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본 첫 그림전시는 뜻밖에도 신윤복과 정선 그림이었다. 2017년 마지막 본 전시가 고궁박물관 희정당 벽화 총석정 그림이더라니.. ㅎㅎ 뭔가 절묘한 인연의 연장선? 

동대문 DDP에서 몇년전부터 계속 간송미술관의 수장고에 첩첩이 쌓여있던 미술품들을 교체전시하고 있는데, 혜원의 전신첩과 정선 그림을 야금야금 나눠 보여주는 바람에 꽤 여러번 갔었지만, 요번처럼 혜원 전신첩을 대거 한꺼번에 구경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영하 18도 예보가 있던 날 하필 이 전시를 보러 가자고 그랬을 때는 에이... 이왕 혹한을 떨치고 나간 거, 바로 직전 포스팅에 적어두었던 기대전시 중 하나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 막상 가서 보니 그저 좋았다. 

혜원과 겸재의 그림만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옛 그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나 나의 편견으로 괜히 꽁해가지고는 나는 원본이 좋더라, 특히나 디지털로 되살린 현대 미술품 나는 원래 안 좋아해! 라며 궁시렁거렸었는데 ㅋㅋ 그 또한 막상 보니 좋았고 으아~ 감탄한 작품도 있었다. 아이고 민망하여라. 앞으로는 '나는 원래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 함부로 안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했다. 절대고, 원래고,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좀 변하기도 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말이야...  간송도 요즘 트렌드에 어쩔 수 없이 기개를 꺾었는지, 휴대폰으로 플래시 안 터뜨리면 원본 사진도 찍게 해주더라. 물론 작품 보호를 위해 조명을 하도 컴컴하게 해놔서 잘 나오지는 않지만서도..

해서.. 원본 대신 입구에 진열된 혜원 전신첩 설명을 찍어왔다. 어차피 그림 제목도 혜원이 정한 게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편의상 붙인 것인데, 그 아래 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붙여놓은 태그 글귀들도 기발하고 재미났다. #BGM빵빵 #알콜뽀샵 #사대부스웩.. 막 이래! ㅋ

2018년 5월까지 넉넉하게 계속 전시한대고, 입장료는 입장료는 10,000원이다. 


혜원전신첩이 총 30점인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ㅎㅎ


혜원 전신첩에서 특히 유명한 <단오풍정> <쌍검대무> 같은 그림 속 의상을 고급지게 만들어 마네킹에 입혀 전시해놓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좀 섬뜩하지만 ㅋㅋ 실제로 볼 땐 캬... 한복이며 옷감 예쁘다고 그 앞에서 침을 흘렸다. 

신윤복의 그림 속 주인공들을 모두 모아 한편의 애니메이션처럼(고흐의 작품들로 만든 <러빙 벤센트>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꾸몄고, 쌍검대무의 무희들은 특별히 따로 춤추는 장면이 나타났다. 혜원 전신첩 중에서 <쌍검대무>를 특히 좋아하는 편이고 그림에서 바람이 슝슝 나오는 것 같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그 느낌을 동영상으로 보니 또 나름 좋더라. 

단점이라면... 영상 화면이 나오는 벽이 너무 길어서 한눈에 볼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ㅠ.ㅠ 당연히 내 실력 탓이지만 동영상도 잘 담아내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 여기 동영상 직접 올리는 건 처음인가 보다! 이런 기능 있는줄 왜 몰랐지? ㅋ)


겸재 정선은 서른여섯 살엔가 처음 근처 현감으로 부임한 친구 이병연의 초청으로 금강산 구경을 하고는 그때부터 70대가 될 때까지 여러번 금강산 그림을 그렸는데, 연도별로 점점 더 호방하고 세련되게 숙련된 필치로 발전해나가는 그림체의 느낌이 확연히 보인다. 초심자땐 누구나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만, 원본에 집착하게 되는데 나중에 노련해지면 최선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느라 생략의 묘미도 막 부리고 그런 거지...

암튼 금강산 그림들이 담긴 겸재의 전신첩도 멋드러졌으나 사진엔 그 맛이 하나도 담기지 않아 죄다 삭제해버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한 점 선보이자면...

<해악전신첩>에 든 '내금강산도'일 거다


이 금강산 봉우리 사이사이에 현대적인 도시를 접목시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디지털 작품은 이런 느낌이다.

위 그림에선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아래 그림에선 잘 찾아보면 남산타워, 에펠타워도 있으며 9분인가 7분인가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불꽃놀이도 벌어지고 그런다. 

금강산의 4계절의 변화 모습도 있던데 그건 좀 너무 속도가 드려서 답답한 느낌이라 빨리감기 버튼이 어디 있으면 막 누르고 싶었었다. ㅎㅎ

금강산 <총석정>은 금강산 앞바다에 있는 주상절리 '총석' 꼭대기에 세워진 정자 이름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도 궁금한 총석정 그림을 희정당 벽화로도 보고 겸재 그림으로도 보고... 평창 올림픽엔 북한 선수들이 오고... 언젠가는 정말 금강산 총석정 구경을 나도 할 수 있을까? ㅎ 

둘의 느낌이 비슷한가? ^^;; 


아래는 맨 마지막 전시실 디지털 작품인데... 기다란 벽 화면에 화려한 꽃들과 풍경이 눈부시게 연이어 펼쳐진다. 한참을 구경하며 핸드폰으로 찍으려고 이리저리 애를 써도 색감이 죄다 날아가버려 포기하고 아쉬워하며 뒤를 돌았더니 뒤쪽 거울에 비친 화면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옳타구나 찍어오긴 했는데 이제보니 내 실루엣을 확 오려버리고 싶다. +_+


말도 안되는 혹한에 며칠째 두문불출하다 게으름 떨치고 나간 외출이라 특히 보람있고 좋았다. 이날 동대문에 간 바람에 드디어 자수실과 브로치 재료도 사왔다. (곧 자수 포스팅이 이어진다는 예고다. ㅋ)





Posted by 입때
,

새해에는...

놀잇감 2018. 1. 23. 21:12

해마다 거의 그렇지만 2018년이라는 말이 제대로 입에 붙으려면 설날은 지나야하는 것 같다. 기분상으로도 아직은 새해가 아니고 '헌 해'인 것 같달까. 1월 1일에 떡국은 끓여먹었지만 어거지로 더 먹은 나이도 아직은 인정 못하겠고... 

암튼 그래서 올 한해는 어떻게 지내야 행복할까 고민하며, 부질없든 말든 이런저런 소망들을 적어본다. 여기저기 소문내고 기록해두어서 그 '말의 힘'으로라도 많이 이루어지면 좋지 아니할까. 자꾸만 맥떨어져선 쓸데없는 회상에 젖어 미련이나 떨고 그러지 말고 이제 좀 앞으로 전진...하고 싶다.  

1. 베트남에 나가 있는 친구네 놀러가기 (마음 같아선 한 2, 3주 가서 얹혀 지내며 놀고 싶지만 에효.. 불가능하겠지. 북쪽 지방 트레킹도 가려면 현재로선 너무 더워지기 전인 4월을 노리고 있으나 과연;; )

2. 무릎 잘 고쳐서 등산 열심히 다니기 (그러려면 남들 잘 때 자는 생활습관부터 길들여야할 듯;; ㅠ.ㅠ) & 서울 둘레길 남은 스탬프 다 찍고 완주 배지 받기 

3. 공포감을 극복하고 치과 & 피부과 가기 (그러나 무시무시한 비용 어쩔!)

4. 작년에 시들해진 취미생활 5분 스케치 & 색연필 스케치 (일단 프리즈마컬러 색연필 150색부터 지르자! ㅋㅋ)

5. 새 취미생활 시작 - 프랑스 자수 (자수책과 자수틀과 천 구입 완료. 실과 바늘, 브로치 재료만 사면 됨 ^^;)

6. 전시회 많이 다니기 (작년엔 기대 전시 적어놓고도 거의 다 놓쳤음)

7. 휴대폰 개비? (액정이 깨지고 배터리게이트 탓에 느무느무 속터지게 느려진 아이폰6를 바꾸긴 바꿔야할텐데 애플은 밉상이고 삼성은 더 밉상이고 LG는 안예쁜데다 요번에 엄마 핸드폰 보니 기본앱들이 너무 흉하다. 아이튠즈에 들어 있는 음악 때문에라도 또 아이폰을 사게 되려나... 아 몰랑)


하여 일단 2018 기대 전시목록부터 적어놓으련다. 12월부터 적어놓은 목록 중엔 벌써 끝난 것들도 있다.ㅜㅜ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아라아트센터 ~2/4까지

소화:짤막한 이야기 - 서울미술관 ~2/7까지

님을 위한 바다: K현대미술관 ~2/11까지

퀸틴 블레이크 일러스트 원화전: 상상마당 ~2/20까지

지브리 대박람회: 세종문화회관 ~3/2까지

플라스틱 판타스틱: D뮤지엄 ~3/4까지

자코메티 특별전: 한가람미술관 ~3/11까지

마리로랑생 전: 한가람 ~3/11까지

신여성 도착하다: 덕수궁 현대미술관 ~4/1까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대림미술관 ~5/27까지

강요배: 학고재갤러리 5-6월 예정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덕수궁 현대미술관 5-10월 예정

조선지도 500년 공간, 시간, 인간의 위대한 기록: 국립중앙박물관 6/19~9/2

니키 드 생팔: 한가람 6/30~9/25

조선민화걸작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7/5~8/26

제국의 황혼, 근대의 여명: 근대전환기궁중회화 - 덕수궁미술관 11/7~2019 2월

마르셀 뒤샹: 국밉현대미술관 서울관 12월~2019 4월

전시목록을 열심히 적다보니 책도 좀 읽으시지.. 하는 마음이 드네그려. 책은 결심 같은 거 안하고도 좀 많이 읽으면 안되겠니. 흠.


Posted by 입때
,


미국 여행기를 연말안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겨우겨우 달성한 뒤엔 곧이어 2017 베스트 포스팅을 하고 싶었지만 감기몸살로 계속 빌빌댔다. 그나마 다행히 A형 독감은 아니어서 열은 오르지 않았고, 그냥 팔다리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쑤시고 아프고 눈과 코에서 뜨거운 바람이 슝슝 나오더니 콧물이 쏟아졌다. 사나흘 앓고 일어나 이제 좀 살만 한데, 아직은 머리가 멍해서 책도 안 읽히고 그래서 일도 못하겠고 꼼지락 꼼지락 쓸데없는 바느질을 좀 하다가 블로그 정리나 하자 싶어졌다.

일단 2017년 정리 포스팅을 다 해야, 나의 모든 유희와 여행 기록을 메모해 놓은 탁상 달력을 내다버릴 수 있다규~ ㅋㅋ




2017년에 본 공연

1. 콜드플레이 내한공연(4/16)

2. 뮤지컬 나폴레옹(9/20) - 임태경, 정선아, 김수용, 박송권 

콜드플레이 공연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ㅠ.ㅠ <나폴레옹>은 왕비마마 모시고 가려고 여름부터 예약했다가 위약금까지 물고 취소하기를 2번이나 반복한 뒤에 겨우 관람성공해 감개무량했다. 아직은 와병중이라 위태위태했고, 아니나 다를까 공연에 집중 못하고 자꾸 나에게 말을 걸거나 몸을 움찔거려 옆자리 관객이 중간 쉬는 기간에 언짢은 불평을 했다. 에효... 보는 내내 엄마 때문에 긴장해서 뮤지컬에 대한 인상이나 감상보다 그날 조마조마했던 마음과 안도감이 더 떠오른다. 



2017에 본 드라마 & 예능

1. 셜록 시즌4

2. (여전히) 도깨비

3. 비밀의 숲

4. 이번 생은 처음이라 

5. 윤식당

6. 효리네 민박

<셜록>은 그토록 고대했던 것에 비하면 좀 실망스러웠고... 꼬박 1년 전이라 정말로 아스라하다. 그치만 또 언제 나올지 모를 시즌5를 기다리겠지. <도깨비> 역시 1월에 끝이 난 드라마라 2016년 베스트에 넣었던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없던 건 아니지만, 영상미며 스토리며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에 반해 <비밀의 숲>은 그야말로 최고의 드라마! 한참 바쁠 때 본방중이라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며 아껴뒀다가 한편씩 두편씩 어쩔 땐 세편 내리 꼬박 밤새며 봤다. 으아.. 정말 대단한 흡입력과 완성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중간에 몇편 보다가 결혼제도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대사들이 맘에 들어서 나중에 다시 몰아봤다. 중성적인 여자 이름을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엔 여주인공 이름이 지호, 남주인공 이름이 세희다. ^^; 뭔가 이런 미묘한 설정부터 좋아! 세희 역할의 이민기 배우를 새삼 다시 보게 됐고, 여주인공의 친구들 이야기도 각각 소홀하지 않게 잘 다루어져 좋았다. 

<윤식당>은 오래오래 집을 떠나 여행자의 삶을 살고 싶다는 로망을 잠재우느라 헬렐레 즐거이 보았고(난 식당 종업원들 아니고 거기 나오는 외국인들에 감정이입해서 보는 재미가 좋았다), 이효리와 아이유를 다시 보게 되었던 <효리네 민박>도 제주도 로망과 함께 보고보고 또 보고 재방도 보고 그랬다. 제주도에서 살기 위해서라면 게스트하우스에 취직할까, 감귤농장에 취직을 할까, 뭐 그런 꿈을 아직도 못 버렸다. ^^;  


2017년에 떠난 여행&답사

1. 미서부와 캐나다 빅토리아섬 (4월)  --- 8개월만에 여행기를 마쳤으니 더 설명 않겠다. ^^

2. 서울 북촌 (6월)  ---  관광객의 눈으로 서울 살기 프로젝트 1

북촌 한옥마을 여러번 가 봐서 다 안다고 생각했다가 오잉~ 하며 놀랐다. 종로구와 서울시에서 꽤나 많은 곳들을 새로 가꿔놓았더라. 엄청 예뻤다. 


3. 양주 회암사지 & 장욱진 미술관 & 권율장군 묘 (6월 & 9월) 

양주에서 문화해설사 하시는 지인분 덕분에 속속들이 구경하며 신이 났었다. 폐사지(유구만 남은 절터) 구경을 별로 많이 안해본 터라, 회암사지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고, 박물관에도 볼거리가 많아 신기했다. +_+

거의 왕궁터 같았던 회암사지...


건축상도 받았다는 장욱진 미술관 구석구석 예쁘다장욱진 미술관 옆 권율장군 묘에서 내려다보며이는 예쁜 한옥

4. 안면도(6월)

5. 곤지암 화담숲(7월)

6. 속초 동명항(8월)


6. 강화도(9월)

7. 외산 무량사 & 보령 성주사지 & 오천항 수영성(11월)
흐렸어도 무량사의 가을은 눈부셨다나폴리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오천항

같은 날 오전과 오후 날씨가 이토록 다르다 ^^;


8. 수원 화성 행궁(12월)

행궁과 화성 성곽을 1바퀴 다 돌았는데.. 우와.. 너무 좋아서 봄날에 날씨 좋으면 한번 더 가고싶다는 얘기를 했다. <화성성역의궤>에 실린 그림과 설명이 너무도 정확해서 그대로 복원해 놓은 화성은 조선시대 건축이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터키에서 못 타본 열기구 선망 때문인지 제자리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전부인 저 열기구(18,000원)라도 좀 타보고 싶었다. ㅋㅋ



9. 서울 둘레길 - 관광객의 눈으로 서울 살기 프로젝트 2

빠진 날이 많아서 함께했던 팀들의 공식 둘레길 순례는 끝났는데 난 미처 못 끝냈다. ㅠ.ㅠ 총 28개 스탬프 중 아직 7개를 더 찍어야함. 옛날 우체통을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스탬프 보관소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스탬프를 찍는 재미가 ㅎㅎㅎ 은근 쏠쏠하다. 스탬프 상관없이 서울 둘레길을 이미 몇바퀴나 돌았다고 큰소리치시던 선배님들도 막상 스탬프북 없으면 말짱 꽝이라고 하자, 별것 아닌데 욕심난다며 결국 157km를 완주하고 완주증서를 받아내시던데... 난 뭐냐.  뭐든 시작은 잘해도 금방 싫증내고, 그렇다고 또 완전 포기도, 깔끔한 마무리도 잘 못하는 나의 미련떠는 성격이 여기도 반영된 것 같다. 남은 스탬프를 2018년 상반기에 다 찍고 완주기념 배지를 꼭 받으리! (새해 결심 중 하나다 ^^;) 

2017년 등산

도봉산, 소백산, 예봉산, 수락산, 관악산, 용마산, 괴산 갈모봉, 내변산 관음봉, 안산 자락길, 북한산 향로봉

하반기엔 거의 등산을 못다녀서 다시 등산 초보자의 폐활량과 몸이 되었음을 12월 북한산에서 실감했다. 몸이 어찌나 무겁던지! 2018년부터는 매달 두번씩 안빠지고 좀 다시 산에 다녀볼 작정이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자꾸 무릎이 아파서 등산도 앞으로 몇년이나 하겠나 싶은 심정. ㅠ.ㅠ 


2017년 전시

1. 훈데르트 바서 - 세종문화회관 (포스팅도 했으니 생략)

2. 르누아르의 여인 - 덕수궁 미술관 (그저 그랬음)

3.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상설 전시 & 마티스와 디벤콘 특별전

4. 장욱진 미술관 탄생 100주년 특별전 (6월과 9월에 각기 다른 특별전을 두번이나 봤다) 

5. 고궁박물관 창덕궁 희정당 벽화 - 지금도 전시중이고, 희정당에서 떼어 복원한 금강산 그림이 진짜로 볼만하다. 금강산 관광을 대체 왜 가나 싶었는데, 남북관계 복원돼 관광루트가 다시 뚫린다면 가보고싶어졌을 정도다.  


2017년 기억될 사건

1.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

아무래도 출판과 번역은 사양길이고... 뭔가 더 재미난 일 없을까, 새로운 길을 모색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중학교 1학년들 자유학기제 수업을 한 학기 맡았다. 밤 새가며 수업자료 PPT 만들 때마다, ^^; 형편없이 적은 강사료를 받으며 다들 이짓을 왜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생기발랄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한편 기대되고 즐거웠다. 중2병이 중1로 내려왔다고 해서 엄청 떨었는데, 그냥 귀여운 애들이었어! 물론 말 안듣고 떠들고 쿨쿨 자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애들의 그 팔딱팔딱한 기운을 전달받는 느낌이 짜릿했다. 다만.. 연기된 수능 일정에 밀려 방학날 오전까지 마지막 수업을 하고선 콜록거리는 애들한테 옮아온 감기로 연말연초를 빌빌대며 보내야했지만 말이다. 처음 한두 주 수업때만 해도, 내 다시는 이 짓 안한다! (물론 번역일의 소중함과 귀함을 새삼 깨달았다 ㅎㅎ) 라고 별렀지만, 한 학기를 다 지내고 난 뒤의 마음은 또 잘 모르겠다. ^__^

2. 후배 인터뷰 & 취업 특강 ㅠ.ㅠ

동아리 후배의 부탁에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해줬는데 그게 일파만파 일이 커져서 결국엔 번역에 관심있는 후배들을 위해 취업특강도 하게 됐다. 어우... 번역 하고 싶은 애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7년도 남지 않은 2024년에 AI가 번역가를 대체할 거라는 옥스포드 대학교 보고서도 알려주고, 암울한 출판 전망도 들려주고... 번역은 영어 실력이 주가 아니란 얘기를 해주고 돌아왔다. 근데 뭐;; 어차피 힘든 대학생들의 취업... 번역가로 진입하는 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  

3. 이별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이게 뭔가, 사귀는 건가, 썸인가, 아닌가 지지부진 고민하고, 아니 고민 자체를 거부하고 괜한 두려움에 대화와 감정을 회피하고.. 그러면서 어느 결엔가 뽀르르 달려가 만나고 그러면서 1년 넘게 이어져왔던 관계가 크리스마스에 끝났다. 서로 지향하는 미래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려고 나름 배려했으나 결국 상처 없는 이별은 없다. 따져보니 무려 20년 만이라서 내가 서툰 탓도 있었겠고, 뭔가 되게 두렵고 어려웠다. 사랑과 두려움은 양립할 수 없다는데, 호감이 결국 사랑으로 이어질까봐, 혹은 사랑이 아닐까봐 겁이 났었다. 째뜬 끝까지 차마 묻지 못한 질문과 미련을 덮어 놓자니, 내상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굳이 2017년을 정리하는 공간에 이 이야기를 적어두는 것은 혹시나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나의 우유부단함을 정리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난 왜 지나고 나서야 감정의 실체를 깨닫는 건지 모르겠다. 혹은 추억의 미화를 위해 과장하는 걸 수도 있겠지. 한숨. 몇번의 고비 이후, 나중에 후회하는 마음 없게 엄청 잘해주겠노라고 말해놓고, 결국엔 그러지 못했다. 그치만 아무리 잘해주었더라도, 끝이 난 마당에 후회 없는 관계는 없겠지. 행복하라고 그에게 말했지만 행복하면 괜히 억울할 것 같다. 일단 나는 좀 불행하다. 


------------------------------------------

돌아보니 2017년은 참 많이 놀러다녔고, 출간이 미뤄져서 그렇지 번역 일도 꾸준히 꽤 많이 했다. 블로그질 할 시간과 정신 여유가 없었을 만도 하다. 나와는 상관 없는데도 충격으로 다가온 사람들의 죽음과 친구의 난치병 같은 것들 때문에 괜히 조바심이 나서 더 행복해지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소소한 낙과 순간의 기쁨보다는 자꾸 더 '쎄고 확실한' 행복을 바랄수록 불행해진다는 깨달음을 얻었으니 되었다. 

_M#]


Posted by 입때
,

벌써 한달도 더 지난 공연 후기를 쓰려니 민망하지만... 연말 집계할 때 보나마나 최고의 공연으로 꼽고 링크해두려면 포스팅을 해야하느니라.. 속으로 계속 되뇌고 있었다. 그날의 감동은 이미 다 식어 아련하지만, 휴대폰에 든 사진과 동영상을 가끔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서 미소가 벌벌 흐른다. 내 평생 드디어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았구나...​

작년에 현대카드에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소식을 알렸을 때, 부리나케 현대카드를 신청했으나 발급을 거절당하고 (나홀로 프리랜서는 수입 있는 남편이 보증서주면 카드 발급되는 가정주부보다도 못하다는 걸 또 한번 알게 되었다), 그럼 사학연금 수령자인 울 엄니는 어떤가 신청해보았더니 떡 하니 카드가 날아왔다. 비참처참민망x1. 

엄마카드라도 어디냐 감지덕지... 하지만 4월 15일 공연은 사전예매도, 본 예매도 모두 결과는 실패. ㅠ.ㅠ 비참처참민망x2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4월 16일 추가공연이 잡힌 뒤 또 다시 예매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역시나 카드 소지자와 예매자 이름이 달라서 그런 건지 나는 결제에러로 실패... 비참처참민망x3. 다행히 벨로와 지다님이 여분으로 예매한 표를 넘겨받아 드디어 역사적인 공연 구경에 나서게 되었던 것. 

내 인생은 나 혼자만의 운으로는 도무지 잘 풀리질 않는 건가 싶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결국 나의 불운은 해가 바뀌어 실제 공연날에도 또 한번 입증된다. ㅋ 그건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오프닝 공연에서 괜히 힘빼지 말자며 느긋하게 저녁먹고 커피마시고 노닥거리다 본 공연 시작 직전에 공연장으로 들어가선, 전날 공연을 본 파피 따라 맥주 사들고 인증샷부터 찍었다. 화장실 문제가 살짝 고민되었지만 공연장에서 술마시는 거 신났다! 까마득한 옛날 헐리웃볼에서 공연을 보며 와인을 마셨던 생각도 나고... 야구장에서 치맥하던 생각도 나고... 암튼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첫곡 A head full of dreams가 흐르면서, 입장 때 나누어준 손목밴드가 자동으로 작동이 시작되어 잠실주경기장 전체가 신기한 불빛으로 물들어가는데 하필 내 건 불량이었다. 흑흑흑... 불이 안 들어와! 불운한 인간은 어디서든 티가 나는구나.. 에효.  비참처참민망x4

지나던 진행요원에게 하소연하니 간혹 불량품이 있다며 직접 입구로 내려가 바꿔와야 한단다. 아...그냥 포기하고 공연에만 집중해야하나 우유부단하게 마구 고민하고 있는데 내 오른쪽 옆옆 사람도 마침 불량이라, 자기 친구는 바꾸러 내려갔다며 내 바로 옆에 앉은 이십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 관객이 그래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 공연 내내 속상해하느니, 한곡은 귀로만 듣자 싶어 얼른 뛰어내려갔다. 다행히 출구와 통로에서 멀지 않은 자리라 두번째 곡이 끝나기 전에 후다닥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러길 잘했지...

자이로밴드?라나 뭐라나 이렇게 조명따라 음악따라 색깔이 변하는 신박한 물건을 나도 함께 누리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싶다. A sky full of Stars 노래 나올 때 잠실주경기장이 온통 영롱한 별빛으로 뒤덮인 듯한 광경이 펼쳐진 순간 너무 좋아서 살짝 눈물이 솟았었다. 가사처럼 Such a heavenly view 가 아니고 뭔가! ㅠ.ㅠ


예매를 하고보니 4월 16일이 마침 세월호 참사 3주기라 신나게 방방 뜨며 놀긴 좀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노래 제목도 공교로운 <Yellow>가 흐르다말고 공연사고인듯 음악이 뚝 끊기더니 노란 리본이 화면에 떠올랐다. 아 이 짜식들... 뭘 좀 아는구나. 화면엔 세월호 노란 리본, 관객석엔 노란불빛들... 다시 광화문 촛불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나름 셋트리스트 찾아 미리 예습한다고했는데도 처음 듣는 듯한 노래도 있어서 난 아직 멀었구나 했었고, 나라마다 크리스 마틴이 따로 작곡해 불러준다는 노래는 너무 아마추어스러워서 별로였다. ^^; 그치만 1, 2, 3집에 들어 있는 어쿠스틱한 노래들도 꽤 많이 불러주어 어찌나 기쁘던지... <Fix you>도 <In My Place>도 라이브로 듣다니.. ㅠ.ㅠ 기념으로 소장할라고 <In my place>는 쬐끔 동영상도 촬영했다. ㅎㅎ  

점점 더 상업적인 음악만 추구하고 대형공연장에 적합한 빵빵 울리는 EDM 쪽으로 가는 게 영 마뜩찮지만 막상 들어보면 중독성이 정말 엄청나다. 처음 음반 나오면, 에이 별로야 그러다가 어느새 중독되서 흥얼흥얼 따라부르고 찾아듣게 되는 묘미?가 있는 듯. 그러니깐 이틀간의 공연에 팬들이 이토록 열광하고 매진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닐까.  요즘 애들이 듣기엔 당연히 더 최근 음반들이 더 매력있을 거 같다.

게다가 대형공연장 공연 노하우가 쌓이고 쌓였을테니 볼거리도 풍부하겠다, 팬서비스 훌륭하겠다(스탠딩석 한가운데 런웨이같은 무대말고도 갑자기 중앙 조명탑 아래쪽에서 나타나 노래불러주는 거 완전 좋더라. 물론 나는 맨눈으로 얼굴 확인하기 어려운 2층 좌석이었지만;; 거리는 가까워질수록 좋은법!), 크리스 마틴 가창력이 예전만 못하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뛰어다니며 노래하는데도 헐떡거림 없이 그 정도면 진짜 훌륭하다 싶었고, 형광봉 역할 대신하는 자이로밴드 활용도 좋았지만 조명도 예쁘고, 중간에 공굴리기? 같은 퍼포먼스도 즐겁고 맨 마지막 불꽃놀이ㅠ.ㅠ로 마무리하는 것도 다 좋았다. 사진에 실제 색감이 잘 안나타나는데도 ​이 정도로 예쁘니 뭐;; 

크리스 마틴이 17년만에 와서 미안하다며 또 오겠다고 하던데, 과연 언제나 오려는지? 지정석에서 간간히 일어나 열광하기에도 힘든 나이인지라 이왕이면 빨리 오너라..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 과연 재공연이 잡히면 난 또 미련없이 예매전쟁에 뛰어들것인지 그건 또 모를 일이다. 표만 구할 수 있다면야 이번엔 혼자 앉는 자리도 감지덕지였으나, 다음에 또 혼자 뚝 떨어져 앉아 관람하라면 싫을 것 같다. 영화든 공연이든 감흥을 즉각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더 즐거운데 말이지... 

소음 민원문제라는 듯, 공연이 매몰차고 냉정하게 앵콜곡 하나 없이 끝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셋트리스트 마지막인 <Up & Up)이 흐르자 아쉬운 마음에 또 동영상을 잠깐 촬영하고는 마음을 달랬다. 아 근데 내게 자이로밴드 바꿔오라고 조언했던 여자애들 둘은 마지막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후다닥 공연장을 빠져나가더라. +_+ 공연 내내 미친듯이 춤을 추어대더니만 니들은 편한 귀가가 더 중요했구나 싶어 좀 놀랐음.

마지막 인사와 함께 관객석에 조명이 들어오고... 아쉽지만 빠이~

주경기장에서 몰려나오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밀리듯 지하철역으로 걸어가 집으로 돌아오며 계속 다시 콜드플레이 음악을 복습하는데 어찌나 흐뭇하던지. ㅎㅎㅎ 이날 밤 집으로 돌아와 나는 곧장 다음날 LA로 날아가기 위해 짐을 싸야했다. 약간은 미친짓이라고 여기면서도 내 생전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은 또 없으리 짐작하며 그래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물론 콜드플레이는 미국으로 향하는 11시간 비행 동안에도 중간중간 나를 위로해주었다. 아 글쎄, vod에 콜드플레이 공연실황도 있더라니깐! ㅎㅎㅎ   


티스토리에도 동영상 곧장 올리기가 있는줄 몰랐다 ^^; 알게 된 기념으로 하나 자랑;; 마지막곡 Up&Up이다.



Posted by 입때
,

특히 바쁘면 늘 도지는 지병 탓에 일하기 싫어져 뒤늦은 영화 후기를 써야겠다. ㅎㅎ

* 스포일러는 당연히 있겠지요? 


일단 영화 본 순서대로 <너의 이름은>

장면 장면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는 맛은 있었으나 뭔가 초현실적인 이유로 남녀가 서로 몸이 바뀌는 설정은 익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영화 <체인지>에서도 겪었던 터라 약간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이제는 타임슬립도 그렇고 몸이 바뀌는 것도 그렇고 어느것도 더 이상 새로운 소재는 없는 듯.

게다가 소녀와 소년의 몸이 바뀔 때마다 쓸데없이 반복해서 가슴을 만져대며(!) 신기해하는 장면은 심히 불편했다. 소녀는 남자가 된 자신의 아랫도리를 부끄러워하며 확인하는데, 소년은 왜 그렇게 함부로 주물러대는지?! 남자는 다 그래.. 라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째뜬 과도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 거북했음. +_+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보고 또 보는 재관람 관객이 그렇게도 많았다지만 난 굳이 또 보고 싶은 생각은 안들던데... 만나야할 사람은 결국 만나고야 만다는 운명론과 해피엔딩엔 애니메이션이 그렇지 뭐 하며 그러려니 흡족하면서도 감동의 도가니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라져가는 일본 시골 마을의 전통에 대한 접근과 그리움은 마음에 들었고, 어쩜... 번역이 그리도 시적인지. 감탄하며 봤다. 그래서 나의 별점은 다섯개 만점에 셋. ㅎㅎ ★★★☆☆

이 영화를 보고 돌아오니 마침 올레모바일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죄다 올려주어 옳다구나 다 챙겨봤다. <초속 5센티미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언어의 정원>까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 그나마 내용이 기억날 뿐, 나머지 2개는 벌써 어떤 내용이었는지 완전 깜깜 서로 헷갈린다. +_+ 영상미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셋 다 확실히 <너의 이름은>만 못했다. 


<라라랜드>

'이 영화는 마법이다'라는 카피를 하도 많이 보기도 했고, 작년부터 그렇게들 재미있다고 주변에서 난리여서 정말 궁금했다. 나도 감동하며 볼 수 있을까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나면 어쩐지 시큰둥해지거나 괜히 시의에 편승하는 느낌이 들어 무조건 외면하는 못된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봐야겠다 싶어 얼른 보러 갔었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밤늦게 TV에서 보던 할리우드의 온갖 뮤지컬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든지 <사랑은 비를 타고>,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같은--는 참으로 미국적이라 거부감이 들면서도 묘하게 매력이 있었다. 갑자기 등장인물들이 떼거지로 탭댄스나 왈츠를 추거나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 크핫 오글거리면서 뭔가 신나는 느낌?

<라라랜드>는 그래서 내겐 '마법'이 아니라 '추억'이었던 것 같다. 단칸방 시절부터 나중에 따로 공부방이 생기고 나서도, 주말에는 TV 영화 핑계로 늦도록 자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이불 속에 누워 영화를 보다 잠들던, 정겨운 느낌과 참으로 미쿡스러웠던 영화의 이질감이 낳은 묘한 기분을 환기시키는 영화였던 것.

특히나 어려서도 나는 탭댄스 추는 배우들 모습이 그렇게 우스꽝스러웠는데... 그들의 발재간이 아무리 훌륭해도 내눈엔 이상해! <라라랜드>에서도 피아노 치는 라이언 고슬링의 멋진 목소리엔 홀딱 반하겠던데 에이, 탭댄스는 추지 말지 그랬어. ㅠ.ㅠ 왈츠 추다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도 난 두 사람 몸에 피아노 줄 매달았겠지.. 그런 상상이나 하고 앉았고 말이지. ㅋ

어쨌거나 LA 사는 친구 덕분에 아마도 두 주인공이 아침 노을을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나도 야경을 내려다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밤하늘 색깔이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구나 생각했을 뿐, 그땐 그리 예뻐보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는데, 새삼 다시 가면 또 감흥이 다르려나? 

현실적인 관계와 엔딩도 그렇고, 만약에... 그러면서 상상한 장면들까지 누군가는 폭풍 눈물을 흘렸다던데 메마른 난 그냥 그러려니 하며 봤던 것 같다. 다만 중독성 있는 영화음악은 한참 뒤까지도 흥얼흥얼...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아 저음으로 부르는 라이언 고슬링 목소리 참 좋다. 게다가 그 피아노 치는 장면도 직접 다 연습해서 한 거라고! 

남녀 주인공이 사랑스럽고 특히나 LA 친구가 제발 놀러오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부추기는 상황이 더해져서 별점은 역시나 셋. ★★★☆☆ 트럼프는 꼴보기 싫지만.. LALA LAND에 나도 다시 가고싶어졌다. 


Posted by 입때
,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26일까지 전시중인 르누아르 전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상설 전시중인 천경자 전시실이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시립미술관 건물 자체를 좋아하니깐 뭐 그냥 보러가자 결심했었는데,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 반액할인 받지 않았더라면 본전 아까워했을 것 같다. +_+

어떻게 그나마 내 눈에도 좀 익고 좋아라하는 르누아르 그림은 단 한점도 없는지 원. ㅋㅋ

물론 르누아르가 그린 어여쁜 소녀들의 아름다움과 화사함을 보는 기쁨은 더러 있었지만, 마지막에 한 방에 몰아놓은 여체 그림들도 그저 그랬고 (모델 몸매를 너무 심히 보정해놓은 광고 사진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나;;) 전체적으로 우와.. 그림 실컷 봤다.. 싶은 충족감이 덜했던 것 같다. 

입장료는 13000원. 입장료만 놓고 보면 꽤나 야심찬 기획전인데 글쎄. +_+

그래도 전시 보러 갈 때마다 혼자 끙끙대는 놀이, 그림 한 점 가져간다면 뭘 가져가야하나 2, 3층 전시실을 유심히 2바퀴 돌며 괜한 고민에 빠졌고 두 작품 중 고민하다 어렵사리 하나를 골랐다. ㅋ


르누아르, 장미꽃을 꽃은 금발 여인르누아르,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인

나의 선택은 왼쪽! 이유는? 오른쪽 그림도 예뻐서 좋았으나 고양이가 좀 무서워서.. ㅋ 

그래도 요번 전시를 보며 르누아르와 내가 멋진 미술작품에 대한 관점이 똑같단 걸 알게 됐다. 사진 촬영이 금지여서 벽에 적혀 있던 글귀를 기억하진 못하겠는데, 암튼 예술은 무조건 아름다워야한다는 게 요지였다(고 기억한다).  역시.. 르누아르가 모공 하나 안 보이는 말간 피부의 아름다운 여자들을 셀수없이 많이 그렸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군! 

다른 때 같으면 집어온 브로셔를 책상에 세워놓고 몇달은 지켜보며 흐뭇해하는데, 색감이 하도 구려서 요번엔 그러지 않기로 했다. -_-; 포스터에 나온 저 그림의 해맑은 소녀 얼굴을 어찌나 우중충하게 만들어놓았던지. 아트숍에 깔려있는 전시 기념품들의 색감도 하나같이 원작과는 동떨어진 게 많았다. 이왕이면 장미꽃 금발여인의 모습이 담긴 걸로 뭐든 하나 골라보고 싶었으나 어우 숭해... 해서 결국 요번 전시에 포함되지도 않은 엉뚱한 뜨개질 소녀 그림이 우울하게 담긴 저렴한 비닐파일 하나 집어오는 걸로 쇼핑을 끝냈다. 

오후부터 눈발이 날려서 미술관 가는 발걸음이 괜스레 설렜는데 금방 비로 바뀌더니만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고 뭔가 공연을 한다던 것도 아무 말 없이 취소되고, 전시는 약간 성에 안 차고, 뭔가 마구 아쉬워서 뒤풀이 치맥에 괜히 욕심 부리다 속병이 도졌던 게 더 기억에 남는다. 미술관 허세는 당분간 좀 참아야겠다. ㅠ.ㅠ


Posted by 입때
,

방금 웃긴 일

놀잇감 2017. 2. 24. 12:35

방금 낯선 번호로 문자가 쏟아졌다... 엄마 전화좀?????
의아해할 새도 없이, 곧바로 독촉의 ㅇ 세례가 이어졌다.


답장을 안하면 계속 문자가 올 것 같아서 나도 답을 했고... 혜림양은 결국 실수를 눈치챘다. 난 괜히 즐거워서 깔깔 눈물나게 웃다가 이건 포스팅 감이야! 했다 ㅎㅎㅎ


좀 저렴한 십대 특별 요금제를 쓰는 아이들은 월말이 되면 알(?)이 떨어져서 종종 전화를 못 걸고 받기만 한다. 그나마 아이메시지는 아이폰끼리 무료니깐 뭐;;

근데 여기서 재미 있는 건 애당초 이 아이가 내게 문자를 잘못 보낼 수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번호를 잘못 눌러서 나에게 문자가 왔다는 건... 자기 엄마 폰 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았단 뜻이잖아!!! ㅋㅋㅋ

시크하고 쿨한 척하는 나의 조카들도 휴대폰 사고나서 한참 동안이나 제 엄마아빠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고모나 할머니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식들이나 손수들에게 시시때때로 안부 문자를 날리던 왕비마마는 당연히 손주들에게 오래도록 답 문자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조카 ㅈㅎ이에게 왜 할머니 문자를 씹느냐고 물으니...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자꾸 문자를 보내서 잘 읽지도 않았다고 대답을 했었다. 

애들이라 휴대폰을 잘도 잃어버리고 망가뜨리곤 해서 새 폰으로 개비를 할 때마다 나 역시 굽실굽실 제발 고모 번호 좀 저장해놓으라고 간청을 한다. 나쁜 놈들이라고 괴씸해하면서도, 이젠 '고모'라는 이름으로 번호가 저장된 걸 알면 은근 기쁘다. 근데 또 한 가지 생각지 못한 일도 발생했다. 

며칠 전엔 아 글쎄 대뜸 조카 하나가 전화를 걸더니, "고모 이름이 뭐였지?" 묻는다. ㅠ.ㅠ 깜박 까먹었다나........ 웃프다는 심정이 뭔지 순간적으로 실감하며 이름을 알려줬다. 야! 고모 이름은 독특해서 까먹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너무한다! 그러면서 @.,@

암튼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혜림 양의 실수 문자로 조카들에 대한 괜한 섭한 마음이 누그러지다니, 완전 아전인수격 해석임을 아는데도 은근히 위로가 된다. 요즘 애들 다 그렇지 뭐 하는 마음? ㅋㅋㅋㅋ  


Posted by 입때
,

훈데르트바서展

놀잇감 2017. 2. 15. 22:34

2017년 새해 들어 첫 전시관람은 훈데르트바서. 기대한 만큼 좋았다. 동화나라처럼 보이는 건축모형에선 가우디가 떠오르기도 했고 현란한 색감에선 얼핏 클림트 그림도 연상됐던 것 같다. 후기를 쓴다쓴다 미루다가 벌써 보고온지 한달도 훨씬 넘어 감흥이 가물가물 기억도 잘 안나지만 ㅠ.ㅠ 그나마 초기라서 사진 촬영도 허용해주었고(입소문 홍보용인지 요샌 초반에 작품 촬영 허용하다가 나중에 금지하는 전시 많은 것 같다) 마침 도록도 사온 터라 뒤적여가며 밀린 숙제를 해봐야겠다. 그날 만났던 그림들을 떠올리는 순간에는 다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놈의 허영심은 암튼... 

















Posted by 입때
,

성수동 대림창고

놀잇감 2017. 2. 4. 21:49

대학시절 학교와 가까웠던 성수동은 내게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 멀어도 꼭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고집을 부리다 어쩔 수 없이 지각할 것 같은날만 가끔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꼭 내가 뛰어가서 갈아탄 지하철은 순환선인데도 이상하게도 꼭 성수역에서 멈췄다. 지하철 탄 보람도 없이!

그러다 졸업후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말이 미국 의류회사 서울사무소 직원이지, 버젓이 MD 명함을 들고 다녔으되 그냥 본사 디자이너며 검사원들 '따까리'였다. 그래서 샘플 개발이니, 생산 지시니 해서 버젓한 사무실 상담만큼이나 원단공장, 봉제공장, 나염공장을 돌아다녔다. 성수동엔 주요 거래처였던 나염공장이 있어서 한달에도 몇번씩 외근을 나갔던 것 같다. 

주로 벽돌을 쌓아올리거나 철제펜스를 치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흉한 모양새에다 겨울엔 무지 춥고 여름엔 한증막이던 큼직큼직한 건물들이 즐비한 골목에서 샘플 패턴을 한아름 안고 홀로 택시에서 내리면 공단 특유의 기름 냄새 같은 것에 섞여 가죽 냄새, 찌개 끓이는 냄새 따위가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먹은 나이 만큼이나 오랜 세월이 흘러서.. ㅠ.ㅠ 성수동은 이제 또 다른 문화가 존재하는 공간이 되었단다. 가죽으로 유명한 거리엔 수제화 골목이 생겨나기도 하고, 텅빈 공장 건물에 젊은 작가들이 공방을 차리기도 하고, 갤러리를 열기도 하고... 커피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인들이 모여드니 당연히 카페와 음식점도 속속 생겨났대고.

해서 친구들과 이름하여 '성수동 프로젝트' 날을 잡았다. 말이 거창해 프로젝트지 그냥 서울 경기 곳곳에 흩어져 사는 대학 친구들이 성수동에 모여 '힙'하다는 밥집, 찻집, 갤러리, 공방 따위를 구경하자는 거였다. 근데 또 하필 그날은 영하 9도였던가... 칼바람에 귓불이 꽁꽁 얼어 동상입기 직전인 날씨였고, 서로 잘 알아보고 왔겠거니 기대하는 바람에 괜히 헤매다가 제대로 공방과 갤러리 순례는 하지 못했다.

그나마 추위 핑계로 오래 머물렀던 대림창고를 다들 인상적으로 여겨주어 다행.​

​대림창고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벽에 매달려 있던 옛날 간판을 떼지 않고 그대로 둔데다 '컬럼'이라고 적힌 금속제 새 간판은 눈에 잘 안띄어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휙 지나치기 쉽다. 친구들도 문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뭐 잘못 알고 온 거 아니냐고 나를 의심했을 정도다. ^^;;


​꽤 높은 나무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가면 이런 내부가 나오고

넓은 창고형 공간이 툭 트여있는데... 눈앞에 키네틱아트(?) 작품이 떡하니 버티고 서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 뭔가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

 

​넓은 공간은 다시 가운데 벽을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뉘어 좀 더 어둠컴컴한 카페와 안쪽에 좀 더 환한 느낌의 레스토랑이 있다. 입구 왼쪽 갤러리 위엔 다락방처럼 생긴 2층도 있는 듯.​

사진은 비슷하게 나왔는데 오른쪽 카페가 훨씬 어둡다. 카페 오른쪽 카운터에서 모든 주문을 하고 진동벨을 받은 다음 죄다 셀프로 받아다 먹어야하고 나중에 빈그릇도 각자 반납해야 한다. 가격대도 싸지 않은데 이왕이면 서빙도 좀 해주지... 모델처럼 생신 청년들이 돌아다니며 테이블 정리도 하고 그러던데 좀 더 인건비에 투자를 하시지... 심지어 주말엔 입장료도 만원 받는다고 함!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뜻이려나?

​나중에 찾아보니 대림창고 운영자도 조각가였던가... 예술가이고, 곳곳에 예술작품이 소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주말 입장료도 받는 만큼 정기적으로 작품이 바뀐다는 것 같다. 암튼 추운 겨울에 찾아간 우리는 엄청나게 튼튼해보이고 화력도 좋은 무쇠난로에 홀딱 반해가지고, 저기다 고구마도 구워팔면 좋겠다... 그런 소박한 상상을 했다. ㅋ 여기서 파는 서양 음식들과 안 어울리려나?


아침도 굶었던 터라 배고파배고파 노래를 부르면서 점심 메뉴를 골라 시켰다. 대체로 간도 슴슴하고 원재료에 충실한 싱그러운 맛? 버섯이 잔뜩 올라 있던 피자도 길쭉하게 생겨서 괜히 정겹고 담백한 맛이라 짠 음식 질색하는 친구들 모두 흡족해했다. 파스타도 괜찮다는 평을 받았는데 만오천원 쯤 하는 가격이면 당연히 맛있어야 하지 않나? ;-P 스테이크 종류는 디너 메뉴라며 점심땐 아예 팔지도 않던데 4만원 가까이 했던 듯... 

왼쪽은 샐러드까지 4가지를 시켜서 합이 7만 8천원 나왔던 그날의 오찬 사진이다. 4명이 먹기에 적당했는데 그 중 1명은 워낙 소식하는 사람이라 나 같은 대식가만 모이면 모자랄 지도 모르겠다. ^^; 암튼 스테이크 샐러드는 확실히 맛있었음! 

오른쪽 사진은 옆 테이블에서 시켜놓고 먹길래 모양도 하도 예쁘고 맛도 궁금하여 한참 수다로 배를 꺼뜨린 뒤에 다시 주문했던 디저트 메뉴 '화가의 낮잠'이다. ㅎㅎㅎ 동그란 그릇엔 초콜릿 무스가 담겨 있고 몽키 바나나를 절반 갈라 구운 듯 그 위에 설탕 시럽을 뿌려 굳혔다. 모종삽에 든 흙처럼 생긴 건 과자와 초콜릿 부스러기.. 구운 마시멜로 두 덩어리도 뒹굴고 있는데, 암튼 맛보다도 유화 캔버스를 활용한 플레이팅이 참신하고 너무 예쁘다며 반색했더니... 언젠가 무슨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써먹었던 콘셉트라는 것 같다. 째뜬 뭐 눈요기로 훌륭하고 행복했으니 되었다. 커피는 맛있었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호나 브룩클린에 온 것 같아!라며 들떠서 꽤나 즐겁게 수다를 이어갔던 것 같다. 나중에 가죽 거리를 헤매고 헤매다 가오픈했다는 작은 소품숍을 만나서 그나마 한 건 했다고 안심하고는 얼른 또 차 마시러 다른 카페로 들어갔었다.

동네 유명해지고 사람들 몰려들면 결국 또 분위기 이상해지면서 거대자본과 대기업이 밀려들어와 제 모습을 잃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 본다. 홍대도 그랬고 합정, 상수, 연남동, 가로수길, 북촌, 서촌, 이태원, 망원동까지... 과연 성수동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블로그에 이렇게 자랑과 허세 쩌는 포스팅 하면 나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에 한몫 가담하는 것임을 알면서 째뜬 또 지난 일기랍시고 세태에 편승. 


Posted by 입때
,

2016년 마지막 전시관람은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이었다. 평창동 가나 아트센터에서 2월 5일까지 전시하고, 입장료는 3천원. 1, 2층 전시관이 꽉 차있고(전시 품목이 총 650점이라고;;), 건너편 구석의 작은 방까지 볼 거리가 많아서 가격대비 거의 횡재한 느낌이었다. 실은... 오후팀이었던 나와 달리 오전에 먼저 보러간 친구 하나는 심지어 주차장 입구로 잘못 들어가서 티켓도 안 사고 그냥 공짜로 구경했다고. +_+ 

언뜻 생각하기론 최순우 선생이 생전에 수집했던 골동품들인가 했더니만, 그건 아니고 한국적인 조형미가 뛰어난 조선시대 공예품을 모아놓은 것 같다. 일상 생활소품 위주라서 재미난 것들도 많고, 예뻐서 갖고 싶은 것들, 신기한 물건들이 참 많았다. 옛날 사람들의 미감이란 참... 대단하다. 살림살이 넉넉한 양반들이나 아름다운 공예품을 누리고 살수 있었겠거니 싶은 마음에 괜히 심술이 난 순간도 있었는데, 사진엔 없지만 어느 일꾼이 벌통 나무 둥치에도 멋드러진 조각을 해놓은 걸 보곤 하하 웃음이 나왔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본능은 양반이건 평민이건 다를 바 없었겠지. 

엄청 추운 날이었고, 전시 보러 들어가기 전에 친구가 휴대폰을 잃어버려 식겁했다가 되찾은 뒤 막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에 찬 심경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감동하며 신나게 감상했다. 전시장을 나오기 아쉬울 만큼.

사진 촬영도 제지하지 않아서 아메바 기억력을 한탄할 필요 없이 원없이 마구 찍어왔기에.. 이 포스팅은 사적인 나의 감흥 기록보다는 사진 스크롤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건 또 어쩔 수가 없고.. ㅠ.ㅠ 그저 나의 기억 상기용일뿐.

 



​​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