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2.21 귤과 겨울 4
  2. 2007.04.24 귤과 오렌지 13
  3. 2006.12.28 취향 문답? 3
  4. 2006.12.01 눈, 귤, 홍시 5

귤과 겨울

삶꾸러미 2008. 2. 21. 21:37

재주소년의 노래도 있지만
귤은 내게 곧 겨울을 의미한다.
찬바람이 불고 거리 과일가게와 리어카에 귤이 쌓여 있으면 겨울이 왔다는 뜻이고
또 겨우내 맛있게 먹었던 귤이 어느 순간 싱겁고 텁텁하여 맛이 없게 느껴지면 봄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맛있는 과일이란 달기만 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새콤한 맛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에 귤은 내가 몹시 좋아하는 과일이어서 겨우내 집에 귤을 떨어뜨리는 일은
거의 없다.
요즘엔 보관성 때문에 딸기도 겨울 과일이 된 터라 귤과 경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반드시 씻어 먹어야 하는 딸기와 달리 겉껍질에 농약이 묻었든 말든 맨손으로 슥슥 까 알맹이만 입에
넣을 수 있는 귤은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겐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헌데 이상하게도 며칠째 계속 먹고 있던 귤이 어제부터 어쩐지 탱탱함을 잃은 듯하더니 맛도 밍밍하고
텁텁하여 새콤달콤 싱그러운 제 맛을 잃은 것 같다.
바야흐로 봄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라 여기며 슬며시 흐뭇해졌다.
제대로 봄이 오면 또 하우스에서 재배하여 껍질이 얇고 속살이 보드라운 '조생귤'이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지겨운 겨울은 어서 가버리고 따뜻한 봄아, 맑고 싱그러운 얼굴로 빨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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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옳다고 믿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엔 늘 괴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여기면서도
뭔가 소신을 행동에 옮기긴 어려운 이기주의자로 살아가는 나날이 이어진다.

가령, FTA협상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정작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열심히 주시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가장 덜 타락한 인물이라 여겨 지지했던 대통령이 실망스러운 일들을 차례로
저지르는 걸 보며 어느샌가 덩달아 욕을 해대면서도,
이번엔 보수세력의 'FTA 음모론'을 믿고 싶었다. "최대한 협조하는 척하다가 최종 협상 테이블에서 대통령이 판을 뒤엎을 것"이라는... ㅋㅋ
그러나 그런 급진적인 시나리오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그 역시 큰형님을 깍듯하게 대접하고 모시는 이 나라 정치인이었으니까.

그가 탄핵을 당했을 땐 추위를 무릅쓰고 광화문 네거리로 달려가 촛불시위를 벌였는데
똑같은 장소에서 FTA 관련 촛불시위가 벌어질 땐 단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몇년 새 그만큼 세상일에 대한 열정이 식고 늙어버려 귀찮음이 앞선다는 핑계를 대는 건
누워서 침뱉는 격일 게다.

이번 FTA 협상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농가 피해액이 점쳐지고 있고
무역수지에 대한 우려가 연일 흘러나온다.
덩달아 한숨을 쉬면서도, 막상 우리 집 냉장고를 열어보면 민망하다.

새콤달콤한 과일을 몹시 좋아하는 나는 그간 오렌지와 체리 같은 수입 과일을 많이도 먹어치웠다.
턱없이 비싸다 여기면서도 어김없이 사다 먹으며 나도 모르게 투덜거렸었다.
"아쒸... 미국에선 3불만 주면 오렌지 한 광주리쯤 사다 먹을 수도 있고
체리도 10불어치 사면 엄청난 양인데!"라면서.

귤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귤나무를 불태우며 울부짖던 모습을 본 뒤론, 그간 수입과일에 맛을 들여 더 싸게 많이 먹고파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직은 유예기간도 있고, 국회 비준도 남아 있고(물론 알아서 기는 놈들이 결국 해치우겠지;;)
우리나라 농촌에 본격적으로 타격이 시작되는 시기는 좀 더 있어야 한다지만,
정책으론 반대한다고 욕을 해대면서 현실의 입맛으론 이기적이었던 알량한 나의 태도라니...
역시 양심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없었던 게 아닐까.

인간이란 모름지기
농약과 방부제로 범벅된 수입농산물보다는
최대 30킬로미터 이내 반경에서 생산된 제 지역의 청정농산물을 먹어야
유통문제의 구조적인 비리도 척결되고 지구를 오래 살릴 수 있다는데,
현실은 자꾸만 거꾸로 흘러간다.
어디서나 횡포를 부리는 강대제국의 오만이 밉고, 그 논리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이 꼴보기 싫다.

어차피 요새 귤은 제철이 아니지만
작년 같으면 사흘이 멀다하고 냉장고를 채웠을 오렌지 대신 엄마한테 다른 과일을 먹자고 이야기 하는 것으로 그나마 부끄러운 면피를 시도하는 중이다.
오렌지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비슷하게 생긴 금귤(내게는 여전히 낑깡인;;)을 사다주셨다.
오렌지를 먹으려면 허옇게 말라붙은 농약과 방부제를 닦아내느라 한참 씻어내고도 찜찜한데, 우리나라산이라며 농협에서 사온 금귤은 그래도 물에 몇번 헹궈내니 싱그럽고 말갛다.  

오렌지와 체리를 좀 비싸게 사먹으며 계속 투덜거려도 좋으니
귤과 금귤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과수원을 뒤로 하고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투쟁하는 일은 부디 없으면 좋겠는데... 이젠 너무 늦은 바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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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문답?

놀잇감 2006. 12. 28. 17:53
키드님이 요구하시니 또 낼름 퍼다가 실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문답인지, 키드님도 제목을 잘 모른다 하셨는데 좋아하는 것이든 취향이든 암튼 이럴 때 드러나는 이웃 블로거들의 성격이나 취향이 나도 참 재미나다 여기므로
성심껏 답해보려 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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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귤, 홍시

추억주머니 2006. 12. 1. 05:11
드디어 겨울이 오고야 말았다.
영하 날씨에야 차마 가을타령을 할 수야 없는 것.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권으로 떨어진 그저께
나는 가을의 冬死(동사)를 애도하는 의미로 아예 집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동안 冬眠(동면)했다. -.-;;
(요새는 벨로가 블로그 안하니깐 음독은 생략 ^^;;)
((생략했다가 키드님의 요청으로 급 수정했음^^;;))
그러더니 급기야 어제는 눈까지 내리더군.
나도 이젠 어쩔 수 없이
가을의 바짓가랑이를 놓아주고 찾아온 겨울을 맞아야 한다.

추워지면 좀처럼 몸을 옴쭉달싹하기 싫어하는 '여름형' 인간이지만
그래도 겨울에 내가 좋아하는 게 있긴 하다.
, 홍시, .
사실 귤과 홍시는 하우스재배와 저장법이 발달되면서 반드시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이 가장 제맛 아닌가.

중학교때였나..
이 너무 비쌀 땐 사먹을 생각도 못하다가 드디어 겨울이 되어 귤이 쏟아져 나오면
한 박스씩 집에 쟁여놓고 엄마랑 둘이 한번에 몇 개씩, 심할 때는 10개까지도 야금야금 까먹는
바람에 손바닥이 완전히 노래지는 일시황달에 걸려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물론 처음엔 일시황달이 귤 때문일 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몹시 놀랐는데,
의사가 귤을 많이 좋아하나보다면서, 겨울 지나고 귤 떨어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냥 돌려보냈더랬다.

어찌된 영문인지 요샌 거의 일년 내내 귤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같지만
재주소년의 노래 '귤'처럼
과일가게에 온통 노랗게 귤이 깔리면 드디어 찬바람이 불 거라는 예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굳이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살얼음 깨물듯 과즙 많고 시원한 귤을 먹는 묘미는
역시 겨울이라야 제격이다.

빠알갛게 익은 홍시 역시 귤과 함께 겨울에 먹어줘야할 대표적인 과일!
말랑말랑해서 주로 할머니들이 좋아하신다는 홍시는 나에게도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많다.
어려운 시절을 오래 보내신 탓인지, 우리 친할머니는 홍시를 드실 때 절대로 혼자서
한 개를 다 안 드셨다.
말년엔 워낙 양도 적으셨지만, 아무튼 할머닌 '우리 홍시 하나 먹을까..' 그러면서
꼭 납작한 홍시를 절반 잘라 나에게 주셨는데
과일 대장인 나는 홍시 반쪽으로 영 양이 차지 않았고,
얼른 반쪽을 다 먹고 난 뒤엔 또 홍시를 하나 반으로 갈라 일단 반쪽만 냠냠 먹어주었다.
남은 반쪽은 할머니께 권하기도 했지만, 몇분쯤 두었다간 결국 내가 낼름 먹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난 오래도록 납작한 홍시는 '꼭' 절반씩 갈라서 먹어야하는 걸로 알았고
친구집에 갔을 땐가, 홍시를 통째로 귤까듯 껍질을 얇게 벗겨 베어 먹는 걸 보고 약간은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도 뾰족한 대봉시가 아닌 납작한 홍시는 '반드시' 반으로 갈라 먹는다.

우리 외할머니도 홍시를 참 좋아하셨는데, 워낙 통이 큰 분이시라
외할머닌 가을이 되면 어디론가 사람을 보내 아예 덜 숙성된 홍시 감을 몇박스쯤 사오게 하셨다.
주로 '대봉'이라고 불리는 뾰족한 모양의 홍시였다.
억지로 숙성시킨 것보다는
항아리에 켜켜로 앉혀 익혀 겨울 내내 먹으면 맛이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곤 내가 놀러가면 사랑방에 있는 항아리에서 잘 익은 놈으로 골라주시거나
나중에 거동이 불편하실 땐 이모나 나에게 맛있게 생긴 놈으로 골라오라 하셨다.
사먹는 홍시도 맛있지만.. 그렇게 외할머니가 항아리에 담아 익혀주신 홍시는 완전히 꿀맛이었고, 워낙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요샌 대봉시를 얼렸다가 여름에 무슨 대단한 별미나 되는 것처럼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팔기도 하지만, 겨울 사랑방에서 살짝 얼듯말듯 차가워진 우리 외할머니표 대봉시만큼 맛있는 감은 두번 다시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할머니 닮아서 홍시를 몹시 좋아하는 울 엄마 역시
얼마 전부터 큼지막한 대봉시를 잔뜩 사놓고는 뒷베란다에 내놓고 이리저리 매만지다
잘 익은 놈으로 하나씩 골라 드시면서 몹시 뿌듯해하고 있다.
당뇨 때문에 달디단 홍시는 좀 걱정이 돼 내가 만날 눈을 흘기는데도, 전혀 소용이 없다.
ㅎㅎㅎ
그래도 홍시 안 먹고 운동 안하는 것보다는, 홍시 먹고 내 등쌀에 못 이겨 엄마가 운동 나가시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
물론 어젠 첫눈 온다고 사방에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 때문에 나도 밖을 내다보긴 했지만
그리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모름지기 눈이란 더러운 세상을 뽀얗게 뒤덮어주어야 제맛이 아니겠나.
함박눈으로 펑펑 쏟아지긴 했어도, 땅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걸 보니 아쉽기만 하더군.
게다가 예전처럼 용감하게 맞고 돌아다닐 수도 없을 만큼 눈도 공해에 찌들어
우산으로 막아야하는 눈... 확실히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럼에도 눈이 내리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설레고 푸근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마음보다는 녹은 눈 때문에 질척거리는 길에 대한 짜증과
눈이 얼어 빙판길이라도 되면 우리 동네 언덕 내려갈 걱정이 더 커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눈이 펑펑 내려 많이 쌓이면 뛰쳐나가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고픈 충동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년전 때아니게 3월에 내린 폭설로 내가 만든 눈사람 사진이나
퍼와야겠다. (정민이가 인어공주 눈사람이라고 불렀던 사진 ^^;;)

그러면서 이왕 와버린 겨울, 까짓것.. 하면서 보낼 수 있기를 빌어야지.
까짓것.. 석달만 참으면 봄이 오겠지 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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