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별별 사기꾼들을 다 만난다.
은행 홈페이지엘 가도, 국세청 홈페이지엘 가도 각각 직원을 사칭한 사기행각이 횡행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공지문이 보이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은 나도 사기꾼과의 접촉이 있었다.
이른바 검찰청 사칭 사기꾼 ㅡ.ㅡ;;
거의 아침에 잠들어 쿨쿨 자다가 잠결에 내방 전용 전화를 받으니
뜬금없이 ARS 안내원이 연결되면서, 다짜고짜 1월 몇일에 서울지방검찰청에 출두하지 않아 2차 출두를 안내하니 1월 25일 오후 2시 반까지 출두하라는 내용이었고
더 문의할 게 있으면 9번을 누르라고 했다.
잠이 퍼뜩 깼다.
하지만 내방 전화로 전화를 거는 사람은 미국에 사는 극소수의 친구들 아니면
최측근 가족, 그 외엔 KT의 귀찮은 안내전화나 설문조사가 다일 정도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번호라 나는 분명 잘못 온 전화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9번을 누르니 남자 안내원이 나왔고
나는 검찰청 출두명령이 어느 전화번호와 누구 앞으로 나온 것인지 물었다.
남자는 ARS가 본부 컴퓨터에서 직접 가는 것이라 자기로선 알 수 없으니
주민번호와 이름을 대면 사건번호를 확인해주겠다고 했다.
주민번호를 대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함부로 알려줄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알아보겠노라고 했더니만
남자는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툭 끊었다.
분명 사기꾼이라는 직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똑같은 수법으로 전화를 받아 주민번호는 물론이고 계좌번호까지 알려준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내친 김에 검찰청 민원안내전화로 확인해보니, 당연히 검찰청 사칭 사기전화라고 확인해주었다.
으으으윽!!!!!
부모님께도 그런 전화 오면 함부로 주민번호나 이름 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 주의를 드리고 나오긴 했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열받는다.
아무런 피해가 없는 셈이긴 하지만, 대체 놈들이 어떤 사기극을 벌일 심산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놈들이 잡혔음 좋겠다!!
이웃 블로거 여러분들도 주변 지인들에게 주의하실 것을 당부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또 다른 사기극이 있다.
나는 걸려들 뻔하다가 다행히 벗어났지만
울 큰올케는 고스란히 걸려들어 홀라당 돈을 날렸던
백화점/농협 하나로마트 직원 사칭 사기극!
특히 운전하는 사람들 주의해야 함.
내 경우는 무척 오래전 일인데...
일 때문에 서초동에 갔다가 해질녘에 집에 오는 길에
삼호 아파트 근처 신호등에 걸려 서 있으려니 옆에 서 있던 트럭이 빵빵.. 경적을 울리며 손을 흔들었다.
길을 물어보려나보다고 조수석쪽 창문을 내리니
아주 선량하게 생긴 청년이 고개를 내밀고는 백화점에 생선 납품하고 돌아가는 길인데
몇 상자 남아서 싸게 처분하고 가려 한다나...
내가 그날 왜 그 남자 트럭을 따라 아파트 단지 옆골목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암튼 나는 눈매가 슬퍼보이는 청년의 선량한 표정과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는 태도에 고스란히 넘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냉동차 같아 보이는(!) 트럭엔 유명 S백화점 납품용.. 어쩌구 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생선이 담긴 하얀 스티로폼 상자 역시 백화점 테이프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백화점 납품 생선이라 옥돔이며 굴비 따위가들어(실물로 확인한 건 아니었다 ㅡ.ㅡ;;) 워낙 고가였던 것.
내가 몇만원 정도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남자는 10만원쯤을 불렀다가 8만원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 순간 나는 고가의 생선을 사려면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장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울 엄마.. 다급한 목소리로
"그놈한테 엄마가 사지 말랬다고 하고, 너 지금 당장 차에 타고 문 잠가! 그놈 사기꾼이야!"라고 외쳤다.
겁이 더럭 난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변명한 뒤 냉큼 차에 올라 문을 잠근 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차를 출발시켰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들으니, 얼마전 이모부도 운전중에 그런 사기꾼을 만나
10만원이나 주고 백화점 납품 생선이랍시고 받아왔는데
집에 가서 열어보니, 다 썩어가는 생선이더라는 것 ㅠ.ㅠ
글쎄 사기꾼들이 수산시장에서 버려진 생선을 주워다가 백화점 창고 근처에서 스티로폼 상자를 훔치거나 빼돌려 그런 사기행각을 종종 벌인단다.
그 뒤로도 나는 두어번 최근 몇달 전에도 운전중에 백화점 납품 물건 운운하며 접근하는 트럭을 만난 적이 있더랬다.
길을 묻는 줄 알고 창문을 열어주었다가 그런 놈들을 만나면, 예전의 일이 생각나 벌컥 화가 나는데 신고라도 하려고 폰카를 준비해서 놈들의 뒤를 따라갈라치면
어김없이 트럭 번호판은 밧줄이나 노끈따위로 정교하게 가려져 번호 확인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놈의 얼굴에 폰카를 들이대면 해코지할까 무서워 지나친 호기를 부릴 순 없어서.. 부드득 이만 갈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얼마전 우리 큰올케는 외출하려고 집을 나서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트럭을 세우고 난감한 표정을 짓던 하나로 마트 직원 사칭 청년에게 거금을 날렸다.
그놈 역시 하나로 마트 점퍼까지 갖춰입고선, 직원 보너스 대신 사골과 우족 선물세트를 받았는데 자취하는 처지라 끓여먹기 뭣하니 근처에 배달 나온 김에 저렴하게 처분하려 한다고 말했다나.
마침 외출하려던 큰올케는 제법 물건이 좋아보이는 사골 세트를 골라 돈을 준뒤
아무 의심없이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부탁까지 하고는 외출을 했단다. ㅠ.ㅠ
결과는?
올케가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당연히 경비실엔 싱싱한 사골이든 썩어가는 사골이든 맡겨놓은 물건이 없었다. 하나로 마트에 확인해보니 그렇게 직원을 사칭해 물건을 파는 사건이 종종 있는데, 자기네 직원들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나.
하긴 놈이 경비실에 물건을 맡겨놓았다고 해도, 어디에서 주워온 쓰레기일지 모르는데 함부러 끓여먹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백화점 납품직원 사칭 사기꾼을 만난 것이 5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썩은 생선을 누가 몇만원씩 주고 사왔다는(주로 물정 모르는 아저씨들이 많다) 이야기가 아직도 종종 들려온다.
아으~~~!!!
빌어먹을 사기꾼놈들...
이 사기극 역시 이웃 블로거분들에게 널리 알려 혹시 모를 속임수에 대비하시라고
지루하게도 끄적여봤다.
세상은 넓고 사기꾼들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