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유행이 되돌아오더라도 도저히 다시 입을 것 같지않은 통청바지를 잘라 집에서 입을 반바지로 만들고 났더니, 잘라낸 바지통이 하도 풍성하여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다. 순간적으로 에코백을 만들자 싶었다. 이것이야말로 재활용품 에코백이 아니고 무엇이리...
딱히 재단할 것도 없이 양쪽 바지통을 터서 맞붙여놓고, 정말로 장인정신(?)을 발휘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꿰매면서 '무더위에 이 무슨 짓인지...'를 수없이 되뇌었다. 여름 청바지라 그나마 얇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손끝이 너덜너덜...
왼쪽은 어젯밤(실은 오늘 새벽;;)까지 낑낑댄 결과물이고... 오늘 점심먹고나서 드디어 끈을 붙였다. 어젠 거의 안찔렸는데 오늘은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대여섯 군데나 바늘에 찔려 피를봤다. 어제 말복 삼계탕을 먹어줬으니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빈혈 걸렸겠다며 혼자서 킬킬댔을 정도다. 끈부분에 더러 핏자국이 묻기까지 ㅠㅠ
정말로 피와 땀으로 완성된 역작이다.
어쨌거나 완성하고보니 몹시 뿌듯하다. 인류가 예술을 하게 된 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에 대한 소유 선망과 손을 꼼지락거려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의 기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라는 거창한 명분까지 들이대면서...
이제 보니 가방 색깔이 진짜 왼쪽 사진처럼 생겼다면 얼마나 좋을까싶다만...실제 가방 색깔은 좀더 푸르딩딩하여 완성본 사진에 가깝다. 꽤나 애용하게 될 것 같은데 천이 얇아 금세 닳거나 찢어지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스러워 안감을 대야하나 어쩌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밑바닥만이라도 천을 덧댈까말까... ㅋㅋㅋ
높은 운동화를 신고도 종종 질질 끌고다니던 바짓단이 닳아서 더욱더 빈티지한 느낌이 그대로~! 옷핀모양의 장식단추를 달고보니 심심해서 아래쪽에 또 단추를 달았고, 지하철 추행범 퇴치용 및 호신용으로 좋겠다고 낄낄대며 진짜 옷핀도 두개씩 양쪽 시접에 달았다. (지저분해보이는 거 방지용)
안감을 넣고야 말았다. 스판기까지 있는 얇은 청지가 아무래도 금방 뚫어질 것 같아서 흠흠... (핑계대지 마라. 그냥 일하기가 싫었잖아;;) 얇은 안감은 바늘도 쑥쑥 들어가고 귀찮아지면 박음질 대신 홈질로 마구 속도를 늘였더니 순식간에 뚝딱 모양이 나왔다. 이왕 안감 넣기로 했으니 안주머니도 하나 만들어 달아 완성도를 높였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