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6.06.13 신기하게도... 5
  2. 2016.06.01 빌어먹을 6
  3. 2016.05.16 경복궁 집옥재 8
  4. 2016.03.07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2
  5. 2016.02.15 옛그림을 보는 법 1
  6. 2016.01.06 2015년 Best 6
  7. 2015.12.31 2015년에 읽은 책 8

신기하게도...

책보따리 2016. 6. 13. 21:42

KBS 주말연속극의 충성스러운 시청자이신 왕비마마가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있다. <아이가 다섯>이라고... 근데 이상하게도 5월부터 주말마다 집안에 이런저런 행사며 일이 생겨서 본방을 계속 놓쳐 노친네의 아쉬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또 못봤네.... 그러시면서.

해서 얼마전 재방송 스케줄을 찾아 못본 회차들을 몰아보기 해드리다가 재미난(?) 상황을 맞닥뜨렸다. ㅋㅋ 별건 아니고... 등장인물들의 서점 데이트 장면에서 내가 번역한 책이 화면에 비춘 것!

놀랍게도 나는 한눈에 책을 알아보았다. 어라... 출판사에서 PPL을 시도했나? 그러기엔 너무 휙~ 성의없이 스쳐지나가던데... 

암튼 시작하는 연인들인 신혜선과 성훈의 알콩달콩한 서점 장면에서, 책 표지 예쁘다는 대사까지 등장!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엄마! 저거 내가 번역한 책이야! ㅋㅋㅋ

나중에 방송 끝나고 후르륵 올라가는 크레딧에서는 통 제휴사나 협찬사 이름을 찾아보는 게 불가능했고, 내가 장면 캡처에 능한 사람도 아니라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ㅎㅎ 누군가 드라마 후기 올리며 곁들인 사진에 마침 그 장면이 있어서 살짝 퍼왔다. 

백수 되고 나니깐 익명 블로그에만은 늘 비밀에 부쳤던 책자랑도 막 하고 싶은 심리가 드는 건가? ;-p 캡처화면을 보니 확실히 PPL은 아니고 우연히 현장에서 표지 색감 때문에 골라든 책인듯, 일부러 책 제목을 CG로 지운 것 같다. 제목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래서 여기다 올려둘 용기도 생겼지만... 

하여간에 신기하다. 마침 그 드라마를 늦게라도 챙겨본 것도, 3월에 출간된 그 책이 새삼 드라마에 소품으로 사용된 것도, 내가 한눈에 그 책을 알아본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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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투덜일기 2016. 6. 1. 15:35


일년내내 책 한권 읽지 않으면서 매년 노벨문학상을 기대하는 한국인들을 비아냥거리는 기사가 언젠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고 했던가. 참으로 정확한 지적이다. 스마트폰과 그밖의 쉽고 재미난 오락거리 탓에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도, 책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한국사람들의 비율은 절망스러울 정도다. 특히 나처럼 책에 기대어 밥벌이를 해야하는 사람에겐 말이다.


어쨌든 요즘들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맨부커상>에 대해서 내게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엊그제는 70대이신 어느 선배님이 조용히 나를 따로 불러 물으셨다. 맨부커상이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상인가? 근데 왜 난 금시초문이지? 내가 무식한 거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그렇게 훌륭한 작품이냐... 너는 읽어봤냐... ㅋㅋ 


일단 나 역시 세계 3대 문학상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노벨상이랑 맨부커랑 또 뭐라더라...? 

물론 맨부커상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수상작을 더러 읽어보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출판계에 꽤나 몸을 담고 있었고 외국소설도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단언컨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7,80퍼센트는 이번에 한강의 책이 후보작에 올라 연일 뉴스에 언급되기 전에는, 아니 후보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며칠 언급되다 수상에 실패했다면 또 다시 그런 게 있는지조차 관심없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에 수상을 했고, 김연아, 박태환 때처럼 개인의 성취를 마치 국가의 쾌거인양 '한국이 해냈다'는 식으로 언론에 도배질을 해댔기 때문에 전 국민이 관심을 쏟아 열흘만엔가 50만부가 팔렸겠지. 


어떤 책이든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책 구매로 이어졌다면 무조건 반길 일이다. 일시적인 냄비현상이든 아니든, 소비 둔화의 최일선에 놓여 간당간당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듯한 출판계에서 한두권이라도 집중 조명을 받아 책이 팔린다는 게 어디냐! 한강의 소설이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서, 군중심리와 호기심에 휩쓸려 덜컥 책을 산 사람들이 진짜로 완독을 하거나 애서가가 되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지만, 선진국 따라하기 좋아하는 근성이 이번에도 발휘되어 노상 자기개발서나 힐링용 에세이만 읽어대던 사람들이 '문학'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째뜬 나 역시 한강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고(공모전 출신 한국 소설가와 주류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은 잘 안없어진다. ㅠ.ㅠ <소년이 온다>는 출간됐을 때 서점에서 좀 넘겨보다 말았다.) 맨부커상은 오르한 파묵, 줄리언 반스 같은 작가가 탔었는데(<내이름은 빨강>,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같은 책 들어보셨세요?-- 아니!) 모르는 게 당연한 것 같다고 대답해 노년의 선배님을 안심시켜드렸다. 째뜬 그분은 워낙에도 계속 공부에 힘쓰며 더러 서점에 가서 책도 사시는 터라, 이참에 책을 사보실 요량인듯. 쉽게 설렁설렁 읽히는 책은 아닐 거라고 미리 귀띔하며 다 읽고 어땠는지 알려주시라고 부탁했다. 상빨 받은 <채식주의자>가 50만부 팔렸다니깐 어째 나는 영 사주고 싶지가 않아서 원... +_+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에 관한 논란은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면서도 내심으론 한국소설이든 외국소설이든 이참에 출판계가 반짝 되살아나, 마케팅비와 물류비 아까워서 다 만들어놓은 책도 묻혀놓고 눈치만 보고 있는 많은 출판사들이 다시 움직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열렬히 빌고 있다. 그래야 나도 먹고 살텐데!


눈물겹게도 5월말을 기점으로 드디어 나는 프리랜서 번역가에서 백수의 신세로 전락했다. 전업 번역가로 밥벌이를 시작한지 21년만의 일이다. ㅠ.ㅠ 중간에 용감하게 대학원공부를 빌미로 일을 쉬었을 때에도(2000년), 2013년에 미친 척 자체 안식년을 결정했을 때에도 놀랍게도 번역 일 의뢰는 거의 끊이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할 일이지만,  건방지게 일을 쉬어야하는 사정을 이야기하면, 계약기한을 넉넉하게 주겠다고 방학 때 맞춰 일을 해달라는 곳도 있었고, 안식년 운운했을 땐 '이러시면 안된다!'고 설득해 6개월만에 휴식을 접게 만드는 출판사도 있었다. 내 게으름 때문에 따박따박 일을 못넘긴 탓도 있지만, 길게는 1년, 짧게도 6개월치 계약은 늘 밑바닥에 <깔아놓고> 일을 해왔던 것 같은데.... 그런데.... 작년 말부터 정말이지 새로운 번역의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어떻게 작업 시간 되느냐고 묻는 전화나 이메일도 한 통 없는지!!? ㅠ.ㅠ


해서 작년에 미리 계약해두었던 올 1/4분기 작업건을 끝으로 원숭이는 완전히 줄을 놓치고야 말았다. 땅바닥에 아프게 떨어져서 뒹굴뒹굴... 아.. 정말 슬프다.  (물론 업계 일부 친구들은 내가 그간 계속 일이 끊기지 않았던 게 놀라운 미스터리라고 이야기한다. 같이 번역 시작했다가 접은 이들도 많으니깐)


요즘 백수라고, 일 없어서 한가하다고 말하면, 이 참에 여행도 다니고, 자주 만나 같이 놀자는 친구들도 있지만 몇년째 5월마다 종합소득세 신고하며 푹푹 한숨을 쉬었던 저연봉 프리랜서에겐 모든 게 사치 같다. 사정 모르는 어느 후배가, 선배님은 이제 일 안하고 사셔도 되지 않아요? 라고 물었을 때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젊어서도 그랬고 얼마전까지도 나는 나 한 사람쯤은 평생 부양하고 살 능력이 되는 줄 알았었다. 헌데 이젠 그럴 자신감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과연 이 직업으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하나? 지금 이 나이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ㅠ.ㅠ 일단 아르바이트 거리라도 좀 찾아야하나? 

 

누군가는 니가 아직 배가 덜 고팠다면서, 여기저기 연줄을 동원해 먼저 일 좀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한단다. 몸값도 좀 낮추고...  아아악~! 


빌어먹을.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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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집옥재

놀잇감 2016. 5. 16. 17:15


경복궁 집옥재는 궁궐 들어가서도 청와대 가까이 맨 안쪽... 건청궁 왼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고종이 서고로 쓰려고 창덕궁에 지었던 '청풍양식' 건물을 경복궁으로 옮겨왔단다. 

이건 올초 겨울에 찍어두었던 집옥재 사진. 현재는.. ㅠ.ㅠ 저 중앙계단을 막고 월대 옆으로 별도의 나무 데크 경사로를 깔아 출입시키고 있다. 전각 개방한 건 너무 기쁜데, 출입구 가설하느라 건물 모양새는 미워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주르륵 이어진 저 세 채의 전각 중에서도 범상치 않게 벽돌로 쌓아 지은 가운데 건물이 청풍양식이 도입된 <집옥재>이고 오른쪽 전각은 완전 한옥 방식으로 지은  <협길당> , 왼쪽 정자는 <팔우정>이다. 각기 현판도 따로 걸려 있음. 조선말 한옥의 변천사랄지, 청나라 양식이 가미된  한옥 건축의 흐름이랄지 색다름을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건물이라, 팔우정 창문에도, 세 건물을 잇는 복도각에도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

내가 특히 좋아라 구경다니길 좋아한 건물이어서 언제고 꼭 들어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아 글쎄 뉴스를 보니 이번달부터 이곳이 도서관과 북카페로 재탄생했단다!

봉사하는 날 오전에 쉰목소리로 겨우겨우 한판 안내를 마치고선, 여유 있을 때 슬그머니 집옥재로 달려갔다. 대체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뉴스에서 얼핏 보긴 했지만, 서가며 책상이 다닥다닥 흉하게 놓여있으면 어쩌나 근심했는데 우왕... 시원시원한 공간배치 완전 마음에 들어! 가구며 부분 조명, 책상 가운데 놓여있는 앙증맞은 화분까지 다 예뻤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주로 <조선왕조 실록>, <일성록> 같은 전집류와 역사서인듯. 쓰다듬어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책이 많았다. ^^; 

​책 안보고 그저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보아도 좋을 듯! 비오는 날은 또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나...

​늘 대청 마루 밖에서 고개를 쭉 빼밀고 겨우겨우 대들보만 올려다보았던 집옥재 우물반자 천장과 단청무늬도 제대로 보이고...!

북카페로 단장한 팔우정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이렇다. ㅠ.ㅠ  아이고 신선놀음이 따로없네그려. 선들선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오고... 

​'가베'를 시키면 한복 입은 청년이 무려 '동드리퍼'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준다! 5천원이 아깝지 않아! ㅋㅋ 인력 문제인지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건 좀 안타까웠지만... 커피맛도 괜찮았음. (사진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받고 촬영했음을 밝힘 ㅋㅋ)  

아래는 ​팔우정에서 내다본 경북궁의 북문, 신무문 사진이다. 건춘문과 더불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신무문.. 저리로 나가면 바로 청와대 정문이라 경비가 늘 삼엄.. +_+

북카페에 비치된 책들은 주로 우리나라 책의 영역본, 일역본, 중역본이고, 아직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책이 많지 않았다. 맨부커상 후보로 올라 새삼 회자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눈에 띄었음. 

카펫이 깔려 있어서 신을 벗고 <보라색 양단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  같아선 대청마루의 나무를 그냥 밟게 놔두지 싶었으나 뭐 전문가가 알아서 정한 것이겠지. (그러나! 옛날 70년대에 경회루에 카펫 깔아놓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용했을 당시 특히 엄청 마룻바닥이 벌레먹고 상했다고 들었음! 카펫이 능사가 아님을 문화재청과 경복궁 담당자는 꼭 깊이 고민하고 있기를~!) 

북카페든 도서관이든... 시간 많을 때 읽을 책 가지고 가서 실컷 노닥거리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왕의 서재에서 독서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겠어! 2층에 올라가보진 못하지만 이 만큼이라도 개방해서 전각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건 참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한옥집은 사람 손길 발길이 닿아야 썩지 않는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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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부터 읽기 시작해서... (겨우) 올 2번째 완독 책이다. -_-;;

스콧 스토셀/홍한별 옮김/반비/2015


​<애틀랜틱>지의 에디터이자 여러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 스콧 스토셀이 30년에 걸친 자신의 불안증 병력을 눈물겹도록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불안'을 속속들이 해부한 책이다. 작가 본인은 '불안에 대한 문화와 지식의 역사'를 집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던데 그 말이 딱 맞다. 

인류가 탄생한 후부터 불안이라는 감정이 없었을 때는 없었을 테고, 그렇다면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 불안이 언제부터 주목을 받고 병적인 기질로 받아들였는지,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기원전 사상가들의 저서, 성경을 거쳐 최근 심리학자, 정신과의사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었는지 총망라 되어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책 한권을 끝내는 데 엄청 오래 걸린 것도 다 그럴 만하다. ㅋㅋ 저자 본인의 에피소드와 가족력 부분은 아무래도 재미나게 읽히다가 온갖 이론과 약물과 학계 이야기가 나오면 마구 머리가 복잡해져서리...

그래도 대체로 재미나고 유익한 독서였다. 아마도 50년 넘게 우울증을 친구처럼 달고 계신 환자를 보필하고 있는 관계로, 왕비마마가 과거에 드셨던 약과 현재 드시고 있는 온갖 약이름이 다 언급되고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뭐 물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유전적으로 내가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서도) 계단 공포증이라든지 설치류 공포증,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이런 것들이 다 불안증 환자의 자질이라는 사실도 깊이 실감했다. ㅎㅎㅎ 내가 어딜 가든 길을 잃을 것에 대비해 운전하면서도 미리 표지판을 살펴두고, 산에 갈 때 꼭 나침반 챙겨가고 ^^; 매사에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경우의 수를 미리 꼽아보는 등등... 아이고 참... 그러면서도 이 정도 살면 이 책의 지은이에 비하면 훌륭한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ㅋ


지은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턴가 구토공포증 때문에 학교 가기가 무서웠고, 비행기도 무서워하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도 무섭고... 중요한 순간이 닥칠 때마다 그 스트레스로 무너져내렸단다. 결혼식 때도 당연히. 암튼 그래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5, 6세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온갖 약물과 술과 상담으로 불안에 맞서 버텨나가는 중이다. ㅠ.ㅠ 안타깝게도 불안증은 지은이의 어머니와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저자의 어린 딸에게도 이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연구한 결과 어릴 때 아주 잠깐 스트레스에 노출되어도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시스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병적인 불안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 영장류 동물을 지켜보니 그 영향이 손자녀대에까지 미친단다. 으악, 그럼 나의 조카들도 혹시?? ㅠ.ㅠ

아주 오래전 첫조카 ㅈㅁ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가족을 그리고 그 밑에 특징을 써내는 수업을 했는지 나중에 공책을 가져왔는데 딴 사람은 다 까먹었어도 울 엄니 아부지에 대한 묘사는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돈을 잘 준다 
할머니: 걱정이 많다
ㅠㅠ

인간의 22번 염색체에 있는 COMT 유전자에 데이비드 골드먼이라는 사람이 "걱정꾼-싸움꾼 유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러니깐 지구상 인구 가운데 25퍼센트(울 엄마랑 나 포함!)가 걱정꾼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ㅎㅎㅎ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지은이가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혹시 그 놀라운 방법이라도 읽게 되기를 몹시 바라며 책장을 넘겼지만, 당연히 그런 건 없다. 이 책을 쓰느라고 또 여러 종류의 불안에 휩싸여 전전긍긍했던 이야기가 더 나올 뿐... 책 제목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에서 이미 해답은 없다는 걸 직감했어야 했나? ㅎㅎ 원제는 My Age of Anxiety. 

낙담하는 독자(와 지은이 스스로)를 위한 마지막 위로는 많은 경우 "불안이 예술적, 창의적 재능과 같이 나타난다"(414쪽)는 주장이다. 찰스 다윈, 프로이트, 에밀리 디킨슨, 헨리 제임스, T.S. 엘리엇, 카프카, 프루스트... 우디 앨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휴 그랜트...  병적으로 불안에 시달렸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타인들의 감정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살피기 때문에 직업적인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 

어쩌면  "불안은 타인지향적 인간의 숙명이자 천형이다."라고 적은 옮긴이의 말 한 줄에 모든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
옮긴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어휴... 교재나 학술서 말고, 인문교양서 치고 주석이 이토록 빽빽하고 양 많은 책은 보다보다 처음이어서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번역하느라 얼마나 빡세게 고생을 했을지 웃음이 나다가 안쓰럽다가 괜히 화도 막 나고 그랬다. (어떻게 이런 책을 인세로!!!!) 




암튼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나의 별점은...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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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와우북 페스티벌이나 여러 도서전엘 가도 직거래로 책값을 할인받아 살 수 없다는 건 괜한 '장서욕' 충만한 나 같은 사람들에겐 좀 억울한 일이다. 도서정가제를 실시해야 거대공룡 같은 온오프라인 서점의 횡포에서 벗어나 출판계도 살아나고 작은 출판사들도 기를 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듣기로는 책이 죄다 안 팔려서 아주 더 죽을 맛이라는 듯. 


하여간에 도서전 할인찬스를 쓸 수 없게 된 마당에 난망해하다가 건너건너 알게 된 '지인 할인 찬스'로 작년에 돌베개 출판사의 책들을 대거 장만했었다. <한국의 초상화>, <책의 탄생> 같은 비싼 책도 큰맘먹고 질렀고, 늘 탐내기만 하던 <열하일기> 시리즈도 입수했다. 그러고는 또 차일피일 쌓아두다가 이것저것 돌아가며 건드리기만... ㅋㅋ 그 가운데서 그래도 제일 만만하게 완독해 끝낸 첫 책이 <옛그림을 보는 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 옛그림 구경은 특히나 뭘 좀 알아야 왜 저렇게 그렸을까 이해가 가능한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월이 아무리 많아도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나가는 듯, 반복학습을 해도해도 별 소용이 없다.


이 책도 열심히 읽고 베껴적어두긴 했으나 과연... 그림을 척 보자마자 내 나름으로 잘 해석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통 모르겠다. 무슨놈의 상징과 의미가 그리도 많은지!! ㅋㅋ


산수화 속 나무 하나 풀포기 하나에도 화가의 주관적인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고, 화면에 보이는 것 이상의 깊은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니... 1:1 상징 대입법도 간신히 알아먹은 나로선 앞으로도 도무지 옛그림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저 옛 선비들의 풍류와 박식함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


재미있었던 건 옛날 그림들은 주로 족자 형태인데, 멋진 그림을 보란듯이 노상 걸어두고 자랑하는 건 군자의 미덕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엔 둘둘 말아두었다가 보고 싶을 때만 펴서 감상하고 간혹 그럴 때 벗들을 청해서 감상회 겸 시를 짓고 술자리를 즐겼단다. 일종의 집단 풍류. 


그림 선물을 할 때도 받는 사람의 상황에 맞게 그림의 주제를 정하고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단다. 닭 그림은 벼슬 때문에 출세를 상징한다지만, 잉어, 쏘가리, 메기, 게, 원숭이, 백로... 다 입신출세의 의미가 있더라. ^^


악귀를 쫓는 벽사의 의미가 담긴 상징과 그림들도 엄청 많은데, 우리집 쌀뒤주에도 매달려 있는 물고기 모양 자물쇠(책표지 왼쪽 맨 아래 그림)는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도둑을 막아 재물을 지켜주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주제별로 찾아보고 참고하기 좋은 책이긴 한데, 읽기에 즐거웠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어서 (어쩐지 언젠가 있을 시험 앞두고 참고서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ㅎㅎ) 막상 별점주기에선 평가가 박했더라.


iReadItNow 앱에 표시된 별점은 ★★◐☆☆ (두개 반 ㅋㅋ 반개짜리 별을 못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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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Best

놀잇감 2016. 1. 6. 17:36


2015년을 깔끔하게 끝낼 생각으로 best 목록 뽑기를 시작했는데 에효... 난데없는 감기기운으로 계속 빌빌대느라 새해 시작되고 나서도 한참 지나도록 마무리를 못했다. 나름 건강관리를 한 덕분인지 이놈의 감기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활약하진 못하고 묵직한 두통과 약간의 콧물로 깔짝깔짝 괴롭히고 있는데, 그게 아주 성가시다. 가을에 일찌감치 독감예방주사를 맞고도 감기몸살로 2주 넘게 끙끙 앓고 계신 왕비마마와 한 공간에 사는 사람치곤 그래도 이만한게 장하다 싶지만... 빌빌대려니 짜증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째뜬 2015년 정리와 함께 감기도 말끔히 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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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읽은 책

책보따리 2015. 12. 31. 21:18

이제와서 새삼 고백하자면 2014년엔 일년내내 읽은 책이 달랑 7권이었다. ㅠ.ㅠ 

그에 비하면 올해는 일취월장한 거라고 자화자찬하기로 했다. 역시나 사들인 책 대비 읽은 책의 비율은 절반 정도 되는 듯. 읽다 말고 내던져둔(과감히 포기한 책 말고...) 여러권의 책들도 좀 2016년엔 마무리하고 싶다는 걸 새해 결심으로 정해도 될까? +_+


올해는 이상하게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은 독서기록용 앱에 따르면 장장 9개월간 읽다 말다 다시 읽다 그러기를 반복했다. 소설의 호흡을 내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슬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겨울 접어들면서 줄리언 반스 덕분에 소설 읽는 재미를 회복했다. ^^


궁궐 안내 초심자 답게 아직도 공부할 게 많아서 궁궐관련 책이 여전히 꽤 많다. 공부를 해도해도 끝이 없는 개미지옥! 그래서 좀 지겹고 회의도 든다. 사람들에 대한 회의, 조직에 대한 회의, 그리고 아무리 집어넣어도 어느새 새나가버리는 내 머리 용량에 대한 회의... ㅎㅎ 옛날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데도 처음 보는 듯 완전 새로웠다.  


벌써 내용이 가물가물하는 책들이 많지만 iReaItNow 앱의 도움으로 별3개 이상(5개가 만점)인 책은 색을 달리했다. 역시나 Best 3권은 뭘 뽑나 고민... 지금 보니 독서당시의 기분에 따라서 별이 좀 후하기도 하고 박하기도 하고 변덕이 심했던 듯. 일관성이 없다. -_-; 



비소설(15)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오주석 지음/솔출판사/2009  

단원의 그림책/최석조 지음/아트북스/2008

인왕산의 어제와 오늘/정광순 지음/종로문화원/2013

괴산으로 귀농했습니다/이후 이은정 공저/위즈덤하우스/2014

런던 아줌마의 잉글리쉬 생활/김은영 지음/브레인스토어/2010

왕의 밥상/함규진 지음/21세기북스/2010

조선 궁중의 잔치, 연향/김종수 외 7인 지음/국립고궁박물관 발행/글항아리 출판/2013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한국학중앙연구원 심재우 외/돌베개/2012

조선시대 궁궐 연구/장영기 지음/도서출판 역사문화/2014

놀이로 본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역음/박현순 책임기획/글항아리/2015

근대 조선과 일본/조경달 지음/최덕수 옮김/열린책들/2015

한양의 탄생/서울학연구소 엮음/글항아리/2015

왕의 죽음, 정조의 국장/이현진 지음/글항아리/2015

금요일엔 돌아오렴/415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창비/2015

폭삭 속았수다:성우제의 제우올레 완주기/성우제 지음/강/2014



소설(5)

순수박물관 1, 2/오르한 파묵 지음/이난아 옮김/민음사/2010

이 책은 작년 터키 여행을 위해 미리 읽고 가거나 싸가지고 가서 읽으려던 책이었는데... 결국 돌아와서도 한참 지나 여름 끄트머리에 읽기 시작했었다. <내이름은 빨강>을 꽤 재미나게 읽었던 터라 오르한 파묵과 터키에 대한 기대가 컸는지 막상 생각보다 실망스러워서!! 1권은 막 별이 한개 반.. ㅋㅋ  

가벼운 나날/제임스 설터 지음/박상미 옮김/마음산책/2013

예사롭지 않은 문장과 묘사 때문인지 정말로 진도가 잘 안나갔던 책. 9개월만이라도 다 읽은 게 장하다. ㅎㅎ 어쩌면 새책 <올댓이즈>를 사들이면서 조바심 밀어내기로 완독했을지도 모르겠다.

용감한 친구들 1, 2/줄리언 반스 지음/한유주 옮김/다산책방/2015

셜록은 언제나 옳지만... ^^; 아서 코난 도일이라는 실존 인물과 실화로 이런 소설을 써내다니 으아...  정말 잠을 미뤄가며 읽었다. ㅎㅎ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리언 반스 지음/최세희 옮김/다산책방/2014

작년에 이 책을 best로 꼽은 이웃들이 꽤 됐던 것 같은데 으음 마지막 반전까지(사실 나는 거의 짐작했음... 누군가의 리뷰에서 내용을 읽어버렸을지도...) 정말 흡입력 있게 읽었지만 원서의 문장들이 때때로 몹시 궁금해졌다. 작가가 일부러 고풍스러운 문장과 단어를 썼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다산책방에서 또 번역자를 바꾼 이유를 알 것도 같고.. 쌓아두고만 있는 신재실 선생 번역 줄리언 반스 소설들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가와무라 겐키 지음/이영미 옮김/오퍼스프레스/2014

죽음과 악마를 소재로 어쩜 이렇게도 가볍고 심드렁한 소설이 다 있는지! ㅋㅋ 이상했던 건 '비를 긋다, 이레, 마하, 리마스터링' 같은 평범한 낱말에도 굳이 역주를 달아놓은 것! 아 거슬리게스리... 째뜬 내가 고양이 집사였더라면 더 예사롭지 않게 읽혔을 것 같다. 인간이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 곁에 있어줄 뿐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으로 요약되는 책이다. 



번역작업도 소설을 더 좋아하면서 소설 독서를 멀리했던 게 괜히 찔려서 소설 5권에만 짧게 코멘트를 달아보았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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