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전거 타기

놀잇감 2008. 4. 20. 21:25
자전거 장만 후 처음 타러 나갔던 날 단단히 혼이 났기 때문에 그동안엔 선뜻 느루를 끌고 홍체천엘 나가지 못했다. 그간 원고마감 폭풍을 지나며 잠자는 시간이 이랬다저랬다 불규칙해지면서 계속 맥이 떨어져 운동을 나서기는커녕 밥만 먹고도 소화시키는 게 힘들어 드러누워 지내는 한심한 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운동은 일부러 시간 내서 하지 않으면 안하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이번 주말엔 기필코 느루를 끌고 나가리라 마음먹고도 어제는 엄마 핑계로, 볕 좋은 일요일 오후엔 내내 병든 짐승마냥 꾸벅꾸벅 졸거나 소파에 늘어진 감자자루 꼬락서니로 지내다 급기야 불끈 주먹을 쥐고서 야간 자전거 타기에 나섰던 것.

첫날에도 홍제천 산책로에서만 탈 때는 수월하더니 역시 평이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살살 달리는 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딱딱한 안장에 닿은 엉덩이가 좀 아프긴 했지만^^; 별로 땀도 나지 않았고, 얼음까지 띄워 담아간 물통이 민망할 정도로 목이 마를 일도 없었는데,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아이들과 부딪칠까봐 걱정스러웠던 몇 번의 순간을 제외하면 두번째 느루 타기는 대단히 흡족한 편이었다.
우리집 앞에서 모래내 다리앞까지 약 3킬로미터 거리인데 거길 왕복했으니 6km를 달렸다는 얘기! ^^*
사실 마라톤화를 장만해 알량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에도 집앞에서 1.5킬로미터 정도 되는 홍남교까지밖엔 가본 적이 없어서, 나머지 산책로는 오늘 처음 구경한 셈이었는데 우리 동네 앞보다 꽃밭도 더 많고 중간에 키가 높이 자란 갈대 같은 것도 몇 개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강에 더 가까이 가면 더 놀라운 수생식물들을 만나게 될까? +_+
물론 늙은 딸이 또 운동하다 무슨 일 날까봐 전전긍긍하며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랑 통화하느라 중간에 두 번이나 쉬기는 했지만, 다음번에도 천천히 조심조심 달리면 한강 고수부지까지 가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거의 한달만에 느루를 외출 시킨 덕분인지, 잠깐이나마(그래도 집앞 언덕에서 끌고 내려가고 끌고 올라오고 하는 시간까지 1시간은 넘게 걸렸다) 운동을 한 덕분인지 온종일 노곤하게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은 많이 가뿐해졌다.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 좋은 봄날이니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세번은 느루를 타고 나가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과연 잘 지켜질 것인지... ^^;;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