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의 궁극?

투덜일기 2011. 8. 18. 02:47

나이와 상관이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예민함이 점점 극에 달해 옷에 달린 라벨을 못견디는 인간이 되었다고 잘 다니는 동호회 게시판에 고백을 했다. 예전엔 가끔 여름 티셔츠 중에 목덜미를 간질이는 것들만 선별해 라벨을 떼고 입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살갗에 닿는 위치에 달린 라벨이 두툼한 새틴을 접어 붙인(옷이 고급일수록 라벨도 고급화되어 금은실로 글씨를 새겨넣거나 말끔히 접어 다림질까지 한 두툼한 라벨이 달리기 마련;) 경우나 봉제에 쓰인 실이 뻣뻣한 경우 예외없이 떼어내야만 마음 편히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옷 안쪽 옆솔기에 달린 케어라벨(섬유 혼용율과 세탁방법이 적혀있으며 가끔은 여벌 단추까지 매달려있기도 하다)도 영 거슬려서 잘라내고야 마는 사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갓난아기들의 내의엔 상표와 솔기가 바깥쪽에 달려 있는 게 많은데, 내 피부의 연약함이 갓난아기에 필적할 리는 없고 그저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이 극에 달했다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다고.

그랬더니 용기를 북돋아주는(?) 댓글 가운데 누군가는 양말도 뒤집어 신고 다닌다며 피부 민감성은 얼마든지 개인차가 있으니 개의치 말라는 의견이 있었다. 자기만 편하면 됐지 양말 봉제선을 굳이 안쪽으로 감추고 발등에 걸리적거리는 걸 참을 이유가 없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처음엔 그럼 속옷도 뒤집어 입고 다닐 테냐고 비웃었는데, 막상 따라해보니 엄청 편하다나. 이후 그도 계속 양말을 뒤집어 신고 있단다. 오옷 이것이야말로 발상의 전환! 여름들어 몇달째 맨발족이라 최근엔 양말을 신어본 기억이 없으나, 나도 운동화를 신을 땐 양말 솔기 때문에 발등이 불편한 걸 느낀 적이 많다. 양말 안쪽의 솔기 마무리를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스포츠양말처럼 두툼한 면양말은 안쪽으로 꿰맨 솔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양말을 뒤집어 신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앞으로 양말 신고 다니는 계절이 오면 나도 시도해볼 작정이다.

사실 라벨은 오려내고 잘라낸 다음 편히 입을 수나 있지 최근엔 속옷의 솔기도 영 거슬려 괴로워하던 참이었다. 아무리 비싼 속옷도 왜 솔기가 아예 없는 팬티는 못 만드는 건지?! (설마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건 아니겠지?) 요즘처럼 까탈의 궁극을 떨다간 조만간 속옷도 뒤집어입고 살게 생겼다고 한탄했었는데, 어찌 보면 이게 한탄할 일이 아니라 익숙한 습관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입기의 결과로 내가 바보같이 불편을 참아왔다는 의미라는 걸 새삼 느낀다. 속옷을 뒤집어 입으려면 일단 모든 팬티를 면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난점과 함께 밀착되는 얇은 겉옷의 경우 솔기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지금 퍼뜩 떠오르기는 한다. 하지만 그럼 또 어때? 누가 나만 보는 것도 아니고... -_-; 이참에 사회 곳곳에서 남몰래 괴로워하고 있던 수많은 까탈족을 위하여 당당하게 양말 뒤집어 신기와 속옷 뒤집어 입기 운동을 널리 퍼뜨려볼까나. 큭.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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