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8.07.25 더워도 식탐 3
  2. 2016.07.24 옥수수의 계절 6
  3. 2013.08.21 에어컨 4
  4. 2012.08.27 여름 다 지나고 빙수 12
  5. 2012.08.03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8
  6. 2012.07.31 나름 휴가 4
  7. 2012.07.13 북촌 13

더워도 식탐

놀잇감 2018. 7. 25. 21:55

​내 인스타그램엔 주로 먹거리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지만 하루에 인스타에 사진 여러개를 올리는 건 좀 민망하다. 그렇다고 블로그 포스팅 하루에 몇 개나 하는 건 안 민망하냐, 그건 또 아니지만... +_+ 블로그는 아무래도 부러 찾아 읽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노출되는 매체이고, 인스타그램은 접속과 동시에 타임라인에 여러사람의 사진이 무조건 주르륵 떠버리니까 뭔가 많이 올리면 폐를 끼치는 기분?

하여간에 각설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열심히 해야하는데 또 하기가 싫어져서 (적당한 단어와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핑계다 ㅠ.ㅠ) 오늘 해먹은 과카몰리 사진을 자랑해야겠다. 지난번 파피네 집들이에서 하도 맛있게 먹은 나초와 과카몰리가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마트 가서 밥블레스유의 지령을 받은 듯 나도 모르게 완도 활전복을 집어든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새 아보카도와 레몬, 베이컨을 카트에 담고 있더군. ㅎㅎㅎㅎ

그러고는 오늘 점심 때, 두부와 우유를 갈아 야매 콩국수를 해먹을까 싶었던 마음을 접고 과카몰리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아보카도 두개 중 하나가 좀 덜 숙성되어 잘 안 으깨졌지만 하는 수 없지. 파피한테 레시피를 좀 더 자세히 묻지 않았던 걸 후회하며 대~에충... 베이컨을 다져 볶아 키친타월에 기름을 빼놓고는 양파와 방울토마토 적당히 썰어 넣고 소금, 후추, 레몬즙 뿌려 과카몰리를 만들었다. 나초에 듬뿍 얹어먹듯, 오픈 샌드위치로 와구와구 먹을 작정으로다가. 

해서 미리 식빵 두조각을 넷으로 자른 뒤 과카몰리를 얹었다. ^^; 여기다 미숫가루 탄 우유까지 한끼로 먹으니 어휴 배불러...







좀 남은 과카몰리는 또 저녁때 양상추 샐러드에 얹어 먹었음.

빵에 얹어 먹을 땐 잘 몰랐는데 소금을 넘 많이 넣었는지 좀 짜더라. 암튼 파피한테 팁을 얻은 이 과카몰리의 매력은 쫄깃하게 씹히는 베이컨이 아닐지. 아보카도 사다가 절반 뚝 잘라서 껍질째 접시에 담아 발사믹 소스 살짝 끼얹어 숟갈로 퍼먹는 걸 '반찬'이라 우길 때도 있는데... 좀 귀찮긴 해도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더 '시원한 점심 메뉴'로 과카몰리 샌드위치는 시도해봐야겠다.











밥블레스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프로그램 보다가 또 혹해서 삼복더위에 해먹은 음식이 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잡채. -_-;; 최화정이 했던 말인가, 이영자가 했던 말인가.. 암튼 잔치 음식의 완성은 갈비찜과 잡채라는 말을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명절 때 갈비찜과 잡채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왜 있지 않은가? 사실 해마다 내 생일 즈음엔 왕비마마가 말짱하게 건강했던 적이 드문 것 같다. 해서 생일날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는 '요식 행위' 역시 매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왕비마마가 살림살이에서 손 놓은지가 몇년인데! 사실 간도 못맞추고 맛도 잘 못내신다. 그런데도 아들들이나 며느리들이, 혹은 친척들이 고명딸 생일에 엄니가 미역국은 끓여주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을 못하는 상황 또한 왕비마마가 못 견딘다는 것이 문제다. (아 제발 다들 좀 생일에 미역국 먹었느냐는 타령 좀 그만 하라규!)

아 난 정말 왜 요리를 잘해가지고! ㅋㅋ

째뜬 그래서 올해도 생일 전날 밤에 꾸역꾸역 노친네는 미역을 불리고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미역국을 끓여냈고(물론 나의 코치가 필요했다 ㅎㅎ), 생일날 아침 모녀가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또 내가 가만 있을 순 없지 싶어 아침부터 복닥복닥 땀흘려 만든 것이 바로 이 잡채다. ㅎㅎㅎ 갈비찜은 달아서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잡채는 가끔 먹고 싶어져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만드는 반찬인데 뭐 내 생일 기념으로 못 만들쏘냐! 

칼질을 좀 무서워해서 채썰기가 서툴러서 그렇지 맛은 훌륭했다. 

아침부터 꾸역꾸역 미역국과 잡채에 밥을 먹고 나가 점심 때 또 함박스테이크를 먹어댔으며, 하필 초복날이라 저녁때 또 삼계탕을 끓였더니만... 요즘 가뜩이나 부실한 위는 탈이 나고 말았었다. 세끼를 다 과식하다니 원 멍청하기 이를 데가 없다. ㅠ.ㅠ


의식의 흐름처럼 또 이어서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니 그것은 그 다음날 바로 해먹은 월남쌈이다. ㅎㅎㅎㅎ

생일이자 초복날 도저히 삼계탕의 닭을  다 먹지 못하고 죽만 좀 퍼먹은 뒤 다음 날에도 닭죽으로 연명했었는데;;; 아무리 영계라도 퍽퍽한 닭가슴살의 처리 방법이 고민이었다. 그렇다면 라이스페이퍼에 싸먹지 뭐... ^^; 쪽쪽 찢어 맛살과 함께 월남쌈을 해먹었단 얘기다. 

폭염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끼니를 건너뛸 수는 없다는 게 슬프기도 하지만, 더워도 입맛이 없어도 또 꾸역꾸역 먹으면 먹어진다는 게, 먹고 싶은 음식이 끊임없이 생각난다는 게 어쩐지 식충이 같아서 부끄럽다. ​하지만 이영자의 외침대로 인생 뭐 있겠냐고!더욱이 이젠 차츰 늙고 병들어가는 것밖엔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중년의 인생이기에 더더욱 하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은 가능한 한 누리고 사는 게 옳다고 우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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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계절

놀잇감 2016. 7. 24. 23:01

바야흐로 옥수수의 계절이다. 겨울과 봄을 거쳐 햇옥수수가 나오기 전까지도 줄창 중국산 냉동옥수수를 쪄서 파는 좌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사다먹긴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옥수수의 계절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일찌감치 찾아온 폭염에 올해는 옥수수가 일찍 익었다며, 6월 말부터 5천원에 3개씩 담아 파는 국산 햇옥수수도 깨나 사다먹었는데 드디어 두둥~ 괴산을 오가며 공동농장 농사를 거들던 후배가 옥수수 수확 시기를 알려왔다. 선주문하면 밭에서 딴 옥수수를 곧장 자루에 담아 보내주겠노라고.

30개들이 한자루 얼른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택배 도탁하자마자 들통에다 찰옥수수를 한꺼번에 다 삶았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따자마자 푹푹 삶아줘야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대로! ㅋㅋ

사방팔방 자랑했더니 옥수수 싫어하는 이들이 비웃어댔다. 먹기 지저분하고 이빨에 끼고 별로 맛도 없다나... 아니, 어떻게 그런 옥수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이북 출신인 가족이라 그랬는지, 우리 집에선 옥수수 지저분하게 먹으면 어려서도 혼이 났다. 한줄씩 가지런하게 깨끗하게 똑똑 떼어먹으면 지저분해질 이유가 없는데!

하여간 옥수수 맛있게 삶는 법은 간단하다. 괴산대학찰옥수수 사먹을 때 그쪽 농장에서 쪽지에 보내준 내용대로 몇년째 계속 실천중. 옥수수를 속껍질 한두장 남겨서 잘 씻은 다음(유기농이라 안씻어도 된다지만 난 꼭 씻는다! ㅋㅋ) 물을 넉넉히 붓고(옥수수가 다 잠기게) 천일염 한줌 넣어 푹푹 끓이는 거다. 2, 30분이면 완성.

귀찮다고 껍질을 다 떼버리고 삶으면 확실히 단맛이 덜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옥수수 수염도 잘 씻어서 함께 삶는다고 함. 


​식혀서 일부는 냉동실에 잘 넣어둔 다음, 간식으로 먹고 주식으로 먹고 며칠째 원없이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도 뭔가 조바심이 든다. 옥수수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맛있는 옥수수 몇 자루 더 사먹어야하는데 싶어서.. 

너무 덥다는 핑계로 국이며 찌개며 끓이는 요리는 하나도 안하겠다 선언해놓고, 옥수수 삶는 건 하나도 안덥고 신이 났다. 오죽하면 들통 인증샷까지 찍었을라고. ㅋㅋㅋ 암튼 이 여름 찰옥수수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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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투덜일기 2013. 8. 21. 18:12

해마다 겨울엔 겨울대로 사상 최악의 한파라고 떠들어대고, 여름엔 여름대로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고 떠들어대는지 몇년 된 것 같다. 다 지구온난화 탓일 게다. 괜히 언론에서 더 떠들어대는 바람에 덩달아 휘둘리는 기분이 아니라, 올 여름은 정말 더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때 선풍기 타이머를 두어시간 쯤 해놓고 잤던 것 같은데, 올해는 타이머가 아예 필요없었다. 계속 틀어놓아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고, 그러고도 더워서 곧잘 깨어나 잠을 설쳤다. 자는 내내 에어컨을 돌릴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깨어있는 동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선풍기를 너무 오래 틀어놓아 모터에서 불이나는 건 아닐까 종종 걱정이 들어 선풍기 뒤통수를 만져보곤 했다.

 

게다가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소가 고장이 났네, 전력수급량에 비상이 생겼네, 블랙아웃이 예상되네 어쩌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 온 국민이 절전하라고. 하지만 이제 한국의 여름날씨는 에어컨 없이 견디기 정말로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착한 국민이신 왕비마마는 언론의 절전 권유에 적극 동참하여 최대 전력량 소모가 예상되는 오후 다섯시까지는 온몸이 땀에 절어도 끙끙 참았다가 5시 이후에 에어컨을 틀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일단 전기요금은 둘째 문제였다. 하루에 옷을 두번이나 갈아입을 정도로 땀을 흘려대니 노친네 기력이 어지간히 허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한낮에도 그냥 막 에어컨을 틀어댔다. 사람이 살고 봐야지 말이야.

 

왕비마마가 전력관련 국가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따르는 건 아마 한전 자회사에 다니는 막내아들 때문일 것이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여름 내 에어컨을 안튼지 오래 됐대고, 조금이나마 전력 균형을 맞춘다며 점심시간도 아예 11시부터로 바꿨다고 한다. 특히나 천박한 취향 때문에 죄다 유리로 뻔드르르하게 지어 더욱 뜨거운 관공서도 에어컨 설정기온이 28도라지 아마. 하지만 대형 건물에서 에어컨을 28도에 맞춰놓으면 실내온도는 기껏해야 30도밖에 안 내려간다규! 옛날엔 한여름엔 은행이나 백화점으로 피서를 갔지만, 거기도 요즘엔 별로 갈 데가 못된다. 가뜩이나 자동화기기 사용을 유도하는 추세라 은행엔 가서 앉아있을 일도 없고 읽어볼 잡지책도 거의 없는 형편 아닌가. 가서 괜히 앉아있으면 직원이 다가와서 무슨 볼일로 왔느냐고 물어 내쫓기(민망해서 자진 퇴각하는 수밖에;;) 일쑤고 말이지. 백화점엔 가뜩이나 현란한 조명때문에 머리 위가 뜨끈뜨끈한데 냉방온도가 시원찮으니 오후가 되면 사우나가 따로 없다.

 

집집마다 에어컨을 잘 안트는 이유는 아마도 전기요금 폭탄 때문이겠지만, 전기요금을 감수하고라도 일단은 쾌적하게 사는 게 우선이라고 하더라도 나 역시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을 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에어컨 한대 전력소비가 선풍기 22대와 맞먹는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도 들었고, 일단은 실외기에서 뿜어대는 열기를 생각하면 새삼 지구에 미안한 생각이... 환경파괴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삶과 욕망이란 참...

 

하지만 그건 인간의 선택 문제라고 치고, 국가적인 전력난 사태의 책임을 늘 국민한테 떠넘기고 같이 고통을 분담하라는 식의 논리는 마음에 안든다. 발전소가 걸핏하면 고장나고 멈추고 했던 건 제대로 관리도 안하고 뇌물 받아처먹은 뒤 불량부품을 쓴 한수원 직원들 잘못 아니냐고! 게다가 해마다 전력소비량이 비상이라고 하는데(이건 난방기 많이 쓰는 한겨울에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살림살이를 기획하고 예상하려면 최소한 점점 늘어나는 전력소비량도 미리미리 대비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정말로 전력난이 가정집과 상업시설에서 펑펑 써대는 전기 때문이냐고! 새 원전건설이 계속 주민반대에 부딪쳐 수급량에 차질이 생겼다는 변명은 듣고싶지 않다. 대안없이 원전 건설만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정했다면 그 또한 정책기획자들의 잘못이니까. 후쿠시마 사태를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민자고속도로나 삐까번쩍한 다리를 건설할 때도 국가에선 항상 타산성과 교통량을 예측해 사업을 진행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대부분 엄청난 적자를 양산할 뿐 영낙없는 돈지랄만 한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예측 계산을 하길래?? (관계자들끼리 다 미리 짜고치는 고스톱이었겠지! 흥!)  쌩돈 들이고 쓸데없이 애먼 돈지랄만 한 국책사업의 단적인 예가 바로 아라뱃길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인고속도로가 둘이나 뻥뻥 뚫려 있는데 서해에서 물길로 실어나를 물동량이 얼마나 된다고 한강 뱃길에 돈을 처들인단 말인가. 전문가가 아니라도 너무 빤한 일을 무작정 고집스레 시도하는 공공사업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국민 세금을 그토록 허망하게 허투로 다 써놓고는 또 만만한 서민들한테 세금이나 올려받으려고 하고! 

 

암튼 서서히 더위가 물러가려고 하고 있는 이때, 어딘가 발전소가 또 섰든 말든, 뉴스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나는 공연히 더 화가 나고 열이받아서 오늘도(사실은 무던히 오래 참다가 못견디고 4시쯤) 에어컨을 켰다. 지들이 나랏일 잘못해놓고 노상 국민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공동책임 지우려는 짓 좀 그만 보고싶다. 나라에 돈 없다고 하면 거국적으로 금모으기 하는 순진한 국민들 좀 그만 이용하란 말이닷! 블랙아웃, 전기요금 무서운 것보다 울집 노친네 병나는 게 더 무섭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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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너무 뜨겁고 더워도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처음 실감했던 올 여름. 생각보다 빙수는 많이 먹으러 다니지 않았다. 빙수 한 그릇 먹을까 싶다가도 막상 시키려고 보면 달디 단 빙수보다는 얼음 잔뜩 넣은 쌉싸름한 아이스커피가 더 땡기는 걸 어쩌겠나. 유명한 빙수집을 잘 모르는 것도 그만큼 내가 빙수를 즐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여름을 통틀어 빙수는 너댓 번 먹은 게 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뭘 또 굳이 적어두나 싶지만 마침 휴대폰 사진 정리하다 나온 사진 석장에 기록의 유혹을 느꼈다. 내년 여름에도 혹시 빙수 생각나면 참고해야지.

 

 

북촌 한옥마을 가던 날 안국역 지하에 있는 (아마도) 파리크라상에서 먹은 올 여름 첫 팥빙수. 이름이 <얼음공주>였다. 화이트초콜릿으로 만든 티아라를 얹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나, 나는 딱 한 입 먹어보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엄청 달아~! 달아도 너~~~무 달아서.... 지금도 몸서리가 부르르.

위에 얹은 인절미는 부드럽고 쫄깃했던 것으로 기억되나 팥은 그냥 중국산 통조림 팥이 분명하다. 가격은 9500원쯤 했던 듯.

다시 먹고픈 마음은 없다.

 

 

 

 

 

 

 

 

 

 

 

 

 

저 멀리 판교까지 가서 먹은 '아임홈'의 <밀크빙수>.

후배가 유명한 곳이라며 데려갔는데, 알고 보니 I'm Home이라는 카페가 여기저기 프랜차이즈로 있는 모양이다. 분당에도 있고 죽전에도 있고...  서판교였던가 동판교 였던가 암튼 거기도 카페거리가 있던데 딱 보정동 카페거리처럼 생겼다.

후배 말로는 위에 얹은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든 수제아이스크림이라고. 곱게 간 우유얼음 아래 견과류와 팥이 숨어 있다. 견과류 좋아하는 나는 별로 달지 않고 고소해서 좋아라했는데, 인절미 대신 찹쌀떡이 나에겐 에러! 난 찹쌀떡이 달아서 싫다.

11000원이었던 걸로 기억. 밥 잔뜩 먹고 갔던 터라 둘이 먹다 다 못먹고 남겼다. 사진 찍어온 빙수 셋 중에선 단연 독보적인 1위. 그러나 최고의 빙수라고 할 순 없다...

 

 

 

신촌 명물거리에서 기차역쪽에 가까운 대로변에 있는 '호밀밭'의 <밀크빙수>. 줄서서 기다렸다 먹는 빙수집으로 워낙 유명하다며 꼭 한번 가보자는 친구 말에 싫단 말도 못하고 따라갔다. 정말로 20분쯤 줄 서서 기다렸다 먹었는데, 대체 왜 그렇게 유명해진 건지 나로선 좀 의아했다. 혹자는 <밀탑> 빙수의 맛과 견주던데, 팥 리필해주는 거 말고 어디가 비슷하다고! 통단팥의 씹히는 맛으로 보아 여기서 직접 만든 것 같기는 했고, 콩고물 안 묻힌 찹쌀떡 얹어주는 것도 밀탑 식이긴 하다. 하지만 빙질과 맛은... 으음. (밀탑 빙수 먹어본지 오래됐긴 하다만;) 어쨌든 가격은 저렴했다. 단돈 5500원. 당연히 양이 적은 편인데, 둘이 하나 시켜놓고 팥 리필 두번이나 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더라. 으어.... 달랑 두개 나온 찹쌀떡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팥소를 처음부터 아예 따로 주는 건 마음에 들지만 우유얼음을 너무 곱게 갈아서 숟가락질 몇번 하면 금방 물이 되어버린다. 팥 없이 그냥 얼음만 먹으면 딱 <서주아이스주> 맛이라고 내가 말했더니 친구도 동의했다. ^^;

 

 

부산 광안대교 주변인가 그렇게 팥빙수 골목이 유명하다는데, 정말 싸고도 별로 안 달고 맛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워낙에도 단팥을 좋아하지 않으니, 막상 가보면 시큰둥하게 될듯...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최고의 맛으로 각인된 빙수의 추억은 두 군데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검정 모 대학 언덕배기에 있던 그랑빌 분식의 커피빙수. 수십년 전이라 그저 빙수 얼음에 가루커피와 연유를 듬뿍 얹어주는 게 전부였는데도 정말 너무너무 맛이 있었다. (내 키가 요렇게 작은 이유가 정말로 중학생 때부터 탐닉한 인스턴트 커피 때문인지 아닌지 못내 궁금타;;) 그집은 그랑빌 국수라고 해서 쫄면을 칼국수처럼 끓인 국수가 엄청 맛있고 유명했는데, 뜨끈한 그랑빌 국수를 후후불어 먹고 나서 후식으로 커피빙수를 먹으면 정말이지 세상이 내것인 듯 기분이 좋아졌었다. 졸업후에도 그 맛을 못 잊어 가봤더니 분식집이 통째로 없어졌두만...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아 글쎄 신촌 호밀밭의 커피빙수도  인스턴트 가루커피를 얹어주길래 깜짝 놀랐다. 호기심이 약간 동하긴 했으나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드는 비주얼. 그 옛날 그랑빌의 커피빙수는 가루커피에 우유랑 연유를 듬뿍 얹어주어 진짜 맛있었는데... 

 

두 번째 역시 공교롭게도 분식집에서 팔던 빙수다. 하기야 수십년 전엔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도 않았고, 빙수는 여름에 제과점에서 주로 파는 한정 상품이었다규~! 암튼 내가 반했던 두 번째 빙수는 바로 이대앞 가미분식의 수박 빙수. 가미도 여름 한철 수박빙수에 연유를 듬뿍 얹어 내주었던 것 같다. 나 설마 빙수가 아니라 연유 맛을 좋아했던 것 아니겠지? ㅋ 째뜬 가미분식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주인이 바뀐 이후로 맛이 완전히 달라져 발길을 끊은지 10년도 넘은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정말이지 시험 끝난 다음이나 여름 방학 때 큰 마음 먹고 이대앞에 나가 가미분식 찾아가는 걸 대단한 행사로 여겼었는데...

 

이제는 사라져버린데다 추억이 가미되어 더 맛있었다고 느껴지는 그런 상상의 빙수맛 말고, 진짜로 내 입맛에 꼭 맞는 빙수가 어디엔가는 있으려니 싶어서 해마다 여름이면 빙수를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 커피빙수 맛있게 하는 집 없을까, 하는 나의 로망은 이번에도 내년으로 넘겨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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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웃주민들이 록페스티벌에 다니는 걸 보며 마냥 부러워만 하다가 올해는 전격적으로 나도 가보자고 나섰다. 아 글쎄, 라디오헤드가 온다지 않는가! 처음엔 라디오헤드 오는 날 하루만 갈 작정이었다. 어차피 사흘 내리 묵으려면 일찌감치 3월쯤부터 숙소를 예약해야한다는데 나는 그런 발빠른 사람도 아니고... 오래 전 숙소확보를 마친 이웃 주민들에게 뜬금없이 나도 잠자리에 끼워달라고 무작정 떼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헌데 나에게 한음파를 향한 팬심을 심어주려 노력한 지인의 집이 지산 리조트 바로 옆(?)이고, 일요일에 한음파 공연도 잡혀 있어 팬들이 여럿 그리로 움직일 예정이라 내게도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쾌재를 부르며 나는 곧장 3일권을 끊고 7월말이 되기를 기다렸다. 한음파 팬들이야 1일권을 끊고 오겠지만 나는 뭐 간간이 다른 주민들과 만나서 놀면 되겠지(;;그러나 폭염으로 인하여 이 상상은 헛된 꿈이 되고 만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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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휴가

투덜일기 2012. 7. 31. 17:55

TV와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3박4일간 지내다 돌아와 어제는 가려움과 싸우느라(산길과 밭에서 벌레한테 팔다리를 무려 서른한군데나 뜯어먹혔다 ㅠ.ㅠ) 정신이 없었다. 한낮의 열기는 죽을 것처럼 뜨거웠어도 산밑이라 그런지 밤엔 서늘해져 큰 타월이라도 덮어야했는데, 서울은 어김없이 열대야. 어젯밤 선풍기를 계속 돌리면서도 자다깨다를 반복했더니 오늘도 대체로 멍하다. 이것은 어김없는 휴가 후유증. 휴가땐 하도 먹어대서 당연히 체중이 불어 오지만, 이번엔 하도 땀을 빼 +/- 제로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했으나 체중계에 올라보니 어김없이 무거워져 있다. ㅋㅋㅋ 주로 밤에 몰아서 먹고 마셔댔으니 당연한 건가.

 

오후 들어서야 통째로 뽑아놓았던 플러그들을 콘센트에 끼고 슬슬 일 모드에 돌입하려 했으나, 컴퓨터를 켠 이후론 계속 인터넷질만 하고 앉았다. 아무래도 저녁이나 먹고 나야 슬슬 꼬부랑 글씨들이 눈에 들어올 모양. 생각해보니 여름에 제대로 휴가를 떠난 게 제주도 이후 처음이니 몇년 만이었다. 그땐 왕비마마를 동생네 모셔다두고 가야해 괜히 찜찜했었는데 올핸 훨씬 더 팔팔해진 엄니를 혼자 집에 두고 떠나면서 하나도 걱정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위 먹을라, 찬물은 싸갔냐, 공연은 재밌냐, 노친네가 내 걱정을 더 많이 했던 듯. 이 추세라면 좀 더 긴 휴가 계획도 별 걱정없이 세울 수 있겠다 싶어 의기양양 기쁘다.

 

본격 후기를 후딱 쓸까 했는데 며칠 만이라고 자판도 낯설어 계속 오타를 내는 걸 보니,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도 적응이 필요한 것 같다. 끼니때마다 뭐 먹나 걱정해야 하는 밥순이의 삶에도 적응이 필요한 것처럼. 에구구, 젠장 여섯시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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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투덜일기 2012. 7. 13. 17:04

등잔밑은 확실히 좀 어둡다. 전국방방곡곡은 물론이고, 나고 자라 살고 있는 도시만 해도 안가본 동네를 꼽아보면 아직도 많다. 유명한 곳일수록 더 그렇다. 각자 서울서 산 세월이 40년을 넘겼지만 삼청동은 꽤 다녔어도 길 하나 위에 있는 북촌은 골목골목 제대로 구경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 가보자고 나섰다.

북촌 한옥에 대해선 책을 먼저 읽었다. 몇채 안남았다는 건 알고 갔는데도 골목이 금세 끝나 허무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도 들고 다니며 북촌 7경이니 8경이니 순례를 다니더라. 째뜬 이나마 남아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인데, 박제되어 먼지 낀 짐승을 보듯 마음이 무거웠다. 제대로 원없이 사람냄새 나는 한옥을 보려면 그러니까, 안동이나 전주 같은 델 가야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를테면 여기가 북촌 한옥마을의 '메인스트리트'다. 저 골목 끝 언덕 꼭대기에서 서울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것이 포인트라고 지도에 안내되어 있는지, 너도 나도 그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다.

올라가다 나도 슬쩍 돌아보았지만 한옥 처마 사이로 보이는 부연 하늘과 볼품없는 건물들과 남산타워는 하나도 멋지지 않던데. 뭐가 멋있다는 건지. 흠.

 

 

 

 

 

 

 

 

 

 

 

 

저런 아치형 문은 대문엔 안 쓰고 궁궐 중문에서나 본 것 같은데.. 이른바 퓨전한옥인가보다, 그랬다.

그렇지만 기와 넣어 쌓아올린 황토담과 어우러져 예쁘긴 하다. 저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나. 북촌 한옥에 사는 건 뿌듯하다 해도 노상 사람들이 와글와글 돌아다니니 참 시끄럽겠다. 오죽하면 골목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팻말이 적혀있을라고...

 

 

 

 

 

 

 

 

 

같은 집 담장은 아니지만... 왼쪽 집은 시원시원한 느낌이고 오른쪽 집은 아담하니 정겨웠다. 담장 밑에 내놓은 화분도 꽤나 부지런히 가꾼 흔적이 보인다.

 

 

 

<한옥이 돌아왔다>라는 책에서 북촌 한옥 이야기를 읽긴 했는데 어느 집이 그집인지 'OO헌'이었다는 것 말고는 통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책에서 이렇게 담장에 낸 창문 사진을 본 적은 있다. 이집이 그집일까, 잘 보이지도 않는 저 창살 틈새로 기웃기웃 안마당을 들여다보다 킥킥거리며 포기했다. 새어나온 담쟁이랑 다 예쁘다.

 

 

 

 

 

 

 

한옥 사이에 자리한 어느 양옥집 담장 너머로 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에 열매가 어찌나 다닥다닥 탐스럽게 열렸던지... 가을까지 안떨어지고 잘 버티면 좋겠다.

우리집앞 골목길 감나무는 얼마 열리지도 않은 열매가 노상 떨어져 바닥에 으깨져 있어 볼 때마다 심난했는데 튼실한 초록감을 보니 괜스레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골목을 벗어나 밥먹으러 가려다가 해무리를 봤다. 아직 저렇게 어둡진 않았는데, 한옥에 초점을 맞추면 해무리가 안보이고, 해무리를 찍자니 한옥이 그림자로만 나왔다. 가뜩이나 구도도 엉망인데 전깃줄이라도 없으면 딱 좋겠구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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