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6.07.24 옥수수의 계절 6
  2. 2014.09.04 9월 날씨 5
  3. 2012.08.27 여름 다 지나고 빙수 12
  4. 2012.08.03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8
  5. 2012.07.31 나름 휴가 4
  6. 2012.07.13 북촌 13
  7. 2010.08.27 콩밭 4
  8. 2010.08.19 매미 8

옥수수의 계절

놀잇감 2016. 7. 24. 23:01

바야흐로 옥수수의 계절이다. 겨울과 봄을 거쳐 햇옥수수가 나오기 전까지도 줄창 중국산 냉동옥수수를 쪄서 파는 좌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사다먹긴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옥수수의 계절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일찌감치 찾아온 폭염에 올해는 옥수수가 일찍 익었다며, 6월 말부터 5천원에 3개씩 담아 파는 국산 햇옥수수도 깨나 사다먹었는데 드디어 두둥~ 괴산을 오가며 공동농장 농사를 거들던 후배가 옥수수 수확 시기를 알려왔다. 선주문하면 밭에서 딴 옥수수를 곧장 자루에 담아 보내주겠노라고.

30개들이 한자루 얼른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택배 도탁하자마자 들통에다 찰옥수수를 한꺼번에 다 삶았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따자마자 푹푹 삶아줘야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대로! ㅋㅋ

사방팔방 자랑했더니 옥수수 싫어하는 이들이 비웃어댔다. 먹기 지저분하고 이빨에 끼고 별로 맛도 없다나... 아니, 어떻게 그런 옥수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이북 출신인 가족이라 그랬는지, 우리 집에선 옥수수 지저분하게 먹으면 어려서도 혼이 났다. 한줄씩 가지런하게 깨끗하게 똑똑 떼어먹으면 지저분해질 이유가 없는데!

하여간 옥수수 맛있게 삶는 법은 간단하다. 괴산대학찰옥수수 사먹을 때 그쪽 농장에서 쪽지에 보내준 내용대로 몇년째 계속 실천중. 옥수수를 속껍질 한두장 남겨서 잘 씻은 다음(유기농이라 안씻어도 된다지만 난 꼭 씻는다! ㅋㅋ) 물을 넉넉히 붓고(옥수수가 다 잠기게) 천일염 한줌 넣어 푹푹 끓이는 거다. 2, 30분이면 완성.

귀찮다고 껍질을 다 떼버리고 삶으면 확실히 단맛이 덜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옥수수 수염도 잘 씻어서 함께 삶는다고 함. 


​식혀서 일부는 냉동실에 잘 넣어둔 다음, 간식으로 먹고 주식으로 먹고 며칠째 원없이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도 뭔가 조바심이 든다. 옥수수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맛있는 옥수수 몇 자루 더 사먹어야하는데 싶어서.. 

너무 덥다는 핑계로 국이며 찌개며 끓이는 요리는 하나도 안하겠다 선언해놓고, 옥수수 삶는 건 하나도 안덥고 신이 났다. 오죽하면 들통 인증샷까지 찍었을라고. ㅋㅋㅋ 암튼 이 여름 찰옥수수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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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날씨

투덜일기 2014. 9. 4. 00:33


8월말부터 확실히 하늘빛이며 공기의 냄새며 바람의 질이 달라진 건 느끼고 있었다. 일교차가 벌어져 아침저녁으론 선들선들. 포근한 이불을 덮지 않으면 차게 식은 발이 잘 따뜻해지질 않아서 좀체 잠들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암튼 그래도 낮엔 꽤나 더워서,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집안에서 일할 때 민소매 아니면 못버티겠더니, 심지어 오늘은 비온 뒤끝에 종일 춥고 발시리려서 저녁땐 보일러를 돌렸다. 따뜻한 방바닥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ㅠ.ㅠ 


추석이 하도 일러서 요번 추석때도 에어컨 깨나 틀었다 껐다 많은 식구들 취향 맞추느라 번잡하겠구만 싶었더니만 이거 뭐지. 최저기온 17도면 나는 발이 시리다는 걸 오늘 머리에 새겨두기로 했다. 그래도 내일 낮엔 29도까지 올라간다니 또 더워지겠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변해가는 날씨가 좀 무섭다. 금방 눈 내리고 얼음얼게 생겼어! 흑... 이 여름의 끝을 잡고... 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라도 붙들어 매달고 싶은데 어쩌면 이미 가을인지도 모르겠다. 밤마다 들리던 풀벌레 소리가 정녕 귀뚜라미였던 것이냐. 새삼 세월무상.


3년째 쓰고 있는 아이폰이 점점 느려지고 액정 안에 습기가 찾는지 작은 얼룩이 보이면서 휴대폰을 바꾸긴 바꿔야겠는데 뭘로 바꾸나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이튠즈에 푹 연결만 하면 더 골치아플 일 없게 그냥 아이폰6이 나오면 그거 나 살까 하는 생각이 가장 유력했고, 안드로이드폰 중에선 그래도 G3가 젤 나아보이는데 내 취향엔 좀 너무 크고 손에 잘 잡히지도 않아서, 에라이 뭐하러 미리 고민하나 나중에 9월 되면 생각해보지 그랬다. 그러고는 9월이 아직 아주 멀리 있는 줄...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네그려. 아까 누가 내 휴대폰을 보고 바꿀 때 됐다고 그러길래, 9월에 아이폰6 나오면 구경해보고 마음 결정해볼라고요, 했다가 다음주 출시래요.. 하는 말을 들었다. 으악. 월말로 약속했던 일들과 추석 때문에, 9월이 무서워서 나는 아직도 계속해서 8월에 살고 있었구나야.  얼른 정신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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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너무 뜨겁고 더워도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처음 실감했던 올 여름. 생각보다 빙수는 많이 먹으러 다니지 않았다. 빙수 한 그릇 먹을까 싶다가도 막상 시키려고 보면 달디 단 빙수보다는 얼음 잔뜩 넣은 쌉싸름한 아이스커피가 더 땡기는 걸 어쩌겠나. 유명한 빙수집을 잘 모르는 것도 그만큼 내가 빙수를 즐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여름을 통틀어 빙수는 너댓 번 먹은 게 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뭘 또 굳이 적어두나 싶지만 마침 휴대폰 사진 정리하다 나온 사진 석장에 기록의 유혹을 느꼈다. 내년 여름에도 혹시 빙수 생각나면 참고해야지.

 

 

북촌 한옥마을 가던 날 안국역 지하에 있는 (아마도) 파리크라상에서 먹은 올 여름 첫 팥빙수. 이름이 <얼음공주>였다. 화이트초콜릿으로 만든 티아라를 얹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나, 나는 딱 한 입 먹어보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엄청 달아~! 달아도 너~~~무 달아서.... 지금도 몸서리가 부르르.

위에 얹은 인절미는 부드럽고 쫄깃했던 것으로 기억되나 팥은 그냥 중국산 통조림 팥이 분명하다. 가격은 9500원쯤 했던 듯.

다시 먹고픈 마음은 없다.

 

 

 

 

 

 

 

 

 

 

 

 

 

저 멀리 판교까지 가서 먹은 '아임홈'의 <밀크빙수>.

후배가 유명한 곳이라며 데려갔는데, 알고 보니 I'm Home이라는 카페가 여기저기 프랜차이즈로 있는 모양이다. 분당에도 있고 죽전에도 있고...  서판교였던가 동판교 였던가 암튼 거기도 카페거리가 있던데 딱 보정동 카페거리처럼 생겼다.

후배 말로는 위에 얹은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든 수제아이스크림이라고. 곱게 간 우유얼음 아래 견과류와 팥이 숨어 있다. 견과류 좋아하는 나는 별로 달지 않고 고소해서 좋아라했는데, 인절미 대신 찹쌀떡이 나에겐 에러! 난 찹쌀떡이 달아서 싫다.

11000원이었던 걸로 기억. 밥 잔뜩 먹고 갔던 터라 둘이 먹다 다 못먹고 남겼다. 사진 찍어온 빙수 셋 중에선 단연 독보적인 1위. 그러나 최고의 빙수라고 할 순 없다...

 

 

 

신촌 명물거리에서 기차역쪽에 가까운 대로변에 있는 '호밀밭'의 <밀크빙수>. 줄서서 기다렸다 먹는 빙수집으로 워낙 유명하다며 꼭 한번 가보자는 친구 말에 싫단 말도 못하고 따라갔다. 정말로 20분쯤 줄 서서 기다렸다 먹었는데, 대체 왜 그렇게 유명해진 건지 나로선 좀 의아했다. 혹자는 <밀탑> 빙수의 맛과 견주던데, 팥 리필해주는 거 말고 어디가 비슷하다고! 통단팥의 씹히는 맛으로 보아 여기서 직접 만든 것 같기는 했고, 콩고물 안 묻힌 찹쌀떡 얹어주는 것도 밀탑 식이긴 하다. 하지만 빙질과 맛은... 으음. (밀탑 빙수 먹어본지 오래됐긴 하다만;) 어쨌든 가격은 저렴했다. 단돈 5500원. 당연히 양이 적은 편인데, 둘이 하나 시켜놓고 팥 리필 두번이나 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더라. 으어.... 달랑 두개 나온 찹쌀떡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팥소를 처음부터 아예 따로 주는 건 마음에 들지만 우유얼음을 너무 곱게 갈아서 숟가락질 몇번 하면 금방 물이 되어버린다. 팥 없이 그냥 얼음만 먹으면 딱 <서주아이스주> 맛이라고 내가 말했더니 친구도 동의했다. ^^;

 

 

부산 광안대교 주변인가 그렇게 팥빙수 골목이 유명하다는데, 정말 싸고도 별로 안 달고 맛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워낙에도 단팥을 좋아하지 않으니, 막상 가보면 시큰둥하게 될듯...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최고의 맛으로 각인된 빙수의 추억은 두 군데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검정 모 대학 언덕배기에 있던 그랑빌 분식의 커피빙수. 수십년 전이라 그저 빙수 얼음에 가루커피와 연유를 듬뿍 얹어주는 게 전부였는데도 정말 너무너무 맛이 있었다. (내 키가 요렇게 작은 이유가 정말로 중학생 때부터 탐닉한 인스턴트 커피 때문인지 아닌지 못내 궁금타;;) 그집은 그랑빌 국수라고 해서 쫄면을 칼국수처럼 끓인 국수가 엄청 맛있고 유명했는데, 뜨끈한 그랑빌 국수를 후후불어 먹고 나서 후식으로 커피빙수를 먹으면 정말이지 세상이 내것인 듯 기분이 좋아졌었다. 졸업후에도 그 맛을 못 잊어 가봤더니 분식집이 통째로 없어졌두만...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아 글쎄 신촌 호밀밭의 커피빙수도  인스턴트 가루커피를 얹어주길래 깜짝 놀랐다. 호기심이 약간 동하긴 했으나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드는 비주얼. 그 옛날 그랑빌의 커피빙수는 가루커피에 우유랑 연유를 듬뿍 얹어주어 진짜 맛있었는데... 

 

두 번째 역시 공교롭게도 분식집에서 팔던 빙수다. 하기야 수십년 전엔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도 않았고, 빙수는 여름에 제과점에서 주로 파는 한정 상품이었다규~! 암튼 내가 반했던 두 번째 빙수는 바로 이대앞 가미분식의 수박 빙수. 가미도 여름 한철 수박빙수에 연유를 듬뿍 얹어 내주었던 것 같다. 나 설마 빙수가 아니라 연유 맛을 좋아했던 것 아니겠지? ㅋ 째뜬 가미분식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주인이 바뀐 이후로 맛이 완전히 달라져 발길을 끊은지 10년도 넘은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정말이지 시험 끝난 다음이나 여름 방학 때 큰 마음 먹고 이대앞에 나가 가미분식 찾아가는 걸 대단한 행사로 여겼었는데...

 

이제는 사라져버린데다 추억이 가미되어 더 맛있었다고 느껴지는 그런 상상의 빙수맛 말고, 진짜로 내 입맛에 꼭 맞는 빙수가 어디엔가는 있으려니 싶어서 해마다 여름이면 빙수를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 커피빙수 맛있게 하는 집 없을까, 하는 나의 로망은 이번에도 내년으로 넘겨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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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웃주민들이 록페스티벌에 다니는 걸 보며 마냥 부러워만 하다가 올해는 전격적으로 나도 가보자고 나섰다. 아 글쎄, 라디오헤드가 온다지 않는가! 처음엔 라디오헤드 오는 날 하루만 갈 작정이었다. 어차피 사흘 내리 묵으려면 일찌감치 3월쯤부터 숙소를 예약해야한다는데 나는 그런 발빠른 사람도 아니고... 오래 전 숙소확보를 마친 이웃 주민들에게 뜬금없이 나도 잠자리에 끼워달라고 무작정 떼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헌데 나에게 한음파를 향한 팬심을 심어주려 노력한 지인의 집이 지산 리조트 바로 옆(?)이고, 일요일에 한음파 공연도 잡혀 있어 팬들이 여럿 그리로 움직일 예정이라 내게도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쾌재를 부르며 나는 곧장 3일권을 끊고 7월말이 되기를 기다렸다. 한음파 팬들이야 1일권을 끊고 오겠지만 나는 뭐 간간이 다른 주민들과 만나서 놀면 되겠지(;;그러나 폭염으로 인하여 이 상상은 헛된 꿈이 되고 만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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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휴가

투덜일기 2012. 7. 31. 17:55

TV와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3박4일간 지내다 돌아와 어제는 가려움과 싸우느라(산길과 밭에서 벌레한테 팔다리를 무려 서른한군데나 뜯어먹혔다 ㅠ.ㅠ) 정신이 없었다. 한낮의 열기는 죽을 것처럼 뜨거웠어도 산밑이라 그런지 밤엔 서늘해져 큰 타월이라도 덮어야했는데, 서울은 어김없이 열대야. 어젯밤 선풍기를 계속 돌리면서도 자다깨다를 반복했더니 오늘도 대체로 멍하다. 이것은 어김없는 휴가 후유증. 휴가땐 하도 먹어대서 당연히 체중이 불어 오지만, 이번엔 하도 땀을 빼 +/- 제로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했으나 체중계에 올라보니 어김없이 무거워져 있다. ㅋㅋㅋ 주로 밤에 몰아서 먹고 마셔댔으니 당연한 건가.

 

오후 들어서야 통째로 뽑아놓았던 플러그들을 콘센트에 끼고 슬슬 일 모드에 돌입하려 했으나, 컴퓨터를 켠 이후론 계속 인터넷질만 하고 앉았다. 아무래도 저녁이나 먹고 나야 슬슬 꼬부랑 글씨들이 눈에 들어올 모양. 생각해보니 여름에 제대로 휴가를 떠난 게 제주도 이후 처음이니 몇년 만이었다. 그땐 왕비마마를 동생네 모셔다두고 가야해 괜히 찜찜했었는데 올핸 훨씬 더 팔팔해진 엄니를 혼자 집에 두고 떠나면서 하나도 걱정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위 먹을라, 찬물은 싸갔냐, 공연은 재밌냐, 노친네가 내 걱정을 더 많이 했던 듯. 이 추세라면 좀 더 긴 휴가 계획도 별 걱정없이 세울 수 있겠다 싶어 의기양양 기쁘다.

 

본격 후기를 후딱 쓸까 했는데 며칠 만이라고 자판도 낯설어 계속 오타를 내는 걸 보니,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도 적응이 필요한 것 같다. 끼니때마다 뭐 먹나 걱정해야 하는 밥순이의 삶에도 적응이 필요한 것처럼. 에구구, 젠장 여섯시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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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투덜일기 2012. 7. 13. 17:04

등잔밑은 확실히 좀 어둡다. 전국방방곡곡은 물론이고, 나고 자라 살고 있는 도시만 해도 안가본 동네를 꼽아보면 아직도 많다. 유명한 곳일수록 더 그렇다. 각자 서울서 산 세월이 40년을 넘겼지만 삼청동은 꽤 다녔어도 길 하나 위에 있는 북촌은 골목골목 제대로 구경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 가보자고 나섰다.

북촌 한옥에 대해선 책을 먼저 읽었다. 몇채 안남았다는 건 알고 갔는데도 골목이 금세 끝나 허무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도 들고 다니며 북촌 7경이니 8경이니 순례를 다니더라. 째뜬 이나마 남아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인데, 박제되어 먼지 낀 짐승을 보듯 마음이 무거웠다. 제대로 원없이 사람냄새 나는 한옥을 보려면 그러니까, 안동이나 전주 같은 델 가야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를테면 여기가 북촌 한옥마을의 '메인스트리트'다. 저 골목 끝 언덕 꼭대기에서 서울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것이 포인트라고 지도에 안내되어 있는지, 너도 나도 그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다.

올라가다 나도 슬쩍 돌아보았지만 한옥 처마 사이로 보이는 부연 하늘과 볼품없는 건물들과 남산타워는 하나도 멋지지 않던데. 뭐가 멋있다는 건지. 흠.

 

 

 

 

 

 

 

 

 

 

 

 

저런 아치형 문은 대문엔 안 쓰고 궁궐 중문에서나 본 것 같은데.. 이른바 퓨전한옥인가보다, 그랬다.

그렇지만 기와 넣어 쌓아올린 황토담과 어우러져 예쁘긴 하다. 저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나. 북촌 한옥에 사는 건 뿌듯하다 해도 노상 사람들이 와글와글 돌아다니니 참 시끄럽겠다. 오죽하면 골목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팻말이 적혀있을라고...

 

 

 

 

 

 

 

 

 

같은 집 담장은 아니지만... 왼쪽 집은 시원시원한 느낌이고 오른쪽 집은 아담하니 정겨웠다. 담장 밑에 내놓은 화분도 꽤나 부지런히 가꾼 흔적이 보인다.

 

 

 

<한옥이 돌아왔다>라는 책에서 북촌 한옥 이야기를 읽긴 했는데 어느 집이 그집인지 'OO헌'이었다는 것 말고는 통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책에서 이렇게 담장에 낸 창문 사진을 본 적은 있다. 이집이 그집일까, 잘 보이지도 않는 저 창살 틈새로 기웃기웃 안마당을 들여다보다 킥킥거리며 포기했다. 새어나온 담쟁이랑 다 예쁘다.

 

 

 

 

 

 

 

한옥 사이에 자리한 어느 양옥집 담장 너머로 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에 열매가 어찌나 다닥다닥 탐스럽게 열렸던지... 가을까지 안떨어지고 잘 버티면 좋겠다.

우리집앞 골목길 감나무는 얼마 열리지도 않은 열매가 노상 떨어져 바닥에 으깨져 있어 볼 때마다 심난했는데 튼실한 초록감을 보니 괜스레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골목을 벗어나 밥먹으러 가려다가 해무리를 봤다. 아직 저렇게 어둡진 않았는데, 한옥에 초점을 맞추면 해무리가 안보이고, 해무리를 찍자니 한옥이 그림자로만 나왔다. 가뜩이나 구도도 엉망인데 전깃줄이라도 없으면 딱 좋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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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놀잇감 2010. 8. 27. 17:20

날짜는 또 월말이고 일은 밀려있고 그러나 역시나 일은 하기 싫고 낮엔 여우비가 내리더니 이젠 아예 주룩주룩 쏟아져 맥주일잔이 땡기고 돌아보니 변변한 휴가를 즐겨본 게 언제인지 생각도 나질 않고....
그래서 콩밭에 간 마음을 담아 사진폴더를 뒤졌더니
지난달에 번개치듯 선운사에 다녀온 추억이 콧바람을 부추긴다.
콩밭에 간 이놈의 마음 어찌 돌려야 하나.


아무때나 내려오라던 절간 친구는 그날따라 행방이 묘연해져 우릴 바람 맞히는 바람에 선운사 대웅전 마당은 유독 뜨겁게 느껴졌지만, 7월의 녹음 우거진 오솔길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바람 맞은 마음 달래러 들른 변산 해수욕장과 하늘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예뻤다. 키가 30센티미터만 더 컸더라면 손에 잡힐 것처럼 유독 낮게 깔렸던 그날의 어여쁜 구름을 보니 숨통이 좀 트이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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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투덜일기 2010. 8. 19. 16:01

오늘도 아침 내내 집앞 나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 올빼미족의 단잠을 방해하던 매미들이 오후들어 쥐죽은 듯 조용하다. 돌연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진다. 장마 때는 별로 큰 비를 안 내리다가 오히려 그 이후에 간간이 밤새 한번씩, 때로는 새벽이나 아침나절에, 또는 오후에 무섭게 쏟아지던 소나기와 폭우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울어대던 매미들이 아닌가. 밤인 줄도 모르고 울어대는 도시의 매미는 낮밤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을 밝힌 보안등과 가로등 때문에 감각이 마비된 탓이니 녀석들을 미워해선 안된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미 또 마음이 한번 짠했었다.

어제부터 다시 날씨가 더워지긴 했지만, 낮에도 선풍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선선해졌던 요 며칠간 드디어 한여름 무더위도 힘을 잃었구나 생각하니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스산한 가을이 기어이 오는 것인가 싶어 잠시 망연했다. 어제 얘기를 들으니 일산 사는 동생네는 선선했던 그 며칠 사이 매미들이 벌써 생을 마감해 바닥에 떨어져 있더란다. 선선한 날씨에 여름이 다 간줄 알고 성질 급한 녀석들이 살 힘을 놓아버렸던 모양이다.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야 하는 세월이 몇년이라는데 그렇게 오래오래 뜸들이며 참다가 겨우 한 철 매미로 사는 주제(?)에 어딜 가나 성질 급한 놈들은 있기 마련이구나 생각했다가, 오히려 그렇게 어렵사리 기다림 끝에 얻은 세상이라 끝에 대한 절망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매미 우는 소리도 시끄럽고 더위는 좀 물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을이 오는 건 또 아직 두렵기만 하니 뭘 어쩌자는 건가. 입추, 말복 다 지난 건 알았어도, 새삼 달력을 보니 다음주 월요일이 처서다.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온, 처서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은 이제 사장된 표현이지만 그래도 이름마저 '처량맞게' 들리는 처서를 지나고 나면 제 아무리 아열대 기후권에 돌입했다는 한반도에도 스산한 계절이 올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가을 지나면 또 무서운 겨울이잖아! 새삼 여름을 붙잡으려면 매미채 들고 나가 옆 동네로 날아가버린 매미들이라도 다시 몰고 와야할 것만 같다. 매미들아, 변덕 부려서 미안한데, 한동안은 좀 더 울어다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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