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22.06.23 설이, 점이, 묵이 2
  2. 2022.06.06 상전? - 6월5일로 6주차 4
  3. 2022.05.30 4마리였다! 5
  4. 2022.05.28 연이네 식구 근황 3
  5. 2021.12.26 연이 홀로 2
  6. 2021.10.31 펄쩍펄쩍 6
  7. 2021.09.11 진전 3
  8. 2012.12.27 산타는 있는가 8
  9. 2011.12.16 닐리리맘보 2

연이네 아깽이들 이름을 드디어 정했다. 실은 봄여름가을겨울도 가장 마지막까지 물망에 올랐다. 봄과 함께 떠나버린 줄무늬 아깽이를 봄이라고 하고, 남은 세 아이들을 여름, 가을, 겨울로 부를까 싶었던 것. 그러나 그렇게 애들 이름을 정하면 부를 때마다 언제나 봄이와 함께 연상될테고, 계절 지날 때마다 어쩐지 불안할 것 같았다. 또한 연이, 진이가 외자 이름이어서 두자 이름 부르는 거 은근 귀찮게 느껴졌다. 외자 이름 단촐하고 경제적(?)이고 부르기 편하고 좋다! 게다가 임시로 불렀던 하양이=설(雪), 점박이=점(點), 까망이=묵(墨). 이렇게 부르면 직관적으로 딱딱 연결되고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다.  

왼쪽부터 묵이, 점이, 설이

고양이는 숫자를 세지 못하기 때문에 연이가 아깽이 한 마리 없어진 거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친구 말을 들으니 뭔가 좀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연이도 아직 두살 애기인데 아깽이 세마리 돌보기도 너무 고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깽이들이 점점 자라고 몸도 커져서 연이한테 매달려 다퉈가며 젖먹는 걸 보면 좀 안쓰럽다. 30도 넘는 날씨에 젖먹이들 엉겨붙어 있으면 얼마나 더 더울까.

좌: 6월9일 연이와 묵이, 우: 6월22일 위부터 설이, 묵이, 점이 

아깽이 네 마리중 가장 막내라고 여겼던 설이는 어느덧 가장 움직임이 활발하고 덩치도 우람해져, 형제들에게 장난을 제일 먼저 거는 편이다. 묵이도 설이 못지 않게 장난꾸러기라서 걸핏하면 겨울집과 바깥 박스 사이 틈새로 들어갔다가 못나오고 울어 연이가 구출해내야 한다. 현재 체구도 가장 작고 얌전한 녀석은 점이다. 눈꼽도 제일 많이 낀 모습이라 걱정했는데 셋이 우당탕탕 뛰놀거나 레슬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또 안심이 된다.  

위 오른쪽 사진에 놓인 동그란 스크래처는 비 맞지 말라고 처마 안쪽으로 놓아두면 녀석들이 계속 밀어내서 늘 지붕 끄트머리에 가 있기 일쑤였다. 떨어질까 조마조마해서 잠자리채로 안으로 당겨놓으면 언제나 또 그 자리... 알루미늄 호일 뭉치는 그냥 작은 것 하나만 스크래처 안에 담아 두번째 집안에 넣어두었는데 어느 날 보니 제일 큰 뭉치가 스크래처 안에 들어 있었다. 공굴리기 하듯 갖고 놀다가 영차 안에 던져 넣은 걸까? 귀여워라. 가끔은 드르륵드르륵 요란한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돌멩이를 굴리며 놀고 있다! ㅋㅋ 놀이동산 꾸미듯이 친구가 보내준 장난감들을 놓아주었으나 거의 외면하고 구경만 하는 것 같다. 길냥이들은 자연과 노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지붕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멈춰 있던 스크래처는 결국 어젠 마당으로 떨어뜨렸더라. 얼른 주워다가 다시 집앞에 놓아주었다. 위 사진은 6월 19일에 찍은 점이와 묵이. 묵이 눈과 표정이 가장 초롱초롱 건강해보이고, 점이가 가장 비실비실 아파보였다. 연이한테 내가 혀를 날름날름 시범을 보이며 아깽이들 그루밍 좀 더 해주라고 잔소리를 꽤나 했는데 그게 먹힌 걸까.. 그래도 눈상태가 차츰 나아가는 모습이다. ㅠ.ㅠ 

고양이 애호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어떻게든 아깽이들을 잡아 병원에 데려갈 것인가 고민도 오래 했었는데, 일단 접근도 쉽질 않고 벽틈으로 숨어버리는 아이들을 잡을 방법도 막막한 가운데 연이가 그래도 엄마 노릇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겁쟁이 준집사는 그냥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병원에 데려가거나 사진으로 눈약을 처방받더라도 약을 자주 넣어줘야한다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ㅠ.ㅠ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도 없어서 아깽이들 눈에 좋다는 영양제와 유산균 영양제를 구매했다. 유산균은 나도 아직 안 먹어봤는데 ㅋㅋ 암튼 면역력이 높아지면 연이도 아깽이들도 더 건강해지겠지 싶어서 처음엔 물에 타서 줘보다가, 무색무취라더니 물 색깔이 약간 변해서 애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그 뒤론 그냥 사료와 츄르에 섞어준다. 아깽이들의 섭취량까지 미세하게 적용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연이 젖을 통해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

 

좌: 6월 16일 낮잠 가족 줌으로 도촬. 우: 어제 마당에서 주워온 스크래처에 들어가 노는 설이.

어제만 해도 날이 더워서 그간 한낮엔 주로 늘어져서 낮잠을 자다가 아침 일찍과 저녁무렵에 시끄럽게 뛰놀곤 했는데,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니 또 걱정이다. 억수로 쏟아질 땐 처마 밑 상자 안이라도 빗물이 좀 튀길 것 같아 좀 아까 골프 우산을 살짝 씌워놓았다. 연이와 세 아깽이 모두 축축하고 눅눅한 장마철을 건강하게 무사히 잘 넘기길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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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기존 사료를 잘 안먹고 외면하는 통에 새로운 사료를 주문하고, 또 작년에 마련해준 집이 5식구 살기엔 비좁은 듯하여 새집과 스크래처를 사나르는 걸 보시더니 엄마가 나더러 “아주 상전을 모시는구나!”라고 했다. 음.. 그건 아닌데요… ㅎㅎ 저의 최고 상전님은 뭐니뭐니해도 왕비마마시지요. 설마 울 엄니 고양이까지 질투하시는 건 아닐테고.. ㅋ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파는 사료 공구로 이번에 사들인 사료는 캐츠맘이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사료통에 담아줘봤는데 잘 먹는다! 전연령 사료라서 아깽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명문을 꼼꼼히 읽어봐도 그건 또 아닌 모양이어서.. 로얄캐닌 수유모냥+아깽이용 사료도 추가로 구입했다.

두가지 사료를 한 접시에 같이 놓아줘 봤더니, ㅎㅎㅎ 연이는 역시 입맛이 고급인듯 입자가 더 곱고 비싼 로얄캐닌을 먼저 싹 다 먹고 그 담에 캐츠맘을 먹더라. 아깽이들을 위해서 더 작은 그릇에 담아 따로 놓아주어봤는데;; 누가 먹은 건지 사료가 줄어드는 게 보이다가 다음날 보니 가벼운 플라스틱 통을 엎어놓음. 예전에 내가 늦잠자면 연이랑 진이가 야옹야옹 울어대며 빨랑 밥달라고 밥그릇으로 쓰던 본죽 플라스틱통 뒤집어 탕탕 소리내던 거 생각나서 좀 웃었다. 아무래도 넘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은 냥이들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아깽이들도 당연히 물을 먹는데, 물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아 가벼워지면 앞발로 짚었다가 홀딱 엎기도 한다. 사료와 물을 담아주는 곳이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서 집게를 써야하거나 내가 의자 놓고 높은 창문틀을 넘어가야하는 관계로 좀 더 그럴듯한 밥상을 마련하는 건 아직 좀 미적거리고 있다. 집게로 집어올리기 어려운 그릇은 나도 쓰기 힘듬!
아무튼 두 종류 사료를 함께 쏟아준 뒤 수시로 엿보니 아깽이들 중에서도 이미 두어 녀석은 건사료를 아그작아그작 깨물어먹는 모습을 포착했다. 확실히 젖과 사료를 둘 다 먹는 느낌;; 명실공히 이유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연이네 집은 다이소에서 사온 이사용 박스+고보협 겨울집 이중구조인데 처마밑 모퉁이에 잘 놓아두었어도 우다다다 간간이 연이가 하늘이와 몸싸움을 벌이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불안하게 자꾸만 위치가 변하길래, 예전 김장김치 누를 때 쓰던 넓적한 돌멩이 2개를 오른쪽 안 구석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날씨 더워지면서 냥이들이 검은색 겨울집과 외부 박스 사이저 비좁은 틈새에 다 모여 자는 모습 발견! 시원한 돌멩이가 좋았던 걸까?

집이 2채다. 22년 6월 1일 투표 후 오른쪽 새집 장만해옴 ^^

아깽이들이 건물과 축대 틈새로 들어가서 자거나 쉬는 것도 알지만 비오는 날엔 아무래도 보송보송한 집안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고, 다섯 마리가 지내기엔 비좁아보여 지방선거 투표날 다이소에 가서 이사용 박스를 하나 더 사왔다. 연이뿐만 아니라 아깽이들도 저 지붕위에 올라가 노는 걸 좋아하고 그 위에서 잠도 자기 때문에 받쳐줄 스트로폼 집이 없는 새 박스는 3면의 접는 부분을 다 잘라냈다. 그래야 애들이 올라가도 쳐지지 않을 듯? 역시나 안쪽엔 위치를 잡아줄 벽돌 1장 넣어놨고 원형 스크래처도 구비했다. 연이도 아깽이들도 물결무늬 스크래처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저게 벌써 2개째임. 사진 위에 잘 보면 은박지 뭉친 것도 있는데 처음엔 호기심 생기는 듯 좀 갖고 놀더니 외면중.

아깽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노는 시간은 오전 8시 전후... 그리고 저녁 어스름이다. 싸구려 플라스틱 지붕을 뛰노는 우다다다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아깽이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거나 연이가 탁탁 쳐주는 꼬리를 잡고 놀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휘어잡거나 개미 구경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벨로가 물려받았다며 보내준 냥이들 장난감. 공을 굴리며 노는 식인데 무얼 가장 좋아할지 몰라서 우선 제일 만만한 걸 들이밀어 보았다.

호기심이 제일 많은 줄무늬 아깽이

다른 애들은 무서운지 죄다 틈새로 도망치고, 연이마저 슬그머니 비켜 달아난 가운데 요녀석만 슬금슬금 다가와 주시하더니 만지지도 못하고 엄마냥 눈치만 보다가 후퇴. 에효... 이틀인가... 며칠 동안 놓아둔 그 자리에 있더니 문득 오늘 내다봤는데 장난감이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닌가! 엥? 사진에 보이는 바닥이 아래층 베란다 지붕이고, 여기가 내가 밥과 물을 놓아주는 위치. 이곳에서 2미터쯤 벗어나야 내 방 창문 바로 아래 놓인 연이네 집인데;;; 연이가 장난감을 이 먼거리로 옮겨 내동댕이 쳤다고?!

마당에 내려가보니 뒷마당 한 구석에 장난감이 떨어져 있었다. ㅎㅎㅎ 아깽이들 뛰노는 마당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라 여긴 걸까? 암튼 뭉쳐준 은박지 3개 중에 2개도 함께 뒷마당 풀숲에 떨어져 있었다. 다른 장난감은 좋아할지? 며칠 뒤에 다시 슬그머니 다른 종류로 놓아주고 지켜봐야겠다. 어떻게 노는 건지 내가 시범을 보여줘야 애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도 싶은데 워낙 나를 무서워하니 원... (고양이 전문가 지인의 말로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호기심 있는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만져보고 스스로 터득한다고 함. 근데 그건 사회성 뛰어난 반려묘 얘기 아닐까? 연이와 아깽이들은 1년이나 밥준 나도 뜨악하게 보는 애들인데;; ㅠ.ㅠ)

하여간 아래는 오늘 찍은 귀한 사진이다. 연이랑 아깽이 지붕에서 잠자는 거 한번 찍어보겠다고 숨죽여서 소리 안나게 창문 열고 찍어봤는데 사진 열어보니 이미 눈치챈 연이가 눈을 살짝 뜬 게 보임. 예민한 녀석. 그러나 내가 얼른 물러나주었더니 그대로 눈감고 계속 오수를 즐겼다. 아깽이가 젖을 먹는데도 낮잠 자는 여유. 내가 다 뿌듯하다. 

22년 6월 6일.

집 2채를 연이와 아깽이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내다보았는데, 연이가 집밖에 홀로 앉아 양쪽 집에서 나누어 잠을 자는 아깽이들을 의젓하게 지키는 모습도 보이고, 연이가 원형 스크래처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이고, 사진처럼 지붕에서 자기도 한다. 새집은 아무래도 지붕 면적이 너무 좁은 듯? 날개를 괜히 잘랐나 싶기도 한데, 관찰용 시야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ㅋㅋ

암튼 어제로 연이의 아깽이들이 태어난지 만 6주가 지났다. 아깽이들도 사료를 먹으면서 변화가 온 것인지 막내로 추정했던 하양이는 체구가 쑥 자라면서 움직임도 활발해진 반면, 맨 마지막 사진에서 젖을 먹고 있기도 하고 장난감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줄무늬 아깽이(과거 젖먹을 때 욕심쟁이였는데)는 엄마 젖만 고수하는 건지 현재 체구가 가장 작아졌다. 눈빛도 가장 흐린 것 같아 걱정이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고 1, 2, 3, 4호 구분도 모호해져서 하양이, 점박이, 줄무늬, 까망이.. 이렇게 구분하는 중. 아 빨리 이름을 정해야하는데;; 이제껏 나온 후보작이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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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리였다!

양양연진 2022. 5. 30. 15:52

연이 출산이후 만5주째인 어제 드디어 연이네 온가족을 알현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핏얼핏 수유장면 훔쳐볼 때마다 젖먹이 새끼냥이 3마리 뿐이었는데 ㅠㅠ 연이가 그 조그만 몸으로 무려 네 마리나 낳았다니! 새삼 또 감격이고 안쓰럽다.

어제 촬영에 성공한 가족 사진 중에서 오후에 한번 더 시도했던 아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몸처럼 엉켜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연이 눈빛은 여전히 좀 경계하는 듯해서, 얼른 소리 안나게 찍고 창문을 닫았다.

22년 5월 29일 만5주차.

어제 감격하며 처음으로 찍은 가족사진은 바로 이거다. 줌으로 당겨서 사진이 조금씩 다 흐리지만 이거나마 감지덕지.

22년 5월 29일

창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에 너무 놀라서 헛.. 얼어붙었다가 얼른 눈을 찡긋찡긋 하며 나는 너희를 해칠 의도가 없다고 열심히 연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랬더니 마음이 통했는지 연이가 쓱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사진에서 보듯 다들 아빠인 하늘이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흰색바탕에 검정무늬가 있는 아가냥들이다. 연이는 갈색 무늬가 정말 예쁜데 하나도 안 닮음. 모두 고등어야!

그나마 위 사진 왼쪽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녀석이 흰바탕이 가장 많아 연이를 젤 많이 닮았다. 근데 가장 막내인듯 수유다툼에서 늘 밀려나 맨 마지막에 억지로 파고들거나 형님들 다 먹고난 뒤에 혼자 연이 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궁..

사실 어제 종일 호시탐탐 연이네 가족을 엿보고 있었다. 5주쯤 됐으면 말이지 이제 준집사에 대한 경계도 좀 누그러져야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연이야 연이야 많이 불러주고, 황태포 간식도 넉넉히 주고... 그러느라 사진도 여러장 건졌는데 총 네마리인 줄 몰랐을 때 가장 극성인 두 녀석이 엄마를 독차지하는 모습 포착. 

22년 5월 29일. 점박이 얼룩이와 물결무늬 고등어 이 두 마리가 가장 활동적인듯.
22년 5월 29일.

두마리가 젖을 먹는 저 사진을 찍자마자 연이는 기분이 나쁜지 벌떡 일어나 몸을 피했는데, 연이가 일어나자 점박이 얼룩이는 벽틈으로 몸을 숨겼던 반면 물결무늬 고등어는 끝까지 엄마 젖을 놓지 않고 매달렸다가 집안으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갔다. 덩치도 제일 큰 것 같음.

22년 5월 29일

얼결에 난사하며 대충 건진 사진이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해놓아야 나중에 찾아보며 구분하기 쉬울 것 같아서 모두 저장해놓으련다. 위 왼쪽 사진에서 드러누워 얼굴만 보이는 아가냥이 가장 하얀색바탕이 많은 막내(추정) 꼬물이다.몸집도 가장 작고 걸음걸이도 가장 위태위태. 위 오른쪽 사진 가운데 보이는 아이가 아마도 내가 처음 독사진 찍은 1호가 아닐까? 등부분이 거의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음. 아직 얼굴 구분도 못하겠고 네 마리나 되니 헷갈려 죽겠다! ㅎㅎ

4마리를 언제나 제대로 다 구분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네 마리 이름을 뭘로 짓나 고민중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매란국죽. ㅋ 그러나 넘 구리다! 연이처럼 외자 이름으로 하려니 동서남북, 청백단흑, 조율이시, 이딴 거나 생각나고 말이지... 예쁜 이름 추천 바랍니다! ㅋㅋ (그러나 이제 이 블로그엔 오는 이가 별로 없고;;) 외자로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니 봄여름가을겨울이 떠올랐다. 암튼 1호부터 4호까지 엄마냥 연이 속썩이지 말고 젖 먹으며 싸우지도 말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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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며칠 동안 어디론가 감추어 보이지 않았던 새끼냥들은 비가 오던 날을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
비오는 날 홀로 옛집 지붕에 앉아 연이가 왼쪽 축대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니만 그 밤에 다시 집이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새끼냥들을 이주 시킨 것 같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내방 창밖에서 희미하게 꼬물꼬물 우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그간 황송하게도 새끼냥들의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껏 3마리까지 발견됐다. 총 3마리를 낳은 게 맞을까?
겨울집 바로 밖에서 연이 품에 안겨 3마리가 동시에 젖을 먹고 있는 장면을 딱 한번 목격했는데 (무척 섭섭하게도) 여전히 나를 엄청 경계하는 연이는 훔쳐보는 시선을 눈치채자 마자 벌떡 일어나버렸고, 새끼냥들은 포르르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해서 도무지 새끼냥들의 사진을 찍어 자랑할 새가 없었는데...정확히 태어난지 4주차 되던 지난 일요일! 집밖으로 비틀비틀 걸어나오던 새끼냥 한마리를 포착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

왼쪽이 연이가 낳은 새끼냥. 오른쪽은 작년 이맘때 엄마냥 양양이와 진이. 이젠 둘 다 없다. ㅠ.ㅠ

 

그러고는 또 며칠이 지나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찾아왔다. 연이네 겨울집은 압착스티로폼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고 그마저도 또 내가 놓아둔 플라스틱 박스 안에 들어 있는데다 바닥엔 담요가 깔려 있다. 침입자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도록 겨울집 입구를 내방 창문쪽 벽을 향하도록 놓아두었기 때문에 바람도 잘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 새끼냥들이 넘 더운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역시나 영리한 연이는 새끼냥들을 옛날 자기가 살던 공간으로 옮겨놓았더라! 거기가 어디냐면 위 오른쪽 옛 사진에 보이는 축대와 아래층 배란다 지붕 틈새다. 작년 가을이었나 이사용 수납박스를 사다가 집을 만들어주기 이전, 양양연진 가족은 저 지붕 틈새에서 살며 비를 피하고 잠도 자다가 내가 사료를 놓아주면 슬그머니 나와서 먹곤 했었다. 물론 처음엔 나를 겁내느라 베란다 창문만 열어도 연이와 진이는 틈새로 쏙 모습을 감추었다. 그 당시에도 저 틈새는 내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주 내내 사료를 주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연이는 바로 섀시 문앞에 앉아 있다가 슬그머니 나를 노려보았고, 얼핏 담벼락 틈새로 숨어드는 새끼냥들의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설치류에 질색하는 걸 알고 창문을 못 열게 하려는 시도인지, 아니면 혹시나 나를 위한 선물(?) 같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나중에 갖고 놀 장난감인지 도무지 판단은 어렵지만 원래 살던 집 옆에 놓어준 저 스크래처 위에 메마른 생쥐 한 마리를 놓아두었다. .ㅠ그리고 또 하나. 사냥을 다니는 건지 어쩐지, 연이는 또 건사료를 통 먹지 않는 까탈스러움을 보이기 시작했다. 1년 내내 임신 중에도 잘만 먹던 프로베스트캣 초록색 사료를 어느틈엔가 잘 안먹더니 이제는 입도 안대고, 내가 만들어준 특식이나 츄르, 습식 사료만 홀라당 먹고 남기는 게 아닌가! 출산 후에 입맛이 달라졌나? 아니면 특식만 먹으면서 입이 고급이 되었나?닭가슴살이나 고기를 삶아주어도 첫날은 잘 먹고, 그 다음날 냉장고에 넣어뒀던 걸 또 주면 안 먹는 행태를 보이기는 했었다. 너무 차가운 게 싫었던 것인지도... 암튼 건사료를 통 안먹으니 습식사료 파우치를 사다가 줘봤는데, 그 중 제일 잘 먹는다고 생각했던 고등어+연어 맛을 또 며칠 전부터는 잘 안먹는다! 아이고... 있던 사료는 하늘이를 비롯한 동네냥들에게 주기로 하고 연이를 위해선 고양이보호협회에서 파는 캐츠맘 사료를 공구했다. (아직 도착 안함)아무튼... 또 한동안 연이네 겨울집은 또 다시 버려진 것처럼 보였었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날씨가 또 다시 서늘해졌다! 밤에는 10도 안팎으로, 나로서도 꽤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떨어지고, 며칠 전엔 또 소나기도 내렸다. 그러자 부지런한 연이가 후다닥 후다닥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내방 창밖에서 들려왔고, 새끼들을 다시 따뜻한 겨울집 안으로 옮기려나보다 추측했다.

다시 오늘. 아침 7시 조금 넘었을까. 밖에서 연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니, 고양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소리로 소통하지 않는다던데. 야오야옹 울음소리는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 내는 거라던데. 나를 부르나? 방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연이가 나 한번 쳐다보고 집안 한 번 쳐다보고 계속 울어댔다. 어쩌란 거니? 스크래처 위에 여전히 놓여 있는 생쥐 사체 때문에 제대로 쳐다도 못보겠구만.. .ㅠ 암튼 왜 그러냐, 연이야, 나더러 출동하라는 거냐 암만 물어봐도 답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양이 번역기 진짜 시급함. 그러더니 안되겠는지 연이가 자기네 집안에 고개를 쑥 들이밀고 안에서 새끼냥 한마리를 물고 나왔다. 설마 죽은 건가! 식겁했는데 그게 아니고 푹 잠들어 있었던 듯 새끼냥 한 마리는 연이한테 물려 이동하다가 몸부림을 치며 앙탈했다. ㅋㅋ 아하... 다들 담벼락 틈새로 이동시켜야하는데 잠꾸러니 새끼냥 한 마리가 말을 안 들으니 위험하다고 독촉하느라 울어댄 걸까. 그렇다면 나는 이쯤해서 피해줘야 할 것 같아 창문을 닫고 후퇴했다.밤에 잠을 잘 땐, 집사도 조용하고 창문도 깜깜하고 안전하다 싶으니 예전대로 겨울집을 이용하고, 낮에는 혹시라도 내가 접근해서 새끼냥들을 훔쳐갈까봐 1년전에 살던 담벼락 틈새로 새끼들을 옮겨놓는 모양이라고 짐작된다. 마침 거기는 바로 사료 놓아주는 밥자리 앞이다. 겨울집이 놓인 곳과는 거리상으로 한 2미터쯤? 연이가 정말 모성애 강한 똑똑한 엄마구나 싶다가도, 아니 1년째 밥 챙겨주고 집 장만해주고 낚싯줄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했던 나를 이토록 심하게 경계하는 건 또 너무 섭섭하고 얄밉다. 아니 어떻게, 아직도 집사를 못 믿니! ㅋ하여간 오늘 점심때 또 야옹야옹 에옹에옹 꼬물꼬물 소란이 일어서 미리부터 휴대폰을 준비해 들고 베란다 섀시문을 열었다. 희미한 소리로 미야미야 울던 건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새끼냥 한 마리였다.

아직 구분 못하겠으나 편의상 1호라고 부르자.

미야미야 울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ㅎㅎㅎ 아가야, 엄마는 어디 가고 왜 울어? 하고 물으니 틈새로 쏙 사라짐.
그럼 연이는 어디서 우는 건가 살펴보니 겨울집 쪽에서 또 다른 새끼냥을 물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아침에 물어다 옮기던 바로 그 잠꾸러기 같았다. 아니 엄마가 틈새로 옮겨놨는데 그새 또 집안으로 도망친 건가? ㅋㅋㅋ

요 녀석은 검정과 갈색무늬보다 흰털 부분이 많아서 연이를 가장 많이 닮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이는 말썽쟁이 새끼냥 녀석을 틈새로 쓱 밀어넣고는 나를 쳐다보며 에옹에옹 울어댔다. 어쩌라는 걸까. 비키라고? 가버리라고? 녜녜, 섀시문을 닫고 물러나드렸다. 사료는 얼마나 먹었나 확인하니 습식사료도 1/3만 먹은듯. 에효...
최대한 안전하게 새끼들을 지키려는 연이의 노력이 정말 가상하고 놀랍다. 가끔이라도 새끼냥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기쁜 일인데 사진에 보이는 새끼냥 1호의 눈꼽이 건강한지 어쩐지 걱정도 되고 사료를 잘 안 먹어서 홀쭉해진 연이의 건강 상태도 염려스럽다. 출산 이전까지만 해도 연이 사진을 보여주면 털도 반지르르 하고 귓속도 깨끗하고 전문가 눈에도 퍽이나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었는데 흠...
집냥이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고 길냥이로 최대한 잘 돌보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느 범위까지일지 아직도 고민이 많다. 연이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수유 끝난 뒤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옳을텐데 그럼 새끼들은? 포획은 어떻게? ㅠ.ㅠ 일단 네 식구(추정) 쑥쑥 잘 자라고 건강하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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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홀로

양양연진 2021. 12. 26. 11:44

진이는 결국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선가 새로운 터를 잡고 무사히 잘 살고 있기를 바라지만 성묘들한테 겁 없이 달려들고 싸우던 진이의 성향을 돌이켜보면 걱정이 많다. 생각할수록 나쁜 상상이 커져서 그냥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홀로 남은 연이의 혹독한 겨울나기가 걱정스러워 11월에 고보협에서 공구하는 겨울집을 구매했다. 작년 모델보다 더 튼튼하고 보온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 같다. 앞쪽 입구에도 아크릴비닐 같은 걸 붙여서 바람이 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안엔 등산용 깔개 위에 담요를 접어서 깔아주었었는데 나중에 포근한 발방석을 하나 더 넣어드림.

관찰해보니 연이가 저 비닐 밑으로 잘 드나든다
간식으로 유도했더니 별 어려움 없이 입주 성공.
아침마다 사료를 담아주며 관찰해보면 연이가 참 많이 컸다.
연이는 어떻게 이리도 미묘이신지
츄르 먼저 먹고 입맛 다시는 중
이것이 바로 고양이 세수?
폭설이 내린 날 내다보니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간에도 영하 7도가 넘어가는 날엔 핫팩을 하나씩 집안에 넣어주었었는데;; 올들어 최대한파가 예고된다니 걱정스러워서 캠핑하는 사람들이 쓴다는 방석형 핫팩을 주문했고 다행히 어제오늘 최대한파가 몰아치기 전에 당도해 어제 처음으로 핫팩이 8개 붙어 있는 방석을 집안에 깔아주었다. 확실히 뜨끈뜨끈한 느낌. 그러나 시간이 유지 시간이 14-16시간이라 애매하다. 추워도 어딘가 쏘다니는 것 같은 눈치라서 연이가 핫팩을 가장 잘 이용할 시간대가 언제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지금으로선 그냥 가장 추운 시간에 맞춰서 주는 수밖에. 올 겨울 추위를 연이가 홀로 잘 견뎌야할 터인데;; 걱정이다. 사료 줄 때 이젠 코앞에서 기다리며 독촉하는 정도는 되었지만 한번 만져볼라고 손이라도 뻗을라치면 후다닥 축대 너머로 아예 달아나 버린다. 핫팩 깔아줄 때도 멀찍이 도망침. ㅋㅋ 겁쟁이...

근데 길냥이는 어차피 인간을 계속 무서워하는 게 옳으므로 적당히 사료 셔틀로서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맞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혹한이 올지 모르겠으나 부디 삼한사온이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누구한테?) 바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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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펄쩍

양양연진 2021. 10. 31. 03:20

우리 집은 2층이고 연이와 진이가 살고 있는 곳은 아래층 뒷베란다의 지붕이다. 매일 아침 내방 창문을 열고 연진이의 새집이 무사한지 또는 밤새 애들이 별일 없었는지 내다보고는 다시 뒷베란다로 이동해 사료와 물을 내려준다. 창턱이  높아서 사료통을 내려주고 올리고 할 때 집게 사용은 필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충 그림을 그려보면 이런 식이다. ㅋ 근데 아침에 베란다에서 바스락바스락 사료 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연진이는 이미 밥 달라고 마구 울어대고 있거나 슬며시 집에서 나와 기다릴 때도 있는데, 요샌 아예 급한 성미를 보이려는 건지 묘기를 보이려는 건지, 아니면 집 내부가 궁금한 건지 연이와 진이가 종종 방충문에 매달리기도 한다.

처음엔 고개를 들다가 어찌나 놀랐는지 옴마야.. 뒤로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는데; 이젠 벌써 도약을 준비하는 애들의 발소리로 짐작이 된다. 요 녀석들 또 뛰어올라와서 들여다보겠구나 싶어지는 것.

펄쩍 뛰어 창문에 매달리는 연진이와 마냥이와 준집사

사료와 츄르를 담은 밥통을 집게로 집어 내려주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타난 성묘 마냥이(새끼 3마리의 엄마임이 드러나 이 녀석 가족도 사료를 던져주고 있다.)가 축대 위 철망 안쪽에서 구경을 하기도 한다. 마냥이가 위협적으로 아래까지 내려와 접근하면 연진이도 죽어라 울어대지만, 이젠 철망 건너편에 와 있을 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눈만 마주치면 우는 연이. 고양이 번역기 필요하다  
동작이 굼뜨다! 빨리 내놔라! 혼내는 표정 같으심 

그나저나 진이가 통 보이질 않고 사료 줄어드는 양도 연이 혼자만 먹는 듯해서 걱정이다. 진이가 호기심도 많고 어디 멀리까지 놀러다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며칠만에 한번씩 돌아와 사료를 싹 비우고 아침 일찍 연이랑 같이 밥 빨리 내놓으라고 울어대던 전적이 많았으나, 안 나타난지 일주일이 다 되는 것 같다. 마냥이 가족을 위해서 종이에 싼 사료뭉치를 열심히 축대 위 철망 너머로 던져 놓고 있으니 그걸 먹는 걸까? 

구청이나 보호단체를 통해서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면 혹한기도 피해야하고 뭔가 회원활동을 오래 해야하는 것 같던데 연진이 정도 자라면 체중 기준인 2킬로그램이 넘어 수술이 가능할까? 애들을 포획 의뢰하는 게 과연 가능은 할까? 내가 틀을 놓아야하나? 계속 염려와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일단 중성화수술을 해서 길냥이들의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과 길냥이는 이미 공존해야하는 사회라면서...

터키에 갔을 때 보니 온 도시에 길냥이들과 길강아지들의 천국이던데. 당국에서 관리를 한다고는 들었지만 다들 귀 안 잘렸던데. 점점 생각도 많아지고 어렵다.  째뜬 고보협에 신상 겨울집도 주문해놓았고, 비닐 온실 같은 것까지 구비하면 연진이가 겨울을 무사히 나게 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엄마냥 없어도 건강하게 계속 쑥쑥 자라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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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양양연진 2021. 9. 11. 18:12

귀여운 길냥이 남매/형제/자매(성별 모름 ㅠ.ㅠ) 연진이와 만난지 어제(9월 10일)로 만 세 달이 지났다. 어미냥 양양이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연이와 진이만 우리집 창밖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름 우리 사이에도 진전이 있는 듯 해 기쁘다. 척박한 환경에서 야생성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간과 넘 친해지지 않아야 옳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연진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버릴 수가 없다. 째뜬 영리한 연진이는 매일 밥 주는 시간이 되면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전 9시쯤 사료와 츄르를 담아주는데, 어느날인가 전날 과음으로 내가 좀 게으름을 부렸더니 창밖에서 와다다다 와다다다 쿵쿵 뛰어다니다가 (축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면 쿵 소리가 남) 덜그럭 덜그럭 밥그릇 내팽개치는 소리가 들렸다. ㅋㅋㅋ 미안미안.. 얼른 일어나는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창밖으로 내다보니 본죽 통이 저 멀리 구석에 거꾸로 처박혀 있고, 연이 진이 두 녀석이 나를 딱 기다리고 있었다. (두번째 사진 ^^;;) 영리한 녀석들. 

(티스토리 뭔가 이상한지 사진이랑 본문 편집 잘 못하겠다. ㅠ.ㅠ) 

8월 말즈음인가, 아직도 내가 모습을 보이면 밥 먹다 말고 도망치는 연이 모습 포착함. 위협적인가 아닌가 돌아서서 살피는 듯하다. 어쩜 이리도 미묘이신지. 

낚시 놀이기구로 처음 놀아본 날. 연이만 호기심을 보임

축대 위 담장은 어미냥인 양양이가 늘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던 곳인데, 거기가 햇빛 맛집인지 연이 진이도 종종 거기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창문을 열면 귀찮은 듯 눈을 뜨고 달아날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들. ㅎㅎ 미안. 

9월 9일이 한국 고양이의 날이라길래 한참 놀아주기 시도! 첨엔 뚱하게 관찰중. 
진이는 겁쟁이인지 놀이에 관심 없고 연이만 열혈 참여.

깃털 달린 물고기 인형이 먹을 수 없는 장난감인 걸 연이는 알아차린 것 같다. 오늘도 잠깐 같이 놀았는데;; 진이는 올듯말듯 아직도 망설이고 연이는 거침없이 달려들어 탁 낚아챈 뒤, 다시 나더러 들어올리라는 듯 쳐다본다. ㅋㅋㅋ 춤추는 것처럼 나온 연이 사진 넘 귀엽고 예쁘다. 

용인에서 1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캣맘 친구는 밥 주기 전에 이름 부르면 서너마리는 이름 알아듣는다고 하던데, 연이 진이는 택도 없다. 그냥.. 칩입자 냥이들 피해가며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지난주에 한번 더 집사의 도움으로 검냥성묘 물리쳤는데 다른 고양이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는 듯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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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있는가

투덜일기 2012. 12. 27. 16:22

열살짜리 조카랑 얼마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놓고 나름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어쩌다가 종교 이야기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녀석이 뜬금없이 고모는 왜 옛날엔 할머니 따라서 절에 다녔는데 이제는 신을 안믿느냐고 물었다.

 

그땐 고모도 어쩌면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에 가면 부처님한테 기도하고, 성당이나 교회에 가면 또 거기서도 신한테 기도를 했었는데 곰곰이 따져보니 없는 것 같더라고 뭉뚱그려 대답했다. 신은 그냥 약한 인간이 기댈 존재가 필요해서 만들어낸 것 같다고. 그 밖에 몇 가지 더 알량한 이유를 들어 자기변명 비슷하게 설명을 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녀석은 선선히 자기도 신은 없는 것 같다고 하더니만, "그런데 산타클로스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라며 내게 동조를 비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작년부터였나 이미 산타클로스는 없다는 친구들의 폭로에 노출되어 퍽이나 혼란을 겪었음에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아직은 믿고싶어하는 눈치였다. 작년에도 산타가 정말로 없느냐는 아이의 물음에, "없다고 믿으면 절대 없겠지. 너 믿고 싶은 대로 해."라며 얼렁뚱땅  넘어갔는데, 때가 때이니 만큼 또 다시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녀석이 3학년이나 돼서도 아직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엄청나게 말을 안들으면  정말로 산타의 선물을 받지 못하더라. - 제 누나와 본인이 그 좋은 예 (오래 전 허구한 날 쌈박질을 하던 남매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 해가 있었다. ㅋㅋㅋ)

 

둘째, 자기가 다섯 살 때 산타할아버지한테 자기는 장난감 필요없고 꼭 벙어리 장갑을 받게 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애들이 놀려서 그냥 말로만 레고 받고 싶다고 했더니만, 진짜로 산타할아버지가 벙어리장갑이랑 조그만 레고 장난감을 같이 선물로 두고 갔었다. (벙어리장갑을 받고 싶은 건 정말로 '자기만 아는 비밀'이었다나 ㅋㅋㅋ)

 

셋째,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정말로 갖고 싶은 선물이 하나도 없고(헐, 장난감 과잉의 시대!) 산타가 있는지 없는지도 고민이 많아서 산타할아버지 마음대로 선물을 주려면 주고 말라면 말라고 생각했더니....... ㅋㅋㅋ 5만원짜리를 두고 가셨단다. 차라리 산타가 용돈을 주면 나중에 마음에 드는 선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기도 한 적 있었다고! (크핫;; 니네 엄마아빠도 참!!!)

 

 

그럼에도 산타는 없고, 크리스마스 선물은 엄마아빠가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친구들의 주장에 경도되는 이유 역시 존재했다.

첫째, 작년에 '말도 잘 안듣고 못되고 만날 떼를 쓰는' 사촌동생 OO이는 무려 30만원이나 하는 3D닌텐도에다가 심지어 게임팩까지 6개나 한꺼번에 선물로 받았다. 말도 안 된다. 산타 할아버지가 전세계에 있는 어린이한테 선물을 줘야하는데 한 사람한테만 그렇게 비싼 선물을 줄 리가 없다. (오 녀석, 기특하게도 자본과 평등의 문제도 고민하는구나;;)

 

둘째, 자기 친구 @@이가 밤에 몰래 아빠가 트리 밑에 선물 두는 걸 숨어서 봤다. 선물도 @@이가 받고 싶은 게 아니었다.

 

 

산타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가짓수도 더 많고 본인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결론은 산타가 있다는 쪽으로 내려진 모양이었다. 다만 떨칠 수 없는 의구심을 내게 설명해달라는 듯했다. 그렇다면 내 역할은 열심히 '구라'를 쳐서 아이의 동심을 한 해 더 지켜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설명은 어렵지 않았다. 녀석의 사촌동생 OO이가 작년에 받은 선물은 산타할아버지가 놓고 간 게 아닐 거다. 정말로 그렇게 말도 안듣고 떼를 쓴 아이였다면 선물을 받을 리도 없고, 정말로 산타할아버지는 공평하게 선물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비싼 선물은 줄 수 없으니까. 그런데 OO이도 아마 선물 받을 욕심에 12월 들어서는 착한 일을 좀 하지 않았을까? 녀석은 좀 생각해보더니, 진짜 까불기는 하는데 자기 말을 잘 들을 때도 있다면서 스스로 그럴듯한 답을 생각해냈다. OO이가 받고싶은 선물은 너무 비싸서 산타할아버지가 준비할 수 없으니까, OO이네 엄마한테 텔레파시를 보내서 사주라고 했나보다! 그랬더니 이모가 돈이 너무 많아서 게임팩까지 막 사준 거라고.... +_+  (이 설명은 놀랍게도 산타가 아니라 부모에게 값비싼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신 받은 수많은 아이들의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두번째 친구 @@이의 경우도 산타를 의심하고 숨어서 지켜본 아이니까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올 리 없고, 그걸 안쓰러워 한 아빠가 대신 선물을 준비했으니 엉뚱한 걸 받게 됐을 거라고.... (거짓말도 자꾸 하면 는다 끙;;)

 

 

어쨌든 녀석은 올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을 받게 될지 고민이 많았다. 정말로 받고 싶은 선물은 3D닌텐도랑 게임팩인데 그건 너무 비싸서 산타할아버지가 사줄 수 없고, 산타가 엄마아빠한테 텔레파시를 보낸다고 해도 자기네 집은 절대 안 사줄 것이라는 점이 함정.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

 

나는 과연 녀석이 산타에게 무슨 선물을 받을지 자못 궁금했는데 어제 가보니 새까만 재규어 인형(!) 한마리가 트리 아래 누워있었다. 열살인데도 아직까지 복실복실 봉제인형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녀석임은 알지만.... 산타할아버지가 알고 보낸 선물인지 아닌지 원 알 수가 있나. 침대에서 데리고 노는 게 아니라 인형을 트리 밑에 며칠째 얌전히 놓아둔 걸로 보아, 올해로 드디어 산타의 존재에 대해서 산통이 깨진 건 아닌지 겁이 나서 아직 조카와 추후 대화는 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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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리리맘보

놀잇감 2011. 12. 16. 21:19

조카들 재롱잔치에 가보면 부모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비디오카메라를 뻗쳐들고 동영상 녹화를 한다. 엄마들은 열심히 사진 찍고 아빠들은 동영상 찍고 그러는 집도 많다. 요샌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약식 동영상을 촬영하지만, 첫 조카때만 해도 요란하고 큼지막한 촬영도구를 들고 나타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처음엔 우리도 그랬는데, 무대 위에서 고집스레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조카를 본 뒤론 유난떨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_-;)

어르신들의 합창발표회가 평일인 탓도 있겠으나 그날 공연을 비디오 카메라로 담는 가족은 한 집밖에 보지 못했다. 반면에 찬조출연을 했던 숙명유치원 아이들이 등장하자 아이들 부모들이 갑자기 나타나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댔다. 장담컨대 그렇게 찍은 아이들 동영상 비디오나 CD를 다시 틀어보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디카로 찍은 사진은 컴퓨터에 저장만 해놓을 뿐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같다. 어쨌거나 그래도 부모들은 대견스럽고 장해서 아이들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사진으로 열심히 남겨둔다.

비디오카메라를 떨쳐들진 않았지만 나도 디카와 아이폰으로 나름 열심히 공연을 녹화한다고 했는데... 집에서 연습까지 하고 갔음에도 동영상을 하나밖에 건지지 못했다. 화음이 가장 아름다워 앵콜까지 했던 <그대 있는 곳까지>를 열심히 디카로 찍었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녹화된 건 내 무릎이더군. ㅠ.ㅠ 그나마도 <닐리리맘보>는 뒷부분만 아이폰으로 찍어 짧기 그지없고 화질도 별로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함께 부른다기에 왜 하필 안어울리게(?) <닐리리맘보>일까 의아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아이들이 어르신들의 노래를 소개하는 듯한 도입부도 색다르고 구성이 아주 재미있었다. 짧긴 해도 엄마는 현장음이 든 동영상을 보여드리니 뿌듯해하시는 눈치다.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귀여워 나도 뿌듯하다. 구경 못간 동생들 보라고 유튜브에 올려 링크했다. 합창단에서도 촬영하던데 나중에 CD라도 구워서 주려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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