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협착증 수술 때문인지 엄마는 식탁 의자의 나무 등받이를 불편해해서 늘 쿠션을 대고 앉아야 한다. 근데 쿠션은 자꾸 부엌 바닥으로 떨어져 성가시고 그렇다고 리본 달린 방석을 묶어놓으니 또 보기가 싫어서 결국 어버이날 선물 겸 은방을 꽃 자수를 놓은 쿠션 등받이를 만들었다. ^^;
우선 때 안 타는 진밤색 천을 사다가 은방울꽃 자수를 놓고...
등받이로 씌우려면 나름 튼튼해야 하므로 심지와 안감을 넣어 퀼트 비스무리하게 꿰매고...
얼렁뚱땅 솜을 넣을 겹천까지 꿰매 완성! (내가 만들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그럴듯하게 탄생했는지 돌이켜보아도 잘 모르겠다. ㅎㅎ)
아래는 구름솜을 사다가 채워넣고 의자에 씌운 모습이다.
엄마는 물론 매우 만족하시었고... 한참을 뜸들이다 결국 내가 앉을 의자는 쿠션솜 없이 그냥 자수 등받이로만 만들어 씌웠다.
<청바지 찢기>라고 제목을 딱 적자마자 <청바지 돌려입기>라는 책이 생각났다. ㅋ 친한 친구들끼리 청바지 한벌을 돌려입으며 각자 사연을 털어놓던 청소년소설이었던 듯. 물론 포스팅은 그 책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전에 높은 신발에 맞춰 길이를 수선해놓았던지라, 낮은 운동화 아니면 단화만 신고다니는 요즘엔 통 입을 일이 없었던, '나름 고가의 브랜드 청바지'를 며칠 전 과감하게 자르고 찢었다. ^^; 머리 복잡해지면 괜한 생산성 폭발하는 건 이 업계 종사자의 돌림병이 아닐지.
외래어 남발병에 걸린 패션계에선 <디스트로이드 진>혹은 <데미지 진>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뚤려있는 청바지를 홍보하고 팔아먹던데... 어쩐지 얄딱구리하게 느껴지는 허벅지 부분에 팍팍 구멍이 난 바지를 사입겠다는 생각은 차마 한 적이 없고, 무릎 부분을 죽 시원하게 찢어서 걸을 때나 앉을 때 편해보이는 청바지에 대한 괜한 로망은 내심 갖고 있었다.
게다가 마침 요샌 밑단을 싸박지 않고 그냥 올 풀리게 내버려둔 바지들도 막 입고 다니니 나처럼 DIY 바느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청바지로 뭔가 저지르기 딱 좋다.
소심하게 1, 2센티미터씩 여러번에 걸쳐 길이를 자르며 입어보고 다시 자르기를 반복, 발목이 좀 드러나는 길이 그나마 젤 낫다고 여겨 대충 올을 푼 뒤엔 좀 더 과감해져서 앞쪽 무릎부분을 가위로 확~ 오렸다. 스판기가 있는 원단인데도 역시 무릎이 훌렁 드러나니 편하다 편해!
색깔이 진한 청바지라서 그러고도 좀 심심해보여 이번엔 '사포'를 집어들었다. 군데군데 뭔가 더 손을 봐주겠어! ㅋㅋㅋㅋ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사포질>은 안하는게 나을 뻔했다. 몹시 어설프게 상처가 나버린 청바지 어쩔;;
그래도 잠깐 집앞에 나가야한다든지 장보러 나갈 때 입어보니 묘한 해방감 같은 게 든다. 설마 이것이 혹시 파괴본능? 으음.. 그건 아닌 거 같고 알게 모르게 '단정해보이는 게 싫은' 반발심의 일종이 아닐까.
며칠 전엔 시내에서 나보다 꽤 나이들어보이는 어떤 늘씬한 아줌마가 물 많이 빠진 흐린 색깔 청바지에 시원시원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뚫린 청바지를 다 큰 딸과 딸과 나란히 입고 가는 걸 보았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멋지다'라고 중얼거렸음. 누가 날 보고도 '멋지다'고 생각할 리는 없겠지만 암튼 나 혼자 흐뭇하다. 새 청바지 안 사고도 새 청바지 사입은 이 느낌은 괜히 돈을 번 것 같기도 하고...
다음주면 궁궐에서 정식으로 봉사를 시작한지 만 2년이 된다.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올해 들어선 정말 회의가 많았고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시간 빼앗기고 몸 축내면서 나는 봉사랍시고 과연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면 도무지 명쾌한 답이 안나오니 원... (장점과 단점 목록을 만든지 오래 됐다. -_-;)
암튼 계속 툴툴거리면서도 왜 '옷 욕심'은 끝이 없는지... ㅋㅋ 화려한 전통한복을 떨쳐입을 순 없지만 이왕이면 그럴싸한, 나름 예쁜 생할한복이라도 입어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속으론 버럭~ 한다. 아니 내가 왜 이런 데 쓸데없는(?) 돈을 써야하지? 한달에 두번 자원봉사 하려고 수십만원 들여서 따로 옷을 사야하다니 이 무슨... +_+
째뜬 그래서 계절별로 돌려막기하듯 번갈아 입었던 생활한복과 내가 고쳐입은 한복으로 버티며, 이렇게 투덜거리다가 곧 그만둘지 모르니 한복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말자, 생각했으나 또 인간이 간사해서 금방 다른 마음이 들었다. 아니 왜... 추석이랑 설날에 활용해서 입으면 되잖아? ㅎㅎ (잘해봤자 한정식집 사장님 같겠지만 ㅠ.ㅠ) 물론 거기에는 일본처럼 평소에도 종종 길거리에 한복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괜한 소망도 한 자락 거들었다. 결혼식장이나 칠순잔치에만 입는 옷이 아니라, 도나기를 아십니까 접근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입었던 머슴 한복 말고, 좀 예쁘고 화사한 평상복으로 한복을 입는 세상이 오면 좀 좋은가 말이다.
지난 여름엔 특히 일도 밀려 바쁜 데다 집안일로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좀 멀리 겉에서 볼 땐 멀쩡해도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드러나는 인간들의 단점도 환멸스럽고 나 역시 까칠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독설을 퍼붓게 되고... ㅋㅋ
그러다가 또 왜 마음을 다잡았는지는 기억도 잘 나질 않는데, 암튼 몇몇 선생님들한테 미안한 마음(아니 왜?)이 들면서, 3년은 버텨보자, 뭐 이런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좀 더 견뎌보자 결정하자마자 내가 한 짓이라는 게 덜컥 옷부터 새로 사는 거였다. 관두기 아깝게... ㅋ
이 옷이다...
후기로 일확천금을 노려보겠다고 일부러 찍은 착용샷은.... 슬그머니 지웠다. ㅋㅋㅋ
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후기는 채택되지 못했다 ;-p
암튼 궁에서 이 옷을 입으면 유관순 누나, 혹은 채영신 납시었다는 평을 듣는데,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생활한복--한복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갖추었으면서 옷감이 소박하고 편안한--에 가장 가까운 옷이라 놀리거나 말거나 나 혼자 좋아라한다.
그러나 새로 산 생활한복의 단점은 아무래도 한복스러워서 궁궐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는 것. ㅠ.ㅠ (난 사람들이 시선 집중이 무섭다. 일종의 무대공포증?) 싸들고 다니면서 갈아입는 한복 말고, 그냥 평소에도 입어보겠다고 장만했지만 저러고 집을 나서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ㅎ
째뜬 그래서 그걸 핑계로 난 또 집에 있는 평상복을 활용해 입을 수 있는(이미 랩스커트와 마 블라우스는 활용중이므로) 아이디어에 골몰했고, 원피스에다가 한복 조끼를 걸쳐입겠다는 결론에 도달, 미친듯이 검색에 나섰다. 하지만 생활한복 파는데를 아무리 뒤져봐도 내 마음에 꼭 드는 디자인과 색깔은 없어! 내 원피스가 연한 팥죽색이라서 더더욱 색깔 맞추기도 어려웠고, 기성복을 사면 한참 길이를 자르고 품도 많이 줄여야했는데 그나마도 비슷한 질감까지 찾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또 다시 나의 결론은? 까짓것 내가만들어 입지 뭐.
대체 왜 그렇게 무모한 생각을 덜컥 하게 되었는지 원. 아마도 중고등학생 시절 가사시간에 만들어본 한복의 경험과 마고자를 한복 저고리로 고쳐입었던 경험이 쓸데없이 무한한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게다가 유튜브를 뒤져보면 한복 바느질 영상이 종종 보이기도! (깃 바느질은 정말로 그 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분께 감사~)
해서 상상으로 어울릴거라 정한 초콜릿 색으로 옷감을 인터넷으로 주문한 뒤, 마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잉여짓은 바쁠 때 해야 제격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너무 난감한 상황이라...
드디어 원고를 넘기고 나서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꼬박 시체놀이하듯 잠을 몰아잔 뒤, 몇주 전에 날아온 옷감을 자르고 오리고... 얼추 상상 속의 그 <당의 조끼>가 완성되었다. ^___^v
패턴을 대충 잘못 그려서 여러번 지우고, 소매 안감 패턴은 서너번은 다시 그리는 난항을 겪느라 과정샷도 별로 없다.
상상으론 원피스 품에 대충 맞추면 되겠거니 했으나 조끼를 많이 겹치려면 앞판을 대체 얼마나 품을 둬야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정말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깃도 목선도 다 대충 그리고 잘라서 옷이 완성되어 나온 게 신기할 정도다. 겹조끼가 아니라서 소매 안감 넣고 시접 처리하는 게 젤 어려웠음. ㅠ.ㅠ
하여간에 암튼 이틀만에 거의 완성되어, 아래 왼쪽 사진은 심지 대신 흰천을 넣어 깃 달고 있는 사진이고
아래 오른쪽은 정말로 마지막 단계인 고름 달기 직전 모습.
대망의 완성품은 이런 모습이다.
앞배레보다 뒤는 좀 더 짧게 일직선으로 해서 나의 짜리몽땅함을 뒷모습에선 좀 덜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아쉬운 건 역시나 고수의 재단 솜씨가 필요한 깃부분. 둥글게 패턴을 떠서 재단해야 하는데 그냥 직선으로 재단했더니 당연히 운다.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바느질을 마쳤으나.. 다신 안하고 싶은 마음... ㅎㅎㅎ
올이 마구 풀리는데 재봉틀 없이, 바이어스도 없이 모든 시접을 죄다 싸박느라 멀미 났다. 가슴 부분엔 다트도 좀 넣어주었어야 하는데 그럴 재주도 없고, 한복은 역시 평면재단이지, 그러면서 대충 우겨박아서 입은 후에도 여기저기 쭈글거리는 느낌이 좀 있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들었단 자부심으로 그냥 버티고 입을 테닷.
부디.. 이걸로 당분간 한복 욕심은 좀 그만 부리기를. ㅎㅎㅎ (그러나 이 옷감과 함께 올케 한복 치마 수선할 치마말기용 자수 천을 샀다는 사실...은 밝히기도 민망하닷 ㅠ.ㅠ)
지난번에 서랍장을 정리해 옷을 또 한 보따리 내놓으며, 청치마가 눈에 띄였다. 청바지와 달리, 십대소녀가 발랄하게 입는 미니스커트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어떻게 입어도 멋내기 어려운 옷이 청치마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생각. (근데 그땐 왜 샀니;;) +_+ 수지 정도나 된다면 모를까. 암튼 그치만 또 아까워서 도저히 못 버리고(진짜로 몇번 안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다 ㅋㅋ) 10년도 넘게 서랍장에 모셔뒀던 걸, 재활용함에 내던지지 않기로 새삼 결정한 이유는 에코백으로 리폼해야겠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지난번 청바지로도 한번 만들어봤으니, 치마로는 완전 식은죽 먹기 아닐까나.
하지만 재봉틀 없이 또 손바느질을 해야한다는 난항과 게으름과 건망증이 겹쳐 그간 시도를 안하고 있었는데, 뭐든 잉여짓은 괜히 더 바쁠때 하게 되는 묘한 심리가 또 발동했다. 마침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안감으로 쓸만한 천도 발견했겠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바느질을 시작했다. ^^;
청치마는 밑단을 조금 잘라서 끈으로 쓸 천을 확보하고 그냥 아래를 꿰매면 일단 몸통 완성! 앞뒤로 주머니가 있으니 안감에 굳이 주머니를 달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의외로 가방끈 부분... 데님 천을 접어서 두겹으로 꿰매는 거 힘들고 천도 모자랄 것 같아 덧붙일 용도로 체크무늬 원단을 따로 사왔는데 천조각 아낄 욕심에 재단 방향을 아무케나 했더니 막 늘어나는 게 아닌가... ㅋㅋ 다림질 귀찮아서 손으로 꽉꽉 접어 자국 만든 뒤 꽉 쥐고 하느라 손가락에 쥐날뻔...
ㅋㅋㅋ 끈 달기 전 나름 과정샷이다.
시접이 겹쳐진 데님천에 바늘 꽂느라고 진짜 손이 부들부들... 재봉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웬간한 재봉틀로는 저 두꺼운 가방끈을 박을 수 없을 거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론 안감 넣기~
듬성듬성 대충 꿰맨 안감을 뒤집어서 가방 안쪽에 씌워놓은 상태로 아직 겉천과 연결 전..
작년여름 방학때 ㅈㅎ이랑 같이 바느질 놀이 하며(?) 오래 된 수건으로 만든 고래 쿠션이 바늘쌈지 노릇하느라 찬조출연했다. 왼쪽에 시커먼 천이 가방끈 안쪽에 덧댄 원단이다.
커피잔 패턴이 귀여운 안감 위쪽을 안으로 접어넣고 공그르기나 감침질로 마무리하면 끝!
가방의 실제 색감은 오른쪽에 가깝다. 검은색에 가까운 진청원단이어서...
두번째라서 확실히 완성도가 첫번째 만든 것보다 훌륭하다고 자화자찬! 노상 들고다니던 검정색 천가방을 조카에게 빼앗기고나니 만만하게 들고다닐 가방이 없어서 가방을 하나 새로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당분간 가방 쇼핑욕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한땀한땀 장인정신이 깃든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ㅋㅋㅋ 완전 마음에 든다.
손끝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도 계속 폭발하는 생산성을 주체하지 못해 심지어 머리띠도 만들었다. ^^;
손뜨개로 떠서 안에 솜까지 넣어 여기저기 브로치로 달고 다니던 은색꽃을 그냥 목공풀로 검정머리띠에 붙였다. 요새 머리모양이 맘에 안들고 속알머리가 자꾸 훤히 들여다보여서 머리띠를 애용중이다보니괜스레 머리띠 욕심 만땅.. ㅠ.ㅠ
하지만 머리띠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싶어도, 테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윗머리가 네모난' 내 두상에 잘 맞고 한참 하고 댕겨도 옆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편한 머리띠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헐렁하면 또 머리숱도 없어서 막 흘러내리기도...
거기다 안경까지 써야하니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해서 좀 잘 맞는다 싶은 머리띠는 장식이 떨어지거나 망가져도 안버리고 재활용.. ^^; 그런 덕분에 이 또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ㅋㅋㅋ 안쪽 어딘가 '핸드메이드'라고 라벨이라도 붙일까보다.
세월호 사건 이틀 후엔가 곧장 궁궐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갔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또 다시 2주가 흘러도 여전히 바닷속에 잠겨 있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생활한복이라도 나름 화사하게 보이려고 작년에 장만한 빨강 저고리를 도저히 입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뉴스보며 노상 질질 울면서 상복 입고 조문은 못 갈망정... 어차피 치마는 검정색이니깐, 위에다 임시로 검정 티에 검정 카디건을 입을까 어쩔까 고민했는데 그러고 보니 딱 원불교 정녀 차림이란 생각이... -_-;
그때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가 동생 마고자를 리폼하자는 것이었다. 궁에서 봉사할 때 입으라고 올케가 10여년전에 입던 깨끼 한복을 상자째로 줬는데(이 또한 통치마로 수선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아 글쎄 그 맨 아래 동생이 결혼 때 입었던 남색 마고자까지 들어있었던 거다. 자수가 하도 예뻐서 그것도 나중에 고쳐입든지 말든지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겨울용이라서;;) 덥거나 말거나 내친 김에 바느질을 시작했다. 남자용 마고자 길이는 대충 여성용 반두루마기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것. 마침 깔맞춤 양단 목도리도 들어 있어서 깃과 고름을 만들 천도 확보되어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옆선을 사선으로 확 줄이고 소매도 통을 줄여 붙이면 되겠지 대강 계획이 섰는데, 안감이 있어서 어디까지 안감을 분리해야 하나 고민했더니 웬걸, 양쪽 소매만 튿어내고 나니 오히려 안감이 있어서 바느질이 수월했다. 안감 겉감 같이 대충 꿰매서 뒤집으면 끝! ^^; 물론 소매는 진동 모양을 올케 저고리 선 대로 볼펜으로 그려 꿰맨 뒤 어깨선과 딱 맞춰 붙이는 게 난항이었지만 (그래서 잘 보면 한쪽 어깨는 좀 쭈글쭈글 운다;;) 그래도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손바느질로 완성! 다 만들고 나니, 내가 궁궐 구경을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가 전생에 궁궐 살던 공주여서가 아니라 침방 나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웃긴 생각도 들었다. 깃이며 고름이며, 재봉틀도 없이 손바느질로 대충 꿰맨 거 치고는 너무 훌륭하잖아! (완전 자화자찬 모드;;)
해서 빨강색 생활한복 저고리 대신, 자수가 화려하긴 해도 남색이라 전국적인 세월호 애도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덜 튈만한 저고리를 만들어 냈단 이야기다. 하지만 그날 당장 입고 갔을 때, 실크라서 더워서 혼이 났다는;; 혼자 너무 오버했다고 느껴져, 결국 그래서 또 다시 2주 뒤 그 다음 활동일엔 도로 여름용 주홍 저고리를 입었다. ㅎㅎ
사진엔 교묘하게 소매가 접혀서 살짝 우는 소매 진동선이 안보인다. ㅋ
째뜬 예쁘단 칭찬을 많이 듣긴 했으나 남동생 키가 워낙 커서 반두루마기 형태라고 해도 내겐 좀 길단다. 길이도 좀 줄이지 그랬느냐고 누군가 조언했음. 그럼 일이 너무 커지지!
곡선이 많아서 바느질 끝내고 나서 한번 다려줬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입었더니 둥글린 소매선에 좀 각이 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흡족. 사실 요즘 유행하는 한복들은 소매 진동선이 저렇게 둥글지 않고 직선에 가까우며 소매폭도 훨씬 좁다. 최신 유행은 유행이고, 한복의 묘미는 어디까지나 곡선미라규~ ㅋ
어젯밤 유행이 되돌아오더라도 도저히 다시 입을 것 같지않은 통청바지를 잘라 집에서 입을 반바지로 만들고 났더니, 잘라낸 바지통이 하도 풍성하여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다. 순간적으로 에코백을 만들자 싶었다. 이것이야말로 재활용품 에코백이 아니고 무엇이리...
딱히 재단할 것도 없이 양쪽 바지통을 터서 맞붙여놓고, 정말로 장인정신(?)을 발휘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꿰매면서 '무더위에 이 무슨 짓인지...'를 수없이 되뇌었다. 여름 청바지라 그나마 얇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손끝이 너덜너덜...
왼쪽은 어젯밤(실은 오늘 새벽;;)까지 낑낑댄 결과물이고... 오늘 점심먹고나서 드디어 끈을 붙였다. 어젠 거의 안찔렸는데 오늘은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대여섯 군데나 바늘에 찔려 피를봤다. 어제 말복 삼계탕을 먹어줬으니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빈혈 걸렸겠다며 혼자서 킬킬댔을 정도다. 끈부분에 더러 핏자국이 묻기까지 ㅠㅠ
정말로 피와 땀으로 완성된 역작이다.
어쨌거나 완성하고보니 몹시 뿌듯하다. 인류가 예술을 하게 된 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에 대한 소유 선망과 손을 꼼지락거려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의 기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라는 거창한 명분까지 들이대면서...
이제 보니 가방 색깔이 진짜 왼쪽 사진처럼 생겼다면 얼마나 좋을까싶다만...실제 가방 색깔은 좀더 푸르딩딩하여 완성본 사진에 가깝다. 꽤나 애용하게 될 것 같은데 천이 얇아 금세 닳거나 찢어지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스러워 안감을 대야하나 어쩌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밑바닥만이라도 천을 덧댈까말까... ㅋㅋㅋ
높은 운동화를 신고도 종종 질질 끌고다니던 바짓단이 닳아서 더욱더 빈티지한 느낌이 그대로~! 옷핀모양의 장식단추를 달고보니 심심해서 아래쪽에 또 단추를 달았고, 지하철 추행범 퇴치용 및 호신용으로 좋겠다고 낄낄대며 진짜 옷핀도 두개씩 양쪽 시접에 달았다. (지저분해보이는 거 방지용)
안감을 넣고야 말았다. 스판기까지 있는 얇은 청지가 아무래도 금방 뚫어질 것 같아서 흠흠... (핑계대지 마라. 그냥 일하기가 싫었잖아;;) 얇은 안감은 바늘도 쑥쑥 들어가고 귀찮아지면 박음질 대신 홈질로 마구 속도를 늘였더니 순식간에 뚝딱 모양이 나왔다. 이왕 안감 넣기로 했으니 안주머니도 하나 만들어 달아 완성도를 높였음. ㅎㅎㅎ
11월에도 괜히 딴짓하고 싶어서 밤마다 바느질에 힘썼던걸 자랑하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올려야지.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사는 인생인가 싶어 민망하지만 이런 거 자백하고 나면 스스로 한심스러워져서 채찍질의 효과가 좀 있다. ㅋㅋ
우선은 왕비마마가 할머니 같아보인다고 질색을 하는 울 할머니의 유품 스웨터를 살짝 리폼했다. 단추만 바꿔 단 것도 리폼이라 쳐준다면.... 40킬로그램도 안되는 체중의 할머니가 입으시기엔 솔직히 옷도 너무크고 묵직하다. 셋째고모가 핸드메이드에다 순모라고 엄청 생색내며 선물했기 때문에 할머니가 어쩔수없이 몇번 입으시고는 노상 간수하는데 더 신경을 쓰셨고, 그래서 20년쯤 묵었어도 아직 새것 같다. 원래는 털실로 짜서 덧씌운 단추가 달려 있었는데 나무느낌의 단추를 사서 바꿔 달았다. 이렇게만 해도 할머니옷 얻어 입은 느낌은 좀 덜나지 않을까나...
두번째 바느질도 할머니와 관련이 있다.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생신에 넷째고모가 이불을 선물했었다. 집집마다 풍습이 달라서 고인의 물건을 다 태우거나 없애는 것이 원칙이라는 얘기도 있고 특히 이불은 반드시 살라버려야 한다는 말도 들었지만 난 그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고인의 유품을 간직하며 추억을 곱씹는게 뭐가 나쁜가? 특히나 올빼미인 내가 잠자러 들어가면 그때 할머니가 곧 일어날거니까 당신자리에서 자라고 덮어주시던 이불인 것을... 해서 봄가을에 10년 넘게 애용했더니 드디어 한쪽 가장자리가 헤졌다. 버려야하나 고민했었는데 막상 버리자니 다른데가 너무 멀쩡하고 대용량 쓰레기봉투값도 아까운 거다. (이럴 땐 또 지지리 궁상 ㅎㅎㅎ) 그래서 천을 끊어다가 덧씌워 꿰매보자고 결심한 게 작년이었다. 사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요가학원 근처에서 발견한 바느질 부자재 가게에 저 스웨터 단추 사러 가보니 아 글쎄 천도 파는게 아닌가! 동대문 가야하는줄 알고 1년도 넘게 미루기만 했었는데... 그래서 그날로 득달같이 천을 잘라 헤진부분을 감쪽같이 덧씌웠다. 완성품을 본 정민공주가 예쁘다고 아래쪽도 마저 하라더라 ㅎㅎ
이렇게 폭풍 바느질에 힘쓰다보니 두려울 것이 없어졌고 동네 구두수선 아저씨가 가죽이너무 부드러워 자긴 못고친다고 하는 바람에 찢어진 채로 그냥 들고다니던 가방을 손수 꿰매겠다는 도전의식이 불타올랐다. 마침 택에 달렸던 가죽 한조각도 안버리고 두었더라고!! 안쪽 천을 튿어서 바느질을 버텨줄 천도 풀칠해 넣으며 스스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삭바느질로 전생에 먹고 살다가 갖바치 노릇도 했던 것일까 ㅋㅋㅋ 아무래도 가죽이라 바늘땀은 비뚤빼뚤하지만 이로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 탄생했으니 더욱 감격스러웠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참 별짓 다하고 앉았다는 자괴감이 들지만 이건 널리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수제코트를 다 리폼하다니! 리폼은 사실 좀 거창하고 그냥 길이를 잘랐다. 하지만 공단 같은 안감이 있어서 대강 잘라 꿰매 붙이면 되는 일반 코트와 달라서 덜컥 잘라놓고는 겁이 좀 났다. 까짓거 안되면 수선집에 가서 해달라고 하지뭐, 라고 호기롭게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더 창피할 것 같아서 죽이되든 밥이 되든 해내고 말리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시작은 순전히 날씨 탓이었다. 비바람 뚫고 외출해보니 그냥 껴입어선 안되겠는 날씨인 거다. 분명 다시 겨울옷이 필요한 날씨였다. 헌데 난 지난주에 이미 모든 겨울 외투를 다 빨거나 세탁소에 맡긴 뒤가 아닌가. 세탁소에 옷을 한번 더 맡기면 맡겼지, 세탁기를 돌렸다 멈췄다 해가며 손빨래한 옷 몇개를 중간에 넣었다 뺐다 해가며 힘겹게 빨아둔 겨울 외투들을 다시 다시 꺼내입을 순 절대로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올핸 딱 한번 입은 터라 세탁소에 맡기기도 아까워 그냥 걸어둔 더플코트가 생각났다.
유행이든 아니든 나는 더플 코트도 좋고 하늘색도 좋다면서 6, 7년 전엔가 산 하늘색 더플코트를 꼭 연중행사하듯이 입어준다. 남들이 욕을 하든지 말든지 알게 뭐람, 이러면서. 그런데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길이가 좀 길다는 것. 예전에 입을 땐 길어서 더 뜨뜻하다며 위로했는데, 사실 더플코트는 그리 따뜻하지 않다. 따뜻하긴 오리털이 최고지! 해서 갖고 있는 모직 코트는 죄다 나에게 한겨울옷이 아니라 거의 환절기 옷이다. 0도 언저리에서 5도 정도 사이에만 입을 수 있는... 늦가을과 초봄에도 춥다고 오리털 꺼내입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코트가 너무 길면 당연히 거치적거려서 외면하게 되므로, 길이를 좀 잘라 입을까 몇번 생각하긴 했었다.
잡설이 길다. 암튼 안감 체크원단도 모직 겉감도 모직이라 마무리 바느질을 손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그 더플코트를 조금 전에 내가 리폼하는 데 성공했다. ㅠ.ㅠ 바늘에 손가락을 여러번 찔렸고 왼쪽 엄지에는 핏자국까지 남았으며 총 바느질 시간은 무려 2시간... 그래도 장하다!
삐뚤빼뚤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끔하다!
자세히 보면 감침질한 하얀 실밥 보일듯;
ㅋ 끝부분 바느질 땀이 혹시나 보일까봐 얍삽하게 디카로 안찍고 폰카로 찍었다. 하늘색 실이 집에 없어서 흰색 실로 했더니 두툼한 여밈부분엔 아무래도 하얀 실밥이 약간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밑단은 내가 봐도 정말 감쪽같다! 처음에 짝짝이 안되게 하려고 심혈을 기울여 자르긴 했지만 심지어 여밈 부분도 딱 맞아 떨어진다. 안감 모직 천과 겉감 모직 천이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그걸 일일이 다 1.5센티 정도만 잡아뜯어 갈라 놓은뒤 안쪽으로 맞접어 공그르기와 감침질을 번갈아 했다. 공그르기만 하면 혹시나 바늘땀 터질까봐서...
뿌듯해서 입고 혼자 생새벽에 패션쇼 하듯 걸어다니다 생각하니 이런 건 기록해야 돼, 라는 생각이 들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던 자투리 원단 다시 꺼내서 사진 찍었다. :)
남들이 뭐라든 기념으로 내일 입고 나갈 작정이다! 캬캬캬.
미쳤나보다.
밥먹는 시간 빼놓고는 계속 작업에 몰입해도 모자랄 판국에 일이 너무 너무 하기 싫어졌다.
그럴때 또 푹 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잠은 얄밉게도 아무때나 찾아와주진 않으며 까탈을 떤다.
그래서 새벽 다섯 시에 정신나간 여자처럼 바느질을 시작했다. ^^
옷방을 뒤져 재료를 찾고 가위질과 바느질에 힘쓴 지 3시간 뒤..
몇번이나 바늘에 찔린 손가락은 너덜거려 아팠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환한 아침 창밖을 내다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일이 하기 싫기로서니, 잠안자고 바느질하고 앉아 있었던 내 모습이 두고두고 우스울 것 같다.
그래도 그 노력의 결실은 꽤나 뿌듯하기에 널리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집에 10년도 넘은 가필드 인형쿠션이 하나 있었다.
막내녀석이 장가도 가기 전에 누구에겐가 선물받은 것을 물려받아 그간 요긴하게도 써먹었다.
몽실몽실 푹신하여 낮잠 잘 때 베고 자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조카들 기저귀 갈 때 딱이었으며
최근까지는 공룡놀이 할 때 티라노사우루스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오래 된 터라 이젠 빨아도 때깔이 나지 않고 겉을 씌운 천이 너덜거리기에 이르러
버릴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온갖 추억이 깃든 가필드 인형은 바로 이것.
사진 속의 찬조출연 인물은 3살때의 정민공주다. ㅎㅎ (저게 평생 자란 머리칼이었음)
울 조카들 가운데 가필드랑 같이 사진 안 찍은 녀석은 하나도 없을 정도이니
제 아무리 오래 됐더라도 여러 추억이 깃든 물건을 선뜻 쓰레기봉지에 담아 버리기가 꺼려졌다.
그런데 오늘 새벽 문득 저걸 리폼해야겠단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옷방을 뒤져보니 쓸만한 수건과 천조각도 발견되었다.
집에 워낙 기념타월이 많은데다, 옛날에 쓰던 이불호청도 다용도로 남아 있다.
제법 큰 타월을 반으로 접어 대충 타원형으로 자르고, 귀 모양을 재단했다.
곰돌이 귀를 먼저 꿰매 뒤집어 안에 솜을 넣고는
얼굴을 꿰맬 때 귀를 붙일 자리를 잡아 안쪽에 넣고 함께 꿰매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난관이다.
(끙끙 거리느라 이 과정은 사진을 못찍었다)
아래는 솜 넣을 자리만 남겨두고 둥글게 꿰매서 샤사삭 뒤집은 모습.
가필드를 과감하게 찢어 안에 든 솜을 몽땅 분홍 곰돌이 얼굴에 집어넣고 트인 자리를 꿰매면
얼추 완성.
타원도 대충 그려 이불꿰매는 바늘로 듬성듬성 꿰맨데다 솜도 그냥 꿀렁꿀렁한 게 좋아서 균일하게 펼쳐 넣지 않아 모양이 섬세하진 않다.
암튼 여기까지 해놓고선 스스로 대견하여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곰돌이 모양을 전부 손으로 박음질했음은 물론이고 수건 가장자리의 올이 풀릴까봐 일일이 빙 둘러가며 시접에 감침질도 했기 때문에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예전에 소파 천 씌웠을 때 만큼이나 너덜너덜해졌다.
ㅋㅋ
사실 저대로도 그냥 쓸만은 한데, 점심때 느즈막히 일어나 쳐다보니
눈알이 말똥말똥했던 가필드처럼 뭔가 표정이 있는 곰돌이가 좋을 듯했다.
하지만 온 집안을 뒤져도 곰돌이 눈에 쓸만한 큰 단추는 없었고, 가필드의 눈은 구멍을 뚫고 박아야 하는 것이라 재활용은 불가능했다.
뭔가 검정색 천으로 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다보니 제일 만만한 것이 양말이었다. ^^
제일 낡은 검정색 양말을 둥글게 오려 역시 가장자리를 감침질하고 오무려 안에 솜을 넣고
눈을 만들었다.
꿰매놓고 보니 눈이 너무 시커멓고 커서, 다른색 양말로 할 걸 그랬다 싶었지만
이만하면 훌륭하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젠 바느질에 관한 한 인내심에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남은 체크무늬 천으로 코는 좀 작게 붙이기로 했다.
얼마나 정교한 과정인지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만들기 중간에 촬영한 코.
가장자리에 홈질을 해서 실을 잡아당겨 예쁘게 오무리는 것이 관건인데
저걸 보니 문득 집에서 만든 만두가 먹고싶다. -_-;;
오무린 천에 솜을 넣어 꿰맨 뒤 입은 빨간실로 체인스티치(중학교 가사실습 시간에 한 것들이 아직도 기억 나다니!)로 마무리했다. 밖으로 실매듭을 나오게 할 수가 없어 나름 고민했는데 빨고 나면 실이 풀릴까봐 약간 걱정스럽다.
완성한 곰돌이의 모습~!
앞으로 또 10년은 거뜬하지 않을까 싶은데, 푹신푹신 쿠션으론 매우 훌륭해도 공룡놀이 소품으로 쓰기엔 너무 선하게 생겼다. ㅎㅎ
블로그에 허구한 날 제 솜씨 자랑하는 사진 올리는 사람들 슬쩍 비웃었는데 나도 별수 없다. 푸흣..
[#M_p.s. 화룡점정?|닫기|텅빈 눈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똘망해보이도록 눈에 하얀 단추를 추가로 달았다. ㅋㅋㅋ
DIY... Do it yourself. 간단히 말해, 니가 직접 해라. 저 말 앞엔 괄호 안에 "돈 아깝거들랑",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거들랑", 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져 우쭐해 하고 싶거들랑" 따위의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게다. 어쨌든 DIY라는 슬로건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꽤 유행인 듯하다.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자랑용' 블로그에는 무슨무슨 '리폼'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과 사진들이 수시로 보이고 내가 자주 가는 문방구 사이트에도 아예 DIY 코너가 생겨서 자투리 천과 재료들을 몽땅 갖춰 파는 DIY 인형이나 DIY 손지갑 같은 것도 있더라.
솜씨도 좋고 열정도 있는 나의 지인들 가운데선 정말로 목공을 배워 뚝딱뚝딱 전문가 뺨치는 커피탁자를 만들었던 이도 있고 퀼트 쪽으론 아예 전문가가 다된 이도 있으며 칼라시트 사다가 부분 벽지를 시도하더니 이젠 아예 제 방 도배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이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이들의 열정에 덩달아 부화뇌동하여 "별로 안 어렵다"는 부추김에 덜컥 넘어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몇 가지는 시도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결과의 만족 여부를 떠나서, 노동집약적인 그 과정은 늘 나에게 희열보다 짜증과 스트레스를 안겨주었기에 마지막엔 꼭 "다시는 하나봐라"며 손을 털었던 것 같다.
양쪽집 싱크대를 갈아치우자는 나의 주장이 비용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었을 때 나는 두번이나 손수 칼라시트를 사다가(처음엔 수입 칼라시트를 사는 바람에 비용도 꽤 들었었다 ㅠ.ㅠ) 싱크대를 손봤고 (명절에 다니러 온 다른 가족들은 모두들 부엌 환해졌다고 칭찬했지만 정작 나와 함께 사는 두 노친네는 바쁘다면서 사서 생고생한다고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에 잔소리 듣기 싫어서 두분 잠든 사이에 우렁각시처럼 해치우곤 했다. 쳇)
내가 지내는 쪽의 방문 두개와 화장실 문에 페인트를 사다가 칠하기도 했으며, (밑바탕에도 칠을 해야한다는데 DIY가 꽤 유행하기 전이어서 무식하게 그냥 페인트만 사다가 칠해서 지금도 얼룩덜룩 가관이다 ^^;;)
직장생활을 잠시 쉬며 다른 회사로 줄을 갈아타는(?) 시기에 시간이 많이 남으면 "무려" 뜨개질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거나, 손수 스커트 길이를 줄이기도 했다. ^^V
결론은 늘 "다시는 하나봐라"였음에도 가끔 또 그런 짓을 벌이는 걸 보면 그나마 내가 늘 바쁜 인간이라 다행이지 한가하면 집에 큰일 내겠다 싶다. ㅋㅋ
이번에도 원고마감과 추석 대비 집안정리에 바쁜 와중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두 가지를 손수 해치웠다. 하나는 부엌 식탁 앞 흰벽에 그간 요리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은 더러운 벽지가 영 마음에 안들어, 단 두 폭만 접착형 벽지를 사다가 "포인트벽지"라고 주장하며 붙인 것과 몇년째 처분할까 천갈이를 할까 고민하던 내 방 앞 2인용 소파를 나름대로 '리폼'한 것. ㅋㅋ 소파는 옛날부터 하도 더러워 몇년 전엔가 커튼 맞추면서 덮어씌워라도 놓을 요량으로 같은 천을 좀 끊어 놓은 게 있어서(몇년 전엔 소파에 덮어씌우는 눈가림용 천도 카탈로그 홈쇼핑에서 팔았던 적이 있다!) 그걸 대충 잘라 등받이와 바닥을 씌우고 옆은 대충 접어 꿰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덮어놓은 것인데, 그나마도 후다닥 해치우느라 손가락이 좀 과장하면 너덜너덜해졌다. 큼지막한 바늘에 이불 꿰매는 실을 꿰어 뒤쪽에다 듬성듬성 천을 고정시키느라 바늘에 수도 없이 찔렸기 때문이다. ㅠ.ㅠ
암튼 식탁 앞은 딱 내가 밥먹을 때 눈에 들어오는 부분 만이라도 깔끔해져 기분이 좋고, 소파도 버리거나 전문적인 천갈이를 하기 전까지 임시로 덮어둔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조카들이 쏟아놓은 얼룩덜룩한 주스 자국이 안보여 좀 낫다.
째뜬 생각해보면 DIY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인 듯하다. 예전엔 겨울이면 엄마가 손수 떠주신 스웨터와 조끼, 털모자, 목도리, 장갑을 걸치고 아빠가 만들어주신 썰매를 탔더랬다. 해마다 가을이면 엄마는 방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여름 내내 책갈피에 말려둔 꽃잎과 새로 딴 단풍잎을 미닫이문 손잡이 주변에 장식하셨다. 내가 갖게 된 최초의 책꽂이도 아빠가 널빤지를 주워다가 톱으로 잘라 못을 치고 사포로 다듬어 니스까지 칠해주신 '사제품'이었다. 내가 중고등학교때 가사 실습 시간에 뜨개질이며 바느질, 한복 만들기에 월등한 솜씨를 보이며 으쓱해 했던 이유도 어려서부터 엄마의 솜씨를 눈여겨봤던 덕분일 게다.
요즘엔 뭐든 비싸야 잘 팔리고 단지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멀쩡한 물건을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군가 내다버린 물건까지 냉큼 집어다가 손보고 칠하고 덮어서 새것처럼 만들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어난다는 게 참 다행이다.
한올한올, 한뜸한뜸, 한뼘한뼘 손수 소중한 정성을 기울인 물건을 함부로 내다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나 역시 16년전에 첫회사 관두고 1달간 쉬던 중에 손수 뜬 니트를 절대로 못버리고 1년에 딱 한번씩이라도 남들이 욕하건 말건 계절 맞춰 입어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도 유행은 돌고 돌아서 ^^;; 요샌 복고풍이 도래하여 내가 뜬 니트와 비슷한 옷들이 이른바 '튜닉'이라는 이름으로 더러 파는 곳까지 눈에 띈다. 지난번 아줌마 파마머리 커버 용으로 입었다던 은색 반짝이 옷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아마도 작년엔 한번도 못 입었던 듯 하니 올해는 더 쌀쌀해지기 전에 마구 입어줘야겠다. 어차피 다른 이들의 시선을 머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면 현란한 반짝이가 최고 아니겠나. ㅋㅋㅋ
간혹 칼라시트를 다시 붙이는 따위의 짓거리는 몰라도 내 생전 다시는 이런 작품(!)에 손대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데, 지금 기억으로도 저 옷을 다 완성하는데 1달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아는 사람은 척 보고 아실지 모르겠으나, 몸판은 대바늘로, 소매끝과 밑단은 코바늘로 모티브를 떠서 일일이 다 이어붙인 거다. ㅠ.ㅠ (내가 미쳤지...) 그러고도 은색 실이 남아서 코바늘 손뜨개로 저 가방까지 만들었는데, 당시엔 정성이 뻗쳐서 안감도 넣겠다고 동대문에서 은색 안감천까지 끊어오는 기염을 토했더랬다. 결국 안감은 반짝이가 너무 심하게 묻어나와 손은 물론이고 지갑도 얼룩져 안감을 뜯어내는 바람에 현재 저 가방은 홑겹이다. 히피 같은 느낌이고 싶어질 때 몇년에 한 번씩 축 늘어지게 들고 나가기도 하는데 ^^; 측근들 가운데는 제발 그렇게 특이한 것 좀 갖고 다니지 말라고 면박을 주는 이도 있다. ㅎㅎ
더불어 저 커다란 알진주 목걸이도 내가 직접 만든 거다 ^^V 첫 회사가 의류 관련한 곳이라 다양한 부자재와 샘플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는데, 심심하면 버려지는 샘플들을 이용해 목걸이 따위를 만들어 걸고 다니는 게 거기 직원들 취미였다. 그런데 아 글쎄, 그때 만들거나 사들인 목걸이들의 모양새가 또 요새 복고풍 유행의 액세서리와 얼추 비슷해서 작년부터 죄다 꺼내 애용중이다! 저 진주 목걸이 역시 십수년이 지나다 보니, 이불 꿰매는 실에 초칠을 해서(!!) 튼튼하게 만들었던 실이 꽤 늘어나 있더라. 정민공주가 올 때마다 요새 "공주놀이" 소품으로 쓰느라 언제 끊어질지 모르니 조만간 보수해야할듯...
사진으로 보니 더욱 근사하다. 므흣~
구멍 숭숭 뚤린 손가락으로 자판을 치려니 손끝이 아려서 자랑질도 어렵군. 그래도 제자랑 실컷 하고 났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역시 사람은 어느 정도 저 잘난 맛에 살아야 삶의 아이러니를 꽤 잊을 수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