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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투덜일기 2008. 8. 2. 23:40
여행 후유증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발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예상은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복귀는 참으로 구차하고 남루하다.
피곤과 우중충한 날씨를 핑계로 온종일 뒹굴거리며 잠을 잤는데도 여전히 졸린 건 계속해서 일상 복귀를 거부하려는 생체시계의 반항일지도 모르겠다.
그리 강행군을 한 것도 아닌데, 심정적인 친근감은 깊어도 실제로 살을 부대끼며 쌓은 시간이 적은 이웃들과의 여행이 살짝 부담스러웠는지 긴장된 몸은 나흘 내내 취기와 피로에도 예민한 더듬이를 내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시체처럼 꿈쩍않고 한 열시간쯤 계속 자고 싶은데, 여전히 쏟아지는 건 토끼잠뿐이라는 게 억울할 지경.
원래부터 뒤끝 있는 인간이건만 여행 뒤끝은 한번도 예사롭게 넘기는 적이 없다.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듯 제주도를 담아온 사진조차 내려받을 엄두가 안난다.
주말을 핑계로 내일까지 버벅댈 작정.

막연하게 허전하고 서글픈 마음은 캔맥주로나 달래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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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투덜일기 2008. 4. 24. 17:24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겨우 이틀 반의 자유쯤은 내게 허락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며칠 부쩍 불안해하며 딸이 자길 버리고 도망갈까봐 겁난다며 컴퓨터 방 문도 못닫게 하는 엄마를 동생네 맡기고 떠나겠다는 심보는 원래부터 욕심이었나보다. 묘한 애정의 더듬이 같은 걸 감추고 있는지, 엄마는 내가 매몰차게 홀로서기 준비를 시키면 즉각 낌새를 알아차리고 마구 흔들린다. 지난 달만 해도 며칠 여행 다녀올 테니 동생네 가 계셔도 되겠냐고 하면 얼마든지 혼자 밥 챙겨 먹으며 있을 수 있다고 장담하더니, 요샌 밖에 나갔다가 집앞에 내 차만 없어도 가슴이 털컥 내려앉는단다. 내가 엄마를 짐스러워한다는 걸 너무 심히 티냈다는 얘기다. 작년까지는 분명 내가 캥거루족이었는데, 이젠 내가 아주 큼지막한 뱃주머니를 매단 엄마 캥거루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엄마 캥거루가 되어야 하는 역전이 싫어서 냉정하게 주기적으로 홀로서는 준비를 시키려는 못된 딸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매일 슬프고 기운 빠지는 이유는 못마땅한 세상 탓도 있지만, 분명 내 삶의 무게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4월에 제주도에 가고 싶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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