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투덜일기 2008. 4. 24. 17:24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겨우 이틀 반의 자유쯤은 내게 허락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며칠 부쩍 불안해하며 딸이 자길 버리고 도망갈까봐 겁난다며 컴퓨터 방 문도 못닫게 하는 엄마를 동생네 맡기고 떠나겠다는 심보는 원래부터 욕심이었나보다. 묘한 애정의 더듬이 같은 걸 감추고 있는지, 엄마는 내가 매몰차게 홀로서기 준비를 시키면 즉각 낌새를 알아차리고 마구 흔들린다. 지난 달만 해도 며칠 여행 다녀올 테니 동생네 가 계셔도 되겠냐고 하면 얼마든지 혼자 밥 챙겨 먹으며 있을 수 있다고 장담하더니, 요샌 밖에 나갔다가 집앞에 내 차만 없어도 가슴이 털컥 내려앉는단다. 내가 엄마를 짐스러워한다는 걸 너무 심히 티냈다는 얘기다. 작년까지는 분명 내가 캥거루족이었는데, 이젠 내가 아주 큼지막한 뱃주머니를 매단 엄마 캥거루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엄마 캥거루가 되어야 하는 역전이 싫어서 냉정하게 주기적으로 홀로서는 준비를 시키려는 못된 딸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매일 슬프고 기운 빠지는 이유는 못마땅한 세상 탓도 있지만, 분명 내 삶의 무게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4월에 제주도에 가고 싶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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