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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5.28 먹어서 낫기 4
  3. 2009.04.23 잠이 보약 15
  4. 2007.12.13 9
  5. 2007.10.16 감기 12

감기약 테라플루

투덜일기 2010. 12. 21. 01:44

감기에 걸려도 웬만해선 병원도 안 가고 약도 안먹고 버티며 '잘 먹어서 낫는' 식탐 요법을 주로 찾는 나지만 '레몬차처럼' 뜨거운 물에 타 마시는 감기약이 있다니 한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제부터 콧물이 심해 줄줄 흘러내리지 않으면 코가 꽉 막혀 제대로 호흡이 곤란한 지경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먹어보겠단 생각도 안했겠지만 말이다.

요즘 그 감기약이 유행(?)이라지만 과연 우리 동네 약국에서도 팔려나 약간 의아했는데, 확실히 인기품목인지 "테라플루라는 감기약 혹시 있나요?"라고 예상 질문까지 연습하고 간 것이 무색하게도 약사 바로 앞 카운터에 가격표까지 붙은 채 따로 진열되어 있어 말 한 마디 없이 살 수 있었다. 밤과 낮 용으로 나뉘어 한 상자에 각각 6천원.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종합감기약 종류는 10알 한 상자에 2-3천원쯤이면 살 수 있는 데 반해 차 형태라서 아무래도 좀 비싸군 싶었다. 

어쨌거나 얼른 물을 끓여 찻잔에 담아 한 봉지 타 마셔본 첫 소감은 '맛없다!'였다. 레몬차 맛이 나기는 하는데 뒷맛이 몹시 쓰고 떫은 느낌. 인공적인 단맛에 뒤이어 섬뜩한 쓴맛이 파고드는 애들 감기약 시럽과 비슷한 맛이랄까. 으윽. 큼지막한 알약을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도 못할 노릇이지만, 나로선 그 달달씁쓸텁텁한 감기약을 차로 한 잔 다 마시는 것도 꽤나 고역이었다. (차라리 한번에 꿀꺽 삼키는 알약이 낫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음) 하지만 벨로도 처음엔 맛 없어서 외면했다가 두번째 다시 시음한 뒤 맛있다고 여겼다니 나도 첫인상에 너무 얽매이진 않기로 마음 먹었다. 첫술에 배부르랴. 내가 걸린 감기의 주요 증상은 어제부터 두통과 콧물, 코막힘이었는데 약을 먹고 나선 일단 코막힘 때문에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했던 상황은 좀 나아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콧물은 금세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4-6시간 간격으로 먹으라는 복용 설명에 맞춰 인상을 팍팍 써가며 두잔째 마시고난 지 세 시간쯤 지난 지금, 한 시간 전부터 주체할 수 없는 콧물의 공격으로 계속 팽팽 코를 풀어대고 있다. 나에겐 별로 맞지 않는 감기약인가? -_-;; 실은 제약회사를 탐탁지 않아 하는 나의 심리가 약효를 방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약을 타서 마시기 전에 복용 안내를 확인하다 보니 제약회사가 하필 '노바티스'였다. 일찌기 장 지글러 선생께서 탐욕스러운 다국적 제약회사의 선봉으로 고발한 바로 그 회사란 걸 알고 나니 어찌나 기분이 찝찝하던지. 하기야 유명 제약회사 치고 탐욕스럽지 않은 데가 없지만, 노바티스는 특히 백혈병 치료약 글리벡으로 전세계적으로 치사한 짓을 벌이고 있는 곳인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백혈병 환자들이 청원한 가격 인하 청구 때문에 소송중일 거다.) 약에 대한 믿음이 발휘하는 플라시보 효과가 최소한 30퍼센트나 된다는 걸 감안하면, 노바티스에 대한 불신과 마뜩찮음이 약효에 어느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ㅋ (언제부터 그렇게 정치적인 걸 그리 꼼꼼히 따졌다고!)

하긴 아래 포스팅한 네스프레소 기계도 말 나온김에 정말 확 질러? 싶은 충동에 좀 더 알아보니 네슬레에서 만든 거라고 했다. 네슬레 또한 가난한 나라에서 분유로 장난 치고 노동자 핍박하는 악덕 다국적 기업이라는데, 정치적으로 상당히 진보 성향을 띠고 있는 클루니가 그런 회사 광고를 찍었다니 급 실망스럽기도 하고, 과연 모르고 찍었을까 알고도 그냥 찍은 걸까 마구 궁금해졌다. (하기야 나도 <탐욕의 시대>를 읽기 전엔 인스턴트 커피 땡길 때 맥심 커피 대신 꼭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를 샀었으니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긴 하다.) 어쨌거나 나는 몰랐으면 모를까 알았으니 훗날 캡슐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게 되더라도 네스프레소는 사지 못할 거다. 조지 클루니와 광고만 소비해 주는 수밖에. -_-; 

트랙백할 욕심에 감기약 얘기 쓰다가 갑자기 장 지글러 선생 타령하고 있는 걸 보면 코를 하도 풀어대 정신이 없는 건 분명하다. ㅎ 암튼 겨우 두 봉다리 마셔본 결과로는 별로 쓸만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며, 특히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진다면 괘씸할 정도다. (병원 거부증을 참아내고 차라리 동네 의원엘 갔더라면 진료비와 약값을 다 포함해도 4-5천원 안쪽이었을 텐데! 아깝다, 만이천원 -_-;; 그리고 더더욱 아깝다, 매달 내는 나의 건강보험료 십몇만원 ㅠ.ㅠ)  그래도 이왕 산 거, 끝까지 마셔볼 작정이긴 하다. 밤 약은 잠 올까봐 아직 못 마시고 있는데 그건 좀 약효가 다르려나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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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낫기

삶꾸러미 2010. 5. 28. 15:31

그리스, 로마 시대는 물론이고 19세기까지도 내과의사들은 대부분 식물학자였단다. 병의 원인이 무엇이든 과학자와 식물학자들은 병을 고칠 해답을 식물에서 찾아왔고, 신약개발 얘기를 들어봐도 과학자들이 아직도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맞다. 한방에서 아직도 요긴하게 참조하는 동의보감도 거의 다 식물 약재 비법 아닌가 말이다. 밥이 보약이고 밥상으로 병을 고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거다. 독초도 조금만 먹으면 약으로 쓸 수도 있다잖은가. 어차피 인체는 스스로 치유하고 나으려는 에너지와 비밀스런 방편을 갖고 있는 유기체이므로, 치명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면 병은 낫게 되어 있다. 어리석은 인간이 자기 몸을 잘 못 돌봐서 그렇지.

보호자로서 평균 일주일에 한번은 대학병원을 들락거리고는 있지만 의학과 약효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점점 회의가 들어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 나의 성향이 더욱 고착되는 중이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라는 사람들이 환자를 두고 하는 말은 거의 다 가정이고 가능성이지 않으면 협박이다. 이런저런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나을 거라고 환자에게 확신을 주는 게 아니라, 일단 한번 복용해보고 주사도 맞아보자는 식이다.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도 않은 나라지만, 어쨌거나 그런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피해가려는 수법이 눈에 보인다. 어디까지나 모든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지라는 거다.

의료진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 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하도 오묘해서 같은 약도 사람에 따라서는 효과가 달리 나타나며 웬만한 위약의 플라시보 효과는 무려 30%에 달한다니 가끔 불치병이 기적처럼 나았다는 사례들은 엄밀히 말해 인간과 인체의 정신력과 체력의 승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효과가 입증된 약일지라도, 대조실험을 해보면 약에 대한 신뢰성을 지닌 집단은 탁월한 효과를 보는 반면에 약효에 대한 회의를 품은 집단은 약이 잘 듣질 않는단다. 딱 울 왕비마마 같은 분 얘기다. 멀쩡한 음식도 '혹시나 상했나' 의심하는 마음을 품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왕비마마는 주치의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드시는 약의 효과가 죄다 다르다. 특히나 진통효과를 내는 약이나 주사나 패치 따위에 대한 불신은 놀라울 정도라 남들보다 30%(플라시보 효과 만큼이다)는 약효가 떨어질 게 틀림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나로선 통 믿음이 가지 않는 민간요법이나 '카더라 통신'에 대한 신뢰와 효과는 비록 단기간일지라도 대단하게 나타난다. '친구분의 권유 대로 매일 사과발효 식초를 먹었더니 머리와 다리가 확실히 거뜬해졌다'고 믿는 식이다. 결론은 하나다. 모든 것은 왕비마마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다는 것.

모전녀전이라고 나 역시 회의와 불신이 많은 인간이지만 식탐녀 답게 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몸을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엔 믿음이 간다. 특정음식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모든 인체는 해로운 음식에 어떤 형태로든 거부반응을 보이며 이로운 음식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육류를 줄이고 열심히 유기농 채소를 먹게 하면 반드시 혈압과 혈당 수치가 좋아진다. 왕비마마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하고 끼니마다 나물반찬과 샐러드 따위를 떨어뜨리지 않은 결과 1년 반만에 약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기에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운동량을 늘여서 체중만 줄이면 당뇨 약을 끊어도 될 터인데 그것까지는 이룰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중년에 접어든 내 몸도 마찬가지다. 평생 변비 같은 건 모르고 살지만 외식을 했다든지 불균형하게 끼니를 떼워 푸성귀를 좀 덜 먹은 다음날은 확실히 화장실 가기가 어렵다. 이젠 몸도 적응했는지 채소와 과일을 좀 덜먹었다 싶은 날은 오밤중에라도 나도 모르게 우적우적 오이와 양배추 과일 따위를 씹어먹고 앉았다. 이 또한 심리적인 작용임을 잘 안다. 음, 나 오늘 채소를 좀 덜 먹었네. 내일 배변이 어려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몸을 지배해 현실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이런 미묘한 심리와 몸의 경향을 나는 다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는 뜻이다. 갑자기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몸에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의미고, 새콤달콤한 과일이 땡기면 몸이 비타민을 원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몇달째 감기기운으로만 들락거리던 바이러스의 힘이 드디어 창궐하여 목이 붓고 콧물이 줄줄 나는 상황에 놓이면 즉각 나는 보신용 음식으로 대처한다. 예로부터 몸이 아파 입맛이 떨어지면 죽을 먹는 게 전통이지만 나는 '죽쑤는' 것도 싫고 별 씹을 것 없이 우물거리다 삼켜야 하는 죽도 싫다. 말이 보신용 음식이지, 맥 떨어지고 입맛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냥 머리에 '퍽' 하고 떠오르는 음식이 곧 내 몸이 원하는 보신용 음식이다. 이번에 그렇게 '퍽'하고 떠오른 음식은 난데없이 '치킨수프와 미나리'였다. 오래 전 <**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지만 원래도 치킨수프의 뉘앙스는 서양인들이 몸 아플 때 먹는 심신의 보양식이다. '국물' 음식이 드문 서양식 가운데 그나마도 따끈하게 몸을 덥혀주는 음식이기 때문일 거다. 뜬금없이 미나리 생각은 왜 났는지 모르겠는데 미나리 특유의 상큼한 향이 그리워진 걸 보면 코감기로 둔해진 후각이 콕 찝어서 미나리 열망을 뇌에 전달한 모양이었다. ^^

아직은 사흘째 밤마다 열이 올라 후끈후끈 덥고 팽팽 코를 풀어대느라 코밑이 빨갛지만 온갖 채소를 듬뿍 넣은 치킨 수프와 미나리숙주 무침을 이틀 내리 먹어주었더니 얼추 감기가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다(순전히 기분일지도).  열이 나는 건 내 몸의 백혈구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의미라 기특해서 얼음물을 마셔가며 열심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어차피 감기 바이러스는 2주면 물러간다는데 꾸역꾸역 먹어서 나으려는 식탐녀의 노력으로 며칠 안에 똑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오늘은 비타민B군 섭취를 위해 돼지고기를 삶아서 쌈밥을 해먹을 것이기 때문.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과 약은 기원이 같다는 진리를 신봉하게 된 자의 몸부림은 곧 식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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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

투덜일기 2009. 4. 23. 15:52
주기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불면증 탓에 며칠 또 제대로 잠을 못자고 빌빌댔다. 온갖 병균들은 그런 때를 귀신같이 간파하고 달려들기 때문에 목감기가 시작된 건 그러려니 했는데, 그제어젠 어쩜 야속하게도 단 한순간도 잠들수가 없는지 기가 막힐 정도. 경험상 그럴 땐 몸과 정신이 더 못 버티고 완전히 뻗어버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마침 출판사 갈 일도 있겠다 안 어울리게 어젠 아침부터 나를 못살게 굴었다. 화분에 물주고, 청소기 돌리고, 국도 미리 끓여놓고, 강건너 출판사 가서 점심먹고, 상담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장보고, 정민이 자전거 타는 거 졸졸 따라다니고(행여나 느루 망가질까봐ㅠ.ㅠ), 저녁 해먹이고, 영어수업하고, 잠깐이지만 조카들과 몸을 쓰며 놀아주기까지. -_-;
늦은 밤이 되자 정말 드러누우면 최소한 열두시간은 못일어날 것 같은 피로가 몰려왔다. 시체처럼 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중간중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깨긴 했지만, 그래도 며칠 만에 아주 푹 잘 수 있었고 작정한 김에 잠이 깨도 다시 잠을 청해 까무룩 또 잠들 수 있었다. 그토록 달콤하고 행복한 잠이 왜 간간이 나를 버리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거나 어제 아침엔 온 얼굴의 모공이 분화구처럼 자라고 하얀좁쌀 같은 여드름이 돌연 대여섯개나 돋아 <나 잠 못잤음>이라고 사방에 광고하는 듯한 시커먼 얼굴이라 뭘 찍어발라도 둥둥 뜨더니, 하루 푹 자고 일어난 오늘 얼굴은 세수도 안했는데 다시 뽀얘졌고 뾰루지도 큰것들 빼고는 다 자취를 감췄으며 목도 덜 아프다. 참 놀라운 잠의 효력. 밥심도 중요하지만 나에겐 뭐니뭐니해도 잠이 보약이다.
가끔 잠이 달아나는 건 내가 보약을 불신하기 때문일까? 내가 불신하는 건 원래 뜻대로의 <보약>이 아니라, 발로 밟다가 보낸 중국산일지도 모를 온갖 약재들을 넣고 푹푹 끓여 뜨거울 때 비닐팩에 넣어(분명 환경호르몬 나올거다) 포장해주는 <요즘 보약>일 뿐, 옛날처럼 한약방에서 하얀 종이에 하나씩 담아 접어준 좋은 약재(지리산 같은 데서 딴!)를 들고와 집에 와서 약탕관에 넣고 온종일 부채질해가며 달인 진짜 보약이라면야 나도 벌컥벌컥 마셔줄 수 있단 말이다! 나에게 보약잠은 분명 그런 정성으로 달인 훌륭한 치유제이거늘 왜 자꾸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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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일기 2007. 12. 13. 17:42
드라마를 보면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골머리를 앓고 누워있다거나
아프다고 시위를 할 때 반드시 머리에 흰 끈을 매고 나온다.
대체 그게 두통에 무슨 소용이랴 싶은 생각보다도 우선은 그런 모습을 설정한 드라마 작가들의
상투적인 태도에 화가 치민다.
꽤 오래(내가 초등학생 때까지) 쪽진 머리에 은비녀를 고수했던 우리 친할머니도
돌아가실 때까지 한복을 생활복으로 고수하셨던(물론 여성용이 아니라 남성용 한복이긴 했지만) 외할머니도
편찮으실 때 머리에 흰 띠를 매는 습관은 절대로 없으셨으며
두루두루 집안 어른들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우기자면, 지끈지끈 두통이 느껴질 때 머리를 꽉 조여매면
관자놀이 마사지를 하듯 혈행에 도움이 되어 증상이 완화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머리에 매는 띠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동자들이나 노점상, 과거 활동가 학생들이
머리에 질끈 동여매는 시위용 뻘건 띠와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똑같이 '시위용'이라지만 드라마 속 아줌마들의 흰 띠는 그래서 더욱 유치하고 진부하다.
앞으로는 제발이지 드라마에서 그런 소품 좀 안 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혹 드라마작가 주변의 노친네들은 다들 그런 흰 띠를 생활화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_-;;)

감기몸살이나 신체적인 통증 따위를 드라마에서 표현할 때 또 한 가지 빠지지 않는 상투적인 표현은
바로 "끙... 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것.
엄밀히 말하면 "끙"이 아니라 "으..."나 "어.."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새어나오는 것인데
그 모습은 제 아무리 상투적이라 해도 크게 바뀔 순 없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근육통과 고열을 수반하는 몸살감기에 걸렸다거나
수술 따위로 생살을 째는 아픔을 겪은 뒤 진통제가 떨어지는 순간이 돌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_-''

누워서 낑낑대다 저도모르게 그런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면 진짜로 웃기긴 한다.
끙...끙.. 거리다 그 소리가 다시 우스워서 킥킥거리다 어느새 다시 으...으... 앓는 모습이란
완전 코미디가 따로없다.

그젯밤, 어젯밤, 이틀 내리 그런 홀로  코미디를 찍었다.
아 물론 생살을 쨌다는 건 아니고 그저 감기 ^^;;
그나마 두통약에 기대어 어렵사리 잡들고 나면 낮동안엔 좀 살만한데
어둠이 내리면 희안하게도 콧물과 기침, 근육통이 딱 낮의 두배로 늘어난다.

아마도 저녁먹고 나면 또 이부자리에 드러누워 코미디를 찍게 될 것 같다.
끙... 끙...
아직은 그래도 킥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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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투덜일기 2007. 10. 16. 12:56
감기에 관한 한은 좀 미련을 떠는 편이다.
인류의 과학이 제 아무리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해도
아직 감기약 하나 못 만들었다는 것이 내가 약과 병원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이유다. -_-;;
'감기약'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증상완화제일 뿐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제는 되지 못하니
그저 감기는 쉬면 낫는다..고 믿는다.

게다가 감기 바이러스란 놈도 아주 야비하고 교활한 녀석이어서
언제 숨어들었는지 모르게 잠복해 있다가 몸이 좀 부실하다 싶으면 옳다구나 본색을 드러내 기승을 부린다.
아... 진짜로 싫은 놈이다!

가을이 왔나보다고 계절을 실감할 무렵부터
감기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긴 했다.
자고 일어나면 목이 약간 아프고 밤마다 밭은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기에
나름 열심히 사과와 비타민을 먹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먹는 걸 잘 챙긴다 해도 잠이 부족하면 효과가 없기 마련.
마감이랍시고 오래 버티기에 들어가느라 며칠 잠을 푹 못잤더니 덜컥 탈이 나고 말았다.

콜록콜록 깽깽거리다 어젠 결국 삭신마저 쑤셔 온종일 누워 빌빌대야 했는데
낮에도 자고 설마 밤에 또 잠이 오랴 싶었는데 또 스르르 잠이 오더니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머리가 좀 맑아지는 듯하다.

진작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었으면 좋을 것을 미련을 떤다고
엄마한테 잔뜩 잔소리를 듣고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기침감기약과 한약냄새 나는 물약을
먹은 뒤에 그나마 좀 나아진 것이니 면목이 없긴 하다.
약도 약이겠지만 감기란 놈이 풀이 꺾인 건 분명 푹 잠을 잔 탓이렸다.

사실 아직도 잠의 유혹이 몹시 강렬하다.
따뜻한 이부자리에 누워 또 한잠 자고나면 감기란 놈한테 내가 아예 이길 것도 같은데
아직도 꽤 많이 남은 일감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칠 못하다.
이래저래 다 자기관리 제대로 못하는 탓이니 자괴감도 만만치 않다.
왜 이렇게 늘 쫓기듯 사는가 말이다.
에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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