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8.01.31 눈이 왔는데;; 4
  2. 2015.11.30 멍... 8
  3. 2015.02.24 눈길 등산 4
  4. 2015.01.06 지는 해
  5. 2014.11.13 가을 풍경 6
  6. 2014.11.07 4
  7. 2013.01.02 눈이 와도 너~무 온다 7
  8. 2012.12.20 월동준비 10
  9. 2011.12.07 12월 6
  10. 2011.11.21 빌어먹을 모기 8

눈이 왔는데;;

투덜일기 2018. 1. 31. 22:26


어제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처음엔 정말로 재가 날리나 싶었던 가는 눈발은 어느틈에 함박눈으로 변했고 두어시간 사이 수북하게 싸였다. 해저문 저녁 왕비마마 등쌀에 또 내려가 아픈 손목으로 기다란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었다. 이젠 정말 이 건물에 눈 쓰는 사람이 나 아니면 울엄마뿐이다. 아래층 101호 아저씨는 늘 한밤중에 귀가해 오전내내 자는 것 같고 (그래서 종종 밥때를 놓쳐 마당에 묶인 개가 한밤중에 쇠사슬을 쩔그럭거리며 빈 밥그릇을 발로 차는 게 아닐까) 새로 102호 이사온 사람은 얼굴도 본 적 없고 가끔 밤에 불이 켜진 것만 보았는데... 어제 보니 마당 눈을 밟고 망설임없이 집으로 들어갔더라. 하긴 나라도 이런 집에 세들어 살면서 마당 쓸기 의무를 느꼈을 거 같진 않다. ㅋㅋ 그러나 또 착한 나와 엄마는 맨날 아래 두 집 현관 앞과 계단까지 눈을 쓸어준다. 야박하게 계단에서 우리집 현관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만 내는 건 또 좀 아니다 싶어서... 다행히 어제 눈은 별로 수분이 없어 무겁지 않았고 금방 쓸렸다. 다행히도.

째뜬 아마 무릎이 아프지 않았으면 오늘 신이 나서 눈 밟으러 동네 앞산에 올라갔을 텐데 ㅠ.ㅠ 나중을 기약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미끄러운 눈길에 발목과 무릎에 힘주어 걷다보면 멀쩡한 다리도 퍽퍽한데, 괜히 넘어지기나 하면 큰 낭패. 못 간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바닥 울퉁불퉁 안 미끄러운 패딩 부츠 신고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나무에 쌓인 눈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투덜투덜 커피나 마시자 생각하며 휴대폰에 든 설경 사진을 되돌아보는데, 어랏 맞다, 적년 겨울엔 앞산에 눈 구경 가서 동영상도 찍었었지! 하는 깨달음. 그리고 마침 어제 여기 동영상을 직접 올리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겠다, 곧바로 활용해야지.

휴대폰 스피커로 듣는 바람 소리랑 컴퓨터 스피커 바람소리는 확실히 다르다. 그간 계속 욕만 했는데 ㅋㅋ 새삼 쓸만한 티스토리.

그치만 동영상 초보라 가만히 못 들고 있고 이리저리 휘둘러대서 좀 어지럽다고 미리 고백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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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투덜일기 2015. 11. 30. 21:15

요즘 누가 잘 지내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곧장 안나온다. 어.. 으음.. 글쎄... 

그저 멍... 

머리가 작동을 잘 못하는 듯 누가 뭘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겠고, 뭔가 설명을 할 때도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나고, 그래도 뭔가 애써보려는 의욕이 앞서다보면 괜히 버럭 화를 내고 앉았다. 


무작정 우울해지는 11월 탓이라고, 특히나 왜 또 그렇게 비는 내리는지, 혹은 대책없이 너무 열심히 놀고 난 뒤의 후유증이라고, 그도 아니면 진짜로 호르몬에 이상이 찾아온 '갱년기'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어쩌면 그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여행 다녀온 후기를 뭔가 알차게 기록해 놓고 싶다는 생각은 의외로 스트레스여서, 개학 앞두고 방학숙제 잔뜩 밀린 아이 같은 심정으로 괜히 월말을 앞두고 전전긍긍했었다. 사진만 미리 대충 골라 비밀글로 올려두고는 차차 수정해서 마무리해야지.. 그랬는데 그마저도 귀찮을 줄이야! 결국 배째라.. 숙제 안해가면 그만이다.. 그런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ㅎ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면 아 다 귀찮다, 춥다, 동면하고 싶다, 짜증부리는 일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별것 아닌데서 의미를 찾고 집착하고 미리 고민하는 나의 습관은 한해를 또 허송했나 반성모드 돌입과 함께 또 한 해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 공포에 사로잡히면서 그 증상이 극심해지는 것 같다. 


올해는 20주년이네 어쩌구 시건방떨다가 더 민망해진 게 아닐지. ㅠ.ㅠ 뜨르르하게 장소빌리고 지인들 초대해서 파티하겠다는 계획은 전격 폐기했다. 귀차니즘이 가장 크고, 시간도 너무 없고, 비용도 만만찮고... 막상 누굴 오라고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임시 준비위원 자처한 후배가 초대할 사람 목록부터 뽑으라는데-- 출판계 부터--으악.. 졸지에 무서워졌다) 그냥 조용히 자축하기로 마음을 바꿨음. ㅋㅋ  니가 그렇지 뭐. 회사에서 20년 근속상 준대도 자괴감에 빠져 시큰둥할 인간이 스스로 판을 벌이겠단 생각이 애당초 웃겼다. 


하여간 그래서 더욱 자중하며 새해까지 남은 한달을 잘 보내기로. (꼴랑 블로그에 몇줄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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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등산

놀잇감 2015. 2. 24. 20:19

설날 이전 주말에 정선 함백산으로 눈길 등산을 갔었다. 아이젠과 스패츠까지 구비해야하는 본격 눈길 산행은 하도 간만인데다가,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해서 겁을 집어먹었는데 다행히 새벽에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려니 꽤나 높은 지점(해발 800미터쯤인 만항재??라던가;;)에서 산행을 시작해 그리 오래 걸리는 코스는 아니었다. 서울 기온은 영상이어도, 함백산은 쾌적한 날씨에 영하3,4도 정도 될거라는 예상. 헌데 하루종일 어찌나 날씨가 변화무쌍한지... 눈보라가 휘날리다가 쨍쨍 햇빛이 비치다가 다시 컴컴하게 흐렸다가...  워낙 가물어 눈이 별로 없는 거라는데도 중간중간 엄청난 눈길이 나왔다가 질질 누런 물이 흐르는 진창길이 이어지다가... 귀시렵고 코시려운 칼바람이 휘몰아치다가... 아주 정신이 쏙 빠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2월에 눈길 산행할 수 있는 곳이 몇 안되다 보니 등산객들이 워낙 많아서 곳곳에 병목 정체현상(!)이 벌어져 빨랑 올라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구간이 많았다는 점. ㅎㅎ 원래는 3,40분씩 내달리듯 강행군 하다가 모여서 단체로 간식 먹으며 잠시 쉬곤 하는데 하도 중간중간 막히다보니 산 정상을 넘어서기까지 제대로 간식 먹을 시간도 없었다. 점심시간에야 비로소 죄다 모여 눈밭에 옹기종기 앉아 보온도시락을 까먹었다.  

 

왼쪽이 내 스틱과 장갑. 저 장갑은 아빠가 쓰시던 거다. 유품정리하면서 차마 아까워서 남겨두긴 했지만... 저 등산 장갑을 내가 끼고 겨울산행을 하게될 줄은 아빠도 몰랐겠고 나도 몰랐다.

​위의 사진 두 장은 그나마 바람 덜한 비탈사면 옆에서 점심 먹느라 멈췄을 때 찍은 것. 하도 가물어서 산불을 염려해 폐쇄된 등산로도 많다는데 초보자인 내 눈엔 저만큼 쌓인 눈도 신기할 따름이고...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겹겹이 얼어붙어 바람결따라 희한한 눈꽃을 피운 걸 '상고대'라고 한다는데, 강원도도 계속 워낙 기온이 높아 눈꽃을 볼 순 없어 다들 아쉬워했지만, 난 원없이 눈을 밟은 것 같아 그저 좋았다. 이번 겨울에 가장 장대한 눈구경은 의외로 터키 갔을 때였으니 뭐;;; 

​하산 길엔 스틱을 매만진다거나 모자를 고쳐쓴다거나 해서 조금만 머뭇거리다간 종종 저런 인적 드문 눈길에 홀로 남게 됐다. 서둘러 따라갈 걱정 속에서도 기뻐하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들고 후딱 눌렀더니 흔들렸다. ㅋㅋ 잘 따라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진 찍는다고 더 꾸물거리면 혼날까봐(?) 감히 등산 중엔 폰카질을 할 엄두도 못내겠고, 사실 헥헥거릴 때는 힘들어서 사진찍을 생각도 잘 나질 않는다. ㅎㅎ

등산가서 꼭 정상 표지석 옆에서 독사진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은 '늙은이'라는 증거란다. 이 집단도 반드시 정상 표지석 옆에 사람들 죄다 모아놓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웃기고 어색하지만 이젠 나도 그러려니 하며 한쪽 귀퉁이에서 얼굴이 특히 넙대대하게 나오든 말든 참아낸다. 궁궐에서 어쩔 수 없이 찍히는 사진에 무감각해졌듯이 어떻게 나오든 말든 내가 열심히 들여다볼 게 아니니 상관없다는 생각. ㅋㅋ 점점 대인배가 되어가고 있는 건가? 

암튼 아이젠을 등산화에 끼고 걸으면 체력소모가 더하다는데, 딱히 더 힘든 느낌이 없었던 건 오르막길마다 거의 계속 막혀서 크게 힘들일 일이 없었기때문일까, 아니면 연초부터 휴대폰에 앱까지 깔아놓고 근력+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일까 통 알수가 없다. 등산 고수들은 눈도 많지 않고 정체 현상 때문에 제대로 등산다운 등산을 못했다고 투덜댔으니 아무래도 전자가 원인인 것 같지만... 2월 들어선 통 앞산에도 한번 안 올라간 터라 근력이 과연 늘었는지 모르겠다. 점점 늘어나는 몸무게의 대부분은 과연 지방일까 근육일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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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투덜일기 2015. 1. 6. 16:24

올해는 내 몸을 각별히 아껴주겠노라, 작심했던 대로 점심 먹고 느즈막히 올라간 앞산은 얕봤던 나를 조롱하듯 영상 날씨에도 곳곳에 빙판길, 눈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상 다니던 길이라 여겼건만 심지어 눈이 덮여 있으니, 어느 결에 길을 잘못들어 한참이나 눈길을 버둥버둥 뒤뚱거리며 되돌아 나와야 했고 그럼에도 오기가 발동해 정상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휘청휘청 미끄덩, 콰당 넘어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눈길로 내려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 내려올 땐 멀리 덜 얼어붙은 다른 길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조심조심 한발짝씩 옮기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그러고 보니 새해들어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는 해렸다. 게으른 올빼미는 당연히 뜨는 해를 본 기억보다 지는 해를 바라본 기억이 수백배는 많을 듯 싶은데, 그나마도 볼 때마다 낯설고 신기하다. 뜨는 해 지는 해는 눈이 덜 부셔서 그건가, 중천에서 빛날 때보다 왜 훨씬 더 커보이는지. 

암튼 새해들어 나흘만에 겨우 올려다본 하늘과 태양이니 기념으로 담아두기로. 짬 날 때마다 하늘과 바람을 올려다보며 한숨 돌리는 것도 올해의 작심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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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

놀잇감 2014. 11. 13. 01:43

10월부터 가을 사진을 휴대폰에 차곡차곡 모았다. 가끔 심심할때 들여다보며 언제 시간 내서 포스팅해야지... 그러면서.
새삼 수능추위로 영하까지 기온이 내려간다는 소식에 아 벌써 겨울인가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니까 이 사진들은 아직은 겨울이 아니고 늦가을이라고 우기며 가는 세월 바짓가랑이 붙들고 매달리는 심정으로 추려낸 것들.
마당의 벚나무도 지난밤 찬비를 견디고 아직 성성히 빨갛게 매달려있단 말이다 ㅠㅠ

10월에 답사로 다녀온 보은 법주사. 가을하늘은 바로 이런 것임을 자랑하던 쨍하고 서늘한 날씨가 사진에 담긴듯.


같은날 선병국 가옥에도 갔었다. 너른 마당과 화려한 구한말 한옥건축이 인상적이었는데 마당에 핀 (아마도) 구절초는 어찌나 싱싱하던지..​

주먹만하게 자라기도 하는 보은 대추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더군!


아래는 11월 8일 천마산... 중고딩 6년간 수련대회를 1년에 두번씩은 갔었고 아침 식전에 꼭 강제등산을 시킨 뒤 밥을 먹였던 기억이 있어서 우습게 여겼다가 큰코다쳤다. 어린시절 내가 운동화 신고 선착순으로 뛰어 올랐던 봉우리는 천마산 정상이 아니었다. ㅠ.ㅠ 정상근처가 어찌나 가파르고 암벽투성인지 어휴.... 

떡갈나무, 은행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 원없이 낙엽도 밟았지만 여러번 엉덩방아도 찧었다. 가을 낙엽쌓인 산길은 눈길만큼 미끄럽다는 교훈...​



마지막 사진은 울동네 자락길 단풍. 다 지기 전에 약속대로 엄니랑 소풍가야하는데 날씨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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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일기 2014. 11. 7. 16:20

지지난주 토요일에 사촌동생 결혼식엘 갔다가 꽃길과 리셉션에 장식되었던 꽃을 양껏 집어왔었다. 전문 예식장이 아니라 그날 예식은 딱 한번 뿐이라 한갓져서 좋았고 사진촬영을 마친 뒤로는 주최측에서 얼른 꽃장식을 뽑아 하객들 가져가라고 입구에 쌓아놓아 더 좋았다. 나는 노친네들 식당으로 안내한 뒤에야 그 낭보를 듣고 뒷북으로 혹시나 하고 가봤는데 다들 한두 다발씩 가져갈 만큼만 챙겼는지 아직 꽤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수국과 장미, 리시안서스를 각기 챙겨서 막내고모랑 나눠가졌는데도 집에 와 꽃으니 화병 3개 분량. 

맨 오른쪽 센터피스는 뭐, 주로 줄기 꺾어진 꽃들로 급조한 거라지만 며칠간 눈과 마음이 행복했다.  이 꽃들처럼 예쁘게 잘 살거라 사촌동생아, 그런 마음도 들고...

 

꽃이 오래가지 못할 걸 예상하기는 했지만 과연 사흘쯤 됐을 무렵부터 한 송이 한 송이 시들어 뽑아버리다 보니 일주일 뒤엔 장미는 다 사라지고 큰 화병 두 개의 수국과 리시안서스만 남았었다. 그나마도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면 수북했던 수국이 한줄기 통째로 축 늘어져 쪼그라져 있기 일쑤.

 

헌데 내일이면 꽃을 얻어온지 만 2주가 되는데도 하얀 수국 한 줄기와 리시안서스 한 송이는 여전히 멀쩡하게 버티는 중이다. 수국은 줄기나 두껍지, 리시안서스는 하늘하늘 가느다란 줄기로 어떻게 버티는지 신기할 따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옛말 틀린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름부터 아예 백일홍이라는 꽃도 있고, 가을 국화는 뭐든 2, 3주도 끄덕없다규~~) 장하고 고고하여라 꽃송이!

 

혹시나 도움이 될까 열심히 물도 갈아주고 줄기 끝도 잘라주며, 역시 잘 참고 질긴 게 이기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유독 강하게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특히 송이나 줄기가 크고 튼튼하지도 않았는데 남들보다 오래오래 잘도 버티는 것이 나름의 비법을 갖춘 게 틀림없다. 마음 스산하다는 핑계로 수시로 돌려대는 보일러 탓에 실내 공기가 꽤나 건조할 것 같은데도 누렇게 말라붙지 않고 종잇장처럼 얇은 꽃잎으로 새하얗게 버티고 있는 꽃. 누가 불러주어서 꽃이 되고 싶은 건 잘 모르겠는데, 질기고 아름답게 고고하게 독야청청 쭉 버티는 것도 진정 미덕이라는 (너무 당연한가?) 뜬금없는 깨달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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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믐날 써놓은 일기대로 새해 첫날엔 그간 계속 내린 눈을 고스란히 쓰고 있는 차에 눈도 치우고 집앞 계단에 얼어붙은 얼음도 삽으로 팍팍 찍어 깨뜨렸다. 뭔가 세상에(최소한 아래층 포함 이 집에 사는 몇 안되는 식구들에겐;;) 도움이 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 속에 들어와 특별히 맛있게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얼마 간의 비질, 삽질, 판때기질(?)로 오늘치 운동량을 채울 수 있을까말까 알량하게 계산도 하고... 물론 그림일기 용 사진도 찍었다. ^^v

 

 

 

겨울마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울 때 쓰는 물건은 흔히들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초록색 고무판때기다. '판때기질'이라 함은 그러니까 그 초록색 고무판으로 까치발을 들어가며 차 지붕에 있는 눈까지 밀어내고 퍼버리는 노동이다. 그러나 주말엔 날씨가 풀리면서 진눈깨비가 내려서 유리창엔 온통 얼음이 들러붙어있어 말끔하게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문도 얼어붙어 열려면 잡아 뜯어야하게 생겼으나, 어차피 토요일까진 탈 일 없으니 패스~

 

후련한 마음으로 들어와 있는데, 저녁먹고 나니 또 다시 온 동네 비질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눈이 또 내렸다. ㅠ.ㅜ 서울 적설량은 3.1cm. 한숨 쉬며 다시 내려가 마당과 계단에 쌓인 눈은 다시 처치했으되, 차를 덮은 눈은 그냥 냅두고 들어왔다. 밤새 또 내릴 지 몰라.

 

올 겨울 들어선 거의 사흘꼴로 눈이 내리는 느낌이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지만 작작 좀 내리시지...

 

말하자면 이건 그러니깐  밀렸다 쓰는 '어제 일기'다. 핑계라면 어젯밤에 다시 내린 눈 때문에 김이 샜다는 사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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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

투덜일기 2012. 12. 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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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가 들어간 유일한 영어단어라나 뭐라나(이는 확실히 틀린 주장이므로 오해 없도록 미리 밝혀야겠다;; ㅋ), 그래서 누구에게든 선물하기 딱이라는 장갑. 우산이나 스카프처럼 사도사도 욕심이 생겨 겨울마다 기웃거리게 된다. 가죽장갑은 끼나마나 손시려울 것 같아 처박아둔지 오래고, 여러가지 장식 요란한 벙어리장갑은 아무래도 끼고 나서기 민망해진 나이라는 자격지심이 앞서고... 

결국 작년에 회색 털실장갑을 하나 사 끼었다. 또 '스님용' 장갑을 산 거냐고 놀림 좀 받았지만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뭐. 게다가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사두었던 옷핀모양 단추도 직접 달아놓고는 어찌나 뿌듯하게 끼고 다녔는지.

그런데 지난번 영하 십몇도 혹한에 나가보니 안에 부숭부숭 안에 털이 든 이중장갑 끼고 온 사람이 몹시 부러워 올해 또 한 켤레 사들였다. 겨울엔 그저 오리털 패딩이 최고라며 기럭지 넉넉한 깜장 패딩과 함께 월동준비는 완벽하게 끝냈노라고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어젯밤 돌연 평범한 월동장비로는 버틸 수 없는 빙하기가 시작됨을 느꼈다.

그렇다면 답은 결국 상식이 통하는 따뜻한 곳(그런 곳이 정말로 있다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지구 다 망가뜨리고 나면 다른 행성 개척해 떠나 살겠다는 허황한 꿈과 뭐가 다른가 싶긴 하다)으로 떠야하는 게 아닐까, 상투적이고 가볍기 짝이 없게도 그것이 제일 먼저 든 생각. 감상적 패배주의에 빠지면 안된다는데 난 꼭 그런 심정이다. 희망이 있나? 5년 전과 똑같은 기시감이 가장 두렵다. 절대로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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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투덜일기 2011. 12. 7. 20:34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눈에 들어온 크리스마스 트리.
종교와 상관없이 불 밝힌 트리 장식을 보면 반사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졌었는데 이젠 그런 감흥도 없이 12월을 실감하며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병원 로비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텐데...
그러고 보니 아직 첫눈을 구경하지 못했다. 날도 추워진다는데 예고없이 돌연 눈이나 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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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모기

투덜일기 2011. 11. 21. 02:26

잠결에 오른쪽 귓가에서 앵~ 모기 소리를 들었다. 모기와의 동침은 있을 수 없는 법. 알고서야 그냥 잘수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딸깍 전등을 켰다. 잠결에도 얼른 안경을 찾아 쓰고 눈에 초점을 모아 사방을 살폈다. 갑작스레 전등이 켜지면 모기란 놈도 멀리 도망가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벽에 꼼짝않고 붙어 있었다. 뒷걸음질을 쳐 휴지를 뽑아들고는 살그머니 다가가 단숨에 후려쳤다. 벽과 휴지에 놈의 새빨간 선혈이 묻어났다. 쯧쯧쯧... 가엾은 엄니가 한방 물리셨나보구만. 그래도 내가 복수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불을 끄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근데 엄마를 물어뜯은 모기가 어떻게 닫은 문새를 뚫고 내방으로 들어왔을까 잠결에 의문이 들었으나 궁금증보다는 잠이 우선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목덜미에 딱 드라큘라 흡입자국 위치에 난 빨간 자국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때려잡은 모기는 바로 내 피를 실컷 빨아먹고서 몸이 무거워 유난히 요란하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던 놈이었다는 것을. 우어어어!!! 잡았으니망정이지 그냥 놓쳤더라면 얼마나 더 약이 올랐을까. 날이 추워져도 좀체 사라질 줄 모르는 빌어먹을 모기들!

요즘 거의 평균 하루에 세 마리꼴로 모기를 때려잡고 있다. 문틈을 다 막아놓아도 화장실 배수구로 들어온다기에 일부러 배수구 위에 대야를 얹어 원천봉쇄를 하는데도 모기들이 수시로 출몰을 한다. 마트엔 모기매트도 철수했대서 더 살 수도 없는데 젠장! 뿌리는 모기약으로 승부를 걸어보지만, 허브향으로 산 탓인지 살충능력이 별로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얼핏 맞아서는 어림도 없고 직접 두어번은 쏘아주어야 겨우 죽으니 원. 하기야 살충성분이 너무 강하면 사람에게도 해롭다던가. -_-;

그동안 모기들은 주로 우리가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 따라들어왔다. 옛날 속담을 곧이곧대로 믿으시는 엄마는 처서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지기 때문에 물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지난주 가을모기에게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하고는 가까스로 그 믿음을 버렸다. 요새 모기는 겨울에도 펄펄 살아 날뛰는 것을! 어제도 세 마리나 죽였으니 온종일 현관문을 열지 않고 지나간 일요일엔 날아다니는 모기가 없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도 조금 전 두마리를 사살했다. 급한 마음에 모기 스프레이를 찾을 새도 없이 손바닥으로 날아가는 모기를 잡고나면, 안데르센 동화였던가 그림동화에서 '한방에 일곱'이라고 적은 띠를 두르고 영웅 취급을 받았던 소년 생각이 난다. 한방에 일곱은 아니지만 하루에 서넛은 나도 퍽퍽 해치우고 있다. 혹시 화분 받침에 물이 고이면 거기다 모기가 알을 낳을 수도 있대서 확인해봤지만 장구벌레 같은 건 없다. 다만 잎이 무성한 화분에 모기들이 숨어있을 확률이 높긴 하다. 지난 여름 앵두나무에도 그렇게 모기들이 많이 숨어있더니만!

드디어 영하권으로 떨어진 서울 날씨. 현관문 밖에 진을 치고 있던 모기들은 이제 드디어 다 얼어죽었으려나? 아니면 교활하게도 또 어느 하수구로 다들 숨어들어 배수구를 막아놓은 목욕탕 대야가 열릴 순간을 노리고 있으려나? 지금도 모기를 유인하느라 요란하게 숨을 내뱉는 중이다. 어쩐지 한 마리 더 잡아 오늘의 평균량을 해치워야 안전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빌어먹을 모기야 어서 덤벼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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