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와우북 페스티벌이나 여러 도서전엘 가도 직거래로 책값을 할인받아 살 수 없다는 건 괜한 '장서욕' 충만한 나 같은 사람들에겐 좀 억울한 일이다. 도서정가제를 실시해야 거대공룡 같은 온오프라인 서점의 횡포에서 벗어나 출판계도 살아나고 작은 출판사들도 기를 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듣기로는 책이 죄다 안 팔려서 아주 더 죽을 맛이라는 듯. 


하여간에 도서전 할인찬스를 쓸 수 없게 된 마당에 난망해하다가 건너건너 알게 된 '지인 할인 찬스'로 작년에 돌베개 출판사의 책들을 대거 장만했었다. <한국의 초상화>, <책의 탄생> 같은 비싼 책도 큰맘먹고 질렀고, 늘 탐내기만 하던 <열하일기> 시리즈도 입수했다. 그러고는 또 차일피일 쌓아두다가 이것저것 돌아가며 건드리기만... ㅋㅋ 그 가운데서 그래도 제일 만만하게 완독해 끝낸 첫 책이 <옛그림을 보는 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 옛그림 구경은 특히나 뭘 좀 알아야 왜 저렇게 그렸을까 이해가 가능한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월이 아무리 많아도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나가는 듯, 반복학습을 해도해도 별 소용이 없다.


이 책도 열심히 읽고 베껴적어두긴 했으나 과연... 그림을 척 보자마자 내 나름으로 잘 해석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통 모르겠다. 무슨놈의 상징과 의미가 그리도 많은지!! ㅋㅋ


산수화 속 나무 하나 풀포기 하나에도 화가의 주관적인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고, 화면에 보이는 것 이상의 깊은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니... 1:1 상징 대입법도 간신히 알아먹은 나로선 앞으로도 도무지 옛그림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저 옛 선비들의 풍류와 박식함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


재미있었던 건 옛날 그림들은 주로 족자 형태인데, 멋진 그림을 보란듯이 노상 걸어두고 자랑하는 건 군자의 미덕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엔 둘둘 말아두었다가 보고 싶을 때만 펴서 감상하고 간혹 그럴 때 벗들을 청해서 감상회 겸 시를 짓고 술자리를 즐겼단다. 일종의 집단 풍류. 


그림 선물을 할 때도 받는 사람의 상황에 맞게 그림의 주제를 정하고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단다. 닭 그림은 벼슬 때문에 출세를 상징한다지만, 잉어, 쏘가리, 메기, 게, 원숭이, 백로... 다 입신출세의 의미가 있더라. ^^


악귀를 쫓는 벽사의 의미가 담긴 상징과 그림들도 엄청 많은데, 우리집 쌀뒤주에도 매달려 있는 물고기 모양 자물쇠(책표지 왼쪽 맨 아래 그림)는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도둑을 막아 재물을 지켜주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주제별로 찾아보고 참고하기 좋은 책이긴 한데, 읽기에 즐거웠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어서 (어쩐지 언젠가 있을 시험 앞두고 참고서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ㅎㅎ) 막상 별점주기에선 평가가 박했더라.


iReadItNow 앱에 표시된 별점은 ★★◐☆☆ (두개 반 ㅋㅋ 반개짜리 별을 못찻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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