매장을 막내동생이 알려준지 몇달만에 벼르고 별러서 어제 전격 쇼핑에 나섰고, 매장에서도 1시간 가까이 고민하다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내가 선택한 건 하얀색 우베공.
벨로가 추천해준 미니벨로 가운데서 나름 마음속으로 점찍어둔 <루이가노, 우베공, 커브, 보드워크, 비테세> 가운데 매장에 가면 텔레파시가 통하듯 나의 단짝이 되어줄 자전거가 빛을 뿜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나의 우유부단함은 자전거를 살 때도 여지없이 걸림돌이 되었다.
하얀 우베공과 베이지색 보드워크 사이에서 좀처럼 선뜻 고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일단 커브와 비테세는 몸판을 가로지르는 가로대가 옆에서 보면 넙적하여 내가 추구하는
가늘가늘하고 날렵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일찌감치 물망에서 제외되었고
루이가노 역시 매장엔 너무 비싼 모델만 있기도 했지만 핸들을 잡아보니 어쩐지 약간 무시무시한 느낌이랄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색깔도 진밤색과 검정색 뿐 -_-;;)
하늘색 우베공은 이미 벨로가 장만하였음을 알고 있기에 똑같은 걸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차피 하늘색은 수입할 때 작은 사이즈가 아예 들어오질 않았대고, 작은 사이즈로 물건이 있는 건 흰색, 분홍, 빨강 뿐 베이지색과 검정 따위도 아예 작은 크기는 이번에 수입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저기 팽배된 색깔의 성별화에 또 한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보드워크는 크기가 하나이고 은은한 베이지색이 마음에 들었으나 핸들 세로축이 전체적으로 은색이라는 점과 프레임에 새겨진 로고가 우베공보다 예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
ㅎㅎ 나 같은 자전거인생 초보에게 성능 따위는 얼추 비슷하다 여겨졌으니 일단 사양 비교는 뒷전이고 예쁜 게 더 중요하기 마련이다.
(내게 선택의 고민을 준 문제의 보드워크와 우베공)
조카들까지 거느리고 가서 매장 사장님과 사모님을 오랜 시간 고문하듯 창고와 매장을 오간 끝에
결국 베이지색 보드워크를 살 것 같다는 사장님의 추측과 달리 나는 구름빛깔의 우베공을 골랐고
(다혼에서 베이지색은 sand, 흰색은 cloud라고 표현하는데 구름빛깔이라니 흰색보다 얼마나 멋진가!)
후련한 마음으로 박스를 뜯어 조립을 기다렸다.
고르기만 하면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자전거 구입은 그 뒤로도 꽤나 시간이 걸려, 지켜보는 우리는 계속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조립을 마치고도 내 키와 뒷굽이 높은 운동화에 맞춰 -_-;; 안장 높이를 정하고, 팔자 걸음을 걷는 터라 페달도 똑바로 제대로 못 밟는 나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한 잠깐의 교육을 받으며 나는 진땀을 약간 흘렸다. ㅋㅋ
매장을 나와 잠깐 골목길에서 새 자전거를 타보았는데, 워낙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어찌나 페달이 휙휙 잘 돌아가고 금세 속도가 나는지 약간 걱정스러울 정도였으나 일단은 차에 고이 모셔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선
바퀴에 묻은 흙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에 세워둔채 계속 감상중이다.
오늘 하필 비가 오지 않았다면 당장 홍제천변으로 달려갔겠지만
며칠 또 이렇게 뜸들이며 감상만 하는 묘미도 괜찮을 것 같다. ㅎㅎㅎ
참... 이름도 정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자전거를 사면 꼭 한글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해둔 이름은 없었는데
어제 오늘 이리저리 찾아보고 고심한 끝에 <느루>라고 부르기로 했다.
<느루>는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지닌 부사로
"하루라도 느루 쓰는 것이 옳고..."와 같이 쓰인단다.
다들 빠르게 살지만 나 혼자 느릿느릿 살아도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워낙 게으른 내 성향과도 잘 맞는데다
늘 일을 몰아쳐서 해치우는 그릇된 작업 습관을 반성도 할 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누룽지'랑도 어감이 비슷해 이래저래 마음에 든다.
우베공이 어떤 이들에겐 속도계가 필요할 만큼 제법 빠른 자전거라지만 매연 뿜는 자동차에 비길까.
지금 같아선 나는 그냥 휘휘 바람을 가르는 느낌을 만끽할 정도로만 달릴 생각에 그저 흐뭇하고 행복하다.
나무그늘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은, 막내고모의 판화 작품 밑에 일부러 놓고 찍었다. ^^
핸들 사이에 주렁주렁 달린 벨과 라이트, 아래쪽에 달린 물통 받침은 서비스로 받은 것이고
색깔까지 맞춰 일부러 산 듯한 하얀 물통은 아버지가 쓰시던 것이다.
수많은 다른 물통은 뚱뚱해서 다 안들어가는 데 저것만 쏙 맞춤처럼 들어맞아, 물통 하나에 마치 내가 하얀 자전거를 장만하게 될 것이 운명처럼 결정되어 있었을지 모른다는 묘한 생각도 잠시 들었다.
벨공이랑 비교해보자면 바퀴에 흙받이가 없다. 보드워크엔 원래 검정색 흙받이가 달려 있던데
좀 타보다가 나중에 검정색으로 씌우든지 할 생각.
벌써부터 아주 작고 단순한 디자인의 예쁜 벨을 찾아봐야겠다는 욕심을 품고 있다. ^^;;
막내가 훌륭한 카메라로 느루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갔으니 그 사진을 입수하면 정말 멋진 자태를
다시 선보일 예정.. 당분간 블로그엔 느루 자랑만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자전거타고 싶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라고 지다님이 권하셨고 신이 나서 냉큼 바톤을 받았다. ㅎㅎ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꽤 됐다. 알량하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옆을 슝슝 지나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부러웠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하고나서 달리다 멈추는 문제 때문에 겁을 집어먹게 되면서는 안정감 있게 자전거 타는 이들이 부러웠으니까... 그리고는 벨로의 자전거 예찬과 미니벨로 소개 포스팅이 이어졌고 토룡왕국 식구들의 자전거 찬양 분위기에 휩쓸려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데다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몹시 위험천만하기 때문에 아직도 자전거를 장만하면 어떻게 이용하게 될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집앞에 난 홍제천변 산책로를 위로삼아 올 생일선물 목록 1위는 어쨌든 미니벨로다. ^^* 그러니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는 것이 그리 '미친짓'만은 아니라 여기련다. ㅋㅋㅋ
1.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는? 갖고 있는 자전거는 없다. -_-;; 물론 갖고 싶은 자전거는 무지무지 많다! ㅋㅋ 벨로의 포스팅으로 알게 된 브랜드들... 가운데 제일 탐나는 건 브롬톤! 돈과 상관없다면 브롬톤을 장만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 그나마 루이가노 가운데 저렴한 모델이나 브랑셰, 스트라이다 가운데 골라야하지 않을까 싶다. 꼭 브랜드를 정하지 않더라도, 만약 미니벨로를 사러간다면 나와 어울리는, 내가 타주길 바라는 자전거를 한눈에 딱~ 만날 것만 같다! ㅋㅋ
2. 지금까지 당신이 소유한 자전거 변천사 개인소유로 자전거를 가진 적은 한번도 없다. 늘 3남매 공동소유였는데.. 아주 어린 시절 생겼던 두칸짜리(동생 태울 수 있게) 세발자전거는 운전이 어려워서 내가 몹시 싫어했었다. 짧은 다리로 암만 낑낑대도 잘 안움직였던 듯... 네발 자전거도 누구에겐가 물려받아 탄 기억이 있지만,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지는 특성상 이게 무슨 네발 자전거인가,, 세발 자전거에 작은 바퀴 하나 더 달린거지.. 싶었다. ㅋㅋ 그러다 중3때인가 고1때 드디어 자전거를 장만하게 됐는데(이전까지는 다들 자전거포에서 빌려타는 게 대세였다), 나보다 엄청 크게 자란 동생놈들이 워낙 큰 자전거를 사는 바람에 숏다리인 나는 우리집 자전거보다 자전거포에서 내 키에 맞게 빌려타는 자전거가 더 편했다. ㅜ.ㅜ
3. 당신에게 있어 자전거의 의미는? 소유한 자전거에 대한 의미는 그때가 되봐야 알겠지만... 자전거를 처음 배우고나서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던 상쾌한 느낌을 선사했던 그 옛날 자전거의 의미는 내게 얼마간 '자유'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운동신경이 워낙 덜떨어져서 체육시간은 늘 고통의 시간이었고, 달리기는 늘 꼴찌였으며 몸을 써서 뭔가를 하는 일에 영 서툴렀는데, 내 몸의 연장선에 놓인 듯한 단순한 기계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속도감이란 걸 느껴봤으니까... ^^
4. 자전거를 배우게 된 계기나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워낙 옛날이라 내가 중학생일 무렵엔 개인소유의 자전거를 가진 사람은 지극히 드물었고 (있어봤자 슈퍼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가 아부지의 짐자전거를 몰고 다닌다거나 그랬다 ^^;;) 대부분 자전거를 타려면 동네에 두어군데씩 있는 자전거포에서 돈을 내고 자전거를 빌려 탔는데, 초등학교 다니던 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난리를 쳤다.
어린 동생들이 돈을 들고 나가 자전거를 빌려 타다가 혹시 차도에서 사고라도 날까봐 염려했던 엄마는 나에게 동생들을 보살피라고 명했고 착한 누나였던 나는 순전히 동생들 쫓아다니며 한동안 뒤치다꺼리에만 힘썼더랬다. 특히 막내동생이 자전거를 배우는 걸 돕느라 뒤에서 잡고 균형 잡아주고 일으켜 세우고 체인에 다리를 찢기고.. 그러는 과정에서 나도 한번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쯤 아주 능숙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던 큰동생이 지가 가르쳐주겠다고 나섰다.
음... 그렇게 한두 시간씩 빌린 자전거로 연습을 하던 나는 자전거를 제대로 탈수 있게 되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 그간 한살 어린 동생한테 받은 구박과 멸시와 조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속상해서 자전거 팽개치고 울며 집에 갈 때도 있었으니깐... 그치만 자전거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계속 밟아야 안 넘어지는데 넘어질까봐 자꾸만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는 딜레마를 극복하기까지가 너무 어려웠던 듯...
자전거 기술은 한번 배우면 안 잊는 거라니 정말 다행이다! ㅎㅎ
5.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나? (만족하는 이유, 약간 불만족스러운 점 등도 말씀해주세요) 자전거가 없으니 이 질문은 패스~ ㅜ.ㅡ
6. 당신의 자전거를 20자 내외로 압축해서 설명한다면? 역시나 패스~~ 해야겠지만... 자전거를 장만한다면 역시나 나와 어울리는 분신 같은 걸로 갖게 되지 않을까? ^^*
7.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 외에 하나를 더 마련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갖고 싶은 자전거는? 미니벨로가 하나 생긴다면 더 갖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은근히 내가 좀 욕심이 없다. ㅋㅋ
8. 자전거를 타고 특별히 더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자전거를 제일 많이 탔는데,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코스모스 핀 통일로를 꽤 멀리까지 달렸던 적이 있었다. 차도로 달리는 것이 약간 위험하긴 했지만 그땐 지금처럼 자동차도 많지 않았고 제일 체력 딸리는 나를 보호한다면서 친구들이 앞뒤에서 나를 에스코트해주었기 때문에 상당히 뿌듯했는데, 2시간도 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통일로변의 작은 공원에서 과자와 음료수, 초콜릿, 과일을 먹으며 정말 너무너무 신이 났었다. 물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며칠 몸살을 앓았지만, 그 다음 주말에도 또 그 친구들과 여의도 광장에 자전거를 타러 가는 극성을 피웠다.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자전거와 친구들의 추억이다.
9. 자전거를 타는 데 방해되는 요소들 최근에 자전거를 타본 건, 정민공주 자전거를 타거나 일산 호수공원에서 빌려 탄 것이 전부. 그때 방해되는 건 역시나 산책로에 우글우글 많은 사람들, 갑자기 뛰어드는 개들(나는 개가 무섭다!)이었지만, 만약 평소에도 자전거를 탄다면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를 위협하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난 아마 자지러지게 놀라 넘어질 것 같다), 인도로 달릴 때 수시로 나타나는 턱, 불법주차 자동차들이 짜증스러울 듯. 10. 자전거 타고 가장 멀리 가 본 구간은? 고등학교 때 통일로변을 달린 것이 제일 먼 것도 같지만 (문산까지 간 건 아니었으니까..) 대학 졸업하고 회사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경주 놀러 가서 자전거 빌려가지고 한 나절 돌아다닐 때가 제일 오래 멀리 타고 다닌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거의 7, 8년만에 처음 타보는 자전거였는데 경주 시내의 자전거도로는 몹시 좋았지만, 그날밤 안장에 닿았던 부분과 장딴지, 허벅지가 너무도 아파서 다음날엔 다들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녀야 했고, 처음 자전거 관광을 우겨댄 친구를 계속 구박했다. ^^*
11.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 (위험했던 일이나..) 홍제천변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에도 동네엔 차로 한쪽 옆이 개천이었는데(그땐 복개공사 하기 전), 핸들 조작 잘못해서 개천에 빠질 뻔 했었다. 동생들이 뒤에서 잡아당겨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찌나 무서웠는지 한 이틀은 자전거 타기를 포기했더랬음.
12. 자전거를 타고 간 곳 중 좋았던 곳을 소개한다면? (자전거 타기 좋은 곳) 경주 보문단지와 일산 호수공원 경주 보문단지는 차들도 별로 없고 한산해서 정말 신나게 달릴 수 있었고 가을 경치도 매우 아름다웠더랬다. 일산 호수공원은 7, 8년전에 거의 매주말마다 자전거타러 가기도 했는데 ^^;; 벨로처럼 나도 2인용 자전거 타는 게 소원이랬더니만, 일산 사는 후배가 주말마다 불러서 자전거 같이 타고 대형마트에서 먹을 거 사다가 오밤중엔 호수공원에서 술마시며 놀아댔다. 과음후 화장실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맨 후일담도 있어서 호수공원은 몹시 즐겁고 민망한 자전거 추억이 간직된 곳. ㅋㅋ
13. 자전거가 사람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으음... 인간이 자연에게 가장 덜 미안해 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아닐까.
14. 자전거 탈 때 듣기 좋은 나만의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한 7~10곡 정도 나 역시 겁도 많고 완전히 자전거 베테랑은 아니기 때문에 (핸들 놓고 절대 못탄다!) 음악을 들으며 탄 적 없고, 앞으로도 안 들을 것 같다. 가끔 엄마랑 홍제천변 산책로 나가보면 음악 크게 들으며 자전거 타면서 주위사람의 외침 같은 거 못듣는 라이더들이 밉더라.
15. 이런 라이더 꼴불견이다. 나 역시 스피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나 위협적으로 다른 사람들 무시하는 인간들 딱 질색이다.
16. 앞으로 자전거와 함께 꼭 해보고 싶은 것. 여행갈 때 자전거 차에 싣고 가서 새벽공기나 밤공기를 가르며 한적한 시골길이나 바닷가 달리기. 빌리는 자전거 말고, '예쁜 내 자전거'로! ^^;;
17. 자전거를 타면서 생긴 자전거 관련 소망이 있다면? 자전거 예찬론을 펼치시는 모든 블로거 이웃분들이랑 자전거 타고 만나서 떼를 지어 달려보기. ^^;; 그리고 나 역시 자전거를 마음편히 탈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일본이나 유럽만큼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아.. 생각만 해도 행복~ ㅋㅋㅋ
주변에서 부쩍 헬스장엘 등록하고 요가 학원엘 다니거나, 최소한 요가 테이프를 보며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수영장엘 다니고 달리기 동호회에 들어서 거의 매일 저녁 1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리를 달리고 매주 2번씨 꼬박 등산을 가는 등 운동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측근들이 부쩍 늘었다.
반면에 나는 간간이 밤마다 드라마 보는 사이 해주던 스트레칭을 관둔 게 두 달도 넘었다. 왕비마마한테는 운동 안한다고 만날 잔소리와 구박을 퍼부으면서 정작 나는 운동과 완전히 담을 쌓고 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씩 위기감이 느껴지면서 나도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 싶어진다.
늘 어깨가 결리는 직업병도 매일 30분만 걸어주면 거뜬히 사라진다는 걸 겪어봐서 알기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긴 하되, 실천이 어려운 것이 나의 큰 문제이고 보니 돌아보면 내 운동의 역사는 참으로 알량하기 그지없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정리를 좀 해보기로 했다. 그럼 또 혹시 아나? 다시 가열차게(!) 운동을 하겠단 생각이 들지 ㅎㅎㅎ
2002년 5월이었다. 온 나라가 월드컵의 열기로 들썩이던 봄... 나와 절친한 출판계 측근들 사이에선 마라톤 붐이 일었다. 모두들 마라톤화를 장만해선 주말에 모여 한강변을 뛰고, 별 준비도 없이 단축 마라톤에 참가해 5km 10km를 거뜬히 완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나는 중고딩 시절, 600미터, 800미터 오래달리기만 하고 나도 빌빌 쓰러져 양호실로 실려가는 인간이었으므로 그들의 열기를 그냥 비웃기만 했었다. 그런데 모 출판사 사장님은 밤샘을 밥먹듯 하는 내 건강을 몹시 염려하며 아예 마라톤화 값을 내게 쥐어주고는 어서 달리기 대열에 동참하라고 종용했다. 그 성의가 괘씸하고 고마워서 ^^;; 나도 결국 거금을 들여 마라톤화를 장만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디자인을 골랐나 모르겠지만 형광 주황색의 요란번쩍한 아**스 마라톤화였다. ㅋㅋㅋ
물론 마라톤은 꿈도 안꿨고, 그냥 매일 좀 달려나 볼까.. 하는 것이 내 목표였는데 첫날 남들 걷는 속도로 1킬로미터쯤 뛰고 나서 심장이 터질 듯 하고 어지러워 헉헉댄 나는 놀랍게도 주변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마구 광고를 하며 격려와 채찍질을 부탁한 덕분에 몇달이 지난 후 3킬로미터를 조금 넘는 거리까지 "천천히" 달릴 수 있게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당연히 매일 개천가로 운동을 나간 건 아니었고 띠엄띠엄 달리기가 제법 오래 지속되었는데 산책로를 좀 달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달리기가 좀 지루한가! *.* 귀찮아서 음악을 듣는다든가 하는 건 생각도 못하고 무작정 무겁기만 한 몸을 놀리려니 지루하고 재미 없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무렵 주변에서 슝슝~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거야! 운동신경이 둔하긴 하지만, 어린 시절 화전이며 송추 논바닥에 만들어 놓은 스케이트장엘 열심히 3남매를 끌고 다니셨던 엄마 덕분에 내가 또 놀랍게도 스케이트를 탈 줄 아는데, 그것도 남동생들에게 스케이트를 물려줘야 해서 다른 여자애들처럼 예쁘장한 피겨 스케이트를 탄 게 아니고 날이 긴 스피드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던가. 얼음판보다야 좀 난이도가 높겠지만 내 눈엔 인라인 스케이트가 꽤 만만해보였고 나는 대번에 달리기를 관둔 뒤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해 신고 슝슝 개천가를 달리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느라 운동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1년 뒤였나.. LA에 놀러갔다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저렴하게 장만해오긴 했는데... 또 공교롭게도 그 즈음 붐을 일으키던 인라인 스케이트 족 측근들이 부상을 입는 일이 많았다. 선배 하나는 손목이 부러져 깁스를 했고, 후배 하나는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으며 (아직도 그 손가락은 접히지 않는단다 -_-;;), 친구 하나는 꼬리뼈에 금이 가 한동안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 디룩디룩 살을 찌워야 했던 것.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는 나에겐 다른 곳보다 손가락 부상이 제일 두려웠는데 두어달 만에 한번씩 마감일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혹시나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과 과연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무작정 인라인을 신고 잘 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해져 (물론 후자의 이유가 더 컸다! ㅋㅋ) 헬멧과 보호대까지 일습을 모두 갖춘 인라인 스케이트는 꼬박 1년간 먼지를 쓰고 쳐박혀 있어야 했다. ㅎㅎㅎ
드디어 2004년 9월. 1년 넘게 먼지를 쓰고 있던 인라인 스케이트 베낭을 둘러매고 결연한 마음으로 **천 산책로로 나갔던 날은 지금도 기억 난다. ^^ 아주 오래 전 본인은 탈 줄도 모르면서 스케이트장엘 데려가 이론을 설명했던 엄마는 그날도 내 옆에서 처음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일어서는 내 손을 잡아주셨는데 ㅋㅋㅋㅋ 나쁜 예감은 꼭 들어맞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나는 인라인 신자마자 대략 5초 만에 브레이크를 실험해보다 꽈당 자빠져 엉덩방아를 찧었고, 손목 보호대를 했음에도 무식하게 손가락을 짚는 바람에 손가락 두개를 다쳐 결국 정형외과엘 다녀야 했다.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동생이나 조카 등쌀에 가끔씩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긴 했는데 앞으로 가는 건 제법 그럴듯하게 따라하겠으나 속도만 어느 정도 붙고 나면 어떻게 속도를 늦추고 멈출 것인지 몹시 두려워 정식으로 누군가에게 강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품었고, 몇 군데 온라인 동호회에 들기도 했지만... 게으름뱅이 답게 결국 어떤 강습장에도 나간 적은 없었다. ^^
그럴듯하게 달려가는 척하다가 서야할 때면 냅다 기둥이나 의자 따위를 잡고 서야하는 어설픈 인라인 스케이터의 눈길을 새삼 끄는 것이 그 무렵 또 다시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우아하고 날렵하게 슝슝~ 내 옆을 지나치던 자전거!
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멈추는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고 기우뚱 거릴때 내 옆을 유유히 지나가며 바람을 가르다 아무런 문제 없이 끽~ 브레이크를 밟고 서는 자전거의 모습은 어찌나 부럽던지 한동안은 정말로 인터넷으로 열심히 '접히는 자전거'를 검색해보기도 했더랬다. 운동 못하기로 유명한 내가 또 동생들 덕분에 자전거는 좀 탈 줄 아는 데다 집에서 작업실까지 거리가 4km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출퇴근하기에 딱이다 싶었던 거다.
하지만 우리 동네의 가파른 언덕과, 대문 앞의 계단, 또한 현관에서 2층까지 자전거를 운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혼자 몸으로도 계단 오르내리기 힘겨워하는 내가 행여나 자전거를 들고 다니겠느냐고 지적하며, 우리 동네에서 작업실까지 무시무시한 차도와 가끔 사라지기도 하는 인도를 조목조목 따지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보니 마냥 헛된 꿈 같기도 했다.
암튼 인라인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자전거에 대한 열망도 운동 자체에 대한 열기가 완전히 시들면서 덩달아 사그라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것이 작년 여름이었으니 그 뒤로 간간이 엄마 따라 산책 나간 걸 감안하더라도 순전히 운동에 힘쓴 날은 열손가락 안에 꼽힐 것 같다.
그런데 벨로 때문에 알게 된 미니벨로의 존재 때문에 얼마 전부터 자전거에 대한 열망이 작게나마 불타고 있긴 하다. 다만 내 자신을 믿을 수가 없을 뿐인데... 지금 생각으론, 내 돈으로 덜컥 장만하면 인라인처럼 내 마음대로 관둘 염려가 있으니 생일선물로 가족들에게 사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린뒤 사 달래놓고 왜 안타느냐고 간간이 타박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든 꽤 오래 타고 다니지 않을까 어쩔까 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ㅋㅋ
집앞 개천가를 계속 달려가면 상암 경기장 공원이 나오고 한강으로도 연결된다는데 혹시 또 아나? 올해 안에 내가 미니벨로를 타고 씽씽 그 길을 달려 한강까지 진출하게 될지 ㅎㅎㅎ
그게 아니고선 도무지 운동이랍시고 할 생각을 보이지 않는 나에게 품어보는 소박한 바람이다. 나도 남들에게 '자전거를 타 보세요!'라고 권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