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9.20 의문 11
  2. 2011.01.04 인지상정 14
  3. 2010.08.31 자동차 보험 5
  4. 2009.12.15 자동차 10년 13

의문

삶꾸러미 2012. 9. 20. 21:18

어느덧 또 2년이 흘러 얼마전 자동차 검사 안내장이 날아왔다. 느낌으론 작년에 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라니, 귀찮음보다 놀라움이 먼저였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나는 동네 카센터에 검사 대행을 맡겼다. 검사 안내장엔 대행 의뢰하지 말고 직접 검사소로 예약하고 찾아오라고 적혀 있었지만 흥, 안속는다 안속아.

 

처음 자동차가 생기고 종합검사 안내장이 나왔을 땐 당연히 차를 맡겨 대신 검사를 맡게할 수밖에 없었다. 차 유리에 선팅을 했었는데 당시엔 그게 불법 개조에 속하는 금지품목이었다(요샌 너무 심하게 깜깜한 것만 아니면 법적으로도 선팅이 허용되므로 벗겨낼 필요가 없다). 그러니 카센터에서 선팅을 다 벗겨내고 검사를 받은 뒤 다시 선팅을 해주어야 했던 것.

 

그렇게 2년에 한번씩 검사 안내장이 나오면 당연하게 카센터에 대행을 의뢰했던 나는 문득 대행비가 아까워졌다. 두번째 자동차로 갖게된 하얀색 세피아를 몰 때였다. 아는 분에게 중고로 넘겨받긴 했어도 워낙 마일리지도 높지 않은 새차에 가까웠고, 얼마 전 엔진오일이며 웬만한 점검도 했겠다 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15년쯤 전이라 당시 검사비가 얼마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나 요새나 검사 대행을 맡기려면 암튼 거기다 3만원쯤을 더 얹어주어야 한다. 물론 미리 차를 점검해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수리비는 당연히 별도. 허나 그때까진 수년째 자동차 검사 대행을 맡기면서 문제 있어서 추가로 수리 비용 지불해 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만만하게 여겨질 수밖에.

 

어차피 선팅 필름은 떼어내고 갔다가 다시 맡겨야 했지만, 밥벌이 시원찮은 초보 번역가 시절이라 몇만원이라도 절약하려는 마음이었다. 선팅 필름은 스티커 잡아떼듯 죽 잡아당기면 쉽게 떨어진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별 문제 없었고, 죄다 아저씨들 투성이인 검사장으로 당당히 들어가 서류를 접수하고 검사를 받는 것까진 좋았는데... +_+

 

문제 없이 검사를 통과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내 차는 배출가스 불량 및 전조등 각도 불량(?!!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유였다;;)이라며 결격사유가 두 가지나 되어 재검에 걸렸다. 헐...  진땀이 삐질삐질 났다. 이런 걸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결국 인근 공업사를 찾아가 불합격 항목을 알리고 쌩돈을 들여 수리를 받은 뒤, 다음날 다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자동차 검사따위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며, 호기롭게 집을 나섰다가 기가 팍 죽어 돌아온 나에게 당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주변에 자동차 검사 받으러 직접 갔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들어봤다. 다 대행시킨다더라. 마일리지 10만 킬로미터 넘은 똥차도 대행시키면 그냥 통과라더라. 다들 돈 벌어먹고 살아야 하니 카센터와 검사소 사이에 모종의 야로가 있다는 뜻이다, 이 헛똑똑아.

 

해서 그 이후 나는 자동차 정기검사에 관한 한 잘난 척을 관두고 매번 동네 카센터에 가져다준다. 대행료 몇만원 더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깝다. -_-; 혼자서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망신당했던 그해로부터 딱 2년 뒤, 나는 카센터 아저씨한테 다시 차를 맡기고 연락을 기다렸다. 2년 전에도 배출가스로 걸린 승용차라면, 마일리지도 더 늘어나고 2년 더 노후된 차라서 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재검 판결이 나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하지만 차는 불과 한두 시간 만에 종합검사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새차도 직접 검사 받으러 가면 어딘가 걸릴 수 있지만, 검사대행 맡기면 헌차도 전혀 문제없다는 불패의 진리를 믿을 수밖에. 흥!

 

정규 검사소보다 몇몇 지정 공업사에서 하는 출장 검사소가 융통성을 더 발휘하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고, 검사를 의뢰하는 거래 카센터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느라 모종의 눈감아주기가 자행되는지 어쩐지도 나로선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운이 없었든 아니든, 직접 자동차 검사받으러 갔다가 퇴짜맞은 전적이 있는 나로서는 한번의 경험으로도 <뭔가 야로 있음>을 굳게 믿으며, 앞으로도 주욱 검사 대행 쪽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마일리지는 청년이되 연식은 12년이나 묵은 내 차는 요번 검사를 받기 전에 여기저기 손볼 데가 많아 돈을 꽤나 잡아먹고 검사에 임했으니 당연히 무사통과했다. 하지만 카센터에서 다 점검 받은 차를 가지고 내가 직접 검사소에 갔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오래 전 단 한번의 경험으로 불신이 너무 깊은가? 누가 좀 반박 사례를 알려준다면 감사하겠음. 설마... 일정한 불합격률을 유지하기 위한 무작위 복불복에서 나만 재수없게 걸렸던 건 아니....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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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상정

삶꾸러미 2011. 1. 4. 22:16

늦깎이로 다시 공부하던 시절 '인지상정'이 별명이었던 황당한 인물이 하나 있었던 터라, 미안하게도 한동안 '인지상정'이라는 말은 내게 본래의 의미('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와는 상관없는 비아냥거림의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탈식민 담론이 오가던 이론수업에서 발표를 하며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인종차별이 인지상정이라고 했던가, 암튼 앞뒤가 맞지 않는 짜깁기 발제문을 설명하며 터무니 없이 사용한 '인지상정'이란 말이 던진 파문과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이없는 시선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

벌써 그 시절도 까마득한 추억이 돼가고 있다보니, 나는 또 내 나름대로 그 의미를 변용해서 쓰고 있는 듯하다. 누구나 가지는 건 아니겠지만 나로선 이러저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식으로. 택시 기사분에게 오히려 커피값을 받았다는 파피의 포스팅을 읽고 생각난 건데, 여전히 우유부단함과는 별도로 '불의'라고 여기는 점에 대해서는 까칠한 쌈닭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나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게는 질끈 눈을 감아주는 너그러움이 생겨났음을 실감한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오늘 오후에도 겪은 일인데 아주 경미한 접촉사고의 경우, 범퍼에 살짝 흠집만 난 정도는 그냥 너그러이 보내준다. 아까 병원 갔다가 갈림길에서 막무가내로 후진하던 BMW에게 앞범퍼를 받혔다. 자기가 받은 줄도 모르고 그냥 가려던 어리바리 운전자를 빵 소리로 일단 잡아 세운 다음 "우쒸..."하면서 기세 좋게 차에서 내렸다. 마침 주차안내요원 코앞이라 확실한 목격자도 있었다. 콩 하고 받힌 거라 페인트가 살짝 묻어나긴 했던데, 상대 운전자가 따라 내리자마자 "죄송합니다"하는 순간, 그냥 보내주자 싶었다. 전에도 그렇게 보내준 적 많지만 평소 외제차 모는 인간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열받을 때가 많았던 터라 얼굴부터 찌푸리고 내렸다가, 범퍼가 망가진 건 아님을 확인하기도 했으니 금세 마음이 풀렸다. 나의 선의(물론 나도 비슷한 선의를 받은 적 있다)가 내 주변의 모든 운전자들에게 퍼져나가 혜택을 비는 마음이랄까.

음식점도 그렇다. 작은아버지들을 비롯해 친구, 후배들 중에서도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주변인들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위생에 심히 문제가 있다거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은 한 음식점에서 웬만해선 까탈을 부리며 불평을 터뜨리지 못한다. 내가 쓸데없이 음식점에서 진상을 떠는 유형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분들은 물론 친절이든 위생이든 맛이든 어느 면에서나 훌륭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겠지만, 일부 음식점에서 몇몇 종업원의 무개념 행동에 벌컥 화가 났다가도 예전처럼 전투적인 태세로 항의하질 못하겠다. 내 아무리 소심하고 우유부단해도 불의는 참지 못했거늘! 요번 통큰 치킨 사태 때도, @@치킨에 입사한 사촌동생을 떠올리며 통큰 치킨 판매 중단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프랜차이즈 치킨이 다 비싼 건 아니다>라고 애써 주장했다. ^^; 

비행기를 타도 승무원을 수시로 불러대 괴롭히지 않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항공승무원이 얼마나 고된 직업인지 지인들에게 익히 듣기도 했지만, 사무장으로 승진했다던 선배가 상당한 거구로 좁은 통로를 왔다갔다 오가며 양손에 적, 백포도주를 나눠들고 따라주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어이쿠 찔렸다. 장거리 여행땐 초반에 술 팍 마시고 잠드는 게 최고라면서 한때 꽤나 성가시게 땅콩 달라, 치즈 있냐며 호출버튼을 눌러대거나 치솔 내놔라 베개 달라 슬리퍼 없냐 진상떨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_- 물론 이젠 승무원들 쉬는 시간엔 절대 귀찮게 하지 않는, 아주 착하고 얌전한 승객이 되었다. (설마 승무원 안 괴롭히려고 최근 몇년 간 장거리 여행을 못떠나는 건 아니겠지;; ㅠㅠ)

버스 운전하는 친구 생각해서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들한테 꾸벅 인사도 잘하고, 택시 운전하시는 지인 떠올리며 우수리는 미리 동전으로 챙겨 거슬러받기 좋게 돈을 내거나 3백원 미만은 거스름돈 안받는 원칙을 세웠으며, 은행다니는 지인 생각해서 창구업무는 웬만해선 회피하고 현금지급기만 상대하며, 스님된 친구 목사된 친구 생각해서 땡중이란 말도 사기꾼 목사라는 말도 삼가는 중이다(워낙 타락한 종교인이 많아서 그쪽 욕은 '아예 중단'할 수가 없다;;). 까먹어서 그렇지 내가 각별히 신경쓰게 된 직업군이 또 있을텐데.... 물론 한두번의 나쁜 경험으로 무작정 싫은 눈으로 짜증스레 바라보는 편견의 직업군도 어마어마하겠지만서도.

제발이 저려서 책을 읽으며 남의 번역에 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범주에 드는 느낌인데 그건 나만의 인지상정이 아니라 동병상련에 더 가까운건가, 아님 혹시 제 밥그릇 감싸기? 암튼 세월이 흐르면서 몇가지 면에서는 유해진 것인지 통이 커진것인지 확실히 너그러워졌다. 다만 이런 태도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어물쩡 타협이나 비리 옹호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어려서 내가 혐오했던 '중장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건 절대 안될 일이다. 그러려면 계속 까탈스러움을 잃지 말아야하는 건가... -_-a 
흐이구 왜 이렇게 어려운 얘기를 쓰기 시작했는지 마무리가 안 되누만. 뭐 그렇다는 얘기다. 이러다 내 별명도 조롱의 뜻을 지닌 인지상정이 되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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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

투덜일기 2010. 8. 31. 17:43

어느덧 후딱 1년이 지나가서 또 자동차 보험 갱신일이 다가오는 바람에 요 근래 전화가 시끄러웠다. 보험 만기일은 또 다들 어떻게 알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보험회사까지 전화질에 문자질인지 원! 두어 군데 보험사는 작년에 내가 온라인으로 견적을 받아보며 정보가 노출되었을 거라 짐작하지만, 다른 데는 또 뭐냐고!! IT강국이네 뭐네 하지만 그 이면엔 이런저런 경로로 개인신상에 관한 모든 정보가 여기저기 떠돌고 있으니 벌거벗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종종 핸드폰이 꺼져 있는 바람에 못받은 전화들은 상당수 보험 마케터 전화일 거라는 짐작에 고소하기까지 하다. 

제아무리 보험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거라지만, 최근 몇년 동안엔 접촉 사고 나서 혜택 받은 적도 없고 하다못해 어디 갔다가 시동이 꺼졌다거나 타이어를 갈아달라고 응급조치 부탁도 한 적 없이 지낸 터라 내 경우 자동차 보험은 특히 그냥 쌩돈을 날리는 셈이다. 그나마도 십수년째 아버지한테 묻어 지내느라 보험료 한푼 안내고 살다가 아버지 돌아가시는 바람에 내 이름으로 처음 보험을 들던 해엔 기막히게도 보험료가 백만원이 넘었었다. 바로 직전까지 아버지는 삼십만원쯤 내셨던 것 같은데, 나는 보험료가 그 세배라니...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지만, 처음 자동차 보험계에 들어가면 누구나 그러는 모양이니 어쩌랴. 어쨌거나 무사고로 보험료만 쌩으로 날리는 해가 거듭되면서 올해는 드디어 보험료가 첫해의 절반에 도달했다. 보험료 저렴한 '다이렉트' 보험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매달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는 따져보면 1년치를 한꺼번에 내는 자동차보험보다 훨씬 많은데도, 아까움이랄까 억울함이 훨씬 덜하다. 내가 낸 의료보험료로 울 엄마처럼 평균 한달에 대여섯번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타다먹는 노인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보험료는 그나마 공기업인 의료보험 '공단'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말이다. 재정이 바닥나네 마네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공공시스템이라고 믿는다. 울 왕비마마는 또 장남인 동생 보험카드에 올라 계신데(얼마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만 아쉽게도 이젠;;;) 동생이 보험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는 몰라도, 워낙 병원을 많이 다닌 탓에 최근 3개월에 한번씩 계속 통지서가 날아오고 있다. 3개월씩 정산하는 본인 부담금 총액이 정해진 한도를 넘어섰다면서 추가분을 환급해주겠다는 통지서다. 벌써 두번이나 이십 몇만원씩 환급금을 받았다. 물론 온몸이 종합병원 수준이신 왕비마마의 병원 진료비에 비하면야 얼마 안되는 돈이랄 수 있지만, 정해진 비율의 본인 부담금 한도를 넘으면 환자에게 진료비를 돌려주기까지 하는 공단의 시스템이 퍽이나 기특하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어디까지나 사기업의 영역이고, 환급금 따위는 전혀 없다. 그래서 어떤 자동차보험회사에서 혜택을 돌려준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긴 하지만, 견적을 받아보니 다른 다이렉트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더라. -_-' 결국 혜택을 주려고 보험료를 비싸게 받는다는 뜻 아닌가. 자동차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필요와 선택에 의한 기호품이고 의료혜택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하는 공적인 서비스 영역이긴 하지만, 내가 낸 보험료로 누군가 다른 사람이 혜택을 받는 집단책임의 시스템은 똑같은데 자동차보험 회사는 수십년째 엄청난 이익을 늘려 승승장구하는 반면에 건강보험공단은 만날 적자에 허덕이는 걸 보면 결론은 뚜렷하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자동차보험회사의 시스템에 더 많은 '야로'가 있다는 것.

어쨌거나 아무리 몇년 새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고 해도 무보험 차량으로 돌아다닐 배짱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또 다시 자동차보험을 갱신했다. 작년엔 상대 차 배상액 한도를 1억으로 했는데 요새는 고가의 차가 많으니 6천원 더 내고 3억으로 높이라는 상담원의 꼬드김에 잠결에 넘어가 그러마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또 막 억울하다. 앞으로 1년동안 3억짜리 자동차를 내가 받아버릴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_-;; 괜스레 더욱 아까비 아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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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0년

투덜일기 2009. 12. 15. 21:38

중고차 두 대를 거처 지금 타고 다니는 차를 <새것>으로 갖게 된 해는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내년이면 벌써 10년이다. 처음 새차를 인도 받았을 때 공식 차주이자 물주였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한 5년 타다가 다음 차는 니 돈으로 더 좋은 거 사라." "5년은 무슨! 10년 넘게 탈 거야!"라고 장담하던 나의 말은 어느샌가 "폐차할 때까지 탈 거야!"로 바뀌었고, 연식이 오래 되어 중고값이 팍팍 떨어지고는 있지만 누가 뭐래도 내차는 아직도 내게 새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간 <미니쿠퍼>에 눈이 멀어 인세로 대박나면 무슨 색으로 살까 실없는 로망을 품기도 했지만, 막상 미니쿠퍼를 살 돈이 생겼더라도 타던 차를 처분하는 게 아까워서 선뜻 저지르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도 잘 안다.
9년간 꼬박 나홀로 운전해 완전히 나에게 길들여져 있고,  범퍼나 펜더가 살짝 까져서 도색을 다시한 것 말고는 큰 사고도 없었으며 사자마자 공부한답시고 처음 3년 가까이 거의 세워두다시피하는 바람에 9년 넘게 탔건만 마일리지도 놀랍도록 적다. 사실 차는 적당히 몰아줘야지 만날 세워두면 더 쉽게 <썩어> 버린다는 것이 정설인데, 차에 대해서 완전 무지한 덕분에 오히려 수시로 동네 입구에 있는 카센터 아저씨한테 조언을 구했으므로 상태가 별로 나빠지진 않았다고 믿는다.
작년 말 미션오일과 부동액과 뒤쪽 머플러를 갈면서 동네 카센터 아저씨는 이제 슬슬 이것저것 손 볼 데가 많이 생겨날 나이라고 말했다. 연식만 오래 됐지 마일리지가 젊은 덕분이었다. 헌데도 올해 녀석은 멀쩡히 돌아다녔고, 1년 넘게 수리해야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허구한날 오며가며 카센터 아저씨한테 눈인사만 받는 게 민망할 정도로.

헌데 드디어 엔진오일을 갈아야 할 때가 되었으므로 1년만에 나는 다시 자동차 점검을 부탁했다. 과거 중고차 몰던 시절엔 아는 사람한테 넘겨받은 차들이라 그리 오래된 게 아닌 데도 강남대로 한 복판이나 한강대교 위에서 차가 퍼져 오도가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 10년 사이엔 그런 경험이 없다. 처음부터 내가 길들였기 때문일까? 어쩐지 망가지기 전에 미리 바꾸는 게 아까운 것 같아도, 나 같은 자동차 문외한은 그저 미리미리 전문가에게 점검해서 손봐달라고 하는 게 최고다. 카센터만 정직한 곳으로 만난다면. ^^;
사실 동네 이웃이기도 했던 기존의 카센터 사장님이 노안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전격적으로 카센터를 넘겼을 때 나는 허거걱 난감했다. 다이어리도 안 쓰는 게으른 내가 차계부 따위를 쓸 리는 없고, 그 아저씨가 내 대신 컴퓨터에 모든 기록을 저장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내 차를 보며 바퀴에 바람 좀 빠진 것 같으면 불러 세워 넣어주고 엔진 오일 갈 때 됐다고 알려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헌데 새로운 카센터 아저씨도 그렇게 나와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물론 예전 사장님이 아직도 동네에 살고 계셔 수시로 드나드는 걸 보면, 모든 고객 기록까지 다 넘겨받은 듯했지만, 웬만해선 그냥 더 타라고 권하던 그 아저씨와 달리 이번 주인은 공격적으로 장사를 하려 들면 어쩌나 염려스러웠던 것.

아니나 다를까 확실히 이번 카센터 아저씨는 이전 분과 스타일이 달랐다. 잔금이 가기 시작한 타이어 두개도 가는 게 좋겠고, 3년 지난 배터리도 가는 게 좋겠고, 쇼바 상태가 어쩌고, 고무로 된 엔진 어쩌고 링크도 금이 갔다며 일일이 보여주고 설명하고 견적서를 내고.... +_+
물론 당장 바꿀지 좀 더 타다가 바꿀지는 어디까지나 내 결정이었고, 강요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한꺼번에 거금을 들여 10년 다된 차를 손보려니 왜 이리 아까운 기분이 드는지 원. 차를 사자마자 지금껏 아직도 바꿀까 말까 고민 중인 카오디오는 매번 <그냥 말자> 쪽으로 결론이 나는데, 확실히 운전과 직접 관련된 부품의 노후에 대해서는 약간의 고민 끝에 늘 손보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처음엔 퍼뜩 '이 아저씨 카센터 인수하고 나서 봉 잡았다 생각하고 확 바가지 씌우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앞에서 부품가게와 통화를 하며 몇십원짜리 단위까지 부품가격과 자기 공임을 하나하나 다 공개하는데야 (물론 이미 중간에 <야로>가 개입됐을 수도 있겠지만!) 더 의심을 키워봤자 뭐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맘만 먹으면 나도 부품이랑 공임 가격 쯤이야 인터넷으로 검색해봐도 금세 알 수 있을 텐데...

어쨌거나 이번에 거금을 들여 일곱군데도 넘게 손을 보았으니 10주년인 내년에도 별탈없이 일년동안 잘 굴러갈 것이라 여기며 그리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는 오래 타면 탈수록 팔 때 손해라는 말도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중고차값 따져가며 자꾸 팔아 새차를 사서 몰 게 아니라면, 남들이 뭐라든 10년, 20년 계속 타는 게 뭐 어떤가. 아주 오래된 차는 사고 나면 수리비 대신 폐차비만 준다고 억울해하는 이야기도 들어봤지만, 이 추세라면 난 정말로 이 차를 폐차할 때까지 앞으로도 최소한 10년은 더 탈 수 있을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자동차 10년 타기 아주 쉽구만 다들 왜 그리도 새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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