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공포

추억주머니 2007. 1. 16. 17:22
몸치...까지는 아니지만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못한때문인지 툭하면 어디든 잘 부딪치고
울퉁불퉁한 평면에선 '반드시' 발을 접지르거나 넘어지는 나에게 계단은 참 못마땅한 장소다.
오늘 또 집을 나오다 계단 끝을 잘못 짚어 발목을 접지르고 보니
언젠가 예고했던 계단 관련 포스팅을 해야겠다 싶어졌다.
역사가 길어서 몹시 길고 긴 포스팅이 될 것 같으니 시간 없으신 분들은 감안하시길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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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이 불쑥 물었다.
"넌 요새 스트레스를 뭘로 푸니?"

요즘 사는 낙이 없어... 라는 맥빠진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터라 3초쯤 망설이던 내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주로 먹는 걸로 풀고... 사람들 만나고, 수다떨고... 쇼핑도 하고,  여유 되면 여행 가고..."

친구는
"다른 건 뭐 누구나 다 하는 거고, 그나마 니가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 다행이다 야"라고 했다.

처음 나온 대답이 먹는다는 얘기인 걸 보면
내가 식탐으로 해소하는 스트레스가 제일 많다는 얘긴데
어젠 문득 식탐녀를 지나쳐 식충이가 된 기분이었다.
대화가 오간 때가 마침, 자동차 뒷좌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 거북스러울 만큼 와구와구 배불리 저녁을 먹고난 다음이었기 때문이겠지만,
스트레스 해소법이란 게 알량하게 겨우 먹는 거라니.. 스스로 대답해놓고도 겸연쩍었다.

요 며칠 여기저기 푸념을 하고 돌아다닌 생각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언제부턴가는
호들갑을 떨며 맛있는 걸 찾아 먹어도, 편한 이와 걸판진 수다를 떨어봐도,
몹시 달고 맛있는 케이크와 카페인을 탐닉해도,
요란하게 비명을 질러봐도, 찔찔 눈물을 흘려봐도,
쇼핑을 해도, 잠시 일상을 떠나 여행을 하고 돌아와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근원적인 답답함 같은 것이 마음 저 밑바닥에
단단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숨쉬기조차 힘든 막막함이 밀려들기도 한다.

누군들 인생이 힘겹지 않겠나.. 자위하지만
그래도 뭔가 나만의 낙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든다.
예전엔 저 위에 적은 것들로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단박에 행복해졌는데
지금은 왜 안되는 걸까나.

단순히 맛있는 걸 먹고 배만 불러도 느낄 수 있던 뿌듯한 포만감과 행복을
이젠 골똘히 찾아나서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하다.
내 경우,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점점 더 까다롭고 까칠해지고 불만투성이 인간이 되어간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의 깊이는 깊어질 생각을 않고 쓸데없이 생각의 겹만 많아져
파삭파삭 부서지는 파이처럼 메마른 뇌가 와사삭 사그라져버릴 것만 같다.
이러다 식충이에 무뇌충까지 되면 어쩌나. ㅜ.ㅜ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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