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

투덜일기 2022. 4. 19. 16:42

오늘 아침 일찍 또 엄마 모시고 병원 진료 가야해서 간밤에 잠을 잘 못잤다. 알람을 맞춰두고도 중간에 자꾸 깨고 또 꿈인지 생시인지 연이 울음소리에 퍼뜩 놀라 창문을 열어보기도 하고... 암튼 그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집에 와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데 컵에 실오라기 같은 게 걸쳐있는 게 아닌가. 앗.. 그게 아니네. 머리카락인가... 한 것도 잠시, 이 가느다란 실오라기 또는 또르르 말린 머리카락 같은 것이 마구 옮겨다녀!

주변에 선배님들 왕언니들이 많이 계신 관계로 익히 들어본 적 있었기에 직방으로 답을 알았다. 비문증이네. ㅠ.ㅠ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 결과는 아래와 같다.

비문증은 실같은 검은 점, 떠다니는 거미줄, 그림자 또는 검은 구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시신경유두부에 유착되어 있던 신경교조직이나 농축된 유리체 또는 동반된 유리체출혈이 후유리체박리로 인해 자유로이 유리체강내에 떠다니고 환자가 이를 자각하는 것이다.
후유리체 박리는 유리체 피질과 망막 내경계막이 분리되는 것을 지칭하며 중심와 주변 후극부에서부터 시작된다. 후유리체박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 간주될 수도 있지만, 노인에서의 유리체-망막유착에 따른 합병증 발생 위험을 경감시키는 예정된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비문증 [vitreous floaters]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한자로 飛蚊症이고 가운데 글자는 '모기 문'인데 한글로는 '날파리증'이라네. 모기가 웽웽 날아다니는 것 같은 궤적이라 저런 이름이 붙었을까? ^^; 주변 누군가는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다가 자꾸 액정을 쓸어도 잡티가 안 사라지더라고도 하더니, 오늘 나도 처음 증상을 느낀 것. 눈앞을 아른거리는 검은 실오라기는 눈을 깜박일 때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고 왼쪽 눈에만 증상이 있다. ㅠ.ㅠ 처음엔 후유리체박리? 어쩐지 무시무시해서, 안과 가야하나? 걱정스러워 동네 안과를 검색하다가 말았다. 결국엔 눈의 노화란 얘긴데... 일단 몸과 눈의 피로가 좀 사라지면 나아지지 않을까도 싶고, 늙어서 그렇다는데 뭐, 하는 자포자기 심정도 있다.

엊그제 트위터에서 보았던가. 38세가 지나면 몸이 무료구독 끝났으니 이제부터 유료구독 시작이라며 아우성을 친다고 하던데 나야 이미 오십대니 차근차근 온 몸의 장기들이 망가져가는 게 당연하겠구나 싶다.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고, 웃고 울어서 생긴 나의 주름살도 사랑할 거라고 원칙은 세워두었지만, 막상 꺼려하며 드물게 찍힌 사진 속의 나는 점점 매우 낯설다. 아, 팔자주름이 이렇게 깊어졌구나. 이중턱이 더 심해졌구나. 동그랬던 얼굴이 이젠 네모가 되었네... 이런 식으로 자기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나도 모르게 들이밀고 있는 거다. 제발 사진 찍어주면 액정 손으로 꼬집어 땡겨 보며 자기 흠좀 잡지 말라고 어느 후배님이 타박을 한 적이 있다. 근데 굳이 땡겨 확대해보지 않아도 미워진 걸 어쩌나. ㅎㅎ

휴대폰 사진첩의 기능 하나는 몇년 전 오늘 니 모습과 추억이라면서 옛 사진을 자꾸만 들이미는 것인데... 그러니 잊고 싶어도 실감을 안할 수가 없다. 불과 2, 3년 전만해도 표정이 얼마나 더 싱그럽고 젊은지 ㅎㅎ 나쁜 생각 괴로운 생각만 하면 얼굴이 금세 못생겨진다는 걸 잘 안다. 오늘처럼 잠 못자고 일어나 느릿느릿 비협조적인 노모와 함께 사람 바글거리는 대학병원 진료과를 2곳이나 섭렵하고 처방전 받아 약국 찾아가고 어쩌고... 얼굴에 얼마나 심술이 붙었을지 안봐도 알겠다.

그나저나 어쩌면 이 블로그는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나의 질병 기록장으로 남지 않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암튼 오늘을 기록해둔다. 오십대중반에 비문증 생겼음. 그냥 두고보면서 추후 예후도 기록 예정.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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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은 좀 일찍 4월 2일에 다 피었고, 벚꽃은 4월7일 오늘자로 만개 선언하며 사진 남겼다. 점점 더 소홀해지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지난 십수년의 역사와 투덜거림이 다 모여있는 이곳을 완전히 손에서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번 번역한 책에 각종 디지털 인터넷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인터넷 세상에서 인간은 절대 잊힐 수 없다는 게 표제 작품의 주제였다. 이곳 블로그 말고도 SNS 몇군데 계정을 습관처럼 매일 드나들고 있는데;; 내가 죽을 날을 대충 안다면 난 그 공간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것마저도 난 아마 오랜 기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우유부단하게 갈팡질팡하겠지. 사이버세상에서도 내 흔적은 다 지우고 가겠노라, 결심한 적도 있는데 또 나의 소멸 이후에 누군가 남아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쓰레기로 잊혀지더라도 한동안은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진짜 마음이 왔다리갔다리. ^^
아이고 화창한 벚꽃일기 남기겠다고 들어와서 이 무슨 암울한 소리를 끼적이고 있는지. 암튼 올 봄에 꽃이 좀 늦게 핀걸 봐서도 짐작되듯이 날씨는 계속 좀 쌀쌀하게 느껴지는데도, 우리집은 벌써 살구꽃 벚꽃 모두 떨어지기 시작해서 마당에 엎어진 별꽃이 가득하다. 만개하자마자 지는 벚꽃. 좀 아쉽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하늘색이 약간 보정되서 더 파랗게 나왔지만 그래도 오늘 미세먼지 상태 양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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