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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3.31 커피와 딜레마 6
  5. 2007.02.28 낯선 오전 생활 1
  6. 2006.12.28 취향 문답? 3
  7. 2006.12.19 커피 때문에 망한 하루

커피 유난 2

식탐보고서 2008. 7. 15. 23:46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도 마시고싶다는 욕망이야 커피 깨나 좋아한다 싶은 이들은 누구나 품는 것일 테고
나 또한 그런 이들을 커피 유난 떤다고 손가락질하면서도 내심으론 커피 주변기기를 호시탐탐 노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커피 주변기기를 파는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귀동냥도 하고 실제로 써본 이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여
내가 오래 전부터 흠모해왔던 건 바로 <비알레띠 브리카>.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크기와 가격이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생김새마저 앙증맞고 어여쁜데다 뽀얀 크레마까지 추출된다니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매번 커피콩을 '적당히' 갈고 또 물과 불조절을 잘해야한다는 것인데 뭐,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까짓거 그 정도 어려움쯤이야 감수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적극성이 나의 귀차니즘을 이기기까지 거의 반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

그렇다.
두둥~.
드디어 나도 모카포트의 지존이라고들 칭송하는 <비알레띠 브리카>를 갖게 된 것이다!


대강은 사용법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설명서를 다시 꼼꼼히 숙독한 뒤, 그래도 못 미더워 매 단계마다 설명서를 손에 들고 오늘 드디어 시음을 계획하였으니, 떨리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포트를 사용할 때는 커피를 마실 생각 말고 3회 반복해서 추출해 버린 뒤에 본격적으로 추출해서 마시라고 되어 있는데, 볶은지 열흘밖에 되지 않은 '귀한' 원두커피를 시험삼아 써버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커피로 테스트를 해본 뒤에 본격적으로 마실 것만 좋은 원두로 할 것인가 판단도 서질 않았다.
지인의 조언에 따르면 모카포트에 넣을 커피의 굵기도 중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몇번 시행착오를 거쳐야한다고 했는데, 매번 다른 원두콩을 갈아서 과연 내가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처음 두번 포트를 청소하는 의미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냉동실에 오래 보관해두었던 원두콩으로,
세번째 청소용과 실제 시음용은 최근에 선물받은 원두콩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실험에 돌입.
아.. 역시 바리스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원래 처음 테스트용으로 3번 추출해서 버릴 때는 물과 커피의 양을 평소의 3/4으로 하라고 설명서에 되어 있는데 세번째 테스트 때 욕심을 부려서 그만 계량컵에 표시된 눈금만큼 물을 다 넣었더니, 압력추 소리와 함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자마자 폭발하듯 저 작은 주전자 주둥이에서 커피가 튀어 벽에 커피 얼룩을 만들고야 말았다.
게다가 압력추 소리가 나면 재빨리 가스불에서 내려야 뽀얗게 생성된 크레마가  죽지 않는다는데....
으휴, 불을 끄는 순간과 가스불에서 포트를 내리는 순간이 달라짐에 따라 크레마의 양도 매번 차이가 생겼다. ㅠ.ㅠ

그뿐이랴, 커피원두의 입자가 과연 최적의 상태인지, 커피원두의 양은 적절한지 어쩐지도 알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최상의 맛인지 그것도 아직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
온 집안에 은은하고 그윽한 커피향이 감돌기는 했지만, 내가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탄 아이스커피는 생각만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고 최소한 일주일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알량하나마 바리스타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내내 낑낑대며 커피를 추출해보니, 카페에서 사 마시는 맛있는 커피는 리필까지 해주는 경우를 감안할 때 그리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_+

째뜬, 이렇게 해서 드디어 나도 커피 유난 떠는 부류에 합류하였음을 고백함.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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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유난

식탐보고서 2007. 11. 5. 18:29
무슨 일에든 나는 그리 유난을 떨며 집착하는 유형은 아니다.
'오타쿠'라는 말을 나는 아주 최근에야 알았을 정도.
그렇기 때문에 커피를 꽤 좋아하고, 커피가 맛있는 찻집을 찾으면 퍽이나 기뻐하면서 마시긴 해도
그 오묘한 맛을 집에서도 내보겠다고 용을 쓸 생각은 없었다.

8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장만했다는 어느 지인의 막강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봤을 땐
속으로 참 유난도 떤다...는 생각이 강했다.
집에서도 볶은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원두만을 특별히 사다가 그때그때 갈아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비용을 따져보면, 커피집에서 때로 6, 7천원을 훌쩍 넘기는 돈을 받는 것도 다 옳은 계산법이라는 그 언니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절차가 복잡하고 귀찮아서라도 그렇게 못하겠다고 속으로 툴툴 거렸었다.
그 뒤론 누군가 저렴하게 출시된 19만원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을 자랑했고
밖에 나가 마시는 커피값 몇번(실은 몇십번이지만) 절약해서 집에서 마시는 게 훨씬 낫다고 열변을 토하는 걸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시큰둥했다.
꽤 여러 종류로 갖춰 놓은 커피 원두를 갈아서 한두잔씩 내려 마시면 내가 집에서 먹는 커피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귀신에 가까운 주변 지인들은 그 뒤에도 가스렌지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카포트를
사들인다, 드리퍼를 장만한다, 유기농 커피를 마셔야한다, 생산자에게 이익이 제대로 분배되는 착한 커피를 마셔야한다, 요새도 구형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내려마시는 건 원시적인 짓이다.... 계속해서 유난을 떨었다.

그래도 내 생각은 굳건했다.
모카포트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요란떨며 손수 만들어준 지인들의 커피맛이 생각만큼 그리 감동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시 서툰 목수가 연장탓 하는 법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정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나가서 사먹으면 될 것을, 그 맛을 찾아내겠다고 끙끙거리며 수고를 반복하는 건 어쩐지 시간낭비 같았다.
온종일 커피를 입에 달고 살아도 무사할 정도로 카페인에 강하지 않게 된 탓도 컸다.
암튼 기껏해야 하루 한두 잔 정도 마시는 커피,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나온 거면 어떻고 커피믹스나 자판기 커피면 어떠랴 싶었다.
커피 마시면서 행복하면 그만이지.

그런데 요새 베트남 커피를 스텐레스 드리퍼에 제대로 담아 뽑아마시다 보니
점점 맛있는 커피에 대한 욕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물며 똑같은 커피믹스로 커피를 타도 맛이 조금씩 다른데 (물의 양과 설탕 조절이 관건이다)
같은 드리퍼를 써도 물의 온도와 물 붓는 기법, 원두의 갈린 정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건 당연한 일이다.
사실 무식하게도 나는 그간 베트남 커피도 머그잔에 여과지를 대강 얹어 뽑아 마실 정도 였는데
'정석'대로 드리퍼를 사용해 커피가루를 약간 뜸들였다가(!) 다시 물을 부어 마셔보니 확실히 깊은 맛이 살아났다.

역시나 커피에 관한 한 무식함을 자랑하듯
우리집 냉장고엔 커피 원두가 아직도 여섯 봉지쯤은 들어있는 듯하다. -_-;;
커피 욕심은 또 많아가지고 여행갈때마다 사오거나 지인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고
커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지인이 선물한 커피도 꽤 됐다.
나름대로 꽁꽁 묶고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두고 조금씩 꺼내 먹긴 했지만
볶은지 1주일이 지나면 원두가 산화되어 맛이 없다는 까다로운 커피광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참 무식하기 그지없는 짓이라고 하겠다.

째뜬 요새는
밤마다 문방구 눈요기에 더불어 커피용품 눈요기를 하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1, 2인용 카페모카 주전자도 어찌나 예쁜 게 많은지 고가품은 에스프레소 기계 못지 않다. -_-;;
드리퍼도 융에서부터 도자기, 황동, 플라스틱, 종이... 구멍이 하나짜리, 세개짜리, 둥근 모양, 세모 모양...
종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물론 조만간 내가 지금보다 더 심하게 커피 유난을 떨게 될 것 같진 않다.
일단 귀찮음이 가장 큰 이유이고, 하루 한두 잔 마시겠다고 복잡한 커피용품을 사들이기엔 아무래도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 단 한 잔의 소중함을 위해 더더욱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돌아보니 중3때부터 나의 커피 애호 역사도 꽤 길다.
선생님 몰래 뽑아 마시던 자판기 커피 아니면, 나중에 도시락 김치병으로 더 많이 사용됐던 손님접대용 '맥스웰 화인' 커피가 처음이었으니 올해로 27년째인가 보다.
이제와서 새삼스레 커피 갖고  유난 떠는 대열에 끼는 것도 좀 우습겠지만
하여간에 원두를 갈아 좀 진하다 싶게 뽑은 커피향이 풍기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푸근하고 너그러워진다.
문득 잠잘 걱정 없이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던 때가 그립다.
내가 커피 자체보다 커피 용품들에 더 심취하고 있는 것도 아마 못 마시는 커피에 대한 보상심리나 대리만족 때문일 게다.
에효...
오늘도 한밤중에 커피 마시고 싶으면 단골 사이트에 들어가 그저 모니터 화면이나 쓰다듬어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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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성 폭우

삶꾸러미 2007. 8. 8. 14:54
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도 갖다 붙인다.
갑자기 손가락 굵기처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며 하늘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싶게 하늘이 맑아지고는 매미가 맴맴 울어대다가
또 다시 유리창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들릴 만큼 무서운 폭우가 이어지는 날씨가
온종일 되풀이되고 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럽기도 하다고 내가 중얼거렸더니
엄마가 "일기예보에서 오늘 '게릴라성 폭우'가 내린다고 했어"라고 대꾸하셨다.

'게릴라'라고 하면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왔던 빨치산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봤던 잉그리드 버그만도 생각나고
요새 뉴스에서 하도 들어 친근한 아이스크림 이름처럼 들릴 지경인 탈레반도 생각나는데
이름 하나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과장하길 좋아하는지가 느껴진다.

'게릴라'도 무섭고, '폭우'도 무서운데
'게릴라성 폭우'라니...
남쪽에선 물난리가 나서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나로선 장마동안 비구경도 변변히 못한 것 같은 느낌 때문인지
꽤나 무섭게 내리다 그쳤다 또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의 험상궂은 심술도
'게릴라성 폭우'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는 훨씬 더 정겹고 만만하게 생각된다.
그저 커피가 유독 '땡기는' 날씨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촉촉함이랄까.

아무래도 오늘은 잠이 오거나 말거나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아서
비오는 날 으레 입게 되는 편안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 대신
커피향에 어울릴 것 같은 깡총한 검정색 미니 원피스에 샌들까지 떨쳐 신고 집을 나섰다.
기껏해야 행선지는 작업실이었지만
감미로운 음악 틀어놓고 좁은 공간 가득 커피향을 채운 속에서
우아한 청승을 좀 떨고 있으려니 기분이 아주 그럴싸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변덕을 부리고 있어서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 하지만
굳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충분히 서늘하고 촉촉한(남들은 눅눅하다고 하겠지;;) 날씨와 '게릴라성 폭우'가 나는 썩 마음에 든다.

앞으로 또 일기예보에서 '게릴라성 폭우'를 운운하는 날이면
난 아마도 오늘 입은 검정색 미니 원피스와 커피를 동시에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역시 비와 커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커플이라니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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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딜레마

삶꾸러미 2007. 3. 31. 04:26

녹차 생각에 곧이어 커피에 대한 포스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암튼 나는 분명 녹차보다, 홍차보다, 허브차보다 커피가 훨씬 좋다.

커피는 원두를 흐리게 내린 아메리카노도 좋고
쌉쌀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계피향으로 화룡점정을  한 듯한 카푸치노도 좋고
그보다 더 부드러운 카페라떼도 좋고
초콜릿 향기와 달콤함 그윽한 카페모카도 좋고
가끔은 좀 달아서 진저리쳐가며 먹는 캐러멜마끼아또나 프라프치노도 좋고
유리잔에 생크림 동동 띄워 나오는 아인슈페너도 좋고
알코올 향이 살짝 도는 아이리시 커피나 베일리스 커피도 좋고
아주 가끔은 찐득찐득한 느낌이 들 정도의 에스프레소도 좋고
기다란 막대형 인스턴트 커피믹스에서 설탕을 약간 빼고 탄 것도 좋고
아예 무대책으로 자판기에서 뽑은 밀크커피도 좋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만큼 커피를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잠자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때가 나도 있었다.
한때는...

그런데 본의아니게 작은 수술과 빈혈로 거의 3개월간 커피를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후
커피는 내게 행복과 불면을 동시에 안겨주는 양날의 칼처럼 되고 말았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이 흐리면 날이 흐려서, 햇살이 화창하면 또 화창해서
바람이 불면 또 바람이 분다고.. 온갖 핑계를 대며 카페를 찾고 커피를 마셔댔던 나는
이제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두잔 째부터는 시간의 눈치를 봐야하고
시간을 무시한 채 오기를 부리면 어김없이 불면과 싸워야 하고
혹시라도 커피를 안 마시고 건너뛰는 날이면 금단현상 때문에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다.

대개는 오후부터 하루를 시작하니까 요새는 오후 2시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서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면 오후 5시 이전에 한해서 한 잔 더 마시거나 마시다 절반쯤은 버리거나 하는데
이상스레 바쁘게 지내다 커피 마실 시간을 놓친다든지 (주로 집에서 왕비마마 보필하다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ㅠ.ㅠ) 해서 카페인이 부족해지면 어김없이 밤부터 두통이 찾아온다.

순전히 카페인 금단증상이란 걸 알기에,
불면이 두려워(요샌 밤에 커피를 마시면 정말로 다음날 아침이 훤히 밝아 9시가 넘어도 잠을 못이룬다. 흑흑)  차라리 카페인이 든 두통약을 대신 먹어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봄바람난(?) 유부녀의 호출에 뜻밖에 오밤중 외출을 하게 되는 바람에
살짝 시작된 두통을 억지로 좀 참아보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커피를 마셨는데
(게다가 잠을 못자도 좋다고 생각될 만큼 커피가 맛있었다!)
아... 두통도 안 없어지고, 잠도 안오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두타와 밀리오레를 3시간 가까이 돌아다니고 빗길에 운전까지 했으면
당연히 피곤해야 할 터인데, 피곤은 커녕 뇌가 바짝 당기는 느낌에 지끈지끈 눈알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갈 것 같은 두통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머리가 아프니 깨어 있더라도 일도 할 수가 없고, 결국엔 두통약의 힘을 비는 수밖에 없을 듯.

내가 왜 어제 오후 커피 타임을 놓쳤을꼬,
한밤중 커피를 왜 마셨을꼬
뒤늦게 후회를 해봐도 소용없다는 건 너무도 뻔한 일.
잠 못자는 건 괜찮은데, 머리가 아픈 건 정말 못견디겠다. ㅠ.ㅠ

커피 금단증상으로 머리가 아플 땐 두통약도 다른 때보다 잘 듣지 않고
그렇다고 뒤늦게 이 새벽에 커피를 마시면 아침은 커녕 오후가 되어도 잠을 자지 못할 만큼 형편없이 예민하고 노후한 몸을 지닌 터이고 보니,
주절주절 이렇게 넋두리하는 것 외엔 별 뽀족한 수도 없다.

내 그토록 좋아하는데도, 나에겐 딜레마만 안겨주는 녀석.
중학생때부터 주변에서 욕 먹어가며 애정을 키웠건만 오래도록 짝사랑이었나 보다.  
아니, 녀석의 사랑이 식어서 내가 불면을 느끼게 되었나?
몹쓸 놈이라도 어쨌든 내일은 기필코 잊지 않고 "제 시간에" 커피를 마셔주리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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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오전 생활

삶꾸러미 2007. 2. 28. 11:52

직장생활을 했던 7년이란 세월보다
준백수처럼 산 12년의 세월이 더 긴 탓에
주로 올빼미의 삶을 영위해온 나는 오전 중에 무언가 지적인 활동을 한다는 게 참 낯설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늘 오후와 밤중만 있는 하루하루를 살았기 때문.

아침형 인간인 후배 하나는 출근해서 9시부터 12시까지의 일의 집중도가 놀라워
하루 중 일의 효율이 오전 중에 가장 높다며 나에게도 오전 생활을 권하기도 했지만,
오늘 아침 일찍 병원 들러 왕비마마 알현하고 다시 작업실에 나와 앉아 있긴 하되
나로선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공연히 애먼 커피만 연신 들이키고 있는데, 다량의 카페인으로도 그간 오전중엔 수면에 길들여진 나의 두뇌가 쉽사리 깨어나질 않으려 하는 듯...
그나마 오후엔 새벽까지 이어지는 불면이 두려워 많이 못 마시는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게 흐뭇하긴 하다.

정오가 다가오고 있으니 아무래도 슬슬 깨어나긴 하겠지만
어서 깨어나라 나의 두뇌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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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문답?

놀잇감 2006. 12. 28. 17:53
키드님이 요구하시니 또 낼름 퍼다가 실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문답인지, 키드님도 제목을 잘 모른다 하셨는데 좋아하는 것이든 취향이든 암튼 이럴 때 드러나는 이웃 블로거들의 성격이나 취향이 나도 참 재미나다 여기므로
성심껏 답해보려 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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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커피를 열잔씩 마셔도 잠엔 전혀 지장 없던 때가 나도 분명 있었는데
서럽게도 이제 커피는 나의 잠을 방해하는 무서운 음료가 되었다.

몹시 피곤해서 몸은 늘어지는데, 정신은 말짱하고 눈물이 찔금찔끔 날 만큼 눈이 아파오는
불면에 시달리는 이유가 커피 때문이라면
나 같은 '전직' 커피귀신도 저녁엔 커피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제 막내동생이 밤늦게 다녀가는 바람에
유혹에 못이겨 같이 커피를 따끈하게 한잔씩 마시고는
오늘 아침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ㅠ.ㅠ

다시 올빼미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새벽에 눕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새벽 6시가 넘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
부엌에서 들리는 압력밥솥 딸깍이는 소리,
급기야 아버지가 등산가시느라 준비하시는 소리... 를 모두 들으며
마냥 잠이 와주길 애타게 기다려야 했던 것.
이불속에서 몹시 괴로워하다가 8시 넘어서 까무룩 잠이 들었던가..
다시 9시 알람 때문에 벌떡 일어나 엄마 챙겨드리고
또 한두 시간 자다가 전화받고 어쩌고 하느라 또 깨어냐야 했고...
오후에도 병든 닭마냥 내내 빌빌 조느라 하루를 완전히 망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지 미쳤지..
밤 11시에 왜 커피를 마셨을까. ㅠ.ㅠ
몇 모금만 마시고 말겠다는 애초 작심은 어쩌고 그걸 다 홀라당 마셔버렸는지...
앞으로 다시는 카페인에 만용부리지 말아야겠다.

슬프지만 잠보다 커피가 더 좋은 시기는 확실히 내게도 지나가버렸나보다.
늙기도 설워라커든 고작 커피 때문에 잠조차 안오시나... 으휴.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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