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5.01.06 지는 해
  2. 2014.10.13 아무튼 산에... 6
  3. 2014.09.28 산에서 싫은 사람 10
  4. 2014.08.27 산에서...
  5. 2014.08.10 지갑과 사례금 7
  6. 2014.07.15 등산이 뭔지 10
  7. 2014.03.16 안산

지는 해

투덜일기 2015. 1. 6. 16:24

올해는 내 몸을 각별히 아껴주겠노라, 작심했던 대로 점심 먹고 느즈막히 올라간 앞산은 얕봤던 나를 조롱하듯 영상 날씨에도 곳곳에 빙판길, 눈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상 다니던 길이라 여겼건만 심지어 눈이 덮여 있으니, 어느 결에 길을 잘못들어 한참이나 눈길을 버둥버둥 뒤뚱거리며 되돌아 나와야 했고 그럼에도 오기가 발동해 정상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휘청휘청 미끄덩, 콰당 넘어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눈길로 내려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 내려올 땐 멀리 덜 얼어붙은 다른 길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조심조심 한발짝씩 옮기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그러고 보니 새해들어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는 해렸다. 게으른 올빼미는 당연히 뜨는 해를 본 기억보다 지는 해를 바라본 기억이 수백배는 많을 듯 싶은데, 그나마도 볼 때마다 낯설고 신기하다. 뜨는 해 지는 해는 눈이 덜 부셔서 그건가, 중천에서 빛날 때보다 왜 훨씬 더 커보이는지. 

암튼 새해들어 나흘만에 겨우 올려다본 하늘과 태양이니 기념으로 담아두기로. 짬 날 때마다 하늘과 바람을 올려다보며 한숨 돌리는 것도 올해의 작심 사항이다.  


Posted by 입때
,

아무튼 산에...

놀잇감 2014. 10. 13. 17:20

아무튼 산에 계속 다니고는 있다. 8월엔 무려 세번(광교산, 도봉산, 북한산!)이나 등산을 하기도. 

워낙 등산 고수들을 따라다니는 거라서 종종 힘에 부치고, 너무 괴로워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순간도 있지만 온몸을 땀으로 적시면서 좀체 안 쓰던 근육까지 죄다 동원하여  약간 몸을 학대(?)하고나면 괜히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오래 앉아 일을 할래도 체력이 딸리는 점을 보완하고자 시작한 일이므로, 얼마나 더 있어야 체력이 확~ 좋아지나 지켜보는 중. 아직은 본격 등산을 하고 나면 머리가 띵~ 두통이 올 정도로 호흡도 엉망이고 저질체력이다. ㅠ.ㅠ


봄부터 쫓아다녔어도 바쁘게 거의 땅만 보고 쫓아다니며 헐떡대느라 산에서 사진 찍을 여유 따위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여름부턴 잠시 쉬는 동안 휴대폰을 꺼내들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몇장 안 되는 사진 대거 자랑. ㅋㅋ


<도봉산 오봉 올라갔던 날> 8월 15일

중간에 점심 먹던 곳에서 발견한 쓰러진 나무와 버섯.


그리고 드디어 오봉이 눈앞에... 고소공포증을 핑계로 바위엔 안올라갔다. 숲은 좋지만... 낭떠러지 바위는 정말 너무 무섭다 ㅠ.ㅠ

 



<설악산> 9월 13일.

설악산 대청봉엘 당일코스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시험삼아 도봉산엘 가본 거였는데, 역시 무리라고 판단. ^^;  한계령부터 올라가서 귀때기청봉 언저리까지만 다녀오는 B팀을 선택했다. 그러기를 잘했지... ㅋ


9월인데도 이날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했다. 운해가 자욱해 능선도 안보이다가 햇빛 비치다가, 안개에 휩싸였다가... 점심을 먹을 땐 춥기까지... 





마지막 사진은 한계령 내려오다 마지막 바위에서 보이는 구불구불 옛 도로. 한계령 휴게소 규모가 옛날엔 엄청났던 것 같은데 요번에 보니 아주 작아서 의외였다. ㅎㅎ


대청봉 정상까지 찍고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우린 낙산사에도 다녀왔다. 8월에 다녀온 부산바다가 올해 구경하는 마지막  바다겠거니 생각했는데... 인생은 역시 예측불허다. ^^; 의상대와 홍련암에서 내려다보는 짙푸른 양양 앞바다도 참 아름다웠다. 다만... 산불로 홀라당 타버려 새로 지은 낙산사는 확실히 별로였다. 다행히 화마를 피한 의상대와 홍련암은 그대로인 것이 기뻤으나 그 주변에도 뭘 그리 덕지덕지 새 건물을 지어놓았는지.... 결국 한국의 종교는 하나같이 새 건물 지어 돈벌이 할 궁리에 힘쓰는 게 추세인 듯. 








<안산> 10월6일.

동네 앞산을 우리집에서 올라가면 그냥 계속 거의 숲길인데, 독립문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정상 부근부터 암릉 구간이 좀 있다. 무서워서 혼자선 엄두도 못낼 길이었는데...(사진 왼쪽 귀퉁이에 하얀 철제 난간 있는 길이 바로 등산로. 남들에겐 우스워보일지 몰라도 낭떠러지 길은 내겐 무조건 후덜덜...) 지인들과 안산 자락길 산책에 나선 날 담력훈련 하는 셈 치고 미친척 한번 올라가봤다. '산세만 보면 설악산 못지않다!' 이러면서 그냥 운동화 신고 올라가 질질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v

이날 날씨도 좋고 시계도 완전 멀리 트여서 한강 너머 관악산, 청계산까지 다 보였는데, 오후 늦게 올라가는 바람에 금방 해가 져서 사진은 많이 못찍었다. 담엔 안산 자락길도 완전 일주해봐야지. 



지난 주에도 도봉산 우이암엘 다녀왔으니, 알량하게나마 이로써 10월에도 이미 등산을 두번이나... ㅋ 

시시각각 변해가는 단풍 색깔 구경하는 묘미로도 10월엔 앞산엘 좀 더 자주 올라가볼 작정이다. 여기다 적어놔야 또 약속을 지킬 것 같아서 하는 포스팅. 

Posted by 입때
,

며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또 피곤해도 잠이 안오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래서 다시 동네 앞산엘 올라갔다. 숲의 기운을 받으면 바짝 땡겨진 뇌주름도 좀 느슨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감기몸살 기운도 좀 남았고,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솔숲과 메타세콰이어숲에서 나름 절반의 효험은 얻고 온 것 같다. 하지만 기분 전환으로 찾은 산에서도 싫은 사람들을 종종 맞닥뜨려 와락 짜증이 인다. 아... 공기 좋고 호젓한 숲길 좋고 야생화 예쁘고 가을 하늘도 푸르른데 꼭 사람이 공해다 공해.


첫째는 휴대용 라디오나 mp3로 크게 음악틀고 다니는 사람들! 주로 할아버지들이 많이들 그러는데, 할머니들도 더러 있다. 음악은 거의 어김없이 조악하게 녹음된 뽕짝. 하기야 며칠 전엔 나름 우아한 경음악(엘리베이터에서 많이 들려오는;;) 을 틀고 가는 아주머니도 만났고, 가끔 야구중계 dmb를 크게 틀고 가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 당췌 시끄러워서 원! 이런 분들은 이어폰이 없어서 그런다기보다는 뭔가 자랑삼아 더 그러는 것 같다. 종묘나 종로3가 주변엔 어르신들을 위해 아예 뽕짝 수천곡이 이미 다 들어있는 저렴한 mp3 겸 라디오를 판다던가... ㅎ 그러니깐 그런 분들 사이에선 요란하게 음악을 틀고 다니는 게 나름 신문물의 얼리어댑터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아닐지...


둘째는 먹을 거 잔뜩 싸와서 아무데나 돗자리 펴고 질질 음식물 흔적 남기는 사람들. 서울 근교나 멀리 설악산엘 가도, 동네 앞뒷산을 가도 먹거리 싸와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소풍'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과일껍질과 나무젓가락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숲에다 투척하는 꼬라지를 보면 확~ 때려주고 싶다. 농약과 왁스 묻은 귤껍질, 바나나 껍질 그런 건 수십년 지나도  안 썩는다는데! 나무젓가락도 마찬가지고! 으으으... 게다가 남은 반찬도 그냥 막 내버리고 가서 숲속에도 벌과 나비 대신 X파리들이 막 날아다닌다. ㅠ.ㅠ (난 안 올라갔지만 글쎄 설악산 중청휴게소 주변에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파리떼가 엄청나단 얘길 들었다;;)


셋째는 술 먹고 등산하며 마구 떠드는 사람들. 얼린 막걸리나 맥주캔 하나 둘 싸가지고 가서 정상에서 캬~ 입맛 다시는 것까지 뭐랄 순 없지만 음주를 위해 등산하는 사람들이 가만 보면 꼭 있다. 중턱에서 널브러져 술판 벌리는 족속들은 뭐 서울 근교 산에 가면 어디나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등하산할 때도 떠들썩하니 시끄럽다. 어쩜 입을 한번도 안 쉬고들 놀리는지... ㅠ.ㅠ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넷째는 요즘 가을 되면서 출몰한 족속인데, 바로 산에서 불법으로 밤과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다. 다람쥐랑 청솔모 같은 들짐승 먹이니깐 가져가지 말라고 곳곳에 팻말과 플래카드가 붙어있는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등산로 아닌곳까지, 노란 테이프로 막아놓은 곳에도 굳이 넘어가서 위험스레 구석구석 나뭇잎을 파헤친다. 어디선가 꺾었는지 주웠는지 굵직한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겸 막대기를 들었다는 것이 내가 관찰한 그들의 특징. -_-;; 국립공원에선 그런 사람들 단속하는 이들도 있나본데, 동네 산이야 어차피 밤나무, 도토리나무가 대규모로 자라지도 않으니 단속까진 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아주 신들이 나셨다. 하지만 요샌 소나무 재선충 방재작업이 워낙 전국적으로 실시되므로 함부로 숲에서 도토리나 밤 주워다가 먹으면 맹독성 농약에 노출되어 큰일날 수도 있다던데... 어휴. 하긴 들짐승들도 농약 묻은 도토리나 밤을 먹으면 무사하지 못하려나? 째뜬 아슬아슬한 비탈길이나 벼랑 쪽으로 내려가서 도토리나 밥 줍는 어르신들(이런 분들은 또 할머니들이 많다;;) 위태위태해서 못보겠다. 제발 쫌!!! 


사람 공해 싫다고 내 몸 위한 운동을 아주 안할 순 없고... 그런데 또 스트레스 풀려고 오른 숲에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젠장. 아예 남들에게 시선을 아예 안주고 무시하면 그뿐인데 문제는 결국 내 오지랖인가? -_-;; 


Posted by 입때
,

산에서...

투덜일기 2014. 8. 27. 17:11

지난 주말에 경기도내 어느 산엘 갔는데 거기서도 가짜 땡중을 보았다. 전철역이나 사람 많은 데 불전함 놓고 꽝꽝 목탁두들기는 사람들 대부분 승적도 없이 그냥 옷만 어서 사다입은 가짜 땡중이라고 주변에 주의를 시키는데, 그런 사람들이 산중턱에도 있었다! 어휴... 대개 산속에 절이 있으니 사람들이 의심없이 믿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날 산봉우리를 세개나 넘어야 한대서 삐질삐질 땀흘리며 헉헉대고 계단을 오르다 뜬금없는 목탁소리에 엥~ 쳐다보니 역시나 불전함 앞에 놓고 결식아동 돕는 성금으로 쓴다는 표지판과 함께 명함도 한 갑 놓여 있었다. 멀리서도 꽝꽝 요란하게 두들기기만 하는 목탁소리를 들으니 분명 제대로 교육받은 적 없는 땡중임이 분명한데, 결식아동돕기 팻말과 명함에 잠시 의구심을 갖던 찰나, 결정적인 사기꾼 증거가 땡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하반야바라밀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크하하핫.. 그럼 그렇지!


불교에 대해서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반야심경>과 <천수경>. 이 둘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듯 절에서 드리는 '예불'에 빠지지 않고 외는 불경들인데 반야심경의 첫소절이 바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반야심경의 정식 이름이기도 하고. ^^; 강수연이 주연했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했던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의 맨 마지막 반복구절. 


그렇다면 천수경의 첫소절은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엄마 따라 하도 절에 다녀서, 그리고 고등학교땐 따로 학생회 활동도 좀 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외고 있는 구절인데... ㅋㅋㅋ 그 땡중은 둘을 아무렇게나 뒤섞어서 읊어댄 거다!  그것도 사람들 귀에 익숙한 구절만 쏙쏙 뽑아서 반야심경 한 줄, 천수경 한 줄, 또 반야심경 한 줄... 아 놔...  그 노력을 가상하다고 해야할지, 이왕 외울 거 좀 더 신경써서 외우지 그랬냐 핀잔을 줘야할지... 암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회엘 열심히 다니는 친구에게 가짜중이란 증거를 이야기하며 올라가다보니 200미터 쯤 뒤에 똑같은 땡중이 한 명 더 있었다. 한 패거리겠지? 


쯧쯧쯧... 승복 사입으려면 비쌀텐데 투자비 꽤나 많이 들었겠다, 불전함 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오느라 애썼지만 흥,  망해라, 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첫번째 산봉우리에 거의 당도하니 이번엔 우렁찬 '아이스께끼~' 외침소리가 우릴 반겼다. 산꼭대기까지 갖고 올라가서 음료수며 아이스께끼며 엄청 비싸게 받아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나는 절대 외면하는 편인데(먹고난 쓰레기 사람들이 사방에 막 버리는 것도 싫다!) 누군가 값을 물어보니 1500원이란다. 엇, 다른 산에선 2천원 받던데! 단 거 먹으면 더 목말라진다고 주장하는 편이었으나, 그날은 슬슬 당떨어질 때도 됐고 또 일행이 사주신다고 해서 다리도 쉴 겸 낼름 받아먹었다. 중간에 막대기 버릴 데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하며 끝까지 다 먹고 버리고 가야한다고 우겨대면서. ^^


아직도 낮엔 꽤나 뜨거운 날씨에 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고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땡중과 아이스께끼 아저씨 둘 다 서울 근교 산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 무거운 상자를 짊어지고 등산로를 올랐겠지만 본인의 자부심도 그렇겠고 참 얼마나 가치가 다른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설마 산중턱 아이스께기 장사에도 정해진 영역이나  자릿세 같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랑 1500원짜리 멜론 맛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노동의 소중함이니 부가가치니 소비효율이니 하는 얘기까지 막 덧붙이며 께끼 아저씨한테는 온갖 칭찬이 쏟아졌었다. 물론 좀 전에 우리가 지나쳐온 땡중에게 시주하는 이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었다. 당연히 수입도 엄청 차이가 나지 않을까? 목탁을 두들기며 불경을 외는 것도, 아이스께끼를 목청껏 외치는 것도 똑같은 노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기꾼의 눈속임과 엄연한 상업 행위를 동등하게 바라볼 순 없다. 물론 국립공원 관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상업행위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ㅎㅎㅎ  

 

 

 

 


Posted by 입때
,

지갑과 사례금

투덜일기 2014. 8. 10. 15:04

지난번 등산을 갔을 때 작은 배낭에 먹을 것과 얼음물을 하도 바리바리 쌌더니 평소보다 너무 무거워서 꽤나 애를 먹었다. 등산애호가 후배 말로는 당일 등산이라도 너무 작은 맹꽁이 배낭 말고 무게 분산도 되고 혹시나 넘어졌을 때 몸도 보호해주는 적당한 크기로 사는 게 좋다고 했다. 그간  계속 검색하고 골라보고 고민하고 실제로 매장에 가서 구경도 한 배낭을 결국 사들였고, 그 김에 평소 들고다니는 가죽지갑 대신 휴대폰이랑 신용카드 한 두장 넣을 수 있는 작은 천지갑도 함께 샀다. 배낭 끈에 찍찍이로 매달 수 있는 형태의 손바닥만한 검정색 지갑이었다.

 

그러고는 어제 등산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글쎄 신분당선을 갈아타는 도중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ㅠ.ㅠ 서울 지하철 중엔 처음에 한번, 그리고 나중에 내릴 때 한번만 교통카드를 찍으면 되는 노선이 있는가 하면, 신분당선 같이 민자 도입 전철은 중간 중간 갈아타면서도 환승 개찰구에서 다시 계속 카드를 찍어야 한다. 정자역에서 갈아타고도 금방 또 내려서 카드를 찍어야 하므로 내내 배낭에 매달고 다니던 지갑을 손에 들었던 게 문제였다. 전철을 타고 널널하게 빈 의자에 앉아 배낭을 껴안고 뻐근한 다리를 쉬려는 찰나 허걱, 지갑이 없다! 맙소사... 분명 손가락에 끼고 있었는데 어디갔지... ㅠ.ㅠ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교통카드도 거기 들었고, 현금도 거기 넣어두었는데! 또 휴대폰은 어쩌나! 최악의 경우 집에 갈 차비 한 푼 없는 상태였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 달랑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ㅠ.ㅠ) 후다닥 다음 역에서 내려 반대방향 열차를 타고 다시 정자역으로 갔다. 에스컬레이터 타는 시간도 아까워 다다다다 계단을 뛰어 오르고 내려 내가 앉았던 전철역 벤치를 찾아보았지만... 지갑은 없었다. 혹시 검정색 지갑 못 봤냐고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도리도리... 남은 가능성은 역무실로 가보는 것 뿐이었다.

 

개찰구 앞에 있는 역무원은 혹시 지갑 주워온 사람 있나 물어봤더니 모르겠다며 역무실로 가보라고만. 개찰구 호출버튼을 누르고 지갑을 잃어버려서 혹시 신고 들어온 거 있나 물어보려 한다고 했더니, 혹시 아이폰 들어 있는 검정색 지갑이냐고 묻는다. 네, 맞아요! 철커덕 잠겼던 비상문이 열리고 역무실로 달려가니, 내 지갑이 맞았다. ㅠ.ㅠ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 보여달라는데, 다 빼놓고 왔으니 원.. 그래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번호 확인을 하고 잠긴 패턴 풀어 다시 통화기록까지 확인한 뒤 지갑을 돌려주었다. 어휴... 안에 신용카드도 무사히 들어있다고. 헌데 현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

 

5만원짜리 1장, 만원짜리 1장, 천원짜리 2장 들어있었는데... ㅋㅋㅋ (왜 하필 별로 쓸 데도 없으면서 현금은 또 그리 많이 가져갔을까!) 하지만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걸 안 순간부터 내가 다짐한 것이 있었으니--어쩐지 지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뜬금없이 50퍼센트쯤은 들었다.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혹시 누군가 지갑을 주워 맡겨놓은 사람이 있다면 그 고마운 사람에게 지갑에 든 현금을 몽땅 사례금으로 주어야지 하는 결심이었다. 그랬었기에 지갑에 들었던 현금이 홀라당 사라졌어도, 그저 다행이다 고맙다 역무원들에게 연신 감사인사를 했다. 역무원들은 원래부터 현금은 없었다며 찝찝하다고 걱정했지만, 원래도 사례금으로 다 줄 생각이었다고, 그분이 미리 챙겨간 셈 치면 된다고 얘기하고 역무실을 나왔다. 지갑 주워준 사람도, 지갑을 열어보고 현금을 발견한 순간 이 정도 사례금은 받을 만 하다고 자평하지 않았을까 싶다. ㅎㅎ

 

지갑 못 찾았으면 당장 집에 갈 일도 깜깜한 상황에서(그럴 땐 역무실에서 차비도 꿔주고 그러나?? 문득 궁금 ㅋㅋ) 신용카드며 휴대폰까지 무사히 되찾았으니 진짜로 얼마나 다행인가. 돈 잃어버리고도 기분 좋은 경험은 또 처음이 아닐지...

Posted by 입때
,

등산이 뭔지

투덜일기 2014. 7. 15. 15:44

어차피 내려올 산을 헥헥거리며 올라가는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산이 좋으면 밑에서 올려다 봐도 되잖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어려서 억지로 산엘 쫓아다녀서였을까? 북한산과 멀지 않은 동네에 오래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암튼 아버지는 꽤 젊어서부터 종종 등산을 다녔고 40대땐 부부가 아예 이런저런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가끔씩 억지로 우리 삼남매를 등산에 끌고 갔다. 봄엔 진달래 능선에 핀 예쁜 꽃을 봐야한다면서, 가을엔 눈부신 단풍구경을 하자면서, 겨울엔 나무에 얼어붙은 눈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느냐면서... 

등산화 없다는 핑계를 대면 새로 아이젠까지 다 사주면서까지 어떻게든 꼬드겨 애들을 산엘 데려간 걸 보면 그 정성이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따라나선 우리들이 착하다고 해야할지. 그 옛날엔 모든 산에서 취사가 가능할 때였으니, 코펠에 버너에 쌀과 반찬에 짐을 한보따리 홀로 짊어지고 밥짓는 노동까지 다 도맡아하면서도 아버진 뭐가 그렇게 좋으셨는지 지금도 좀 의아하다. 산에서 먹던 코펠밥과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엄청 맛있긴 했지만, 그 맛에 또 따라나서겠다고 할 만큼 대단하진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의 '등산 차출'에 동원되었던 건 아마 나 대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던 듯. 막내나 큰 동생은 나보다 몇 번 더 끌려(?) 갔을지도 모르겠다. 

등산이라면 절레절레 인상부터 쓰던 내가 수학여행 때 한라산엘 올라갔던 건 순전히 지도교수로 따라간 할머니 교수님 덕분이었다. 요즘이야 뒷동산엘 가도 등산화에 아웃도어에 배낭에 히말라야 등반도 불사할 차림으로 나서는 게 유행이지만, 그때 우린 대체로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고 (심지어 정장바지에 구두를 신은 우리과의 퀸카 '패셔니스타'도 있었다!) 배낭은커녕 여관에서 아침에 싸준 은박 도시락과 물 한병을 각자 비닐봉지에 덜렁덜렁 들고 나선 터였다. 정상까지 가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없었고, 대충 올라가다가 점심 도시락 까먹고 내려와야지 싶었다. 그런데 정년퇴임을 앞둔 할머니 교수가 어찌나 깐족거리시는지... 늙은 나도 올라가는데 젊은 니들이 뭐가 힘드니, 여기까지 왔는데 백록담은 보고 가야지...

결국 얼떨결에 나까지도 한라산 정상을 올랐고, 지금까지도 그 사건은 불가사의한 추억담이다. 스물한살의 팔팔한 패기 와 오기 탓이었겠지만, 나이키 운동화에 무겁고 꽉 끼는 청바지까지 입고 대체 어떻게 한라산을?! +_+ 하여간 내 인생의 등산은 그날 한라산 해발 1950미터를 정점으로 영원히 끝이라라고 생각했다. 설악산은 흔들바위 이상 올라가본 적이 없고(케이블카 타고 권금성엔 올라갔다 ㅋ) 각종 단풍놀이로 간 내장산, 속리산, 주왕산 등등도 중턱이나 가봤을까. 직장인 시절 야유회를 산으로 가면 중간에 도망쳐 집으로 가거나 산 아래 막거리집에서 기다리는 쪽이었다. 

근데 그러던 내가 변덕도 유분수지, 최근 등산을 몇번 따라갔다.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낭떠러지가 무서워서 눈앞이 노래지는 순간을 겪으며 내 미쳤지! 다시는 안 따라올란다! 결심해놓고는 다음번에 또 따라가기를 벌써 서너번 했나? ㅋㅋ  운동삼아 동네 앞산 뒷산을 오르겠다고 장담할 때부터 스스로 좀 이상하긴 했는데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뭔가에 홀린 듯 등산화, 등산바지에 이어 스틱까지 장만하고는 요즘 계속 등산용품을 기웃거리고 있다. 어쩌면 마라톤화,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요가에 이어 또 그냥 흐지부지 운동타령 푸닥거리로 반짝하다 말 짓일 수도 있겠다. 스스로도 못 미더워서 아직 배낭도 손바닥만한 엄마 걸 빌려갖고 다니고는 있는데 과연... 이건 그냥 물욕, 쇼핑욕일까 아니면 새로운 취미에 대한 초보스러운 열망일까. ㅎㅎㅎ

알록달록 색깔과 봉제선이 요란한 아웃도어는 또 내가 무진장 싫어하는 패션이어서 다행히 기능성 등산복엔 별로 눈길이 안가는데 배낭은 아무래도 꼭 하나 장만해야할 것 같고 ㅋㅋ 등산화도 아무케나 제일 가벼운 걸로 광고모델 봐서 덜컥 산 거 말고 좀 안미끄러운 놈으로 제대로 하나 또 사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계속 등산용품 사이트를 들락날락... 아무래도 등산화와 배낭은 고가품이라 확 저지르기 전에 몇달째 망설이고만 있는 우유부단함이 이번엔 나름 미덕이다. ㅋ

Posted by 입때
,

안산

투덜일기 2014. 3. 16. 17:00

내가 올 들어 조금씩 산책겸 올라가보기 시작한 동네 뒷산은 부르는 산은 엄밀히 집 앞에 있으니 '앞산'이고 버젓이 이름도 두 개나 있다. 안산 또는 무악산. 이름의 유래는 여러번 들었는데 또 홀라당 다 까먹었다. '안산'이라는 말은 흔히 풍수지리에서 쓰는 말이니 그와 관련이 있으려니... 검색해보면 금세 나오겠지만 귀찮아서 패스~.

 

하여간 남들은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부러 '등산'을 하러 오기도 한다는 얘기에 괜한 자극을 받아, 언젠가는 나도 정상에 오를 일이 있겠지 여기며 힘 닿는대로 마음 내키는대로 중간까지만 갔다가(정상까지 998미터 남았다는 표지판 앞에서) 돌아오기를 두달여. 그러다 어제 전격적으로 욕심을 내 봉수대가 있다는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집안에서 볼 땐 햇살이 따사롭고 화창해보였으나 밖에 나가보니 수시로 바람이 쌩쌩. 혹시 추울까 든든하게 입고나갔기에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추워서 10분만에 귀가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산 중턱 팔각정 앞 개울에서 두꺼비 발견!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기운도 없고 살가죽이 쪼글쪼글 느릿느릿 걸어다니고 있었다. 차가운 개울과 황량한 풀숲에서 녀석이 뭘 먹을 게 있으려나... 

숨을 헐떡대며 오르다 보면 후끈 덥다가 또 바람계곡으로 들어서면 춥다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콧물을 훌쩍이며 올라가려니 어디선가 내 뒤에서 홀연히 나타나 쏜살같이 앞으로 차고 나가는 외국인 미녀. ㅠ.ㅠ 내가 입은 오리털 조끼가 무색하게 그녀는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허거걱...  도촬이 미안하기도 해서 머뭇거렸지만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저 앞으로... ㅋㅋ

산꼭대기에는 방송 중계용인듯 철탑도 있고, 헬기장도 있고, 조선시대에 평안도부터 남산까지 이어졌다는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었다. 계단 아래쪽 기단부는 오래된 느낌이 나는데 봉수대 돌은 너무 하얗고 새것이라 어쩐지 졸속 복원의 냄새가 풀풀... -_-; 남산에 복원해 놓은 세 개짜리 봉수대랑 모양이 똑같은지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째뜬 중요한 건 내가 꼭대기에 올랐다는 것. 집에서부터 1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두꺼비 구경에 몇분이나 허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대기까지 오르는 길이 하도 여러 갈래이고 여러 동네에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놓아 몇번 익숙해지면 가장 수월한 길, 또는 가장 험난한 길을 골라 선택할 수도 있겠다. 중간중간 얼었던 길이 녹아 진창도 있고 등산화 없이는 꽤나 미끄러울 법한 바위 구간도 있었는데, 음마야, 플랫슈즈에 반바지 입고 남친이랑 손잡고 가뿐하게 올라온 커플도 발견했다. ㅠ.ㅠ

 

나 같은 주민들에겐 동네 뒷산 또는 앞산이고

어떤 이들에겐 등산 스틱까지 찍고 올라가야 하는 서울 근교의 만만한 등산코스이고, 일부 커플들에게는 그냥 데이트 산책 코스라는 얘기. ㅎㅎ

 

 

 왼쪽 사진에서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산이 바로 북한산. 가운데 사진에선 인왕산 능선을 따라 한양 성곽도 보인다. 오른쪽 사진 중앙에 서 있는 게 남산. 서쪽으로는 여의도와 한강도 눈에 들어오는데 역광인데다 미세먼지 탓에 온통 뿌옇게 찍혔다. 등산의 묘미 중 하나가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굽어보는 거라고 하던데, 그 잠깐 좋자고 꾸역꾸역 낑낑대며 꼭대기까지 올라가야할 '의미'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 정상을 '정복'한다는식으로 말하는 심리도 통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어제는 뭔가 '숙제'를 다 마친 기분이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얼어붙은 방죽 1월 모습 얼음 풀리고 봄이 오는 방죽, 어제

게다가 눈 쌓여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 산길부터 조금씩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 곧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날 봄과 신록이 우거질 여름도 기대중. 누가 산에 가자고 하면 그렇게 싫다고 미쳤냐고 펄쩍 뛰던 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운동삼아 산엘 오르게 되다니 참... 느낌이 묘하다. 나이가 들면 원래 산이 좋아지는 건지... 어느 산에나 득시글거리는 중장년 등반객들을 보면 그런 것도 같아서 좀 씁쓸.  

 

 

올라갈 땐 대부분 땅바닥만 보며 헉헉대느라 놓쳤는데 내려오다 신기한 나무를 발견했다. 군데군데 동글동글 붙어있는 건 이끼인가? 암튼 솔잎이 뭉쳐진 듯한 이끼무더기 끝에 방울방울 물기가 맺혔다. 뭔가 나무도 이끼도 열심히 봄을 준비하고 있는 느낌.

 

오후들어 점점 밀려든 미세먼지 때문에 기분을 좀 잡치긴 했어도, 약간 팍팍한 느낌의 장단지와 허벅지가 엄청 건강해진 듯한 착각을 안겨주고 있다. ^^;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