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바쁘면 늘 도지는 지병 탓에 일하기 싫어져 뒤늦은 영화 후기를 써야겠다. ㅎㅎ

* 스포일러는 당연히 있겠지요? 


일단 영화 본 순서대로 <너의 이름은>

장면 장면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는 맛은 있었으나 뭔가 초현실적인 이유로 남녀가 서로 몸이 바뀌는 설정은 익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영화 <체인지>에서도 겪었던 터라 약간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이제는 타임슬립도 그렇고 몸이 바뀌는 것도 그렇고 어느것도 더 이상 새로운 소재는 없는 듯.

게다가 소녀와 소년의 몸이 바뀔 때마다 쓸데없이 반복해서 가슴을 만져대며(!) 신기해하는 장면은 심히 불편했다. 소녀는 남자가 된 자신의 아랫도리를 부끄러워하며 확인하는데, 소년은 왜 그렇게 함부로 주물러대는지?! 남자는 다 그래.. 라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째뜬 과도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 거북했음. +_+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보고 또 보는 재관람 관객이 그렇게도 많았다지만 난 굳이 또 보고 싶은 생각은 안들던데... 만나야할 사람은 결국 만나고야 만다는 운명론과 해피엔딩엔 애니메이션이 그렇지 뭐 하며 그러려니 흡족하면서도 감동의 도가니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라져가는 일본 시골 마을의 전통에 대한 접근과 그리움은 마음에 들었고, 어쩜... 번역이 그리도 시적인지. 감탄하며 봤다. 그래서 나의 별점은 다섯개 만점에 셋. ㅎㅎ ★★★☆☆

이 영화를 보고 돌아오니 마침 올레모바일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죄다 올려주어 옳다구나 다 챙겨봤다. <초속 5센티미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언어의 정원>까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 그나마 내용이 기억날 뿐, 나머지 2개는 벌써 어떤 내용이었는지 완전 깜깜 서로 헷갈린다. +_+ 영상미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셋 다 확실히 <너의 이름은>만 못했다. 


<라라랜드>

'이 영화는 마법이다'라는 카피를 하도 많이 보기도 했고, 작년부터 그렇게들 재미있다고 주변에서 난리여서 정말 궁금했다. 나도 감동하며 볼 수 있을까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나면 어쩐지 시큰둥해지거나 괜히 시의에 편승하는 느낌이 들어 무조건 외면하는 못된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봐야겠다 싶어 얼른 보러 갔었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밤늦게 TV에서 보던 할리우드의 온갖 뮤지컬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든지 <사랑은 비를 타고>,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같은--는 참으로 미국적이라 거부감이 들면서도 묘하게 매력이 있었다. 갑자기 등장인물들이 떼거지로 탭댄스나 왈츠를 추거나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 크핫 오글거리면서 뭔가 신나는 느낌?

<라라랜드>는 그래서 내겐 '마법'이 아니라 '추억'이었던 것 같다. 단칸방 시절부터 나중에 따로 공부방이 생기고 나서도, 주말에는 TV 영화 핑계로 늦도록 자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이불 속에 누워 영화를 보다 잠들던, 정겨운 느낌과 참으로 미쿡스러웠던 영화의 이질감이 낳은 묘한 기분을 환기시키는 영화였던 것.

특히나 어려서도 나는 탭댄스 추는 배우들 모습이 그렇게 우스꽝스러웠는데... 그들의 발재간이 아무리 훌륭해도 내눈엔 이상해! <라라랜드>에서도 피아노 치는 라이언 고슬링의 멋진 목소리엔 홀딱 반하겠던데 에이, 탭댄스는 추지 말지 그랬어. ㅠ.ㅠ 왈츠 추다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도 난 두 사람 몸에 피아노 줄 매달았겠지.. 그런 상상이나 하고 앉았고 말이지. ㅋ

어쨌거나 LA 사는 친구 덕분에 아마도 두 주인공이 아침 노을을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나도 야경을 내려다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밤하늘 색깔이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구나 생각했을 뿐, 그땐 그리 예뻐보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는데, 새삼 다시 가면 또 감흥이 다르려나? 

현실적인 관계와 엔딩도 그렇고, 만약에... 그러면서 상상한 장면들까지 누군가는 폭풍 눈물을 흘렸다던데 메마른 난 그냥 그러려니 하며 봤던 것 같다. 다만 중독성 있는 영화음악은 한참 뒤까지도 흥얼흥얼...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아 저음으로 부르는 라이언 고슬링 목소리 참 좋다. 게다가 그 피아노 치는 장면도 직접 다 연습해서 한 거라고! 

남녀 주인공이 사랑스럽고 특히나 LA 친구가 제발 놀러오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부추기는 상황이 더해져서 별점은 역시나 셋. ★★★☆☆ 트럼프는 꼴보기 싫지만.. LALA LAND에 나도 다시 가고싶어졌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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