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들어'에 해당되는 글 19건

  1. 2016.02.12 어떤 시어머니 10
  2. 2016.01.29 전화 여론조사 6
  3. 2014.09.28 산에서 싫은 사람 10
  4. 2014.09.17 생각보다 8
  5. 2012.12.21 책 비닐 3
  6. 2012.04.26 못 미더운 사회 2
  7. 2012.03.13 은행 16
  8. 2012.02.17 재롱잔치 유감 12
  9. 2011.07.21 새주소 10
  10. 2011.05.26 이웃 복도 복 4

어떤 시어머니

투덜일기 2016. 2. 12. 01:28

가끔 궁금하다.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빤하고 악독한 시어머니들 에피소드는 작가가 어디선가 듣거나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삼은 걸까, 순전히 상상의 결과일까, 아니면 작가들 끼리끼리 눈감아주는 양심없는 베끼기(비슷한 내용이 하도 많아서;;)일까? 혹시나 아침드라마부터 시작해서 노상 그 나물에 그밥인 일일극과 주말극을 보는 시어머니들이 막장 드라마를 보고 배워서 맘에 안드는 며느리에게 드라마처럼 못된 시집살이를 따라하는 건 아닐까? 주시청자가 노년층인 드라마에서 며느리 잡는 무서운 시어머니가 반드시 나오는 이유는 거의 평생 숨죽이고 살아온 그들의 스트레스를 대리 해소해주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리던데..


아무튼 현실의 인생보다 더 드라마틱한 건 없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도무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상황도 어디선가는 벌어지고 있을 것도 같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굶기고 심지어 때려죽이는 세상이니 뭐...


하여간에 내 주변에서 가장 놀라운 부류로 꼽을 수 있는 시어머니가 한분 계신데, 이분은 세월이 갈수록 기력이 쇠하는 게 아니라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핍박받는 며느리 위로를 한답시고 노친네 욕을 한바가지 하다가도 그 노친네의 패악이 문득 두려워진다.  


벌써 10년 넘게 끊임없이 구박받는 며느리 입장을 전해듣고 위로하고 함께 시어머니를 욕하면서 괜스레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서 이젠 폭발할 지경이다. 내 막판 조언은 거의 매번 "차라리 옛날처럼 인연 끊고 맘 편히 살아!"인데... ㅠ.ㅠ 다들 알다시피 가족관계라는 게 그렇게 쉽게 끊기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라는 존재가 중간에 끼어 있으니, 사실 내 조언은 조언이 아니라 그냥 막말이다. 그런데도 그냥 답답해서 내지르는 것.


J는 초등학교 동창생과 결혼했다. J는 초혼인데 반해 남자는 이혼남이었다. 아이는 없었지만 그런데도 오히려 남자네 집에서 결혼을 결사반대했다. 특히 시어머니가 문제였다. J랑 남자의 궁합을 봤는데, J의 팔자가 사나워 남편과 집안을 말아먹을 재수 없는 여자라고 했다나. +_+ 생긴 것도 불여시 같이 못나게 생긴 게 멀쩡한 자기 아들 홀렸다며 J에게 온갖 욕과 험담을 퍼붓고 헤어짐을 강요했다. 


결국 남자는 부모와 의절하고 집을 나와 J와 혼인신고 후 결혼식은 생략했다. 알콩달콩 둘이 행복하게 잘 살다가 3년만에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을 낳으면 며느리로 인정해줄 것이라 기대를 한 건지 J네 부부는 본가에 손자가 생겼음을 알렸다. 아이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도 알려주고 싶다면서. 그러자 손자 귀한 건 알아가지고... 시어머니는 손자와 아들만 보겠다고 했었다. 며느리 노릇은 꿈도 꾸지 말라고.


그래도 착해빠진 J는 성심성의껏 도리를 다했고(주말마다 시댁에 남편과 아들을 들여보내고, 지는 집앞 카페에서 죽치고 온종일 기다렸단다, 차라리 따라가지를 말지!) 결국엔 돌잔치 무렵 며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폭언과 간섭과 무시는 변함없었다. 내 손자의 어미이니 할 수 없이 그냥 얼굴만 봐준다는 정도였다. 명절에 J가 해간 음식들은 맛이 이상하다며 몽땅 다 쏟아버렸다고 했다. 상을 차리면, 보고 배운 게 없어서 티가 난다고 타박하는 건 부지기수. (몰상식하게 끔찍한 말만 쏟아내는 사람은 바로 그 시어머니인데!!)


암튼 매일매일 전화를 걸어서 손자 아침, 점심, 저녁 메뉴와 반찬 점검하고 영양가 없는 거 먹였다고 잔소리하고... 자기 아들 건강 안챙긴다고 혼내고, 머리를 묶고 가면 볼품없게 묶었다고 타박, 길게 풀고 가면 귀신바가지 같다고 타박... 암튼 그냥 이유없는 꼬투리 잡기가 취미인 양반이었다.


나 같으면 벌써 이혼을 하든, 시댁과 의절하든 시부모를 안보고 살것 같은데 놀랍게도 J는 온갖 핍박을 다 받아내느라 남편과도 수시로 싸우고 피가 마르면서도 계속 감내하자는 주의였다. 아 대체 왜???


암튼 두어달에 한번씩은 J가 전화로 통곡하며 내게 하소연할만한 푸닥거리를 한판씩 해주시는 J의 시어머니가 나도 정말 밉다. 그런데 작년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칫하면 그 막가파 시어머니와 살림을 합쳐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왔다는 거다. J에게 너 피말라 죽는다고,  절대 안된다고 거부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으나, 대세는 이미 기운 듯...


그런데 여기서 더 기막힌 사실이 하나 있다.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조건으로 J에게 성형수술을 강요했다는 것! 어디 가서 며느리라고 소개하기에 볼품없고 창피한 외모라면서, 자기가 수술비용을 댈 터이니 눈과 코를 고치라고 했다나 ㅠ.ㅠ 와.. 기가 막혀서 정말.


나같으면 잘 됐다, 성형수술도 싫고 살림 합치기도 싫으니 계속 따로 살면 되겠네.. 그럴 것 같은데... 어휴.. J는 어차피 모시고 살아야할 상황이라면, 내 돈 들이는 거 아니니까 다 늙어서라도 예뻐지는 게 뭐 나쁘냐.. 수술 당장 할란다. 뭐 그러고 있다. 으허!! 


노상 매를 맞으면서도 남편을 못 떠나고 같이 살아가는 여자들의 심정과 혹시나 시어머니의 구박에 휘둘리고만 있는 J의 심리가 유사한 건 아닌가 염려스럽고, 마음에 안드는 며느리의 얼굴을 바꿔서라도 꼭 같이 살겠다는 J의 시어머니가 나는 너무 무섭다. 그런데도 나의 극단적인 의견과 조언은 도무지 들어먹히질 않으니 힘이 빠진다. 내 역할은 그저 J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고,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상황을 하소연하며 J도 내게 미안하단다. 하지만 달리 어디 속시원히 털어놓을 데도 없다고. (친정엄마한텐 자존심도 상하고 노친네 속상하실까봐 곧이곧대로 말도 못하는 인물) 아 답답해 답답해... <사랑과 전쟁>의 어느 에피소드에 며느리 외모 싫어서 성형수술 시키는 시어머니가 혹시 등장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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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여론조사

투덜일기 2016. 1. 29. 17:09

일주일에 한두번 울릴까말까 한 내 방 유선전화. 주로 텔레마케팅 아니면 보이스피싱, 그도 아니면 여론조사 전화인 걸 알기에 잘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전화는 왜 안 없애는지... 인터넷이랑 결합돼서 해지는 안되는 걸거라고 확인도 없이 생각만 할 뿐이다. 아주 가끔 미국 친구가 전화를 걸기도 하니깐... 그게 핑계라면 핑계.


암튼 오늘은 오후에 걸려온 전화를 그냥 받았다. 벨소리가 시끄러워서... 총선을 앞두고, 종종 엄마네 집 전화로도 여론조사 협조요청 전화가 오는데 엄마도 나도 매번 그냥 끊곤 했다. 시간 없어요, 관심 없어요...  (일일이 질문에 대답해줄 만큼 정치에 흥미도 없고 답도 없어요..가 정답 아닐까)


암튼 그런데 오늘은 수화기 저쪽의 여론조사 요원 목소리가 너무 지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것도 직업일텐데 참 힘들겠다. 텔레마케터가 감정노동 스트레스 1위라지..) 매몰차게 끊질 못했다. 유선이든 무선이든 전화 여론조사에 따박따박 대답해주는 사람들은 노년층밖에 없어서 여론조사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둥, 죄다 보수의견밖에 안나온다는둥 하는 이야기도 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표본집단 수를 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조사 대상 비율을 맞추지 않을까?)

그래, 그렇다면 삐딱한 40대 여론을 대변해주마 하는 생각이 들었던것. (만으론 아직 40대라규~ ㅋ)


첫번째 질문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것. 당연히 '매우 못하고 있다'고 대답해줬다. 이 동네 국회의원 후보의 정당별 선호도도 묻고, 지지하는 정당도 묻고, 이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가장 시급한 부분을 뭐라고 생각하느냐고도 묻고... 예전 여론조사는 새누리당이면 새누리당 야당이면 야당 설문조사를 의뢰한 주체가 너무도 티나게 편향적인 질문이 많던데 이번엔 어느 쪽에서 의뢰를 한 건지 질문만으로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불편했던 건 마지막으로 캐묻는 개인신상!! 최종학력, 직업, 부모님 출신지 묻는 것부터 슬슬 짜증이 났는데, 이 사회에서 본인이 속한 계층을 고르라질 않나, 한달 수입 액수 범위를 고르라질 않나... 애당초 대체 내가 왜 이런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는지 버럭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 건 왜 캐묻는거냐고 따지자, 불편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_-;;


작년엔가 인구표본조사에 걸린 후배가 며칠 동안 메모를 붙여놓고 찾아오는 조사원과 씨름을 한 끝에 결국 대면조사에 응하다가 너무 시시콜콜 개인신상을 파헤치길래 중간에 중단하고 내쫓아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랬더니 국가시책사업 협조에 불응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나. 그래서 더 열받아 어디 한 번 법적으로 해보라고 싸웠다더니만... 


그래, 댁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그런 여론조사 항목을 만든 이들이 잘못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최대한 협조적으로 전화통화를 마쳤다. 개인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따위 전혀 믿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박그네가 나라를 팔아먹어도 무조건 지지할 30%의 보수층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사실이라고 본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무사히 넘어가는 나라이니 말이다. 그러니깐 여론조사를 안 믿는 것도 아니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나의 통화가 유의미했던 거라고 믿고 싶지만 또 딱히 그래보이지도 않는다. (아 결론이 뭐냐. ㅜ.ㅜ) 


으음 그러니깐 총선을 앞두고 술렁이는 정치판이 영 마음에 안들고, 이 나라는 지옥이고 돌파구는 안보이고 한심스럽고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가난한 소시민과 텔레마케터가 불쌍하다는 것 정도? 본인이 생각할 때 경제적으로 이 사회에서 상/중상/중/중하/하 가운데 고르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서 돌고 있다. 게으른 번역가는 수입으로 본다면 당연히 '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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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또 피곤해도 잠이 안오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래서 다시 동네 앞산엘 올라갔다. 숲의 기운을 받으면 바짝 땡겨진 뇌주름도 좀 느슨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감기몸살 기운도 좀 남았고,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솔숲과 메타세콰이어숲에서 나름 절반의 효험은 얻고 온 것 같다. 하지만 기분 전환으로 찾은 산에서도 싫은 사람들을 종종 맞닥뜨려 와락 짜증이 인다. 아... 공기 좋고 호젓한 숲길 좋고 야생화 예쁘고 가을 하늘도 푸르른데 꼭 사람이 공해다 공해.


첫째는 휴대용 라디오나 mp3로 크게 음악틀고 다니는 사람들! 주로 할아버지들이 많이들 그러는데, 할머니들도 더러 있다. 음악은 거의 어김없이 조악하게 녹음된 뽕짝. 하기야 며칠 전엔 나름 우아한 경음악(엘리베이터에서 많이 들려오는;;) 을 틀고 가는 아주머니도 만났고, 가끔 야구중계 dmb를 크게 틀고 가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 당췌 시끄러워서 원! 이런 분들은 이어폰이 없어서 그런다기보다는 뭔가 자랑삼아 더 그러는 것 같다. 종묘나 종로3가 주변엔 어르신들을 위해 아예 뽕짝 수천곡이 이미 다 들어있는 저렴한 mp3 겸 라디오를 판다던가... ㅎ 그러니깐 그런 분들 사이에선 요란하게 음악을 틀고 다니는 게 나름 신문물의 얼리어댑터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아닐지...


둘째는 먹을 거 잔뜩 싸와서 아무데나 돗자리 펴고 질질 음식물 흔적 남기는 사람들. 서울 근교나 멀리 설악산엘 가도, 동네 앞뒷산을 가도 먹거리 싸와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소풍'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과일껍질과 나무젓가락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숲에다 투척하는 꼬라지를 보면 확~ 때려주고 싶다. 농약과 왁스 묻은 귤껍질, 바나나 껍질 그런 건 수십년 지나도  안 썩는다는데! 나무젓가락도 마찬가지고! 으으으... 게다가 남은 반찬도 그냥 막 내버리고 가서 숲속에도 벌과 나비 대신 X파리들이 막 날아다닌다. ㅠ.ㅠ (난 안 올라갔지만 글쎄 설악산 중청휴게소 주변에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파리떼가 엄청나단 얘길 들었다;;)


셋째는 술 먹고 등산하며 마구 떠드는 사람들. 얼린 막걸리나 맥주캔 하나 둘 싸가지고 가서 정상에서 캬~ 입맛 다시는 것까지 뭐랄 순 없지만 음주를 위해 등산하는 사람들이 가만 보면 꼭 있다. 중턱에서 널브러져 술판 벌리는 족속들은 뭐 서울 근교 산에 가면 어디나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등하산할 때도 떠들썩하니 시끄럽다. 어쩜 입을 한번도 안 쉬고들 놀리는지... ㅠ.ㅠ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넷째는 요즘 가을 되면서 출몰한 족속인데, 바로 산에서 불법으로 밤과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다. 다람쥐랑 청솔모 같은 들짐승 먹이니깐 가져가지 말라고 곳곳에 팻말과 플래카드가 붙어있는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등산로 아닌곳까지, 노란 테이프로 막아놓은 곳에도 굳이 넘어가서 위험스레 구석구석 나뭇잎을 파헤친다. 어디선가 꺾었는지 주웠는지 굵직한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겸 막대기를 들었다는 것이 내가 관찰한 그들의 특징. -_-;; 국립공원에선 그런 사람들 단속하는 이들도 있나본데, 동네 산이야 어차피 밤나무, 도토리나무가 대규모로 자라지도 않으니 단속까진 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아주 신들이 나셨다. 하지만 요샌 소나무 재선충 방재작업이 워낙 전국적으로 실시되므로 함부로 숲에서 도토리나 밤 주워다가 먹으면 맹독성 농약에 노출되어 큰일날 수도 있다던데... 어휴. 하긴 들짐승들도 농약 묻은 도토리나 밤을 먹으면 무사하지 못하려나? 째뜬 아슬아슬한 비탈길이나 벼랑 쪽으로 내려가서 도토리나 밥 줍는 어르신들(이런 분들은 또 할머니들이 많다;;) 위태위태해서 못보겠다. 제발 쫌!!! 


사람 공해 싫다고 내 몸 위한 운동을 아주 안할 순 없고... 그런데 또 스트레스 풀려고 오른 숲에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젠장. 아예 남들에게 시선을 아예 안주고 무시하면 그뿐인데 문제는 결국 내 오지랖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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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투덜일기 2014. 9. 17. 03:15

생각보다 소망교회 관련해서 임시삭제조치 된 글의 복원이 어려울 것 같다.

지난번 이창하 씨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했을 땐 나의 복원신청이 곧장 받아들여졌던 듯 나중에 글이 다시 살아났었다. 그땐 임시삭제된 글을 외부인은 보지 못하더라도 본인만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읽어본 뒤 도대체 어느부분이 명예를 훼손한 거냐고 따져물을 수 있었던 듯...

그런데 이번엔 3년이나 지나 내용도 가물가물 기억도 나지 않는 그 글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복원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휴 참 기가 막혀서...

담당자에게 벌써 여러번 메일을 보내보았으나 계속 똑같은 대답뿐... 이러다가 3년전 그 글을 그냥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왜 이렇게 억울한지...


도대체 2011년 3월 16일자  http://ynot.tistory.com/770 <잡다> 포스팅이 어떤 내용인지 나 역시 궁금해 죽겠다.

휴대폰으로 블로그 접속해서 검색해 얻은 결과, 앞부분 몇줄이 나와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태그를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죄다 푸념한 모양인데... 흠... 아무리 하찮은 글나부랑이라도 아까워서 삭제된 글 내용이라도 이메일로 복사해 보내달라고 담당자에게 부탁해놓았다. 과연 그 부탁은 들어줄까?? 




다음/티스토리에서 이런식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니깐 정이 똑 떨어져서, 진짜로 문제의 포스팅이 복원되지 않으면 이참에 블로그를 옮길까 생각도 하고 있다. 국내포털은 또 이런 사태를 안만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디로 가야하나... 돈내고 독립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겠고 구글 같은곳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으려나.... 하여간 그래서 요즘 더더욱 블로그질 하기가 싫어지고 있다. 8년이나 가꿔온 이 공간을 졸지에 확 폐쇄하자니 물론 아쉽기도 하고... 아니 티스토리를 포기하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여기 올린 모든 포스팅을 백업해서 옮길 방법이 사라진 것 같아(방법이 있는데 내가 무식해서 모르는 걸지도;;;) 죄다 못 가져가는 게 아쉬운 거다. 폐쇄하지 말고 그냥 떠난 뒤 여기가 쓰레기통이 되거나 말거나 새로 시작을 해야하나... +_+ 아 귀찮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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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비닐

투덜일기 2012. 12. 21. 16:32

선거날로 부러 시간을 잡아 만나기로 한 날, 친구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나왔다. 자기도 엄마 친구 만나고 싶다며 따라나섰다나. 닌텐도를 손에 쥐여주었어도 당연히 껌딱지 붙이고선 왕수다를 이어나가기가 어려웠고, 우린 또 다른 당근 수법을 떠올렸다.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사주기로 한 거였다. 장차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소년은 내가 좀 아는 체를 했더니만 신이 나서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읊어댔다. 그래서 이번엔 세계사책을 읽고 싶다나. 헛, 고놈 맹랑하고 기특할세.

 

우리가 만난 쇼핑몰엔 북스리브로가 있었기에 그리로 내려갔는데 문제는 웬만한 아동서가 대개 책 비닐에 꽁꽁 싸여 있어 펴볼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니, 내용을 읽어보고 확인을 해야 살 게 아닌가! 버럭 부아가 치밀었지만 소심증이 먼저 동하여 일단은 비닐이 벗겨져 있는 책부터 고르기 시작했다. 대형서점에 가면 어린이 코너 한구석에 마련된 소파나 놀이방 같은 데서 책을 좀 읽어보고 고르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소년은 일단 그 서점이 워낙 협소하고 열악하여 그런 공간이 없다는데 급실망을 하였고, 대부분 대여섯권 짜리 시리즈로 나온 두툼한 세계사책을 비닐 벗겨진 걸로 한두 권만 얼핏 보고 고르는 상황을 영 못마땅해 했다.

 

친구와 내가 대강 책을 골라 추천해주고 강권하듯 계산을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이가 좀 더 살펴보고 싶은 다른 분야의 책들 역시 죄다 비닐에 싸여 있다는 것이 함정! 그제야 쌈닭 정신이 발동한 나는 직원에게 따지기에 이르렀다. 만화는 원래가 펴볼 수가 없다는 대답. 근데 왜 만화가 아닌 과학서나 동화책도 비닐에 싸여있는지? 그런 책들은 자기한테 가져오면 비닐을 벗겨주겠단다. 뭐라? 우리는 비닐도 못 벗기는 하등동물인가?

 

사정을 이야기하며 다시 읽고 픈 책을 골라보라고 달랬지만 결국 아이는 책 비닐의 난관 속에서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다. 고르기 전에 책도 못 보게 하면서 무슨 서점이 이래요? 그러게나 말이다. 아이 물음에 나도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 책은 왜 몽땅 만화책 일색인지?  서점에서 절대 못 펼쳐보게 해서 일단 팔고보자는 상술 때문에 만화책만 진열해 놓은 건가? 친구도 아이 책은 알음알음 주변에서 추천해준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앞장 정도 읽어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서점에 와선 책구경 겸 놀다 가곤 했던 터라 난감하다고 했다.

 

그 서점이 곧 망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아동서 시장마저도 워낙 불황이라 다른 대형서점에서도 그렇게 죄다 비닐로 책을 사수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쓸데없는 수천억대 삽질에 예산 쓰느라 도서관 예산은 형편없이 삭감되어, 이미 올 하반기엔 전혀 신간 구매를 못하고 있는 도서관이 태반이라고 들었다. 헌데 도서관엔 새책이 없고, 서점에서도 책을 못 펼쳐보게 하면 도대체 아이들은 책을 어디에서 읽으라는 건지? 부자 부모만 책을 턱턱 사주라고? 아니지, 무한경쟁 교육에선 어차피 책 읽을 시간도 없으니 그저 공부, 공부, 사교육과 게임에만 심취하라고?

 

만화책과 잡지, 사진집, 그리고 19금 도서만 비닐에 싸서 파는 줄 알았던 내가 무지몽매했던 것인가? 궁금해서라도 다음에 다른 서점에 가면 꼭 살펴봐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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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엘 나가보니 인근 파출소에서 붙여놓은 안내문이 코팅까지 된 채 매달려 있었다.  

택배기사를 가장하여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접근해,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그런다며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한 뒤 그대로 달아나는 사건이 빈번하므로 택배기사 복장을 한 사람이 그런 부탁을 하더라도 절대 빌려주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더라도 휴대폰을 빌려달라는 낯선 사람, 특히 청소년은 경계하라고도 적혀 있었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중국에 다량 팔아넘긴 사람들이 잡혔느니,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폰은 이제 절대로 찾을 수가 없다느니 하는 소리는 들어본 것 같은데 요샌 휴대폰 날치기도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어휴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요즘 정신이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서 휴대폰을 놓고 나가는 일이 종종 있다. 워낙에도 숫기 없어서 남들에게 휴대폰 빌려달라고 하는 대신 나야 길에 잘 보이지도 않는 공중전화를 찾아헤맬 확률이 100퍼센트지만 (그나마도 귀찮아서 그냥 전화를 안하고 만다;;) 얼마 전까지 나는 아주 가끔씩 휴대폰을 남에게 빌려준 적이 있었다. 주로 청소년과 아이들, 착해 보이는 젊은 여자들이었고, 남자가 내게 그런 부탁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역시나 정신 없는 친구가 남의 휴대폰을 빌려 약속장소를 다시 묻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휴대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도 듣자하니 수법이 정말 다양하다. 후배 하나는 엄마에게 길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다며 병원 검사비 30만원을 급히 계좌로 송금하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송금 계좌가 낯선 사람의 것이라는 점. 길에서 자기를 부축해 데려온 고마운 사람의 계좌라나. 후배는 놀란 마음에 얼른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 받질 않았다. 곧이어 언니가 놀란 목소리로 엄마 문자 받았느냐고 전화를 했더란다. 엄마에게 똑같은 문자를 받았던 것. 놀란 마음을 달래고 보니 아무래도 수상쩍다 여긴 두 사람은 의논 끝에 의문의 계좌 대신 엄마 은행계좌로 각자 30만원씩 송금을 하고는 문자로 그 내용을 알렸단다. 이후 상황을 몰라 전전긍긍 엄마 휴대폰으로 마냥 전화만 걸던 자매는 오후 늦게야 집 전화로 엄마랑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당연히 엄마는 다친 데 없이 멀쩡하셨고 휴대폰을 어디에서 잃어버린 건지도 모르고 있었단다. 그 사연을 듣고 내가 말했다. 울 엄마는 문자 못 보내는 할머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_-;

 

얼마 전엔 엄마가 절에 갔다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목격했다고도 했다. 마침 예불이 끝나 점심을 먹으려고 다들 식당방으로 이동하려는데, 띠리리리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고 그 보살님이 통화를 하더니 허둥지둥 울먹이며 우리 아들 교통사고 났다는데 어쩌느냐고 부들부들 떨더라나. "엄마! 접촉사고 나서 지금 경찰서 왔는데 당장 합의금 필요하니깐 @@만원 보내주세요. 계좌번호 문자로 찍어보낼게."라는 식으로 다급하게 말을 했다는데, 목소리가 딱 자기 아들이었다고. 하지만 누군가 보이스피싱 같으니 아들한테 먼저 확인해보라고 했고, 하필 점심시간이라 자리를 비운 아들과 연결이 안 돼 한참 피를 말리던 그 아주머니는 발을 동동 굴렀단다. 만약 집에 혼자 있다가 그런 전화를 받았다면 대뜸 은행으로 달려갔겠으나, 주변에서 사람들이 안심 시키고 혹시 정말 사고가 난 거라면 좀 있다 은행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스님의 다짐에 힘입어 아주머니는 차분히 계속 아들과 통화를 시도했고, 결국 사기극 전화였음이 판명됐다고. 울 엄마도 우체국 사칭, 경찰청 사칭, 법원 사칭, 카드회사 사칭 보이스 피싱의 존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교통사고  핑계대는 자식 노릇까지 하는 사기꾼들의 대담성에 퍽 놀란 눈치였다.

 

지난 번 인사동에 나갔을 때는 돌아오는 길에 종로2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두 여자가 내게 접근해 물었다. 종로3가 전철역이 어느쪽이냐고. 나는 이쪽으로 쭉 직진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그랬더니 그들은 머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잘난척 그리 멀지 않다고 (왜냐하면 나도 나갈 땐 전철타고 종로3가 역에서 내렸기에 잘 아니까;;) 5, 600미터만 가면 된다고 콕 찝어 말해주었다. 두 여자는 고맙다고 말을 하면서도 금방 안 가고 미적미적 뭔가 더 말을 붙이려는 눈치였다. 거기서 전철을 타면... 어쩌구 그들이 또 뭔가를 묻고 있는 가운데 문득 의심이 치솟았다. 이 사람들 '도를 아십니까' 아냐?! 십수년전 종로통에 매일 다닐 때도 그 구역은 '도를 아십니까' 집단의 잦은 출몰지였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나는 인상을 팍 쓰며 뒷말을 듣지도 않고 홱 돌아서서 내 갈길을 갔다. 애당초 그들의 질문엔 분명 친절히 대답해 줬으니 내 소임은 다 한 거라규! 하지만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내내 궁금했다. 그들은 실제로 길을 더 물으려는 것이었을까, 정말로 '도를 아십니까'였을까.

 

세상이 하도 험악해지다보니 요즘엔 택배 왔다고 소리쳐 문을 열게 해놓고 강도로 돌변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택배상자 받기를 취미삼아 하는 나로선 '택배입니다'라고 하는 외침에 마냥 반가워만 해선 안되는 게 아닌가 자책이 든다. 다행히 택배업체에서도 그런 점을 잘 아는지 "택배 왔습니다!"라고 외치는 대신 수신인 이름을 먼저 외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또한 주소와 전화번호 때문에 택배상자를 함부로 버리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보도에 이젠 택배상자 주소 택에도 전화번호는 가상 번호로 적혀  오거나 뒷번호가 ****으로 가려져 있다. 진화화는 범죄에 대응책도 자꾸 변화하고는 있지만 과연 비상한 범죄 두뇌를 우리가 따라갈 순 있는 걸까. 방송도 언론도 못 믿겠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도 못 믿겠고, 법도 못 믿겠고, 국내산이니 한우니 유기농이니 적어놓은 표기도 못 믿겠고, 도대체 믿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옛날부터 할아버지랑 아버지가 쓰시던 농담 중에 <뙤놈 빤스를 빌려 입었나?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라는 말이 있었다. 주로 조롱하는 말투로 쓰였으므로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반면에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신중한 태도가 크게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절대로 믿지 않는 불신의 병에 걸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못 미더운 사회를 살아가려면 무턱대고 믿다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포장하고 거짓말을 서로 맞추고,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진실이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를 좀 많이 보았는가. 요즘 고등학생들의 설문조사에서 권력과 경제력이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90%라는 보도를 보고, 그들의 현실감각에 씁쓸했다. <법대로 하라>는 말은 변호사를 대고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고등학생 쯤 되면 다들 아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헌데 그와는 별도로 중고등학생들이 골목 같은데 서넛 이상 모여 있으면 지나며 무슨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겁부터 난다. 어느 틈엔가 제일 무서운 범죄집단으로 보이기 시작한 그 아이들을 그 지경으로 몰고 간 원인을 생각해보면 또 다 어른들의 잘못, 사회 탓이다. 사회의 투명성이며 공정성 평가에서 늘 OECD 국가중 꼴찌에 가깝네 마네 하는 말이 괜히 나올 리 없다. 앞으로 점점 나아져야 할 텐데 별로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뙤놈 빤스' 운운하며 자조하는 나의 의심도 계속될 것이다.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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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투덜일기 2012. 3. 13. 18:24

이런저런 이유로 세군데 은행의 통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주 거래은행은 어디까지나 한군데고 나머지 두 군데는 통장이 어디있는지, 인터넷뱅킹 신청을 했었는지 안했었는지도 까마득할 만큼 이용 빈도수가 거의 없다. 그 은행이 나의 주거래은행이 된 이유는 그저 첫 직장에서 급여통장을 개설한 곳이었고 계좌번호가 외우기 매우 쉽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른 데 계좌도 외우긴 하지만 숫자가 한두개씩 더 있어서 복잡해! 거의 모든 자동이체도, 모든 수입 입금계좌도 그 통장으로 해놓은 터라, 거래내역만 뽑아보면 따로 가계부도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산 것이 어언 이십여년이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는 이놈의 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지점수가 확 줄어, 집근처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다행히 작업실 바로 앞에 지점이 있어 그리 불편한 점은 없었으나 통장정리하기도 귀찮은 김에, 오로지 인터넷과 텔레뱅킹으로만 거래하는 e통장으로 바꿔버렸다. 인터넷뱅킹과 현급출납기 사용시에는 언제나 수수료 무료라는 점도 나에겐 딱이었다. 어차피 현금 찾을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라고 위로하면서. 현금이 급하면 언제든 며칠은 완전 무이자로 빌려주는 왕비마마도 집에 계시니 별로 불편할 것도 없었다. 좀 귀찮기는 해도 인터넷 뱅킹으로 집 근처에 있는 다른은행으로 송금해놓았다가 은행근무 시간 내에 돈을 찾으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도 귀찮을 땐 에라 모르겠다, 은행들 돈 많이 벌어처먹어라, 하면서 수수료를 물고 아무데서나 돈을 찾기도 했고. 

누군가 은행계좌를 물을 때 내가 그 은행 이름을 대면, 거기 없어지지 않았나? 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간 별다른 착오가 생긴 적은 없었다. 앞에 영어알파벳이 붙긴 했어도 옛날 은행이름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이놈의 은행 이름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sc제일은행도 불편했는데 이제는 아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란다. 외국계 은행임을 공표하는 이 이름이 나는 심히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은 현금출납기에서 은행코드 확인할 때 sc제일은행이라고 나오는 것 같은데, 설마 저 긴 이름을 죄다 쓸 리는 없고 어떻게 줄여쓰려나? 그야 뭐 그 은행 사람들이 걱정할 일이고 나로선 누군가 은행계좌 물을 때 불러주거나 적어주어야 하는 저 길고 불편한 이름이 싫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저 은행을 주 거래은행으로 고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매달 고정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제와서 세금우대 급여통장을 개설할 리도 없고, 아무리 오래 거래를 해왔더라도 알량한 번역 수입만으로는 저 대단하신 은행에서 우수고객으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이제부터 온갖 자동이체며 계약서 계좌를 다른 데로 바꾸고 나면, 송금 수수료 우대 쯤이야 어느 은행에서든 받아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혹 아닌가? ㅋ). 아무튼 가끔가다 계약서 쓸 때 단출하게 'OO은행' 대신에 무려 다섯자나 더 많은 저 은행 이름을 손글씨로 쓰는 장면을 생각하면 우선 치떨리게 싫다. 손으로 뭐든 남 앞에서 글씨 쓸 일이 있으면 별안간 부끄러워 쪼그라드는 것 같은 심정이 드는 지 오래됐다. 타닥타닥 두들기는 자판에만 익숙해져 손글씨는 정말 개발새발, 뭔가 특히 공적인 일로 양식 같은 걸 채울 땐 민망하기 그지없다.

굳이 글씨 핑계가 아니더라도, 은행의 신용도나 자산규모를 떠나, 금융회사마저 외국자본이 침투한지 오래인 이 사회의 현실이 나에겐 이제 겨우 실감된다는 게 좀 소름끼친다. 언젠가는 이 나라 은행이 모두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으나, 일단은 정리해고를 밥먹듯이 하고 노조 탄압에 압장선 외국계 은행에 내가 단순히 타성 때문에 의리를 지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뜻이다. 해서, 드디어 결심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핸드폰 번호를 계좌번호로 개설할 수 있다는 은행에 새로이 주거래 계좌를 트기로. 각별히 게을러진 탓에 과연 언제 은행까지 발걸음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여기에 다짐을 적어두었으니 허튼 소리로 남진 않겠지. 아 물론... 그 수많은 자동이체를 죄다 변경하려면 진땀깨나 흘리긴 할 것 같다. 부디 다들 인터넷으로 변경 가능하기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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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제일 어린 조카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미 녀석의 끼가 얼마나 출중한지 깜짝 놀라며 감탄했기에 올해도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녀석은 요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울 엄마의 촌평을 그대로 빌리자면, "비싼 돈 주고 가서 본 뮤지컬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신났다". 정말로 무대가 어찌나 화려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한지 주최측에서 심혈을 기울인 티가 팍팍 났다. 집중력이 5분, 10분도 안되는 꼬마애들을 데리고 얼마나 진을 빼며 연습을 시켰을지 선생님들의 노고도 노고려니와, 개인당 대여섯 개는 되는 출연분량에 따라 율동과 노래, 때로는 대사를 연습하고 무대를 오르내리며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했을 아이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어휴... 감탄과 더불어 탄식도 절로 나왔다.

10여년 전, 첫조카가 유치원을 다닐 때만 해도 재롱잔치는 그야말로 유치원 강당에서 선보이는 원생들의 소규모 발표회였다. 의상이래봤자 흰티에 청바지, 한복 정도였고 동식물 역할 같은 특수의상도 유치원 선생님들이 약소하게 꾸며 만든 소품이었던 것 같다. 아, 그때도 운동복이나 태권도복을 입고 나와 시범을 보이는 순서는 있었다. 헌데 몇년 지나지 않아 둘째조카 때부터 재롱잔치가 점점 규모도 커지고 화려해지더니, 요샌 의상이며 조명이 가히 아이돌 그룹의 단체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전문 시스템을 동원하고 체육관 같은 공연장을 빌려 '빵빵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 역시 관람을 매우 즐겼기 때문이다. 유치원 재롱잔치의 목적이 아이들의 성취감과 발표력, 혐동심을 높이는 데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번듯하게 포장하고 싶은 원장님들의 마음도 알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의구심이 떠나질 않았다. 어차피 의상비며 소요비용을 학부형들이 부담해야하는 형편임을 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똑같이 무대의상비를 부담했는데, 자기 아이가 입고 나온 무대의상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공연장 대관 형편 때문에 평일 저녁 6시로 잡힌 재롱잔치를 나로선 기쁜 마음으로 보러갔지만, 직장 사정상 참석 못하는 부모는 없을까 괜한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정말로 콘서트장에 오듯 형광글씨 요란한 피켓까지 만들어들고 집안 식구들 대거 동원해 온 가족들도 있는 반면, 그럴 형편이 안되는 집안도 당연히 있지 않겠나. 작년엔 우리도 피켓이랍시고 스케치북에 색종이를 오려 급조한 응원판을 들었으나, 올해는 쿨하게 스마트폰 전광판을 이용하기로 했고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조카의 순서가 아니더라도 앙증맞은 아이들의 몸놀림이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웃음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특히 올해는 완전히 모든 출연 프로그램의 '메인'을 꿰차고 무대 중앙에서 제일 열심히 신나게 정확한 동작으로 춤과 연주를 보여주는 조카 덕분에 어깨까지 으쓱했다.

그.러.나. 까칠한 인간의 취향은 어디 가도 드러나는 법. 대체로 훌륭했다고 평할 수 있는 공연이건만 중간중간에 눈쌀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몇번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싶은 시대착오적인 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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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투덜일기 2011. 7. 21. 21:29

서울시 @@@구 □□로 37길 XX-X
정부가 우리집에 부과한 새주소다. (원래 주소는 서울시 @@@구 OO2동 XXX-XXX)
지번 찾기 쉬우라고 길마다 정했다는 새주소의 편리함 여부는 내 상관할 바 아니고, 그냥 마음에 안든다. 익숙한 것을 버리기가 원래 힘든 법이지만, 늘 새로운 걸 추구하는 취향도 갖고 있는 터라 단순히 낯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따져보면 나는 이 동네에서 35년을 훨씬 넘겨 살았다. 20년 넘게 산 이 집 이전에도 우리집 주소는 번지만 달랐지 늘 OO동이었다. 전월세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정해진 지 꽤 됐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막 6개월마다 이사를 다녔다. 아이가 셋이라 시끄럽다고 집주인이 계약연장대신 계속 쫓아냈다고 들었던 듯하다. 해서 우리는 이 골목에서 저 골목으로, 길 하나를 마주하고 반대편 주택가로, 주소상으로는 OO2동에서 OO4동으로, 다시 OO3동으로  하도 이사를 다녀 옛날 손글씨로 적던 주민등록 등본을 떼면 주소 적는 난이 빽빽하다못해 넘쳐날 정도였다. 같은 구를 벗어나지 않은 건 할아버지댁과 가까이 있기 위함이라고 해도 부모님은 대체 이 동네가 뭐 그리 좋다고 고수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전셋값이 다른 동네보다 쌌을까?

어쨌든 밤늦게 택시 잡기 어렵고 집값은 저렴해도 워낙 오래 터를 잡고 산 동네라 OO동이라는 주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이상하다. 명목상 번지수가 바뀌었대도 물론 너 어디사니, 하는 질문엔 다들 원래 동네 이름을 대겠지만 당최 새 주소는 써먹고 싶은 느낌이 안든다. 그나마 이 동네에선 새주소명 의의신청 움직임은 없었던 것 같다. □□로에 붙은 □□동 이름이 우리 동네보다 더 부자 동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초동 방배동 사람들은 '우면로'라는 새주소를 못마땅히 여겨 결사반대를 했다고 들었다. 원래는 다 평창동이었는데  새주소명이 '세검정길'과 '평창길'로 나뉘어 근거 없이 차별받는다고 단체 이의신청을 했다는 아파트 단지 이야기도 들렸다. 다 집값과 상관 있기 때문이란다. -_-;

이재에 어두워 집값 같은 건 전혀 모르겠고 30년 넘은 우리집이야 주소명 바뀌었다고 값을 더 쳐줄 리도 없다. 나는 다만 발음도 착하고 정겨운 OO동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더는 못쓰게 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새주소는 당연히 아직 외지 못했다. 요번에 날아온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는 당연히 원래 주소를 적었다.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부터는 다 바뀌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는데, 나는 언제까지 원래 주소를 고집할 수 있을까?

한 동네에 너무 오래 살아서 너무 많은 이웃과 서로 알고 있기에 인사하기도 귀찮고 민망해 확 이사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내가 선택해서 새 동네에서 터를 잡고 사는 것과 원래 오래도록 산 동네에서 동네 이름을 빼앗기는 것은 확실히 기분이 다르다. 현정부가 하는 일마다 족족 마음에 안들어 무조건 닥치고 싫다는 게 아니라, 정말이지 새주소가 필요했던 건지 잘 납득하기가 어렵다. 전화도 안걸고, 심지어 초인종도 안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올라와 물건을 전해주고 가는 수많은 택배기사님들은 새주소를 사용해도 그렇게 귀신같이 찾아와줄까? 아마도 내겐 그게 제일 큰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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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복도 복

투덜일기 2011. 5. 26. 17:01

그동안 시나리오를 거의 수십번은 고쳐썼을 것이다. 다짜고짜 쌈닭형, 비굴 간청형, 도도한 충고형, 험상궂은 협박형, 대면회피 서면통보형, 일방적인 민원신고처리, 반상회 추진... 아래층 똥개 문제를 그 집 사람들에게 어떻게 항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야기다.

1년도 넘게 고민만 했을 뿐 속 시원히 아래층 사람들과 맞서지 못하고 여기다 애먼 욕만 써대면서 급기야 불만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치기 직전이었다. 이젠 날도 더워져 베란다문을 열고 살아야하는데 온집안을 뒤흔들듯 목청껏 짖어대는 놈의 울대를 맨손으로라도 끊어버리고 싶은 심정;;

밤늦게나 집에 들어오는 아랫집 식구들을 언제 찾아가야할 것인지도 난감해서,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현관문에 붙여놓는 방법도 생각할 지경이었는데... 두둥... 어제 얼떨결에 똥개 주인한테 불만을 토로했다. +_+ 저녁 설거지를 하는데 이 미친개가 깽깽거리며 우는 소리를 막 내기 시작했다. 우렁차게 짖는 소리와는 또 다르게 귀청을 찢을 듯 파고드는 소리에 확 열이 오른 나는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쿵쾅쿵쾅 아래층으로 내려가 놈을 호통쳤다. 조용히 못해! 그랬더니 놈은 나를 잡아먹을 듯 짖어대며 뛰어올라 쇠사슬을 쩔렁거렸고 그 순간 개주인 등장!

그동안 수십번 고쳐썼던 시나리오 덕분인지 안녕하세요, 인사에 이어 주절주절 불평이 터져나왔다. 1년 넘게 고민하다 이제야 이야기를 하는 거라는 푸념으로 시작하여 대체로 비굴 간청형이었던 것 같아(개 짖는 소리 때문에 일을 많이 못해 생계에 지장이 있다는 말도 했다;; 완전 과장은 아니라고 속으로 되뇌임) 내심 좀 부아가 치밀었다. 차근차근 도도하게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져서 굴복시키는 상상을 너무 오래 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개주인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_-v

게다가 이사를 갈 지도 모르는다는 말에 어찌나 반갑던지 이사 전까지는 참아보겠다는 말이 새어나오려는 걸 얼른 혀를 깨물었다. 전세집 구하기 어렵다는데 그러다 이사 안가면 어떻게 하라고! 째뜬 어젯밤에는 전기충격 목줄을 매달았는지 개가 짖다 말고 낑낑대는 양상을 보이더니 계속 조용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알았으면 진즉 이야기할 걸, 괜히 망설였나 싶을 정도였다. 그놈의 똥개가 전기충격에 죽어나든 말든.. 내 알바 아니었다. 독약 사다먹여 죽일 생각도 했는데 놈이 괴롭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그러나.
오늘 놈은 다시 홀로 남아 마당을 점령한 채 평소처럼 짖어대고 있다. 아우 씨... 골목에 차만 지나다녀도 짖는 놈의 횡포를 하루 종일 기록해 보고서라도 작성해야 하나, 소음측정기로 피해정도를 규명해야 하나, 2차로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 암담하다. 앵두가 바알갛게 익어가고 있는데... 놈의 위혐 없이 앵두를 따먹으려면 그전에 해결되야 하는데, 어쩌나 젠장. 이웃 복도 참 지지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몰염치한 아래층 집 사람들은 1년 넘게 신고 한번 안하고 무던히 참아준 이웃들 잘 만난 걸 과연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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