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삶꾸러미 2012. 9. 20. 21:18

어느덧 또 2년이 흘러 얼마전 자동차 검사 안내장이 날아왔다. 느낌으론 작년에 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라니, 귀찮음보다 놀라움이 먼저였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나는 동네 카센터에 검사 대행을 맡겼다. 검사 안내장엔 대행 의뢰하지 말고 직접 검사소로 예약하고 찾아오라고 적혀 있었지만 흥, 안속는다 안속아.

 

처음 자동차가 생기고 종합검사 안내장이 나왔을 땐 당연히 차를 맡겨 대신 검사를 맡게할 수밖에 없었다. 차 유리에 선팅을 했었는데 당시엔 그게 불법 개조에 속하는 금지품목이었다(요샌 너무 심하게 깜깜한 것만 아니면 법적으로도 선팅이 허용되므로 벗겨낼 필요가 없다). 그러니 카센터에서 선팅을 다 벗겨내고 검사를 받은 뒤 다시 선팅을 해주어야 했던 것.

 

그렇게 2년에 한번씩 검사 안내장이 나오면 당연하게 카센터에 대행을 의뢰했던 나는 문득 대행비가 아까워졌다. 두번째 자동차로 갖게된 하얀색 세피아를 몰 때였다. 아는 분에게 중고로 넘겨받긴 했어도 워낙 마일리지도 높지 않은 새차에 가까웠고, 얼마 전 엔진오일이며 웬만한 점검도 했겠다 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15년쯤 전이라 당시 검사비가 얼마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나 요새나 검사 대행을 맡기려면 암튼 거기다 3만원쯤을 더 얹어주어야 한다. 물론 미리 차를 점검해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수리비는 당연히 별도. 허나 그때까진 수년째 자동차 검사 대행을 맡기면서 문제 있어서 추가로 수리 비용 지불해 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만만하게 여겨질 수밖에.

 

어차피 선팅 필름은 떼어내고 갔다가 다시 맡겨야 했지만, 밥벌이 시원찮은 초보 번역가 시절이라 몇만원이라도 절약하려는 마음이었다. 선팅 필름은 스티커 잡아떼듯 죽 잡아당기면 쉽게 떨어진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별 문제 없었고, 죄다 아저씨들 투성이인 검사장으로 당당히 들어가 서류를 접수하고 검사를 받는 것까진 좋았는데... +_+

 

문제 없이 검사를 통과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내 차는 배출가스 불량 및 전조등 각도 불량(?!!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유였다;;)이라며 결격사유가 두 가지나 되어 재검에 걸렸다. 헐...  진땀이 삐질삐질 났다. 이런 걸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결국 인근 공업사를 찾아가 불합격 항목을 알리고 쌩돈을 들여 수리를 받은 뒤, 다음날 다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자동차 검사따위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며, 호기롭게 집을 나섰다가 기가 팍 죽어 돌아온 나에게 당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주변에 자동차 검사 받으러 직접 갔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들어봤다. 다 대행시킨다더라. 마일리지 10만 킬로미터 넘은 똥차도 대행시키면 그냥 통과라더라. 다들 돈 벌어먹고 살아야 하니 카센터와 검사소 사이에 모종의 야로가 있다는 뜻이다, 이 헛똑똑아.

 

해서 그 이후 나는 자동차 정기검사에 관한 한 잘난 척을 관두고 매번 동네 카센터에 가져다준다. 대행료 몇만원 더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깝다. -_-; 혼자서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망신당했던 그해로부터 딱 2년 뒤, 나는 카센터 아저씨한테 다시 차를 맡기고 연락을 기다렸다. 2년 전에도 배출가스로 걸린 승용차라면, 마일리지도 더 늘어나고 2년 더 노후된 차라서 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재검 판결이 나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하지만 차는 불과 한두 시간 만에 종합검사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새차도 직접 검사 받으러 가면 어딘가 걸릴 수 있지만, 검사대행 맡기면 헌차도 전혀 문제없다는 불패의 진리를 믿을 수밖에. 흥!

 

정규 검사소보다 몇몇 지정 공업사에서 하는 출장 검사소가 융통성을 더 발휘하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고, 검사를 의뢰하는 거래 카센터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느라 모종의 눈감아주기가 자행되는지 어쩐지도 나로선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운이 없었든 아니든, 직접 자동차 검사받으러 갔다가 퇴짜맞은 전적이 있는 나로서는 한번의 경험으로도 <뭔가 야로 있음>을 굳게 믿으며, 앞으로도 주욱 검사 대행 쪽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마일리지는 청년이되 연식은 12년이나 묵은 내 차는 요번 검사를 받기 전에 여기저기 손볼 데가 많아 돈을 꽤나 잡아먹고 검사에 임했으니 당연히 무사통과했다. 하지만 카센터에서 다 점검 받은 차를 가지고 내가 직접 검사소에 갔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오래 전 단 한번의 경험으로 불신이 너무 깊은가? 누가 좀 반박 사례를 알려준다면 감사하겠음. 설마... 일정한 불합격률을 유지하기 위한 무작위 복불복에서 나만 재수없게 걸렸던 건 아니....겠지? 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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