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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7 고흐의 아몬드 꽃 7
  2. 2007.08.02 미술관 외출 5
  3. 2006.12.28 고흐의 노란색 7

고흐의 아몬드 꽃

놀잇감 2007. 10. 7. 20:31

스킨을 바꾸고 나서 색깔과 느낌이 어울리는 고흐 그림을 떠올려보니
단번에 뇌리를 스친 것이 바로 이 아몬드 꽃그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890년.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캔버스에 유화.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렸다고



처음 이 그림의 '사진'을 보고는 "어머나, 혹시 벛꽃 종류 아냐?"라고 탄성을 질렀는데
그림 설명을 보니, 아몬드 꽃이라고 했다.
아몬드 꽃도 성급하게 잎이 나기 전에 피나보다. ^^;
어쩐지 동양화 느낌이 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고흐의 화집을 보면
아예 노골적으로 일본 화풍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이 꽤 된다.
아마 이 그림도 그럴 거라 '나름' 짐작했다.

이 그림에 관한 사연은
고흐의 그림인생을 무던히도 후원해주었던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아 빈센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소식에 고흐가 몹시 기뻐하며 조카의 탄생을 기념하여 그렸단다.
바탕의 파란 배경은 조카 빈센트의 파란 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들은 듯...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톤의 '파랑색'을 참 좋아하는데, 인쇄술에 따라 화집 그림 색깔도 몹시 달라지지만
약간 옥색 기운이 들어간 이 파랑색도 아련해서 참 마음에 든다.
내 기억이 맞다면.. 비슷한 그림을 여러 번 그린 고흐 특유의 작품경향에 따라 아몬드 나무 그림도
두어 개는 됐던 것 같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지 아마.

파리 오르세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등등...
고흐의 작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한 작품 있단다!!)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소장한 곳은 역시나 반 고흐 미술관이다.
언제고 내 꼭 반 고흐 미술관엘 가보리라!! ^^
(생각해보니 어쩌면 11월부터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고흐 미술전에 이 그림도 올지 모르겠다! 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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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외출

투덜일기 2007. 8. 2. 00:36
8월이 시작된 첫날...
복작거리는 시장통 같은 미술관엘 다녀왔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친구와 두 딸을 만나 함께 그림이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그냥 만나 수다를 떨다가 문방구 순례를 하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잡은 지 몇년째인데
올 여름엔 그들이 방학숙제로 시립미술관에 모네 전시회를 보러 온다고 했다.

처음엔 전시를 보고 나온 세 모녀와 잠깐 만나 수다나 떨려던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나도 덩달아 전시관엘 들어갔고, 내가 가장 꺼려하는 미술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장판 북새통'이나 다름없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전시장에서 최대한 빨리 그림을 둘러본 터라 별 감흥없이 전시장을 나서야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했던 것 같다.
역시나 변하지 않은 나의 문화적 허영심에 약간이나마 콧바람을 불어넣었기도 하고
늘 즐거운 친구 모녀와의 연례만남이 어쨌든 성사되었으므로.

고흐의 노랑
샤갈의 빨강에 이어
모네의 작품 이미지는 나에게 늘 연보라색으로 떠오른다.
가장 유명한 시리즈인 '수련' 시리즈 때문일 거라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에도 수련 시리즈가 가장 집중 조명을 받았고 제일 큰 작품도 수련이었는데
말년에 시력이 흐려져 형체마저 흐트러진 '등나무'그림 같은 것에서도 나에겐 유독 연보라색이 마음에 남았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예쁜' 그림들은 많이 찾아볼 수 없었고
생각보다 작품 수도 많지 않은 듯했지만
9월 26일까지 전시라니
애들이 바글거리지 않는 한가한 어느 때쯤 한 번 더 찬찬히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모르고 그냥 갔는데 GS 칼텍스 보너스 카드가 있으면 천원 할인을 해준대고
포인트 점수가 있으면 2천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단다.
정말로 다음에 또 가게 되면 꼭 할인받아서 봐야지... -_-;;

사실 같은 인상파라도 나는 역시 모네보다 고흐에 대한 편애가 심해서
모네의 작품에 대한 인상보다는 전시실 맨 마지막에 11월부터 시작되는 고흐 전시회의 예고편으로 걸어놓은 모조 작품들이 더욱 깊은 잔상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지금 미술관 구경이나 다닐 때인가.. 하는 자조보다
외출의 기꺼움이 더 큰 걸 보면 확실히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긴 한가 보다.
비록 그게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다.
한 여자가 앞장서다보면 나머지 한 여자도 따라오지 않겠나.
그렇게 믿을란다.
내일은 더 모질고 이기적인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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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노란색

삶꾸러미 2006. 12. 28. 01:51

어렸을 때 크레파스 색깔 가운데 제일 닳아 없어지는 색깔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을 거다.
내 경우는 노란색이었는데,
노란색도 연노랑과 개나리색, 귤색까지 톤별로 갖추어진, 호화찬란한 48색 크레파스를 가진 친구와 달리, 호사를 누려봤댔자 24색 정도로 만족해야 했던 나는 제일 먼저 하나 뿐인 노란색이 떨어지면 그림 그릴 의욕까지 떨어졌던 것 같다.
나중에 그림물감을 쓰게 되고 수채화의 묘미에 빠졌을 때도, 노란색을 하도 이색 저색에 조금씩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 쓰는 바람에 노란색이 제일 부족했더랬다.

내가 여러 화가들 가운데 고흐의 그림을 제일 좋아하는 건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심취했던 노란색에 대한 애정 때문일 거란 생각도 든다.
미술책에서 고흐의 그림을 제일 처음 접했을 때 본 그림이 <해바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악한 인쇄술 때문에 색감을 제대로 살려냈을 리 없는데도
샛노란 꽃잎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탐스럽게 꽂혀있는 해바라기 그림이 참 좋았다.
그래서 고흐의 그림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한 때는 주저없이 "해바라기!"라고 대답하기도 했는데, 사실 수많은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 가운데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실제로 감상하는 영광을 누린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열네 송이 해바라기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드는 것도 같지만, 벌써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할 뿐이다.
 
물론 고흐 그림에서 눈에 띄는 게 어디 노란색 뿐이랴...
고흐의 그림에선 파란색도 확실히 남다르게 느껴진다.
인상파 그림들은 워낙 색감이 다채롭고 뛰어나지만, 고흐 작품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붓자국으로 표현된 아주 다양한 색깔의 변주를 보면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워 가슴이 촉촉하게 젖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별이 빛나는 밤>과 <밤의 카페 테라스>에 표현된 밤하늘의 색감은
보랏빛이 아련한 <아이리스> 연작과도 이어진다.
물론 실제로 감상한 게 아니라 화집이나 달력, 인터넷 따위로 본 것이 더 많으니
이런 그림들 또한 인쇄 판본마다 조금씩 다른 색감을 전제로 나 혼자 구성하고 상상한 색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고흐 작품의 색채는 그 누구의 작품보다 현란하다고 단언한다.

스케치 작품까지 합하면 고흐의 작품 수가 1000편이 넘는다고 들은 것 같은데
(덧붙임: 고흐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고흐가 10년간 자그마치 19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내가 사진으로라도 본 건 절반이 조금 넘는 400여편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기중심적인 내 시각으로 볼 때 그 많은 그림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은 색은
역시나 노란색이다.
이 블로그 스킨이기도 한 <아를에 있는 빈센트의 방>이나
대문 사진으로 일부만 오려 놓은 <밤의 카페 테라스>도 그렇고
<해바라기>는 물론, 꽤 많은 <밀밭> 연작에서도
하물며 다양한 인물의 초상화에서도 내 눈엔 다채로운 색감의 노랑이 제일 강렬하게 남아
샤갈, 하면 강렬한 빨강이 떠오르듯 (이것도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고흐, 하면 노랑이 떠오른다.

그리고 강렬하고 선연해서 가끔 슬프기까지한 고흐의 노란색이 어쩌면
점점 강렬해지는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자 광기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추측을 하곤 한다.
인상파 화풍의 영향을 받기 전인 초기작에선 노란색의 꿈틀거림이 그다지 강렬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그린 마지막 그림이라고 알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도 노란 밀의 물결은 검푸른 하늘에 대비되어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동시에 참 슬프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그림이란 걸 알고 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고흐의 노란색은 어린 시절 그림에 대한 나의 애착을 불러 일으키는 아련한 향수이자 막연한 슬픔이고 또 행복이기도 하다.
당대의 잘 나가는 화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작은 거의 없고, 대부분 크기가 작은 고흐의 작품들은 보면 볼수록 정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친구 같다.
내게 행복을 안겨주는 친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까마귀가 나는 밀밭, 50.5x103cm, 1890년 7월, 캔버스에 유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고흐...
라고 하면 우선 그의 불행한 병력과 생전 화단의 외면 같은 외적인 요인을 떠올리지 말고
모두들 나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노란색을 제일 먼저 연상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끄적거려봤다.

오늘 문득
작은 복제품 액자로, 컵받침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으로, 달력으로,
블로그 꾸밈으로 모습을 바꾸어 작은 내 작업실 구석구석에서 나를 쳐다보는 고흐의 작품들이 일제히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아무래도 내 스킨 선택의 이유도 블로그 어딘가엔 적어 놓아야
고흐한테 덜 미안할 것도 같았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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