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전시 관람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러시아 이콘 전시회였다. 지인 한 분이 이곳에서 해설 봉사를 하시는데 수년째 오란 말씀 안하시더니 요번엔 정말 꼭 볼만하다며 와보라고 홍보를 하셨다. 호객행위처럼 직접 찍은 동영상 하나를 틱 보내주셨는데 오오옷.. 단번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콘'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는데,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콘'과 같은 말일 테고,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유래했다고. 특히 '이콘'이라고 하면 동방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스도 신앙을 담은 성화를 의미하는 듯.
위로의 방이라고 해야하나 콘솔레이션 홀이라고 적힌 별도의 공간에서 3차원 디지털영상을 틀어주고 있던데, 그것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나 같은 무종교인은 똑같은 기독교라도 천주교 공간은 개신교 공간보다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 또한 일종의 편견이겠지만 암튼. 이콘 전시를 보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holy'한 마음이 든다는 후문을 종종 들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예수나 성모의 존재자체보다는 그 초월적 존재를 성스럽게 떠받들고 소망하는 인간들의 경건한 모습과 노력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알고보니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 자체도 예술! 게다가 이콘전시뿐만 아니라 상설전시, 기획전시도 볼 거리가 많았다. 한파가 몰려왔던 1월 12일 오전, 1시간정도 둘러보면 되겠거니 얕잡아봤다가 결국 다 못보고 나중에 다시 오자며 주린 배를 달래러 나와야했다.

지하1층 전시장 입구
손으로 만들지 않은 구세주..라나 제목이 이해되지 않아서 해설하시는 분에게 설명을 들었지만 역시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ㅋㅋ 번역 오류라고 생각했음. 손으로 그리지 않은 예수..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이콘 성화들을 돌아보며, 예수는 물론이고 동방박사들도 아시아 유색인이란 건 확실한가보다고 속삭였다. ^^;

러시아정교 제대는 5단으로 꾸민다던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고 암튼 계단식 성당 공간과 이콘 장식을 재현해놓았는데 아마도 천주교인이었다면 저절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좋은 공간.

상설전시실. 내부 구조도 고딕성당 나무 형상 골조를 닮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올랐던 안뜰 예술품

곳곳에 놓인 예술품이 엄청나다. 디지털 화면으로 얼굴이 표현된 피에타도 멋졌는데 사진은 여기 안올리겠음.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방식이 바뀌어서 엄청 불편하닷!) 이콘 전시실 나와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폭포와 파도와 모세의 기적까지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던 옥외 설치미술도 좋았고, 나중에 천주교 성지 관련 답사를 한번 더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무료이고, 2022년 2월 27일까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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