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이런사람'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02.10 신발장을 열다 18
  2. 2011.11.17 카레라이스를 먹는 두 가지 방법 9
  3. 2011.10.14 어떤 결혼식 12
  4. 2011.08.18 까탈의 궁극? 15
  5. 2011.06.15 승복 퍼레이드 19
  6. 2010.08.12 조카들 선물 14

신발장을 열다

놀잇감 2012. 2. 10. 00:45

이웃들의 운동화와 신발장 구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사진 찍어 포스팅할까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려니 매우 귀찮았다. 헌데 마침 어제 조카한테 물려받은 운동화 두 켤레를 거실바닥에 널어놓고(올케가 손수 빤 운동화를 젖은 채로 싸주었다;;) 오갈 때마다 쳐다보고 있으려니 귀찮음을 극복할만한 호기심이 마구 동했다. 현관에 종종 신발을 네다섯 켤레 늘어놓고 살아서 엄마에게 종종 "니가 이멜다냐!"라는 핀잔을 듣는 바이지만, 정말로 나는 신발이 총 몇결레나 될까?

킥킥킥 웃음을 흘리며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부터 시작해 양쪽 신발장을 오가며 운동화와 구두상자를 열고 꺼내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신발을 그리 자주 사는 건 아닌데도 많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오래된 신발을 못 버리고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정말로 이멜다 기질이 강렬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객관적인 판단은 이웃들에게 맡기겠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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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이스를 먹는 방법이 어디 두가지 뿐이겠냐마는 대략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밥과 카레를 한꺼번에 다 비벼놓고 균일한 맛을 즐기며 먹는 방법과 카레를 끼얹은 밥을 조금씩 먹을 만큼만 비벼먹는 방법이다. 원래는 빙수를 먹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제목을 정하려다 너무 계절과 동떨어진 것 같아서 참았다. 사실은 빙수 먹는 방법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카레라이스야 혼자 먹지만 빙수는 대개 둘이 같이 먹으니 먹는 방법이 다르면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올여름 빙수값이 거의 만원에 육박한 걸 보며 미쳤구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대개 둘이 나눠먹으니 다른 음료값과 비교하면 그럴만도 하다고 애써 이해하는 태도를 취했었다. 한 그릇 놓고 퍼먹으려면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아예 먹을 엄두도 낼 수 없는 빙수야말로 같이 먹는 사람의 취향이 중요하다.

나는 카레라이스도 그렇고 빙수도 그렇고 처음부터 섞어먹는 걸 싫어한다. 카레라이스 뿐만 아니라 각종 덮밥은 한꺼번에 비벼놓으면 어쩐지 개밥스러운 것이 먹을 확 맛이 사라지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비벼파'의 주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짜장면과 비빔밥을 처음부터 다 비벼야 양념맛이 고르게 배듯 덮밥류도 처음부터 죄다 골고루 비벼놓아야 시종일관 일정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나도 인정한다. 짜장면과 비빔밥은 나도 처음부터 열심히 비벼서 먹는다. 짜장면은 그냥 두면 면이 불어 떡처럼 엉기니 어쩔 수 없이 비벼야하는 것이고, 비빔밥은 이름부터 비비는 행위가 근본임을 밝혀둔 음식인데다 가닥가닥 엉킨 나물과 고추장 양념은 한 숟가락에 따로따로 골라 담기가 어려운 재료다. 하지만 나머지 덥밥은 이미 다른 양념이 다 섞여 있으니 밥에 얹어서 입안에 넣고 음미하면서 얼마든지 씹어서 섞을 수 있다. 오히려 다 비벼놓으면 나중엔 양념수분이 밥알에 다 배어들어 대단히 뻑뻑하고 맛없어 보이는 단계로 변한다. 더욱이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 카레는 어찌나 짠지 처음부터 대뜸 비볐다간 못먹기 십상이다. 혹 양념이 모자라 나중에 맨밥을 먹는 한이 있어도 나는야 '조금씩 비벼파'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빙수는 각종 과일과 연유 단팥, 아이스크림을 죄다 섞어 곤죽을 만들어놓으면 내눈엔 순식간에 시궁창(!)으로 변한 것만 같다. ㅠ.ㅠ 그냥 한쪽 구석에서 야금야금 조금씩 뒤섞어 파먹으면 끝까지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거늘... 해서 취향이 다른 친구와 빙수를 같이 먹게 되면 처음에 몇번 숟가락질을 하다 이내 숟가락을 놓고 만다. 서로 배려하느라 절반씩 남기거나 섞는 노력을 기울여도 어쨌거나 얼음은 녹기 마련이니까. 지난 여름 몇번 팥빙수를 시도했다가 번번이 취향차로 속상한 일을 겪고는 2인용이라며 마구 가격을 올려버린 제과및 음료업체를 원망했다. 옛날처럼 작은 그릇에 1인분씩 저렴하게 팔면 좀 좋으냐고! 
 
실은 오늘 카레라이스를 해먹었는데 '처음부터 비벼파'이신 엄마와 '조금씩 비벼파'인 나는 서로의 카레라이스 먹는 방법을 매번 못마땅해한다. 엄마는 내가 카레라이스를 깨작거리며 먹는다고 생각하고, 나는 엄마가 비벼놓은 카레라이스가 영 맛없어보인다고 여긴다. 수십년 넘은 습관이니 그러려니 할만도 하건만, 못마땅한 건 못마땅한 거다. ^^; 가끔 밖에 나가 중식집에서 요리 하나에 잡채밥이라도 시켜 같이 먹게 되면 엄마가 얼른 다 뒤적여놓기 전에 잡채밥 접시에 금이라도 긋고 싶어진다! ㅋ 조금 전 식탁에서도 카레를 따로 그릇에 담아 놓았더니 엄마가 설거지 거리만 많아지게 뭐하러 그랬냐고 잔소리를 했다(아 설거지는 내가 하는구만!). 결국 나는 보기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까칠한 외모지상주의자로 또 한번 결론이 났고, 엄마는 겉모양보다 맛이 더 중요한, 무던한 실용주의자였다. 하이얀 얼음과 과일, 연유의 모양새를 최대한 지켜가며 빙수를 먹으려드는 내 모습을 보면(아무리 노력해도 곤죽이 되는 순간은 있다! 다만 비비지 않으면 완전 회색물로 변하지는 않는다;; -_-;) 웃길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나. 취향이 이렇게 고정되어 버린 것을. 그래도 내 주변엔 나처럼 까칠한 사람 많을 거라고 항변하는 의미로 끼적여봤다. 저 말고도 카레라이스랑 빙수 안 비벼서 드시는 분 많죠? 그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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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혼식

투덜일기 2011. 10. 14. 23:47

지난주 다녀온 친구 결혼식 때문에 뭔가 끄적이고 싶긴 한데 스스로도 뭔가 입장정리랄까 생각이 마무리되질 않아 갈팡질팡했다. 오늘은 신부가 보낸 의례적인 답례 문자도 받았으면서 뭐가 이리도 불만인가. 그 이유가 정확하게 뭔지, 어쩌면 알것 같은데 편협한 자신에게 실망스러워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기다 일러바치다 보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흥미진진한 쇼 이벤트를 보러가는 양 즐겁게 시작했던 결혼식 참석의 뒷맛이 씁쓸한 사유로 추정되는 몇 가지.
1. 데미 무어처럼 심히 어린 남편감을 짠~하고 선보일 것이라 늘 기대했던 친구의 배우자가 오십대 중반의 법조인이다.
2. 친구가 내게 "미안하다. 시집 나 먼저 간다!"라고 말했다. (-_-; 뭐가 미안한데?)
3. 가을밤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장의 둥근 테이블엔 뜻밖의 팻말이 많았으나 정작 '신부 친구'가 앉을 자리는 표시되지 않아 우릴 방황하게 만들었다.

근래 참석한 식장중 단연 아름다웠다


4. 신부 친구로서 축사를 한 두 사람이 다 외국인이었다. (추워죽겠는데 영어 축사를 어찌나 길게 하던지!)
5. 신랑 친구로서 축사를 한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특정 정당의 정치인이었다.
6. 주례가 없는 대신 두명이나 나선 사회자 소개부터 시작하여, 결혼식 내내 '모대학 법대'라는 말을 최소 30번쯤 들었다.
7. 축가로는 신랑이 직접 My way를 열창했다.
8. 이 친구의 결혼으로 인하여 마치 금지된 봉인이 풀리기라도 한 듯, 최근 10년간은 감히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결혼독촉(너도 늦지 않았어! 넌 언제 할래? 등등)을 지인들이 내게 서슴없이들 해댔다. 푸하하하. .ㅜ.,ㅡ
9. 아무리 봐도 내가 심히 소인배다.

역시 써내려가며 결론이 났다. 답은 9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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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의 궁극?

투덜일기 2011. 8. 18. 02:47

나이와 상관이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예민함이 점점 극에 달해 옷에 달린 라벨을 못견디는 인간이 되었다고 잘 다니는 동호회 게시판에 고백을 했다. 예전엔 가끔 여름 티셔츠 중에 목덜미를 간질이는 것들만 선별해 라벨을 떼고 입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살갗에 닿는 위치에 달린 라벨이 두툼한 새틴을 접어 붙인(옷이 고급일수록 라벨도 고급화되어 금은실로 글씨를 새겨넣거나 말끔히 접어 다림질까지 한 두툼한 라벨이 달리기 마련;) 경우나 봉제에 쓰인 실이 뻣뻣한 경우 예외없이 떼어내야만 마음 편히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옷 안쪽 옆솔기에 달린 케어라벨(섬유 혼용율과 세탁방법이 적혀있으며 가끔은 여벌 단추까지 매달려있기도 하다)도 영 거슬려서 잘라내고야 마는 사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갓난아기들의 내의엔 상표와 솔기가 바깥쪽에 달려 있는 게 많은데, 내 피부의 연약함이 갓난아기에 필적할 리는 없고 그저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이 극에 달했다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다고.

그랬더니 용기를 북돋아주는(?) 댓글 가운데 누군가는 양말도 뒤집어 신고 다닌다며 피부 민감성은 얼마든지 개인차가 있으니 개의치 말라는 의견이 있었다. 자기만 편하면 됐지 양말 봉제선을 굳이 안쪽으로 감추고 발등에 걸리적거리는 걸 참을 이유가 없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처음엔 그럼 속옷도 뒤집어 입고 다닐 테냐고 비웃었는데, 막상 따라해보니 엄청 편하다나. 이후 그도 계속 양말을 뒤집어 신고 있단다. 오옷 이것이야말로 발상의 전환! 여름들어 몇달째 맨발족이라 최근엔 양말을 신어본 기억이 없으나, 나도 운동화를 신을 땐 양말 솔기 때문에 발등이 불편한 걸 느낀 적이 많다. 양말 안쪽의 솔기 마무리를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스포츠양말처럼 두툼한 면양말은 안쪽으로 꿰맨 솔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양말을 뒤집어 신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앞으로 양말 신고 다니는 계절이 오면 나도 시도해볼 작정이다.

사실 라벨은 오려내고 잘라낸 다음 편히 입을 수나 있지 최근엔 속옷의 솔기도 영 거슬려 괴로워하던 참이었다. 아무리 비싼 속옷도 왜 솔기가 아예 없는 팬티는 못 만드는 건지?! (설마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건 아니겠지?) 요즘처럼 까탈의 궁극을 떨다간 조만간 속옷도 뒤집어입고 살게 생겼다고 한탄했었는데, 어찌 보면 이게 한탄할 일이 아니라 익숙한 습관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입기의 결과로 내가 바보같이 불편을 참아왔다는 의미라는 걸 새삼 느낀다. 속옷을 뒤집어 입으려면 일단 모든 팬티를 면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난점과 함께 밀착되는 얇은 겉옷의 경우 솔기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지금 퍼뜩 떠오르기는 한다. 하지만 그럼 또 어때? 누가 나만 보는 것도 아니고... -_-; 이참에 사회 곳곳에서 남몰래 괴로워하고 있던 수많은 까탈족을 위하여 당당하게 양말 뒤집어 신기와 속옷 뒤집어 입기 운동을 널리 퍼뜨려볼까나.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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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복 퍼레이드

놀잇감 2011. 6. 15. 15:20

이른바 '마린룩'이라고 하여 봄과 여름이면 거의 해마다 유행하는 듯한 줄무늬 옷에 마음이 약해진다는 벨로의 포스팅을 보고 곧장 공감했다. 나는 무늬보다 색깔에 집착하는 편인데 마음에 들어서 사고 보면 회색인 경우가 어찌나 많은지. 대체로 무채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흰색, 검정색, 회색의 범주에 속하는 옷들이 가장 많으나 그 가운데도 회색이 워낙 많아서 왜 만날 스님 옷 같이, 똑같은 옷을 사오느냐고 엄마에게 종종 타박을 듣는다. 반면에 벨로가 좋아하는 미색/남색 가로줄무늬 옷은 남들이 입은 거 보며 좋아라하면서도 선뜻 사게 되진 않는다. 가로줄무늬를 입으면 '키가 작아보인다'거나 자칫 잘못하면 '죄수복'처럼 보인다는 속설에 너무 깊이 세뇌당한 탓일까? ^^; 그렇다고 그런 옷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암튼 일하긴 싫고 책도 눈에 안들어오고 TV도 별 볼일 없기에 나도 승복 퍼레이드로 트랙백하려고 옷장을 열었다. 회색 옷이 제일 많은 건 사실이나 먹물 들인 스님옷과 가장 유사한 '그레이 헤더' 옷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질 않은 느낌이라 진하고 흐린 회색옷을 몽땅 찍으려니 또 막 귀찮고... 암튼 그래서 그냥 손에 집히는 대로 골라 모았으니 큰 기대는 하시지 마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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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 선물

놀잇감 2010. 8. 12. 16:09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가족 중 누군가 생일이 되면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고 다들 미리 묻는다. 엉뚱한 선물을 받고 난감해지기 싫은 실용주의 노선 때문이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포장을 푸는 설렘도 크지만, 취향을 '딱' 알아맞히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딱히 받고 싶거나 사주고 싶은 선물이 생각나지 않으면 성의 없는 '현금'이 오가기 일쑤이고 조금 발전했댔자 상품권이다.

민망한 말이지만 생일 때 선물목록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는 '몹쓸' 전통을 집안에도 끌어들인 건 나였다. 인간관계가 '너무' 방만해서 생일파티를 열번쯤 하느라 7월이 지나고 나면 체력과 지갑이 모두 고갈날 때 시작됐던 '습관'이다. 친구들이 생각해내는 선물이란 게 거의 비슷비슷해서, 립스틱, 향수 같은 건 마구 겹치기도 했고 장마철이 생일이다 보니 우산도 둘씩 받는 해가 속출했다. 해서 나는 뻔뻔하게 미리 위시리스트를 공개하고, 하나씩 골라 선물하도록 했다. -_-; 부담 되지 않도록 그리 비싸지 않은 걸로 품목을 정하고, 좀 덩치가 큰 건 몇명이 힘을 합하도록 부추겼다. 생일을 빙자해 한 살림 장만하려는 사기꾼이 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그 짓도 젊어서 한때나 할 노릇이지, 점점 선물 생각해내는 게 귀찮아졌다. 사실 별로 갖고 싶은 물건도 없었다. 갖고 싶은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사긴 민망하고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 선물로 받으면 좋겠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이 점점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속물스러움이 강화되면서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기엔 턱도 없이 비싼 것들이었다. 미니쿠퍼, 턴테이블이 딸린 '좋은' 오디오 세트, 브롬톤...  ㅠ.ㅠ

몇년 전부터 결국 나는 생일 선물 위시리스트 만드는 걸 관뒀다. 물론 그간의 내 습관에 길들여진 친구들이나, 위시리스트의 존재를 모르고도 필요한 거 없으냐고 늘 물어왔던 지인들은 여전히 내게 뭘 사줄까 물었지만 난 대답을 회피했다. 필요한 건 다 샀고,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다고... 생일을 기념하는 것조차 민망해 피할 수 있으면 생일 즈음에 만나는 것도 사양하다보니 오히려 서로가 편해진 듯했다.

하지만 가족 파티까지 피할 수야 없는 법이므로, 조카들에게는 선물을 꼭 지정해준다. 그림이나 축하카드, 편지를 써오라고. 그래서 올해 받은 조카들 선물을 공개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었는데 잡설이 길었다. ㅋ

자기들이 그려준 그림을 내가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여긴다는 걸 알면서도 조카들은 머리가 굵어지면 어느 순간 그림선물을 하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다 이젠 나보다도 키가 커버린 조카공주는 생일선물도 '빵빵한' 걸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기분파다. 그냥 그림 한 장 그려주면 된다는 데도 용돈을 톡톡 턴다. 받고 싶은 선물 없다는데도 올해도 역시나 나를 거의 쥐어짜듯 닥달해 현물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누나에게 고무된 그 동생 녀석도 뜻밖의 선물을 들고 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 기대를 가장 충족시켜준 건 손수 그린 그림과 직접 꾸민 카드를 들고 온 녀석들이었다.


작년만 해도 그림을 그려오더니 형아인 준우는 요번엔 손수 해바라기 카드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면 이 정도 만드는 건 우스운 걸까? 내가 보기엔 손끝이 보통 여문 것 같지가 않다.
꽃잎 하나 비뚤어진 구석이 없다! +_+
하트 두 개, 준우 올림 ㅎㅎ 
이걸 내밀면서 녀석은 두달 뒤인 자기 생일에 받을 레고 시리즈를 가격까지 알려주며 상기시켰다. ㅋㅋㅋ

두 형제의 그림과 카드는 현재 냉장고에 붙어 있다. 아마 내년 생일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거다.


다음은 정민이랑 지환이 선물

뒤쪽에 있는 장우산이 정민이 선물이고
앞쪽의 화려한 팔찌가 지환이 선물이다. 지환인 더 화려한 걸 골랐는데 제 엄마와 누나가 극구 말리며 대신 추천해준 거란다. 사내녀석들은 내가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_+ 민낯을 들키면 '못생겨졌다'고 구박이나 하고...

우산은 아직 개시도 못했지만 (장우산 쓸 만큼 별로 비가 안오기도 했지만 아까워서!) 팔찌는 벌써 여러번 하고 다니며 자랑했다.

그렇다고 두 녀석이 편지를 생략한 건 아니다. ^^

조카들 염원대로 '행복하게 살으'련다.

그러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머리 굵어졌다고 폰카를 들이대면 마구 피하는 통에 갖고 있는 최근 사진이 없다.
조만간 몰아놓고 또 한방 박아서 들고 다녀야지...

바쁨을 핑계로 거의 한달만에 자랑질을 마치니 몹시 뿌듯하다. ^^v
고모로 사는것의 묘미는 역시 이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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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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