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외출

투덜일기 2007. 8. 2. 00:36
8월이 시작된 첫날...
복작거리는 시장통 같은 미술관엘 다녀왔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친구와 두 딸을 만나 함께 그림이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그냥 만나 수다를 떨다가 문방구 순례를 하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잡은 지 몇년째인데
올 여름엔 그들이 방학숙제로 시립미술관에 모네 전시회를 보러 온다고 했다.

처음엔 전시를 보고 나온 세 모녀와 잠깐 만나 수다나 떨려던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나도 덩달아 전시관엘 들어갔고, 내가 가장 꺼려하는 미술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장판 북새통'이나 다름없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전시장에서 최대한 빨리 그림을 둘러본 터라 별 감흥없이 전시장을 나서야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했던 것 같다.
역시나 변하지 않은 나의 문화적 허영심에 약간이나마 콧바람을 불어넣었기도 하고
늘 즐거운 친구 모녀와의 연례만남이 어쨌든 성사되었으므로.

고흐의 노랑
샤갈의 빨강에 이어
모네의 작품 이미지는 나에게 늘 연보라색으로 떠오른다.
가장 유명한 시리즈인 '수련' 시리즈 때문일 거라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에도 수련 시리즈가 가장 집중 조명을 받았고 제일 큰 작품도 수련이었는데
말년에 시력이 흐려져 형체마저 흐트러진 '등나무'그림 같은 것에서도 나에겐 유독 연보라색이 마음에 남았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예쁜' 그림들은 많이 찾아볼 수 없었고
생각보다 작품 수도 많지 않은 듯했지만
9월 26일까지 전시라니
애들이 바글거리지 않는 한가한 어느 때쯤 한 번 더 찬찬히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모르고 그냥 갔는데 GS 칼텍스 보너스 카드가 있으면 천원 할인을 해준대고
포인트 점수가 있으면 2천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단다.
정말로 다음에 또 가게 되면 꼭 할인받아서 봐야지... -_-;;

사실 같은 인상파라도 나는 역시 모네보다 고흐에 대한 편애가 심해서
모네의 작품에 대한 인상보다는 전시실 맨 마지막에 11월부터 시작되는 고흐 전시회의 예고편으로 걸어놓은 모조 작품들이 더욱 깊은 잔상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지금 미술관 구경이나 다닐 때인가.. 하는 자조보다
외출의 기꺼움이 더 큰 걸 보면 확실히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긴 한가 보다.
비록 그게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다.
한 여자가 앞장서다보면 나머지 한 여자도 따라오지 않겠나.
그렇게 믿을란다.
내일은 더 모질고 이기적인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