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아기

투덜일기 2011. 12. 22. 01:43

참 구슬픈 노래다. 어려서 정확히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는 통 모르겠다. 어쩌면 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게 아니고 TV <누가누가 잘하나>를 통해서 배운 노래일 수도 있겠다. 암튼 어려서도 커서도 <섬집아기>는 좋아하는 동요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첫 조카가 태어나고 나서 자장가로 불러주던 노래이기도 했다. 잠투정이 심할 때는 안고 서서 집안을 걸어다니며 스무 번도 넘게 무한반복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대개는 볼륨을 점점 낮추고 곡조를 느리게 바꿔가며 2절까지 한 다섯번쯤 부르면 노랫말 속 아기처럼 조카도 스스르 잠이 들었다.

4년뒤 태어난 둘째 조카도 마음 같아선 <섬집아기>를 불러 재워주고 싶었지만 준우는 태어나면서부터 워낙 기골이 장대하여(4.5kg를 넘겨 태어났다;) 안고 흔들어 재우는 걸 습관들이면 엄마아빠가 너무 힘들다고 처음부터 눕혀놓고 옆에 같이 누워 퍽퍽 두들겨(!) 자장자장 재우는 쪽이었다. <섬집아기> 자장가 시대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도 조카들에게 가끔 <섬집아기>를 불러줄 기회가 없지는 않았으나, 준우에게도 세번째로 태어난 지환이에게도 이 노래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너무 슬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엄마 없이 혼자 집에서 놀다 지쳐 잠드는 아기에게 심히 감정이입이 됐는지 지환이는 노래를 부르다 중간에 눈물을 쏟을 정도였다. 아기 혼자 집에서 놀다가 다치면 어쩌냐고, 엄마 나쁘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옛날 노래임에도 일하는 엄마들의 애환을 가사에 참 잘도 담아냈다.

원래도 슬픈 노래라 조심해야 하는데, 아까 낮에 이웃 블로그에 올려진 <섬집아기> 오케스트라 연주 동영상을 보다가 질질 울고 말았다. 병들어 가끔씩 정신을 놓치는 부모에게 바치는 자식과 손녀들의 선물이라는 사연을 미리 듣기도 했지만, 자장가로 <섬집아기>를 불러 재우던 조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이제는 어른들과 눈도 잘 맞추려 하지 않는 뾰족한 폭풍 사춘기를 보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연말이랍시고 마음은 바쁜데 날씨는 춥고 할 일은 많고 뜻하는 대로 되는 건 잘 없다보니 사방에 복병이고 수도꼭지는 걸핏하면 고장날 기미를 보인다. 아주 슬픈 영화나 보면서 잉여 수분을 아예 다 말려버릴까보닷.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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