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투덜일기 2008. 8. 2. 23:40
여행 후유증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발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예상은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복귀는 참으로 구차하고 남루하다.
피곤과 우중충한 날씨를 핑계로 온종일 뒹굴거리며 잠을 잤는데도 여전히 졸린 건 계속해서 일상 복귀를 거부하려는 생체시계의 반항일지도 모르겠다.
그리 강행군을 한 것도 아닌데, 심정적인 친근감은 깊어도 실제로 살을 부대끼며 쌓은 시간이 적은 이웃들과의 여행이 살짝 부담스러웠는지 긴장된 몸은 나흘 내내 취기와 피로에도 예민한 더듬이를 내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시체처럼 꿈쩍않고 한 열시간쯤 계속 자고 싶은데, 여전히 쏟아지는 건 토끼잠뿐이라는 게 억울할 지경.
원래부터 뒤끝 있는 인간이건만 여행 뒤끝은 한번도 예사롭게 넘기는 적이 없다.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듯 제주도를 담아온 사진조차 내려받을 엄두가 안난다.
주말을 핑계로 내일까지 버벅댈 작정.

막연하게 허전하고 서글픈 마음은 캔맥주로나 달래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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