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이야'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6.24 별꼴이야 5
  2. 2010.06.24 옷 갈아입기 2
  3. 2010.06.15 어린 취향 11
  4. 2010.06.08 월드컵 안 볼 권리 17

별꼴이야

투덜일기 2010. 6. 24. 21:59

댓글에 초연해지겠노라고 마음먹고 포스팅까지 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세탁소 관련 푸념을 해놓은 글에 달린 댓글이 계속 신경쓰이는 것을.

크케켁! 아가씨도 세탁소쥔 못지않게 말많고 수다스럽그만 ㅋㅋㅋ
읽는데 한시간은 걸리겠네 근데어떻게 세탁소아자씨만 말이많다고 그러셔?ㅋ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은 정체가 무엇이고 어떤 심리일까? +_+

가설 1.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거나 그 측근이라 세탁소 주인들을 싸잡아 폄하하는 글에 화가 나 빈정거리고 있음.
가설 2. 난독증 때문에 분량 긴 블로그 포스팅에 심한 근원적 적개심을 품고 있으며, 괜히 심심해서 아무나 붙들고 시비를 걸고 싶어졌음.
....

머리가 나빠서, 그리고 버럭 짜증이 나서 사고력이 마비되는 바람에  더 훌륭한 가설을 떠올릴 수조차 없다.
어차피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계정이니 어중이떠중이 별별 사람 다 드나드는 곳임을 감안해야 하는데도, 가끔 이런 일을 당하면 마치 내 영역을 침범당한 것 같아 황당하고 적개심마저 불타오른다. 기막히는 수준의 수많은 악플러에게 시달려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댓글 스트레스를 답댓글로 풀려다 자제하고, 아예 포스팅으로 풀어보려는 속셈으로 이렇게 외치노라.

별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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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갈아입기

투덜일기 2010. 6. 24. 21:30

얼마 전 공교롭게 하루에 세번의 외출을 할 일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매번 다른 옷을 입었음을 알게 됐다. 중간에 집에 돌아올 때마다 두번이나 다시 뒹구는용도의 옷으로 갈아입었으니 대체 하루에 옷을 몇번이나 갈아입은 건가. 참 내.
첫 직장이 의류관련된 곳이라 그때 세뇌된 것들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모양으로,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옷을 최대한 맞춰 입어야한다는 강박이 심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또 편한 걸 추구하는 귀차니즘까지 동원하고 앉았으니 결국엔 모순으로 스스로를 볶아치는 셈이다. 

오전중 첫 외출은 왕비마마의 병원이었는데, 오래 전 오로지 운전수 역할만 하면 될 땐 정말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안하고 눈꼽만 대강 떼낸 뒤 야구모자 하나 질끈 눌러쓰고 아무 옷이나 걸치는 편이었지만 요샌 상황이 다르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가서 청력과 기억력이 모두 부실한 환자 대신 의사 얘기를 잘 듣고 질문도 던져야하기 때문에 잠옷 같은 옷을 걸칠 순 없단 의미다. 최소한 의료진 앞에서 보호자로서의 권위를 어느 정도는 내세울 수 있는 간편한 차림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7부바지는 인정하되 찢어진 반바지, 탱크탑류는  곤란.. 뭐 이런 식이다.) 환자나 보호자의 옷차림에 따라 의료진의 친절도나 진료의 질이 달라진다는 통계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지만, 껄렁껄렁 날라리처럼 하고 와서 쭈뼛쭈뼛 기웃대는 사람보다는 멀쩡히 차려입은 사람에게 좀 더 공손하다는 것이 그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론(또는 편견)이다.

오후 외출은 뙤약볕 아래 나서야 하기도 했고 요가 강습을 위한 거라 정말로 최대한 편하게 정말로 아무거나(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나갔다. 요가복을 따로 챙겨가긴 하지만 땀흘린 뒤에 입는 옷도 역시 편해야 제격. 직장인들도 요가학원에 많이 다니던데, 어휴 나 같으면 불편해서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는 짓 못할 것 같다. 마지막 외출은 간만에 동창들 만나는 자리인데 에어컨을 염려해 청바지도 긴 걸로, 상의도 소매가 좀 내려오는 걸로 선택했는데, 그러고도 버스안에서 덜덜 떨었으니 탁월한 안목이긴 했다. 

하지만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차림새 강박 때문에 종종 한꺼번에 후둘러 놓은 여러 벌의 옷을 보면 스스로가 참 한심스럽고 못마땅하다. 그렇다고 패셔니스타의 반열에 오를 만큼 뛰어난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가 말이다. 하지만 잘 차려입고 아니고의 여부를 떠나서,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 차림새로 외출한 경우(색깔 조화가 영 엉망이라든지--이 또한 순전히 주관적인 잣대가 적용된다-- 큰 맘 먹고 입었는데 치마가 너무 짧다든지!) 난 제대로 볼 일을 보지 못할 정도로 집에 당장 들어가 몸을 숨기고픈 충동을 느낀다. 한때 옷장과 서랍을 열면 죄다 검정색 아니면 회색밖에 없었을 시기가 있었던 건, 바로 색깔 조화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내가 누군가. 싫증 잘내는 변덕쟁이로서 언제부턴가는 알록달록한 원색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특히 여름철 옷은 서랍장을 연 순간 정신이 사나워질 정도다.

요번에 여름옷 꺼내면서 최근 3년간 안입은 옷 처리하기 원칙에 따라 꽤 많은 옷을 정리했다 싶은데도, 여전히 서랍장은 미어터지고 그럼에도 막상 입고 나가는 옷은 만날 그게 그거라 입을 옷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삶을 단촐하게 유지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동시에 소비활동으로 경제에 이바지하고 소소한 욕망도 채우는 중용의 삶은 참... 실천하기가 어렵다. 일단 옷에 대한 강박관념부터 벗어나야 할 터인데, 그런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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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취향

투덜일기 2010. 6. 15. 17:50

최근 친구 하나가 '미드'에 빠져 연일 날밤을 새며 시즌을 하나씩 섭렵하고 있다며 내게도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촌스럽게도 기회가 되면 간혹 미드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열성적인 다운로드족이 아닌 나는 그런 걸 추천해줄 입장이 못돼 민망했다.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 옛날 <프렌즈>, <사인펠드>, <섹스앤더시티>, <ER>로 미드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때도 난 다운로드족이 아니라 케이블로 찾아보는 편이거나 dvd를 장만하지 않으면 주변에 빌려봤다. 확실히 나는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형 낀세대라는 얘기다.

지금도 우연히 마주치면 넋을 놓고 시청하는 <CSI>,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도 파일을 다운받아 본 적은 없으며 <위기의 주부들>은 누가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하는데도 별로 볼 마음이 안생겼다. 뭔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욱이 TV시청 자세가 퍽이나 불량한 나는 드라마라고 하면 느긋하게 소파나 큰 쿠션에 거의 드러누워 편히 감상해야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하는 기분으로 봐야하는게 영 마뜩찮다. 일드를 특히 즐겨보는 부지런한 친구 하나는 열심히 다운받아서 케이블로 TV에 연결해 소파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지만, 내가 그 친구 집에 가서 같이 봐주는 건 모를까 내가 몸소 그런 수고를 하고 싶은 생각은 평생 들지 않을 거다.
 
미드 친구는 당연히 <위기의 주부들>의 열혈팬이었고 내가 이름만 대강 아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열변을 토했다. 부업을 하는 가정주부인 친구는 그날 마땅히 다운받아볼 게 없으면 <위기의 주부들> 시리즈를 여러번 돌려보며 두세번째 시청할 땐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식기, 패션소품까지 눈여겨봐 참고한다고 했다. 목동사시는 시간 많은 여사님들 사이에선 그게 유행이란다. +_+

추천해줄만한 미드가 생각나지 않는다는데도 굳이 최근에 본 걸 떠올리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자신없게 말했다. "가십걸...? 그 전엔 <OC>라는 것도 봤다...."
친구는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나의 어린 취향이 걱정스럽다고(그녀의 표현은 '취향이 어려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자기는 그런 애들 나오는 드라마는 눈에 전혀 안들어온다나. 하기야 다들 <아이리스> 볼 때도 내가 혼자 <미남이시네요> 보면서 설레고 좋아라할 때부터 알아봤단다. 아이돌 가수 몇명을 눈여겨 보며 좋아라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과 학부모 역할을 인생의 커다란 '성취'이자 '성숙함'로로 여기며 '비혼'은 미완성 인생과 미숙함의  표상이라는 걸 은연중에 풍기는 주부 친구들이 "너는 참 취향이 어려서 큰일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어쩌면 자격지심 때문에) 발끈하게 된다. 그들의 말엔 종종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잘 보지도 않는 미국 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예쁜 학용품에 열광하고 실크블라우스보다 그림 그려진 티셔츠에 더 눈길이 가는 나의 태도를 어리다고 판단한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취향은 곧 개성이라는 게 내 생각이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는 하지만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취향을 가질 이유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취향이 비슷해 급속도로 친해지는 사이도 있다. 그러나 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도 취향이 다른 판국에 복제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취향이 판박이처럼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가 있겠나. 하물며 어쩔 때는 본인의 취향 마저도 마음에 안드는 것을.

사실 나는 요즘 여러 분야에서 내 취향이 뭔지 선명하게 이야기할 자신조차 없다.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고, 좋아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의 괴리 속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이제껏 그게 내 모습이라고 그려놓은 형상이 순간순간 허물어지고 일그러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갈팡질팡 우유부단하게 해매는 자신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취향에 대해 핀잔을 들으면 발끈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 같다. 나도 잘 모르는 취향을 누가 얼마나 안다고! 하기야 남의 눈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 더욱 판단이 잘 서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할 수 없다. 어리다고 놀리든 말든, 난 이렇게 살테닷.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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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번씩 이맘때가 오기를 기다린 사람들이 많다지만, 나는 4년에 한번씩 이맘때가 지겹다. '누구나' 월드컵에 '당연히' 열광하고 즐겨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는 대체 무엇인지? 축구를 좋아하고 특히 국가 대항전은 더욱 좋아하고, 한국선수들 이외에도 현란한 발기술과 전술을 선보이는 전 세계 축구선수들의 기량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가슴이 두근두근 설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이 '보편적'이므로 모두들 그 열정의 물결에 휩쓸려야만 '정상'인 듯 몰고가는 상황들이 나는 짜증스럽다.

이미 광고는 죄다 붉은 물결로 도배가 되었고, 웬만한 오락프로그램도 월드컵 특집을 선보일 기세다. SBS가 독점중계권을 따내는 바람에 국민의 시청권이 침해되었다고 난리인데, 막대한 돈을 들여 다시 큰 돈 벌어보려는 꼼수를 쓰는 SBS는 내가 봐도 얄밉긴 하지만 월드컵 시즌마다 나 같은 월드컵냉소분자의 시청권은 늘 침해되고 무시되지 않았나 말이다. 타 방송국에서 소송까지 제기하며 중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인데, 솔직히 나는 월드컵 기간에 똑같은 경기를 앵커와 해설자만 바꾸어 틀어주는 걸 참아내느니 독점권 때문에 다른 방송에선 정규 프로그램을 틀어줄 수밖에 없을 요번 상황이 오히려 반갑다. 이런 나한테 대다수의 월드컵 팬들이 욕을 해대든 말든, 소수자인 내 의견은 그렇다는 뜻이다.

어제는 외출에서 돌아오다 차에 기름을 넣었는데, 주유를 끝낸 주유원이 대뜸 나에게 외쳤다. "화이팅입니다!"
난 당연히 그 말을 못알아듣고, 뭔가 더 볼 일이 남았나 싶어 되물었다. "네?" 
알고보니 대한민국 화이팅이라는 말이란다. -_-;; 잠시 그도 나도 뻘쭘해졌음은 물론이다. 얼른 창문을 올리고 주유소를 빠져나오며 문득 궁금했다. 월드컵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붉은악마라면 주유원과 함께 '대~한민국!" 구호와 함께 그 유명한  박수도 치지 않았을까 하고.

생기는 것도 없이 그저 열정만으로 월드컵 응원을 위해 며칠 밤을 새고 봉사하고 즐기는 축구팬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시뻘건 티셔츠 맞춰입고 길바닥에서 길길이 뛰며 환호하는 길거리 응원 따위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오죽하면 2002년에도 연구실에서 공부하다 학교 노천극장에서 들려오는 왁왁대는 함성이 시끄러워 짜증내며 집에 돌아왔을까. 이탈리아 전을 하고 있었던가, 길거리까지 한산하고 오래 기다려 도착한 버스엔 손님이 단 한명도 없어 학교에서 우리집까지 거의 논스톱으로 오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의 그런 집단적인 행동과 반응이 섬뜩하니 무서웠다.

8년 전엔 월드컵에 관심 없고, 5시간씩 화장실 참아가며 길바닥에서 탈진할 때까지 거리응원을 하는 아이들을 미쳤다고 여기는 나의 태도가 거의 돌맞을 수준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요샌 드물게나마 나와 같은 의견을 공공연히 토로하는 이들도 있고, 또 월드컵 안본다고 해도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는 건 아닌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자리를 잡는 듯하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주제든 자기와 의견 다른 사람이 있을 때 그 다른 의견이 극소수라는 이유로 '이상하다, 유별나다, 비정상이다'라고 손가락질하는 대신에 흔쾌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선선한 태도와 아량이 아직은 까마득히 먼 집단주의 사회이긴 해도, 티나게 욕하지는 않는 예의를 갖춰가고 있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왕이면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이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앞으로 몇주간 (월드컵이 언제 끝나더라?) 개인적으로는 월드컵을 안 볼 수 있는 소중한 나의 권리가 얼마나 지켜질지 그걸 더 열심히 관찰할 작정이다. 온 나라가 시끄러울 터이니 집안에서 조용히.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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