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산다'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1.03.27 풀 그림 10
  2. 2011.03.25 천재인 줄 알았다 1 - 정민편 8
  3. 2011.03.13 간만에 지우 그림 21
  4. 2010.12.01 개똥벌레 ^^; 12

풀 그림

추억주머니 2011. 3. 27. 16:02


풀 그림 이야기가 나오면 내겐 또 남다른 사연이 있다. 예전에 미니홈피에도 밝혔던 이야긴데, 풀로 그린 조카 그림도 하나 더 있겠다 그 추억도 마저 상기해야겠다. 부모님이 동생들을 데리고 분가하시고 나서도,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중간 무렵까지 본적지이자 출생지인 ***동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들과 살았다. 연년생인 남동생과 입학 터울을 둘 겸,
생일이 여름인데도 제법 똘똘하다는 것만 믿고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나를 덜컥 7살에 국민학교에 입학시켜놓고, 할머니는 매일 전교에서 제일 작은 1학년 학생인 나를 업어나르셨다. 울 엄마는 또 첫딸 입학을 위해 제일 비싼 최고급 책가방을 사주었다는데 (가죽이었는지 아닌지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빨간색이었던 그 가방은 무척 재질이 두꺼웠고 열고 닫기 불편했다) 그게 또 엄청 무거워, 할머니가 보기엔 책가방 무게 때문에 애가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단다. ㅋㅋ

늘 교문 앞에서 수업 끝나기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나는 친구들과 가방 들어주기 가위바위보를 했다. 지금도 그때도 가위바위보에 젬병인 나는 당연히 꼴찌였다. 책가방을 앞 뒤로 매고 양손에도 하나씩 친구 책가방을 들었다. 꼴찌에서 두번째는 신발주머니를 모아 들었다. 낑낑대며 학교 앞 언덕길을 내려가는 나를 저 멀리서 발견한 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치시며 달려왔다. 힘 없는 아이 괴롭히는 나쁜 놈들이라고... 친구들의 엉덩이까지 한대씩 퍽퍽 때려준 할머니는 내가 옆에서 괴롭힌 게 아니라 그냥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것 뿐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고도 분에 못 이기셨는지 할머니는 울먹거리는 친구들에게 집이 어디냐고, 앞장서라고 말씀하셨다. 애들 부모에게 일러 다시는 손녀딸을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할 작정이었던 거다. 그래서... 화난 그 아이들은 한동안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한글도 못 떼고 들어가 이해력이 많이 떨어졌던 나는 1학년 미술시간 준비물을 알려준 선생님의 설명을 오해했던 모양이다. 미술책을 미리 들춰보았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겠지만, 어린애가 뭘 알았겠나. 늦둥이로 낳은 막내딸도 거의 다 키워놓아 국민학생의 학부모 노릇에 서툴렀을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풀에 물을 들여오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나는 집에 가서 그대로 전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고심 끝에 누렇게 말라붙은 (아마도 채 신록이 우거지기 전인듯..) 풀들을 마당에서 따다가 정성껏 물감으로 이런저런 색을 칠해 물을 들여주셨다.

다음날 곱게 '물들인 풀'을 갖고 학교에 간 나는 친구들이 다 나와 달리 '찍어 쓰는 풀통'에 물감을 풀어 색색깔로 물들여온 걸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어린 나에게 제법 큰 충격이었던 듯하다. 부모님 슬하로 옮기느라 전학을 했던 이후 국민학교는 몰라도, 입학한 국민학교 시절의 기억은 거의 사라졌는데도 책가방 사건과 더불어 이 사건은 또렷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날 나의 담임이셨던 '호복순' 선생님(이 이름도 절대 잊혀지질 않는다^^)은 우는 나를 달래시곤 옆 친구에게 색깔풀을 나눠주라 하셨고, 미술시간은 친구의 준비물을 빌어쓰며 무사히 넘어갔다.

정민공주에게 내가 언제 이 사연을 들려주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린 정민이에게도 몹시 인상적인 이야기였던 듯 가끔씩 불쑥 고모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물 들인 풀' 준비물을 잘못 해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서 선생님이 왜 준비물을 잘못 해간 고모를 혼내지 않았는지, 친구는 왜 암말 없이 자기 물감을 나눠주었는지(자기 그림 그릴 것도 모자랄지 모르는데!) 꼬치꼬치 묻곤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 날은 어김없이 풀을 쑤어 물감 풀을 만들어 바쳐야 했고.. -_-;

2007년 1월. 장 뒤뷔페의 우를루프 정원 전시회를 함께 다녀온 날도 공주는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았는지 물감풀을 청해 풀 그림을 시도했다. 파란색 풀과 빨간색 풀 두 가지나 만들어야 했는데 찹쌀가루(마침 밀가루가 집에 없었다)를 아낀 탓에 풀이 너무 묽어 다른 때보다 작품엔 열악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작품이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구쟁이 동생이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으로만 남은 공주의 풀 그림을 천재 시리즈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뺐는데 결국 이렇게 올리게 되는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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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더러운 세상이라고 욕하고 싶은 꿀꿀한 분위기를 털어버리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팔불출 고모노릇이 최고다. -_-'; 댓글 수로도 드러나는 지우 그림의 인기에 힘입어 그간 모아둔 조카들의 구김살 없는 그림을 대거 공개할 작정이다. (방문자 많은 거 싫다면서 결국 흥행에 신경쓰는 것 좀 봐라 ㅎ) 연도별로 꼬박꼬박 컴퓨터에 스캔해 두거나 찍어둔 조카들의 그림 폴더를 새삼 열어보며 느낀 행복과 흐뭇함을 이웃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솔직한 이유는 그렇다, 그냥 달리 내세울 게 없는 인간의 팔불출 자랑질이다. ^^;; 이런 자랑질 불편하고 귀찮은 분들은 패스하시라고 접어둔다.


 


 2007년 3월에 찍은 사진. 공주가 3학년, 10살 때다. 현재 이 그림은 액자에 들어 왕비마마 거실에 걸려 있다. 그림을 그릴 당시 (2월일지도 모르겠다) 왕비마마가 또 한참 입원해 계셨는데 꽃 좋아하시는 할머니 그림 보고 힘내시라고 정민이가 선물했다. 
이 작품 이후로는 정민이가 우리에게 그림 자랑을 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고모할머니한테 그림을 배우러 다니고는 있지만, 예전과 달리 좀처럼 작품 자랑을 하지 않으며 감추려고 하는 느낌이다.




오른쪽 사진은, 역시 공주 10살 때.
9월에 열린 고모할머니의 그룹 전시회 <이면전>에 오브제 모빌 작품으로 조카들 셋(아기였던 지우 빼고)이 모두 함께 참여했었다.
자칫 잘못 보면 손가락 욕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포에 그린 모빌 작품을 잡고 있을 뿐이다. ^^; 조카들이 서너 개씩 그린 그림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드리워졌던 이 모빌은 전시회 철거 후, 고맙게도 일부가 나에게로 와 현재 작업실 방문 앞에 매달려 있다.




2008 4월. 11세때. [아기도깨비]


이후 공주의 그림들은 점점 캐릭터 팬시 상품처럼 변해갔다는 후문이다. 왼쪽 사진은 공주의 작품 사진 폴더에 들어있는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도자기를 빚어 거기에 그림을 그렸다. 채색 슬리퍼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지환이 작품 소개할 때 같이 공개할 작정.

 

 

 



놀라운 천재적 기질이 아직 공주의 머릿속에, 손끝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다고 늘 이야기하며 용기를 북돋고는 있는데, 초등학교 6년간  공주는 이런 솜씨로도 그림 관련 상을 단 하나도 받아오지 않았다. 천재를 몰라본다고 처음엔 마구 분노했는데, 알고보니 학교에 작품을 제출하는 일 자체가 아주 드물었다. 마음에 안든다며 중간에 북북 찢어버리거나 집으로 가져왔다가 미완성인 채로 결국 내지 않는 식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엔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즐거운 놀이였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우리로선 알 수 없다. 물론 나는 언제고 공주의 천재 화가 잠재성이 다시 발현될 것이라 믿으며 묵묵히 기다리자고 마음먹었으나 조바심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이 포스팅을 하면서 흔들리는 믿음을 다시 굳히기로 했다. ㅎㅎㅎ


* 폰카로 찍은 사진들도 있어 상태가 조악하지만 그래도 그림은 클릭하면 거의 다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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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지우 그림

놀잇감 2011. 3. 13. 22:08

일본 지진관련하여 그제부터 거의 신이 난듯 특보를 내는 TV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 짜증이 나면서도 자꾸만 보게 되고, 덩달아 망연자실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나는 희희낙락 기운내서 살아야겠다고, 며칠 내리 빌빌거렸으면 이젠 좀 빠릿빠릿 움직여야 한다고 즐거운 포스팅을 기획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계속 올려대는 생각 짧은 기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무튼... 블루고비처럼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 화백 친구는 없지만 다행히도 내겐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려주는 조카들이 있다. 올해로 여섯 살이 됐어도 만으로 따지면 이제 네 살 반 밖에 안된 지우의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고슴도치 고모의 시각이 다분히 작용했을 거라고 믿지만, 미술학원에서도 꼼꼼한 솜씨로 선생님들의 칭찬을 독차지한다니 앞으로 기대해보련다.

제 엄마 생일에 지우가 선물로 그려준 그림이라는데 드물게 채색 전과 채색 후의 작품사진을 모두 입수했다. 제 부모는 색깔을 칠하고 나서 섬세한 디테일이 지워졌다고 속상해하던데, 내가 보기엔 화사하고 봄스러운 색감이며 전체적인 조화가 그저 예쁘기만 하다. 어제 채색 그림 찍어오며 나도 사람 많은 그림 그려달라고 간절히 사정했으나 무시당했다. 애들 방에 걸어놨던데 다른 작품으로 대체된 후에 슬쩍 달래서 가져오든지 해야겠다. 지우가 최근에 그려준 내 그림은 두번 연달아 노래방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그림이다. -_-;; 조카들이랑 노래방 안 간지가 2, 3년은 돼가는구만. 나도 이런 완성도 높은--혹은 실물보다 백배 더 아름답게 그린--그림을 그려달란 말이닷. 연일 야근으로 찌들어가고 있는 제 아빠를 아주 어린왕자처럼 그려놨다. *_*


그림설명: 왼쪽부터 엄마, 아빠, 형아, 지우.
엄마 아빠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게 좋아서 형아가 웃으며 쳐다보고 있고, 자기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형아에게 <구름빵> 책을 꺼내달라고 손으로 '탁' 치는 장면이란다.
각자 입고 있는 옷에 들어간 그림은 엄마-영어, 아빠-공룡, 형아-지렁이, 지우-햇님
채색 전의 스케치를 보면 두 어린이의 눈동자에 표정이 생겼다! 아우 귀여워 ㅠ.ㅠ
엄마는 색칠하면서 스케치에 없던 목걸이도 생겨났다.
구름에 밑에 세로 선은 혹시 '빗줄기'인가 물었더니 수염으로 '할아버지 구름'을 표현한 거란다. 
머리색깔도 어쩜 저렇게 다 다르게 표현했을까.
예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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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 ^^;

놀잇감 2010. 12. 1. 17:18
 
지난달 큰동생 생일에 모였을 때 지우가 축하공연으로 <개똥벌레>를 불러주었다.
나는 얼씨구나 좋다며 동영상 촬영을 했으나, 촌닭답게 세로로 찍다가 옆으로 돌리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지우의 예쁘고 귀여움은 고개를 꺾고라도 볼만한 가치가 있기에 난생처음 유튜브에 올려보았음. :)
점점 맛들여 가고 있는 아이폰 놀이.
다음번 동영상은 더욱 잘 찍어보리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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