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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7 풀 그림 10
  2. 2010.11.21 장 뒤뷔페 전 6
  3. 2009.03.17 화가들의 천국 15
  4. 2007.01.19 장 뒤뷔페전 그 두번째 6

풀 그림

추억주머니 2011. 3. 27. 16:02


풀 그림 이야기가 나오면 내겐 또 남다른 사연이 있다. 예전에 미니홈피에도 밝혔던 이야긴데, 풀로 그린 조카 그림도 하나 더 있겠다 그 추억도 마저 상기해야겠다. 부모님이 동생들을 데리고 분가하시고 나서도,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중간 무렵까지 본적지이자 출생지인 ***동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들과 살았다. 연년생인 남동생과 입학 터울을 둘 겸,
생일이 여름인데도 제법 똘똘하다는 것만 믿고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나를 덜컥 7살에 국민학교에 입학시켜놓고, 할머니는 매일 전교에서 제일 작은 1학년 학생인 나를 업어나르셨다. 울 엄마는 또 첫딸 입학을 위해 제일 비싼 최고급 책가방을 사주었다는데 (가죽이었는지 아닌지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빨간색이었던 그 가방은 무척 재질이 두꺼웠고 열고 닫기 불편했다) 그게 또 엄청 무거워, 할머니가 보기엔 책가방 무게 때문에 애가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단다. ㅋㅋ

늘 교문 앞에서 수업 끝나기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나는 친구들과 가방 들어주기 가위바위보를 했다. 지금도 그때도 가위바위보에 젬병인 나는 당연히 꼴찌였다. 책가방을 앞 뒤로 매고 양손에도 하나씩 친구 책가방을 들었다. 꼴찌에서 두번째는 신발주머니를 모아 들었다. 낑낑대며 학교 앞 언덕길을 내려가는 나를 저 멀리서 발견한 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치시며 달려왔다. 힘 없는 아이 괴롭히는 나쁜 놈들이라고... 친구들의 엉덩이까지 한대씩 퍽퍽 때려준 할머니는 내가 옆에서 괴롭힌 게 아니라 그냥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것 뿐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고도 분에 못 이기셨는지 할머니는 울먹거리는 친구들에게 집이 어디냐고, 앞장서라고 말씀하셨다. 애들 부모에게 일러 다시는 손녀딸을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할 작정이었던 거다. 그래서... 화난 그 아이들은 한동안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한글도 못 떼고 들어가 이해력이 많이 떨어졌던 나는 1학년 미술시간 준비물을 알려준 선생님의 설명을 오해했던 모양이다. 미술책을 미리 들춰보았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겠지만, 어린애가 뭘 알았겠나. 늦둥이로 낳은 막내딸도 거의 다 키워놓아 국민학생의 학부모 노릇에 서툴렀을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풀에 물을 들여오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나는 집에 가서 그대로 전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고심 끝에 누렇게 말라붙은 (아마도 채 신록이 우거지기 전인듯..) 풀들을 마당에서 따다가 정성껏 물감으로 이런저런 색을 칠해 물을 들여주셨다.

다음날 곱게 '물들인 풀'을 갖고 학교에 간 나는 친구들이 다 나와 달리 '찍어 쓰는 풀통'에 물감을 풀어 색색깔로 물들여온 걸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어린 나에게 제법 큰 충격이었던 듯하다. 부모님 슬하로 옮기느라 전학을 했던 이후 국민학교는 몰라도, 입학한 국민학교 시절의 기억은 거의 사라졌는데도 책가방 사건과 더불어 이 사건은 또렷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날 나의 담임이셨던 '호복순' 선생님(이 이름도 절대 잊혀지질 않는다^^)은 우는 나를 달래시곤 옆 친구에게 색깔풀을 나눠주라 하셨고, 미술시간은 친구의 준비물을 빌어쓰며 무사히 넘어갔다.

정민공주에게 내가 언제 이 사연을 들려주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린 정민이에게도 몹시 인상적인 이야기였던 듯 가끔씩 불쑥 고모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물 들인 풀' 준비물을 잘못 해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서 선생님이 왜 준비물을 잘못 해간 고모를 혼내지 않았는지, 친구는 왜 암말 없이 자기 물감을 나눠주었는지(자기 그림 그릴 것도 모자랄지 모르는데!) 꼬치꼬치 묻곤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 날은 어김없이 풀을 쑤어 물감 풀을 만들어 바쳐야 했고.. -_-;

2007년 1월. 장 뒤뷔페의 우를루프 정원 전시회를 함께 다녀온 날도 공주는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았는지 물감풀을 청해 풀 그림을 시도했다. 파란색 풀과 빨간색 풀 두 가지나 만들어야 했는데 찹쌀가루(마침 밀가루가 집에 없었다)를 아낀 탓에 풀이 너무 묽어 다른 때보다 작품엔 열악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작품이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구쟁이 동생이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으로만 남은 공주의 풀 그림을 천재 시리즈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뺐는데 결국 이렇게 올리게 되는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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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뒤뷔페 전

놀잇감 2010. 11. 21. 16:56

모 백화점에서 장 뒤뷔페 작품을 들여다 전시회를 했다. 까마득한 옛날엔 백화점마다 꼭대기층에 갤러리를 마련해두고 괜찮은 전시회를 자주 열었던 것 같은데(특히 '미도파'와 '신세계'에서), 장사에 눈이 어두워 이젠 갤러리라고 해봤자 코딱지만하게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대부분은 아예 갤러리를 없애버리고 그 대신 '문화센터'를 운영한다. 몇십주년 기념으로 장 뒤뷔페 전시회를 한다는 요란한 '뉴스'에 나는 반색을 하며 아무리 백화점 갤러리라도 '우를루프' 작품들을 중심으로 가져왔다니 28점이라는 적은 수라도 설마 소품 위주는 아니겠지 안도했다. 하지만, 새로이 본점을 엄청 크게 지은 백화점이고 돈도 많아 미술관도 운영하는 재벌이니 백화점 갤러리라도 좀 다르려나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내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미술관이 꼭 커야하는 건 아니지만, 백화점 규모에 비하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인색하게 작아서, 요번에 가져온 28점의 작품을 한곳에 다 진열도 못하고 반대편 에스컬레이터 앞 벽에 장식처럼 걸어놓기도 했다. 그것도 빛 반사 때문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방식으로 유리 진열장 안에 가둬서! 나 뭘 기대했던 거니.. 으휴. 그나마도 뒤뷔페 작품을 보게 해줬으니 감사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으나,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식당가와 이벤트 상품 나눠주는 행사장과 달리 담당 직원만 데스크를 지키고 있는 갤러리가 한가로운 건 고마운 일이어도 뒤뷔페 작품을 생각하면 서글펐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사진찍는 걸 막지 않았다는 점.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모든 갤러리에서 강박적으로 카메라 들이대는 걸 금지하는게 나는 늘 너무도 궁금했는데, 여기선 갤러리 반대편 쪽 에스컬레이터 앞 벽에 넣어둔 작품(<피아노>랑 또 한 작품)만 찍지 말라고 하더군. (갤러리 내 작품은 괜찮고 밖에 있는 작품은 왜 안되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암튼 그래서 되는대로 이것저것 휴대폰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왔다. 우를루프는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나중에 뭘 봤는지 기억도 잘 나질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내 기억을 믿을 수 있다면 몇년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한 전시랑은 겹치는 작품이 거의 없었던 듯하다. <물주전자> 같은 작품은 제목은 같았어도 그땐 그림이었는데 요번엔 조형물로 온 식이다. 

갤러리 입구 사진인데, 가운데 작품이 제목만 남기고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설마 훼손된 건 아니겠지...
포스터에 들어간 작품 제목은 알레고리쿠스였다. 제목을 보고 나니 귀엽다는 느낌. ㅎㅎ


기억을 도우려고 작품 제목이랑 일부러 같이 찍어 왔다. <물주전자>말고도 <중사>도 낯이 익은 걸 보면 이미 본 작품일지도... 평범한 사물과 인물을 보고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냈을지 정말 볼수록 뒤뷔페는 천재다. +_+


알록달록한 우룰루프도 예쁘지만 나는 이렇게 푸른빛으로 간결히 표현한 우를루프가 더 좋은 것 같다. 하나 훔쳐가라고 하면 이 작품으로 하겠다고 속으로 찜했음. ㅋ
작품 제목은 <푸른 요소 III>.









요번엔 우를루프 이외의 회화 작품이 몇개 오질 않았는데, 드물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인물풍경화 두 점. 각 제목이 <인물이 있는 붉은 풍경>과 <네 사람이 있는 풍경>이었던 것 같은데 헐... 하루만에 까먹었다. ㅠ.ㅠ 역시 제목과 같이 찍어왔어야 한다는 의미.

서울에선 22일까지 전시하고 이후 부산과 광주에서 순회전시를 한다고 한다. 요번주에 짬 못내면 일부러 KTX타고 부산에 놀러가서 뒤뷔페 그림도 보고 바다도 보고 회도 먹고 그러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혼자 흐뭇해하다가 정신을 차려 게으른 몸을 움직였다. 그림 구경만 하려고 부러 백화점 나들이를 한 사람은 그날 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전시를 기획한 측에서는 작품 감상 후 '쇼핑'을 유도했겠으나, 나는 알량한 모양새의 갤러리에 대한 질타의 의미로 눈을 질끈 감고 곧장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사흘 내내 유일하게 건설적이고 칭찬해줄 만한 '짓'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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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천국

놀잇감 2009. 3. 17. 16:00

역시나 오래 별렀던 퐁피두센터 특별전에 다녀온지 일주일이 다 됐나보다. 감동은 벌써 많이 식었지만 늦게라도 적어두지 않으면 연말에 2009 베스트 정리할 때 멍하니 까먹을지도 몰라서 조바심이 났다.
베스트 3에 드는 전시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
<퐁피두센터 특별전-화가들의 천국>은 기대를 크게 했는데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드문 전시였다. 호앙 미로의 대작들은 비행기에 실을 수가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캔버스를 분해해서 다시 조립하는 예행연습을 파리에서 해본 뒤에 옮겨왔다는 둥, 이미 뉴스에서도 익히 선전을 했기 때문에 혹시나 과하게 기대하며 상상력을 부풀렸다가 펑 바람터진 풍선처럼 실망할까봐 걱정스러웠는데, 전혀 기우였다는 얘기다.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아서 그림을 좀 오래 감상하려다 보면 간혹 누군가와 부딪치거나 발을 밟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가 시립미술관 휴관일에 금잔디만 홀로 데려가서 구경시켜주던데, 젠장 나도 그러구 싶단 말이닷~!! 언제부턴가 나 같은 문화허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아져 좀 유명하다 싶은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은 언제나 도떼기 시장이다. 으휴...

과거 경험상 시립미술관의 도슨트는 덕수궁 미술관 도슨트들보다 워낙 성의 없이 설명을 하는 데다(늘 비싼 대규모 전시를 기획하기 때문에 관람객이 많아서 그러는 것일까?)  횟수도 몇번 없어 시간도 맞질 않아서 이번엔 거금 3천원을 들여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처음엔 매표소에 사람들이 없길래 도록을 사서 읽어보며 다닐 작정을 했는데 전시장에 들어가보니 그럴 여유는 없어 보였기 때문. 예상은 했지만 이번에도 오디오 가이드 내용은 너무 피상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이어폰이 귀를 아프게 하는 끼우기 형태가 아니라 다행이었고 미리 그림 공부를 많이 안하고 갔으니 없는 것보다는 나았음.

미로, 마티스, 피카소, 샤갈, 브라크, 보나르, 칸딘스키, 파울 클레... 이런 것이야 말로 <거장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가 싶은 멋진 작품들을 연이어 만날 수 있었으니 전시실을 옮길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했는데, 더욱 기뻤던 건 깜짝 선물처럼 장 뒤뷔페의 그림도 여러 작품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나 뉴욕에 가지 않는 한 다시는 뒤뷔페 그림을 보지 못할 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가, 동행이었던 정민공주랑 나랑 거의 폴짝폴짝 뛰며 신나했다.

장 뒤뷔페 [행복한 시골풍경]

물론 이 사진의 색감은 원작보다 훨씬 흐려 속상하지만 동심의 세계를 담아낸 듯한 뒤비페의 그림들이 연상되는  시기의 작품. 미로의 대작 옆에 걸려 있던 검은 바탕의 암호같은 선들이 어지러이 그려져 있는 농-리유 연작도 인상적이었지만, 난 역시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좋다!

정말로 천국이 있는지 어쩐지, 아니 그런 건 없다고 거의 믿고 있지만, 정말로 천국이 있고 내가 거거 갈 수 있다면 나는 만날 멋진 화가들의 그림이나 휘휘 보러다니는 걸로도 충분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 안 아프게 이왕이면 훨훨 날아 다니면서 ^^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흠칫 숨을 멈추게 되는 거장들의 대작이 많았고, 올리브 잎들을 모아 향기로 방을 꾸며놓은 페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 같은 작품은 참으로 기발하고 놀랍고 싱그러워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1999-2000년에 만든 작품이라는데 지금까지도 그윽한 올리브 잎 향기가 처음엔 얼마나 더 강렬하고 생명력 넘쳤을지!

좋은 작품들이 하도 많아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동선과 상관없이 2, 3층을 여러번 오가며 특히 좋았던 작품을 보고 또 보고, 마음에 담아두려고 꽤나 노력을 하며 미술관을 나서기 전에 거의 언제나 습관적으로 하는 순위 매기기를 했다. 어느 그림이 제일 좋았는지, 누가 딱 하나만 가지라고 하면 어느 그림을 갖겠는지... ^^

사실 이번엔 좋아하는 화가들과 작품들이 많아서 선뜻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으나 추리고 보니 최종으로 남은 후보작이 둘 다 마티스였다.  

<폴리네시아-바다>와 연작이었던 이 <하늘>은 종이를 오려 붙인 단순한 콜라주 작품이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어찌나 눈이 시원해지던지...
아 참..
<꽃보다 남자>를 꾸준히 본 사람이면서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 카피가(사이즈가 훨씬 작음) 드라마 초반부에서 F4의 휴게실 벽에 걸려 있었음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
나는 전시회에 빨리 못가보는 대신 퐁피두전시회 공식 홈페이지에 하도 들락거려서 알고 있었으므로, 언뜻 뒷배경에 이 그림이 스칠 때마다 속으로 어서 그림보러 가봐야 할 텐데, 라고 부르짖곤 했다. ㅋ (구준표네 집엔 보나르의 <미모사가 피어 있는 아틀리에>와 마티스의 <목련이 있는 정물>, 페르낭 레제의 <여가> 등도  걸려있다! ㅎㅎ)

퍼온 사진으로는 역시나 원작의 생생한 감동과 느낌을 전하기에 역부족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굳이 사진을 퍼다 붙여넣는 것은 순전히 기억력 나쁜 나를 위한 배려다. 도록이 있기는 하지만, 매일 들락거리는 블로그만큼 접근성과 유용성이 뛰어난 건 아니니까...

암튼 <붉은색 실내>는 눈부신 빨간색이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느낌...

샤갈의 <무지개>도 좋기는 했지만 나의 새공포증 때문에 그의 그림에 빠지지 않는 닭머리가 무서워서 집에 걸어두면 밤에 으스스할 것 같다. ;-p

누가 정말로 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미술관 카페에 앉아서 정말 꽤나 진지하게 어느 그림을 가질 것인가 오래 고민을 하다가 나중엔 속으로 킬킬 웃었다. 누가 준댔냐고!!
그래도... 어쨌거나... 나의 최종적인 선택은 마티스의 <붉은색 실내>.
만약에 집이 갤러리만큼 공간 많고 벽이 넓다면 마티스의 <폴리네시아-하늘>을 갖겠지만, 지금 당장 그림을 하나 집어들고 나가라고 한다면 당장 걸어둘 곳이 마땅칠 않으니까... 라는 것이 나의 변명이었음.
남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미술관에서 좋은 그림을 보다가 만일 작품을 하나만 가질 수 있으면 어떤 걸 가져갈까 고민하는 과정은 가슴아픈 갈망이면서 동시에 대단한 행복이다.

아참..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불만은, 한장에 무려 천원씩이나 하는 공식 엽서들의 인쇄 품질이 바닥이라는 것!
차라리 하나은행에서 입장할 때 공짜로 주는 엽서의 인쇄상태가 더 나은 느낌이니 오죽할까.
원래도 미술작품의 색감을 제대로 살려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형편없는 색감의 엽서들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마티스의 붉은색을 완전 벽돌색으로 해놓질 않나, 보나르의 화사한 봄빛깔들을 칙칙한 갈색으로 해놓질 않나... 전시 관람 마치고 아트숍에서 엽서 몇장을 사는 것이 큰 낙이었던 나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한장도 살 수가 없었다. ㅠ.ㅠ 그나마 5천원짜리 소도록을 3천원에 할인판매하고 있어서 구입하고는 애써 위로를 했지만... 앞으론 부디 엽서 제작업체 선정에도 신경을 좀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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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뜻밖에 전시장을 찾았다가 대박을 만난 느낌이기도 했고
'엄청나게' 다양한 작품 세계 가운데 천진난만하고 색감이 화려하고 예쁜 그림이 너무도
많아 그림 좋아하는 우리 조카 정민공주도 좋아할 전시라는 생각에
공주를 대동하고 두 번째로 전시장을 찾았다.

나 역시 사람 없이 조용한 미술관 관람을 그 누구보다 즐기기에
지난번 강추위 속에 평일 야간 관람을 할 때가 더 좋긴 했지만
어린이를 위한 그림 설명을 따라가는 재미도 나름 흘륭했고
그나마 방학 초기라 샤갈전 때처럼 와글와글 장터바닥 같진 않아 다행이었다.

마침 덕수궁앞에선 오후 수문장 교대식이 벌어지려는 찰나여서
공주는 몹시도 즐거워하였고...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선 '반드시' 궁궐도 꼼꼼히 돌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결국 미술관 1, 2층 전체를 2번이나--한번은 우리끼리, 두번째는 어린이 작품설명하는 도슨트와 함께, 그리고 우를루프 전시관은 3, 4번은 봤을 거다--돌고 난 뒤에, 어스름녘 추운 날씨에 궁궐을 돌며 중화전, 함녕전 따위를 다 보고 다니느라 고모 무수리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ㅠ.ㅠ)

이 블로그엔 스킨의 특성상 웬만해선 사진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샤갈전과 더불어 2번이나 전시를 관람한 흔치 않은 경우라 자랑하고파서
무리를 무릅썼다.

자..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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