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과 겨울

삶꾸러미 2008. 2. 21. 21:37

재주소년의 노래도 있지만
귤은 내게 곧 겨울을 의미한다.
찬바람이 불고 거리 과일가게와 리어카에 귤이 쌓여 있으면 겨울이 왔다는 뜻이고
또 겨우내 맛있게 먹었던 귤이 어느 순간 싱겁고 텁텁하여 맛이 없게 느껴지면 봄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맛있는 과일이란 달기만 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새콤한 맛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에 귤은 내가 몹시 좋아하는 과일이어서 겨우내 집에 귤을 떨어뜨리는 일은
거의 없다.
요즘엔 보관성 때문에 딸기도 겨울 과일이 된 터라 귤과 경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반드시 씻어 먹어야 하는 딸기와 달리 겉껍질에 농약이 묻었든 말든 맨손으로 슥슥 까 알맹이만 입에
넣을 수 있는 귤은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겐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헌데 이상하게도 며칠째 계속 먹고 있던 귤이 어제부터 어쩐지 탱탱함을 잃은 듯하더니 맛도 밍밍하고
텁텁하여 새콤달콤 싱그러운 제 맛을 잃은 것 같다.
바야흐로 봄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라 여기며 슬며시 흐뭇해졌다.
제대로 봄이 오면 또 하우스에서 재배하여 껍질이 얇고 속살이 보드라운 '조생귤'이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지겨운 겨울은 어서 가버리고 따뜻한 봄아, 맑고 싱그러운 얼굴로 빨리 오너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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