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님을 선두로 이웃 블로거들의 재미난 베스트 문답을 보며
참 흥미롭긴 했으되, 나는 기억력도 나쁘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는 인간 유형에서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다 보니(다이어리 쓰기를 작파한지 최소 5년은 넘은 것 같다. 이젠 아예 장만하지도 않는다) 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파피와 쌘이 한 번 더 옆구리를 쿡쿡 찔러주니 또...
정리 못하는 인간이라 더욱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그냥 수월하게 살면 될 것을 나란 인간은 뭐든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다 판난다.

게다가 또 이렇게 만날 서론이 길다. ㅋㅋ
사진 편집해 올릴 능력도 없으니 단조롭고 별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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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염려증

삶꾸러미 2007. 1. 9. 00:34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보면 건강염려증에 걸린 사람들이 꽤 자주 나온다.
<오만과 편견>에서 베넷 부인도 그렇고
<엠마>에서 엠마의 아버지도 그랬고...
또 다른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 ^^;;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서 그런 인물들이 두드러지게 그려진 이유는 뭘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 역시 언제부턴가 문득문득 과도한 건강염려증에 휩싸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마감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목이 가끔 콱 막힌 느낌이 드는데,
들어본 병명은 또 많아가지고 나도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 게 아닐까 잠시 고민하는 거다. ^^
그치만 또 병원엔 죽어라 가기 싫어하는 인간이다보니
염려만 할 뿐 병원에 달려가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시기만 넘어가면 또 대개는 증상이 사라진다.
순전히 신경성이라는 얘기다 ㅋㅋ

그동안 약한 기운의 감기를 벌써 몇달째 앓으면서도 인류는 감기약을 발명하지 못했으므로
병원에 가도 소용 없으니 그냥 먹고 쉬겠다고 주장하며 노친네들의 속을 썩이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오늘은 내 발로 피부과엘 찾아갔다.
연말을 가열차게 놀며 보낸 벌로 입술 가장자리가 찢어졌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통 낫질 않아 이리저리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니 아무래도 바이러스성 염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쌓인 피곤은 충분히 풀릴만큼 아예 일요일엔 온종일 자다시피했는데도 안 낫고 점점 심해져 피까지 나는 걸 보니 드디어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

주사까지 맞아야하는 줄 알고 내심 덜덜 떨며 병원에 갔지만 ㅋㅋ
의사는 입술이 건조하여 그런 것이라며 먹는 약도 안 주고, 바르는 연고제 하나만 덜렁 처방해주곤 돌려보냈다.
항생제를 며칠쯤 먹어야하는 병이 아니란 게 너무도 다행이다 싶은데
결국 별것도 아닌 걸로 병원을 찾을 만큼 요즘 걸핏하면 기승하는 나의 건강염려증 때문에 좀 민망스러웠다.

병원과 약과 의사들은 잘 안 믿고 의심하고 못마땅해 하면서
안 어울리게 왠 건강염려증이람.

나이들수록 점점 예민해지는 것을 지나쳐 까탈스럽고 까칠해지는 걸 느낀다.
뭐든 마음 먹기 달렸으니 그저 마음 편히 먹으면 다 해결된다는 진리를 왜 자꾸 까먹는지 원.

암튼 그간 입을 잘 못 벌려서 본의 아니게 잘 못 먹었는데
(잘 못 먹는 인간이 바로 엊그제 그런 걸판진 밤참 타령을 했더란 말이냐! ㅋㅋ)
타온 연고나 열심히 입술에 발라 어서 식탐전선에 지장 없도록 해야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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