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사기2

책보따리 2007. 1. 7. 21:19
대리번역과 관련하여 지적 사기에 대한 글을 쓴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출판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사기극이 연이어 불거져 나오는 걸 보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출판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 제 아무리 '문화사업'이라며 자부심을 갖고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정작 처절한 생존을 위해서는 '문화' 보다 '사업'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출판계에서도 '관행'이라는 뻔뻔한 명목으로 크고작은 사기극을 미화하거나 부도덕한 대필이나 표절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반복되어 너도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습관처럼 박혀 있던 잘못들이
이제라도 하나둘 발각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단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차라리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들은 스타 작가와 번역가를 전면에 내세우며 실질적인 대필작가나 구성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추는 걸 '독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외국엔 '공저' 체제가 자리잡혀 있는 반면, 우리나라엔 '공저'라고 하면 이름을 앞세운 유명인사도, 실질적인 작가도 둘 다 불신하고 외면하면서, 이번 사건처럼 대필이나 대리 번역 의혹이 불거지면 완전히 매도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독자들의 성격이라는 얘기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출간한 회사의 사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얘긴데, 기사를 보며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독자들 수준을 너무 평가절하하는 건 아닌가 발끈해서, 일단 정직하게 책을 내보는 시도부터 해보지 않는 출판인들을 비난하는 마음이 앞서긴 했다.
하지만 정지영 아나운서를 앞세운 대리번역 사건에서 일부 독자들과 변호사가 집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인 걸 보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지난번 대리번역 사건에서 제일 나쁜 건 물론 출판사지만, 정지영 아나운서를 믿고 그 책을 사본 독자들이라면 그 여자의 팬이라는 얘기니 그 여자를 감싸줄 만도 한데 오히려 배신감 운운하며 심리적인 손해를 배상하라고 나서는 걸 볼 때, 역시 스타 작가나 번역가를 앞세워야 장사가 잘 된다는 출판사들의 논리를 입증하는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래서 출판계엔 내부인들만 아는 거대 권력이 존재한다.
책만 내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이른바 '스타 작가' 또는 '스타 기획자'들은 막대한 계약금을 받고 이 출판사, 저 출판사를 오가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물론 부정직한 출판사들이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사이가 나빠져 작가가 출판사를 옮기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 악덕 문인들(아.. 이들에겐 '문인'이라는 말도 아깝다! 상업적인 글쟁이 정도가 딱이라고나 할까... )은 상도덕이나 인간에 대한 도리 따위는 나몰라라 한 채 사리사욕만 채우기에 급급하다.
출판 기획도 하고 번역도 하는 저 유명한 시인 X모씨는 출판사를 오갈 때 마다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별도의 출판사처럼 운영하며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이는 것으로도 악명 높다.
예전엔 나도 그의 글과 번역을 좋아한 적도 있지만, 이젠 분명 확신한다.
출판계에서 독불장군처럼 전대미문의 권력을 휘두르는 X모씨가 결코 번역 따위에 힘쓸 시간은 없을 터이므로, 그의 이름으로 나오는 번역서도 분명 힘없는 새끼번역가의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이렇게 거품을 물고 불만을 품어도,
그가 번역을 하든 엮어내든 출간하는 책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 볼 때, 그에 대한 출판계와 독자들의 수요는 한동안 끊이지 않을 것이고 돈 많은 출판사들은 계속해서 호시탐탐 그를 스카웃하려고 애를 쓸 게 틀림없다. ^^;;
나는 그저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과연 X모씨가 다음번엔 어느 출판사로 옮겨가 또 어떤 새 이름으로 책을 낼 것인지 지켜볼 뿐이다. (그나마 예전에 틀어졌다 다시 돌아간 이번 출판사와는 공생관계를 1년도 넘길 모양이어서 신기하다)

아무튼
자금력 딸리고 '사업적인' 두뇌와 인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출판사는 나날이 도태되고, 이름도 알쏭달쏭한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출판사들만 출판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과정이라 어떻게든 살아 남으려는 출판업자들의 몸부림이 범죄수준으로 치닫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한데, 이렇게라도 가끔씩 고름이 터지듯 문제가 불거지다 보면 나름대로의 자정작용이 생기고 도의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현재로선 독자들의 역량이 못미친다 하더라도
차츰 힘 있는 출판사들부터 구성작가나 대필작가의 이름을 떳떳하게 공저자의 이름으로 책표지에 실어 대우하고, 모든 유명인사들이 전부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갖출 순 없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도록 만들어간다면 그야말로 정직한 출판문화가 자리잡는 터전이 되지 않겠나 싶다.
또한 전략적인 광고에 힘입은 대형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 시장마저 완전히 독식하는 기형적인 시장에서 꿋꿋하고 의연하게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작은 출판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독서인구의 다양화도 실현되면 좋겠다.

그래야.. 개인적으로 번역료를 떼이거나 받기 어려울 확률이 높은 작은 출판사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서글픈 다짐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이니까 ㅜ.ㅡ...
(작년에 이 다짐을 어기고 계약 출간한 책 몇 권은 역시나 번역료를 "아직도" 못 받았다. 어흑...)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하여 "아직도"는 추후 삽입했음^^))

아무튼 이번 사기극의 결과를 나는 계속 주시할 것이다.
출판이라는 문화 사업이 '사업' 보다는 '문화' 쪽에 마음 놓고 힘을 실을 수 있는 시대가 언젠가는 와줄 것이라 믿으면서.

Posted by 입때
,

경품 욕심

삶꾸러미 2007. 1. 7. 18:36
행운과 나는 좀 거리가 먼 편이다.
그렇다보니 경품 따위에 응모해서 된 적은 평생 거의 없는 듯하다.
하물며 회사 다니던 시절, 회사 창립 기념일에 7, 80 퍼센트의 직원들이 선물을 타는 행운권 번호 뽑기에서도 나는 '당당히' 소수에 들었더랬다. ㅡ.ㅡ;;
관리과에서 불쌍하다며 나에겐 행운권을 한 장 더 쥐어줬더랬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온 걸 보며, 내가 참 재수와는 거리가 먼 인간임을 실감했었다.

그렇게 늘 쓸데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경품 응모의 기회가 주어지면, 건망증 때문에 까먹는 경우가 아닌 한 은근히 기대를 품으며 응모를 시도하긴 한다. ㅡ.ㅡ;;

어제도 조카 생일 선물사러 *마트에 갔다가 영수증 이벤트 응모번호를 받아왔는데
그냥 버리려고 쓰레기통에 넣었다가
또 혹시 모르지.. 라는 생각에 다시 주워 좀 전에 인터넷으로 응모를 해놓았다.
해놓고 나오면서도 킥킥 웃음이 난다.
행여나!!!

온 국민이 로또광풍에 휘말렸던 몇년 전 설날...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친척분들이 너도나도 로또 얘기를 하는 것에 자극 받아
다음날로 울 아부지가 로또를 사오셨는데...
세 식구 대표로 내가 찍은 번호는 5장 가운데 (그러니까 30개의 번호 가운데)
달랑 3개밖에 맞지 않을 정도로... 나와 행운은 서로 친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에 1등 경품인 오피러스 승용차를 타게 되면 그걸 팔아가지고
미니쿠퍼를 사는 데 보탤 수 있지 않을까 ^^;;;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ㅋㅋㅋ

막내 동생은 백화점 경품 행사에서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기도 했고
또 측근 한 녀석은 툭하면 경품으로 mp3나 핸드폰 따위를 받던데
다 무슨 조화인지 원...

하여간에 나에게도 경품 행운이 찾아오는 날은 있을 것인가??
(누군가 "행여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ㅋㅋ)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