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마리였다!

양양연진 2022. 5. 30. 15:52

연이 출산이후 만5주째인 어제 드디어 연이네 온가족을 알현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핏얼핏 수유장면 훔쳐볼 때마다 젖먹이 새끼냥이 3마리 뿐이었는데 ㅠㅠ 연이가 그 조그만 몸으로 무려 네 마리나 낳았다니! 새삼 또 감격이고 안쓰럽다.

어제 촬영에 성공한 가족 사진 중에서 오후에 한번 더 시도했던 아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몸처럼 엉켜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연이 눈빛은 여전히 좀 경계하는 듯해서, 얼른 소리 안나게 찍고 창문을 닫았다.

22년 5월 29일 만5주차.

어제 감격하며 처음으로 찍은 가족사진은 바로 이거다. 줌으로 당겨서 사진이 조금씩 다 흐리지만 이거나마 감지덕지.

22년 5월 29일

창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에 너무 놀라서 헛.. 얼어붙었다가 얼른 눈을 찡긋찡긋 하며 나는 너희를 해칠 의도가 없다고 열심히 연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랬더니 마음이 통했는지 연이가 쓱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사진에서 보듯 다들 아빠인 하늘이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흰색바탕에 검정무늬가 있는 아가냥들이다. 연이는 갈색 무늬가 정말 예쁜데 하나도 안 닮음. 모두 고등어야!

그나마 위 사진 왼쪽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녀석이 흰바탕이 가장 많아 연이를 젤 많이 닮았다. 근데 가장 막내인듯 수유다툼에서 늘 밀려나 맨 마지막에 억지로 파고들거나 형님들 다 먹고난 뒤에 혼자 연이 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궁..

사실 어제 종일 호시탐탐 연이네 가족을 엿보고 있었다. 5주쯤 됐으면 말이지 이제 준집사에 대한 경계도 좀 누그러져야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연이야 연이야 많이 불러주고, 황태포 간식도 넉넉히 주고... 그러느라 사진도 여러장 건졌는데 총 네마리인 줄 몰랐을 때 가장 극성인 두 녀석이 엄마를 독차지하는 모습 포착. 

22년 5월 29일. 점박이 얼룩이와 물결무늬 고등어 이 두 마리가 가장 활동적인듯.
22년 5월 29일.

두마리가 젖을 먹는 저 사진을 찍자마자 연이는 기분이 나쁜지 벌떡 일어나 몸을 피했는데, 연이가 일어나자 점박이 얼룩이는 벽틈으로 몸을 숨겼던 반면 물결무늬 고등어는 끝까지 엄마 젖을 놓지 않고 매달렸다가 집안으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갔다. 덩치도 제일 큰 것 같음.

22년 5월 29일

얼결에 난사하며 대충 건진 사진이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해놓아야 나중에 찾아보며 구분하기 쉬울 것 같아서 모두 저장해놓으련다. 위 왼쪽 사진에서 드러누워 얼굴만 보이는 아가냥이 가장 하얀색바탕이 많은 막내(추정) 꼬물이다.몸집도 가장 작고 걸음걸이도 가장 위태위태. 위 오른쪽 사진 가운데 보이는 아이가 아마도 내가 처음 독사진 찍은 1호가 아닐까? 등부분이 거의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음. 아직 얼굴 구분도 못하겠고 네 마리나 되니 헷갈려 죽겠다! ㅎㅎ

4마리를 언제나 제대로 다 구분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네 마리 이름을 뭘로 짓나 고민중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매란국죽. ㅋ 그러나 넘 구리다! 연이처럼 외자 이름으로 하려니 동서남북, 청백단흑, 조율이시, 이딴 거나 생각나고 말이지... 예쁜 이름 추천 바랍니다! ㅋㅋ (그러나 이제 이 블로그엔 오는 이가 별로 없고;;) 외자로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니 봄여름가을겨울이 떠올랐다. 암튼 1호부터 4호까지 엄마냥 연이 속썩이지 말고 젖 먹으며 싸우지도 말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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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며칠 동안 어디론가 감추어 보이지 않았던 새끼냥들은 비가 오던 날을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
비오는 날 홀로 옛집 지붕에 앉아 연이가 왼쪽 축대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니만 그 밤에 다시 집이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새끼냥들을 이주 시킨 것 같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내방 창밖에서 희미하게 꼬물꼬물 우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그간 황송하게도 새끼냥들의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껏 3마리까지 발견됐다. 총 3마리를 낳은 게 맞을까?
겨울집 바로 밖에서 연이 품에 안겨 3마리가 동시에 젖을 먹고 있는 장면을 딱 한번 목격했는데 (무척 섭섭하게도) 여전히 나를 엄청 경계하는 연이는 훔쳐보는 시선을 눈치채자 마자 벌떡 일어나버렸고, 새끼냥들은 포르르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해서 도무지 새끼냥들의 사진을 찍어 자랑할 새가 없었는데...정확히 태어난지 4주차 되던 지난 일요일! 집밖으로 비틀비틀 걸어나오던 새끼냥 한마리를 포착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

왼쪽이 연이가 낳은 새끼냥. 오른쪽은 작년 이맘때 엄마냥 양양이와 진이. 이젠 둘 다 없다. ㅠ.ㅠ

 

그러고는 또 며칠이 지나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찾아왔다. 연이네 겨울집은 압착스티로폼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고 그마저도 또 내가 놓아둔 플라스틱 박스 안에 들어 있는데다 바닥엔 담요가 깔려 있다. 침입자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도록 겨울집 입구를 내방 창문쪽 벽을 향하도록 놓아두었기 때문에 바람도 잘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 새끼냥들이 넘 더운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역시나 영리한 연이는 새끼냥들을 옛날 자기가 살던 공간으로 옮겨놓았더라! 거기가 어디냐면 위 오른쪽 옛 사진에 보이는 축대와 아래층 배란다 지붕 틈새다. 작년 가을이었나 이사용 수납박스를 사다가 집을 만들어주기 이전, 양양연진 가족은 저 지붕 틈새에서 살며 비를 피하고 잠도 자다가 내가 사료를 놓아주면 슬그머니 나와서 먹곤 했었다. 물론 처음엔 나를 겁내느라 베란다 창문만 열어도 연이와 진이는 틈새로 쏙 모습을 감추었다. 그 당시에도 저 틈새는 내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주 내내 사료를 주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연이는 바로 섀시 문앞에 앉아 있다가 슬그머니 나를 노려보았고, 얼핏 담벼락 틈새로 숨어드는 새끼냥들의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설치류에 질색하는 걸 알고 창문을 못 열게 하려는 시도인지, 아니면 혹시나 나를 위한 선물(?) 같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나중에 갖고 놀 장난감인지 도무지 판단은 어렵지만 원래 살던 집 옆에 놓어준 저 스크래처 위에 메마른 생쥐 한 마리를 놓아두었다. .ㅠ그리고 또 하나. 사냥을 다니는 건지 어쩐지, 연이는 또 건사료를 통 먹지 않는 까탈스러움을 보이기 시작했다. 1년 내내 임신 중에도 잘만 먹던 프로베스트캣 초록색 사료를 어느틈엔가 잘 안먹더니 이제는 입도 안대고, 내가 만들어준 특식이나 츄르, 습식 사료만 홀라당 먹고 남기는 게 아닌가! 출산 후에 입맛이 달라졌나? 아니면 특식만 먹으면서 입이 고급이 되었나?닭가슴살이나 고기를 삶아주어도 첫날은 잘 먹고, 그 다음날 냉장고에 넣어뒀던 걸 또 주면 안 먹는 행태를 보이기는 했었다. 너무 차가운 게 싫었던 것인지도... 암튼 건사료를 통 안먹으니 습식사료 파우치를 사다가 줘봤는데, 그 중 제일 잘 먹는다고 생각했던 고등어+연어 맛을 또 며칠 전부터는 잘 안먹는다! 아이고... 있던 사료는 하늘이를 비롯한 동네냥들에게 주기로 하고 연이를 위해선 고양이보호협회에서 파는 캐츠맘 사료를 공구했다. (아직 도착 안함)아무튼... 또 한동안 연이네 겨울집은 또 다시 버려진 것처럼 보였었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날씨가 또 다시 서늘해졌다! 밤에는 10도 안팎으로, 나로서도 꽤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떨어지고, 며칠 전엔 또 소나기도 내렸다. 그러자 부지런한 연이가 후다닥 후다닥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내방 창밖에서 들려왔고, 새끼들을 다시 따뜻한 겨울집 안으로 옮기려나보다 추측했다.

다시 오늘. 아침 7시 조금 넘었을까. 밖에서 연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니, 고양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소리로 소통하지 않는다던데. 야오야옹 울음소리는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 내는 거라던데. 나를 부르나? 방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연이가 나 한번 쳐다보고 집안 한 번 쳐다보고 계속 울어댔다. 어쩌란 거니? 스크래처 위에 여전히 놓여 있는 생쥐 사체 때문에 제대로 쳐다도 못보겠구만.. .ㅠ 암튼 왜 그러냐, 연이야, 나더러 출동하라는 거냐 암만 물어봐도 답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양이 번역기 진짜 시급함. 그러더니 안되겠는지 연이가 자기네 집안에 고개를 쑥 들이밀고 안에서 새끼냥 한마리를 물고 나왔다. 설마 죽은 건가! 식겁했는데 그게 아니고 푹 잠들어 있었던 듯 새끼냥 한 마리는 연이한테 물려 이동하다가 몸부림을 치며 앙탈했다. ㅋㅋ 아하... 다들 담벼락 틈새로 이동시켜야하는데 잠꾸러니 새끼냥 한 마리가 말을 안 들으니 위험하다고 독촉하느라 울어댄 걸까. 그렇다면 나는 이쯤해서 피해줘야 할 것 같아 창문을 닫고 후퇴했다.밤에 잠을 잘 땐, 집사도 조용하고 창문도 깜깜하고 안전하다 싶으니 예전대로 겨울집을 이용하고, 낮에는 혹시라도 내가 접근해서 새끼냥들을 훔쳐갈까봐 1년전에 살던 담벼락 틈새로 새끼들을 옮겨놓는 모양이라고 짐작된다. 마침 거기는 바로 사료 놓아주는 밥자리 앞이다. 겨울집이 놓인 곳과는 거리상으로 한 2미터쯤? 연이가 정말 모성애 강한 똑똑한 엄마구나 싶다가도, 아니 1년째 밥 챙겨주고 집 장만해주고 낚싯줄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했던 나를 이토록 심하게 경계하는 건 또 너무 섭섭하고 얄밉다. 아니 어떻게, 아직도 집사를 못 믿니! ㅋ하여간 오늘 점심때 또 야옹야옹 에옹에옹 꼬물꼬물 소란이 일어서 미리부터 휴대폰을 준비해 들고 베란다 섀시문을 열었다. 희미한 소리로 미야미야 울던 건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새끼냥 한 마리였다.

아직 구분 못하겠으나 편의상 1호라고 부르자.

미야미야 울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ㅎㅎㅎ 아가야, 엄마는 어디 가고 왜 울어? 하고 물으니 틈새로 쏙 사라짐.
그럼 연이는 어디서 우는 건가 살펴보니 겨울집 쪽에서 또 다른 새끼냥을 물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아침에 물어다 옮기던 바로 그 잠꾸러기 같았다. 아니 엄마가 틈새로 옮겨놨는데 그새 또 집안으로 도망친 건가? ㅋㅋㅋ

요 녀석은 검정과 갈색무늬보다 흰털 부분이 많아서 연이를 가장 많이 닮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이는 말썽쟁이 새끼냥 녀석을 틈새로 쓱 밀어넣고는 나를 쳐다보며 에옹에옹 울어댔다. 어쩌라는 걸까. 비키라고? 가버리라고? 녜녜, 섀시문을 닫고 물러나드렸다. 사료는 얼마나 먹었나 확인하니 습식사료도 1/3만 먹은듯. 에효...
최대한 안전하게 새끼들을 지키려는 연이의 노력이 정말 가상하고 놀랍다. 가끔이라도 새끼냥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기쁜 일인데 사진에 보이는 새끼냥 1호의 눈꼽이 건강한지 어쩐지 걱정도 되고 사료를 잘 안 먹어서 홀쭉해진 연이의 건강 상태도 염려스럽다. 출산 이전까지만 해도 연이 사진을 보여주면 털도 반지르르 하고 귓속도 깨끗하고 전문가 눈에도 퍽이나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었는데 흠...
집냥이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고 길냥이로 최대한 잘 돌보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느 범위까지일지 아직도 고민이 많다. 연이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수유 끝난 뒤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옳을텐데 그럼 새끼들은? 포획은 어떻게? ㅠ.ㅠ 일단 네 식구(추정) 쑥쑥 잘 자라고 건강하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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