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주의보

삶꾸러미 2007. 1. 23. 17:19
나 원 참...
살다보니 별별 사기꾼들을 다 만난다.
은행 홈페이지엘 가도, 국세청 홈페이지엘 가도 각각 직원을 사칭한 사기행각이 횡행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공지문이 보이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은 나도 사기꾼과의 접촉이 있었다.

이른바 검찰청 사칭 사기꾼 ㅡ.ㅡ;;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또 다른 사기극이 있다.
나는 걸려들 뻔하다가 다행히 벗어났지만
울 큰올케는 고스란히 걸려들어 홀라당 돈을 날렸던
백화점/농협 하나로마트 직원 사칭 사기극!
특히 운전하는 사람들 주의해야 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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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생각

식탐보고서 2007. 1. 22. 20:16
도시락 반찬으로 멸치를 싸와서 먹고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사람마다 집집마다 기피하는 음식, 먹지 않는 반찬이 있기 마련인데
이제는 거의 몬도가네 수준으로 못 먹는 것이 없는 내가 그닥 즐기지 않는 몇 안되는 반찬엔 원래 '멸치'가 속했다.
그건 워낙 '편식대마왕'이란 별명에 걸맞게 가리는 것도 많고 비린것을 몹시도 싫어하시는 울 아부지의 영향이었다.
온갖 날것은 물론이고, 익힌 등푸른 생선마저도 못 먹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이북에서 피난 내려와 바닷가인 부산에서 고등학교때까지 다니셨다는 분이 쬐끄만 멸치까지 못 먹는 것은 좀 이상하다 싶지 않은가?
하지만, 멸치배가 들어와 덕장에 삶은 멸치를 마구 널어 말리고 있는 동네 입구를 지나다 보면, 마음 좋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집에 가서 반찬 해먹으라고 어린 우리 아버지한테 멸치를 한 보따리씩 싸주셨다는데, 8남매 장남 답게 살림살이를 염려한 아버지는 동생들이라도 먹이려고 그 멸치를 집까지 가져가며 비린내 때문에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암튼 멸치와 등푸른 생선의 비린내를 못견뎌하시는 아부지 때문에
우리 엄마는 젊은 시절 아부지가 안 계실 때만 그런 '비린' 반찬을 해먹었는데,
지금이야 아부지의 인내심과 비례하여 엄마와 내 목소리가 무진장 커졌으므로 당당히 등푸른 생선을 굽거나 조려먹기도 하고, 멸치볶음을 상 위에 올려놓지만,
예전엔 아예 울 엄마가 그런 반찬거리를 사들일 엄두도 내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해먹고 난 뒤의 비린내마저도 못 견뎌, 아버지가 추운 겨울에도 냄새 다 빠질 때까지 온통 방문과 창문을 열어놓고 시위를 벌이는 통에 '차라리 안먹고 만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나.

게다가 YS가 집권한 뒤였던가?
YS 아버지가 거제도에서 멸치 사업을 한다나 어쨌다나 해서 멸치값이 엄청나게 올랐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멸치 한 상자에 십만원도 넘는 가격표가 붙어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걸 보며, 우리집은 멸치를 안먹으니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렇게 특별한 사정상 자주 안 먹다 보니 멸치는 우리 삼남매 모두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찬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가, 갱년기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 문제를 예방하려면 칼슘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방송을 타면서 슬그머니 우리집에도 멸치 반찬이 재등장한 것 같다.

물론 그런 뒤에도 나는 멸치 반찬에 그리 손이 가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를 도와  중간 크기 정도의 멸치 내장을 따내면서 꼭 '멸치 똥을 딴다'고 표현했는데, 아버지의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여 무조건 손에 배는 그 비린내가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덩달아 멸치를 싫어했던 남동생들이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아버지가 되고,
나도 덩달아 훌륭한 역할 모델 노릇을 하고 싶은 고모가 되면서
'고모는 아무거나 잘 먹는 어린이가 제일 이뻐!'라고 조카들에게 언제나 큰소리를 치려면
싫어하는 익힌(!) 당근도, 멸치 볶음도 퍽퍽 집어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물론 요즘도 다른 반찬과 달리 멸치 볶음은 '절대로' 내가 손수 만들 수 없는 음식이라고 우기고는 있으며, 조리법을 아무리 똑같이 해도 본질적인 질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보관이 잘못된 때문인지 비린내가 심히 나는 멸치 볶음은 여전히 씩씩하게 먹어줄 수가 없지만 ^^;;
적당한 크기의 잔멸치를 바삭하고 달달하게 볶은 멸치 반찬은 이제 나도 맛을 알고 즐기게 된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죽어도 못 먹겠다 생각했다가 이제는 탐닉하게 된 음식이 한둘이 아니다.

- 무지막지 뼈다귀가 무서워 보였던 감자탕: 20살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음식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선배들이 감자탕집 끌고가면 이맛살 찌푸리며 '무식한' 음식도 다 있다 여겼는데 ^^;;
이제는 사먹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정육점에서 돼지 등뼈 사다가 내 손으로 집에서도 끓여먹는다! ㅋㅋ

- 는질는질 씹히는 느낌이 소름끼쳐서 못 먹던 생선회: 맨날 회사 회식으로 횟집만 가는데 혼자 곁다리 반찬과 값싼 오징어회만 먹는 게 억울해 조금씩 시도하다  이제는 없어서 못 먹지 아마.

- 꿈툴꿈틀 애벌레처럼 보였던 산낙지: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다. ㅜ.ㅜ;; 참기름속에서 허우적대며 놈들의 힘이 살짝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그 맛이란.. 흑..

- 코가 핑 뚫리는 암모니아 냄새의 삭힌 홍어: 사실 지금도 무진장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삭힌 홍어 파는 식당에 오래 앉아 있지도 못했던 예전에 비하면 ^^ 지금은 그 오묘한 맛을 좀 알 것 같다.

- 특유의 냄새를 좀체 참을 수 없던 양고기: 양고기 역시 나의 기호식품엔 들지 못하지만, 양고기 굽는 옆에서 애써 욕지기를 참느라 눈물을 흘리던 때도 있었는데;;; ㅋㅋ 지금은 그럭저럭 잘 먹는 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파피는 콩국수를 못 먹겠다고 하고 ^^;;
지다님과 벨로는 미더덕을 먹어본 적도 없으며
키드님은 미더덕을 싫어한다는 걸 보면

이상한 혐오식품을 제외하곤 못 먹는 음식이 이제 달랑 셋--보신탕, 추어탕, 곱창(보신탕은 그냥 싫고, 추어탕과 곱창은 수차례 노력했음에도 극복할 수 없는 맛이 느껴진다)--밖에 남지 않은 나는 그야말로 엄청난 탐식가인듯.
어른이 된 뒤로 주욱 변화 및 발전(?)해온 나의 식생활을 따져볼 때
결국 식성과 식탐은 개인의 사회화 과정과도 유사하지 않나 싶다.
사회적 관습이나 전통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개개인이 그걸 얼마나 받아들이고 심취하느냐의 정도 차이랄까.

죽도록 싫어하다가 없어서 못먹게 된 음식도 있듯
앞으론 몹시 좋아했는데 죽도록 싫어하게 될 음식도 생기겠지.
내 식탐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새삼 궁금하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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