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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12.16 닐리리맘보 2
  3. 2011.11.15 합창 10

섬집아기

투덜일기 2011. 12. 22. 01:43

참 구슬픈 노래다. 어려서 정확히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는 통 모르겠다. 어쩌면 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게 아니고 TV <누가누가 잘하나>를 통해서 배운 노래일 수도 있겠다. 암튼 어려서도 커서도 <섬집아기>는 좋아하는 동요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첫 조카가 태어나고 나서 자장가로 불러주던 노래이기도 했다. 잠투정이 심할 때는 안고 서서 집안을 걸어다니며 스무 번도 넘게 무한반복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대개는 볼륨을 점점 낮추고 곡조를 느리게 바꿔가며 2절까지 한 다섯번쯤 부르면 노랫말 속 아기처럼 조카도 스스르 잠이 들었다.

4년뒤 태어난 둘째 조카도 마음 같아선 <섬집아기>를 불러 재워주고 싶었지만 준우는 태어나면서부터 워낙 기골이 장대하여(4.5kg를 넘겨 태어났다;) 안고 흔들어 재우는 걸 습관들이면 엄마아빠가 너무 힘들다고 처음부터 눕혀놓고 옆에 같이 누워 퍽퍽 두들겨(!) 자장자장 재우는 쪽이었다. <섬집아기> 자장가 시대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도 조카들에게 가끔 <섬집아기>를 불러줄 기회가 없지는 않았으나, 준우에게도 세번째로 태어난 지환이에게도 이 노래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너무 슬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엄마 없이 혼자 집에서 놀다 지쳐 잠드는 아기에게 심히 감정이입이 됐는지 지환이는 노래를 부르다 중간에 눈물을 쏟을 정도였다. 아기 혼자 집에서 놀다가 다치면 어쩌냐고, 엄마 나쁘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옛날 노래임에도 일하는 엄마들의 애환을 가사에 참 잘도 담아냈다.

원래도 슬픈 노래라 조심해야 하는데, 아까 낮에 이웃 블로그에 올려진 <섬집아기> 오케스트라 연주 동영상을 보다가 질질 울고 말았다. 병들어 가끔씩 정신을 놓치는 부모에게 바치는 자식과 손녀들의 선물이라는 사연을 미리 듣기도 했지만, 자장가로 <섬집아기>를 불러 재우던 조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이제는 어른들과 눈도 잘 맞추려 하지 않는 뾰족한 폭풍 사춘기를 보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연말이랍시고 마음은 바쁜데 날씨는 춥고 할 일은 많고 뜻하는 대로 되는 건 잘 없다보니 사방에 복병이고 수도꼭지는 걸핏하면 고장날 기미를 보인다. 아주 슬픈 영화나 보면서 잉여 수분을 아예 다 말려버릴까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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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리리맘보

놀잇감 2011. 12. 16. 21:19

조카들 재롱잔치에 가보면 부모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비디오카메라를 뻗쳐들고 동영상 녹화를 한다. 엄마들은 열심히 사진 찍고 아빠들은 동영상 찍고 그러는 집도 많다. 요샌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약식 동영상을 촬영하지만, 첫 조카때만 해도 요란하고 큼지막한 촬영도구를 들고 나타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처음엔 우리도 그랬는데, 무대 위에서 고집스레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조카를 본 뒤론 유난떨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_-;)

어르신들의 합창발표회가 평일인 탓도 있겠으나 그날 공연을 비디오 카메라로 담는 가족은 한 집밖에 보지 못했다. 반면에 찬조출연을 했던 숙명유치원 아이들이 등장하자 아이들 부모들이 갑자기 나타나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댔다. 장담컨대 그렇게 찍은 아이들 동영상 비디오나 CD를 다시 틀어보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디카로 찍은 사진은 컴퓨터에 저장만 해놓을 뿐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같다. 어쨌거나 그래도 부모들은 대견스럽고 장해서 아이들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사진으로 열심히 남겨둔다.

비디오카메라를 떨쳐들진 않았지만 나도 디카와 아이폰으로 나름 열심히 공연을 녹화한다고 했는데... 집에서 연습까지 하고 갔음에도 동영상을 하나밖에 건지지 못했다. 화음이 가장 아름다워 앵콜까지 했던 <그대 있는 곳까지>를 열심히 디카로 찍었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녹화된 건 내 무릎이더군. ㅠ.ㅠ 그나마도 <닐리리맘보>는 뒷부분만 아이폰으로 찍어 짧기 그지없고 화질도 별로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함께 부른다기에 왜 하필 안어울리게(?) <닐리리맘보>일까 의아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아이들이 어르신들의 노래를 소개하는 듯한 도입부도 색다르고 구성이 아주 재미있었다. 짧긴 해도 엄마는 현장음이 든 동영상을 보여드리니 뿌듯해하시는 눈치다.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귀여워 나도 뿌듯하다. 구경 못간 동생들 보라고 유튜브에 올려 링크했다. 합창단에서도 촬영하던데 나중에 CD라도 구워서 주려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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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투덜일기 2011. 11. 15. 03:03

학창시절 해마다 열리는 합창대회가 난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거의 한달도 넘게 방과후에 꼬박 남아 연습하는 게 무엇보다도 제일 싫고, 악보도 잘 못보는 까막눈으로 자칫하면 새로운 노래를 두곡이나(지정곡 하나, 자유곡 하나) 배워야하는 것도 싫고, 합창대회 직전 무대 뒤에서 닭비린내 나는 날달걀을 깨먹어야 하는 것도 싫었다(반장이 달걀 두판 사가지고 와서는 목소리 잘 나오게 무조건 먹으라고 무식하게 강요했었다. 지금에야 말하지만 달걀 껍질에 살모넬라 균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수년간 매해 날달걀 입대고 억지로 먹고도 다들 멀쩡한 게 참 신기하다. 우웩~).
 
투덜투덜 못마땅해하는 내가 속했던 때문인지 중고등학교 6년 내리 내가 속한 반은 합창대회에서 상을 타본 적이 없었다. 지휘자랑 반주자는 꽤나 유명하고 훌륭한 애들이었는데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 나랑 3년 내리 같은 반이었던 지휘자는 조회 때마다 단상에 올라 애국가랑 교가 지휘도 하고 성악전공도 하는 실력자였는데도 우리반 60명으로는 합창대회 수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악보치이긴 해도 음치박치는 아닌지라 내가 턱 들어봐도 합창 잘하는 반은 확실히 소리가 틀렸다. 화음의 균형이 잡히고 소리도 웅장하달까. 합창대회때 강당에 앉아있어보면 대강 어느 반이 상을 타겠구나 짐작이 가능했다.   

대학때도 잠깐 합창반 동아리에 억지로 끌려다닌 적이 있었는데, 둘째주였나 무려 독일어 가곡을 막 가르치려들어서 얼른 도망쳤다. 고딩때 합창대회 지정곡으로 <들장미>를 독일어로 외워 불러야했던 해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겠나. -_-; 나는 아무래도 협동심이 좀 떨어지는 부류였던 것 같다. 매스게임도 그렇고 단체로 뭘 좀 하라 그러면 왜 그리도 싫던지! (하기야 단체로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마는, 그래도 합창대회며 응원대회 같은데서 상타는 반은 꼭 있기 마련;;) 내가 합창을 싫어했기 때문인지, 드물게 합창공연을 보아도 별 감동은 없었다. 그저 연습하기 힘들었겠구나 생각했던가? 그래도 전문합창단 공연은 대개 악보를 보면서 하니까 별로 안 어려울 것도 같았다. 

교생실습을 나가서도 애들 합창대회 준비를 도와봤지만 어휴, 할 게 못됐다. 피아노를 좀 배운 전적이 있든지 해서 악보 보고 대강이나마 음을 잡을 줄 아는 아이들은 반에 절반밖에 안 됐던 거 같다. 한소절 두소절씩 파트별로 노래를 기껏 가르쳐 돌려보냈다가 다음날 연습시켜 보면 다시 원점이고 엉망이었다. ㅋㅋ 하기야 뭐 나도 학생땐 그랬으니까. 다만 교생 입장일 땐 내가 아는 노래여서(6년이나 합창대회를 겪어봤더니 곡이 빤하더군) 참견이 가능했을 뿐. 물론 내가 교생때 맡았던 반도 역시나 합창대회에서 상을 타지 못했다. 나의 징크스였을까? ㅋ

하여간에 억지로 합창대회 준비를 할 때는 그렇게도 싫더니만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과 일반인이 모여 합창단을 꾸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꽤 재미있게 보았다. 우는 사람 보면 덩달아 우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그와 별도로,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한 개개인이 모여 함께 노력해 얻은 성취감이 주는 눈물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대중매체의 힘과 유행 탓도 있겠으나, 암튼 그 프로그램 이후 전국적인 합창붐이 일었다고 들었다. 최근엔 시즌2로 실버합창단 프로그램도 방영했다.

여든이 넘어서도 고운 목소리로 합창단에 지원한 할머니를 TV로 보며 자극을 받으셨는지 울 엄마도 지난달부터 동네 문화센터인지하는데서 운영하는 노인합창단에 가입해 열공중이시다. 문제는 울 엄니가 박치라는 것. +_+ 소일거리 삼아 그냥 놀러 다니면 딱 좋겠구만 다음달에 공연이 있어 두곡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는데, 노인들이 일주일에 한번 연습으로 과연 그게 가능할지 나로선 심히 의문이다. 울엄마만 해도 수요일마다 합창연습 하고 돌아온 날은 그럭저럭 악보를 보며 노래를 하시는데, 바로 다음날만 되도 전혀 다른 가락이 흘러나온다. 듣고 있자면 웃겨서 미치겠다! 완전 민폐일 것 같아 걱정했더니, 같이 다니는 이웃 한분은 아예 콩나물대가리 구분도 못하신다고 자기는 우등생축에 든단다. +_+

요즘 엄마가 매일 악보를 보며 열공중인 노래는 <그대 있는 곳까지>(나는 <에레스뚜>로 배웠던 노래). 다행히 내가 아는 노래라서 2주째 매일 개인교습(?)을 시켜드리고 있는데, 음은 이제 얼추 다 잡아드렸으나 아직도 박자가 대단히 어설프다. '...그대목소리~ 아~모두...' 부분이 전혀 안된다. 이후 반복되는 '... 있을까~ 아~ 바람아..' 부분도 마찬가지. ㅠ.ㅠ 하도 매일 이 노래를 불렀더니 나도 모르게 아무때나 흥얼흥얼 아주 입에 붙어버렸다. 물론 왕비마마께서는 TV보다 말고도 척 악보를 펼치고 연습을 하실 정도다. 그러고도 음정박자는 여전히 불안불안.

하지만 엄마의 합창연습을 보며 막상 당시엔 몰랐다가 한참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가치를 또 한번 깨닫는다. 학창시절엔 참 지겹고 싫기만 했었는데 왜 해마다 교내합창대회를 강행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억지로라도 여럿이서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한다는 것의 의미 외에도, 그때가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그런 합창곡들을 끝까지 외웠겠으며 날달걀 톡톡 깨먹는 법을 배웠겠나. 콩나물대가리에 서툰 내가 불안하게 외워 익힌 음정을 한달쯤 연습 후 자신있게 소리낼 수 있게 된 과정도 다 내겐 피가 되고 살이 되었겠구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엄마의 합창연습을 열심히 도울 생각이다. 영원히 함께하자던 그 맹세~♩♪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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