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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2 조금 다른 결혼식 12
  2. 2009.11.05 축의금 12
  3. 2009.02.08 욕봤다 12

조금 다른 결혼식

놀잇감 2010. 10. 2. 17:38

어제 외사촌동생의 결혼식엘 다녀왔다. 가기 전엔 정말 가기 싫은 기분이었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왕비마마의 운전수가 감히 어딜 앙탈이냐) 무려 7년만에 만나는 사촌동생 k양은 진심으로 보고싶었으며 축하해주고도 싶었다. 제일 싫었던 건 '식' 자체였다고나 할까. 물론 외할머니 돌아가시면서 드러난 외삼촌의 인품도 꺼림칙함에 한 몫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싫은 내색할 수 있는 배포도 못되는 인간이다 내가.

어쨌든 여전히 귀여운 사촌동생을 봐서라도 가길 잘했다는 기분이 든 요번 결혼식은 몇 가지가 좀 달랐고 그래서 처음 생각과 달리 덜 피곤했던 것 같다. 정말로 내가 주최하지 않아 피곤할 이유가 없는 소규모 가족모임에서 실컷 먹고 수다떨다 돌아온 정도의 느낌이다.

우선 예식홀이 작은 곳이었다. 신랑 신부 가족들과 친구만 조졸히 모이는 예식이라며 청첩장도 아예 안 돌리더니 정말로 작은 연회장에 90명의 좌석을 준비해놓았더라. 호텔 결혼식이라고 해도 수백명이 드글대는 대연회실 예식만 보았던 터라 신선했고 상대적으로 친지들의 수도 줄어드니 내가 인사할 사람도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결혼식 같은 데서 테이블마다 먼저 자리잡은 어르신들 찾아뵙고 인사 올리는 건 신랑신부만의 의무가 아니지 않은가(친척 결혼식 가기 싫은 요인 제1위다!). 심지어 올케는 몹시 마음에 드는지 나중에 자기 딸(=정민공주)도 이렇게 보내야겠다고 읊조릴 정도였다. ㅋ 헌데 장본인인 열세살 공주는 '레드 카펫'(사실 호텔 예식장은 레드 카펫이 아니라 화이트 카펫이고, 심지어 요샌 단을 올려 패션쇼 런웨이처럼 무대식으로 꾸며놓는다는 걸 아직 어린 녀석이 까먹었나보다 ^^)이 없어 이상하다고 코멘트 했다.

둘째로는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물론 아예 안받는 건 아니겠지만 암튼 최소한 뻘쭘하게 방명록을 펼쳐놓고 봉투를 받는 접수대는 없었고, 양가 부모도 밀린 빚 받으려는 사람들처럼 입구에 늘어 서서 하객을 맞는 대신 그냥 자연스럽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친지들을 맞이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당연히 축의금 봉투를 마련해 갔던 우리들은 식이 다 끝나고 나서 작별인사를 하며 슬금슬금 외숙모에게 봉투를 전했는데, 어쩐지 돌잔치 느낌이 들었다. ^^

셋째로는 주례가 없었다. 신랑신부가 나란히 입장하는 예식은 꽤 여러번 봤지만 주례가 아예 없는 결혼식은 내게 첫 경험이었다. 그냥 서툰 사회자가 (아마도 신랑신부의 아이디어인듯한) 나름의 순서대로 예식을 진행했다. 신랑과 신부는 각자 써온 서약문을 번갈아 읽었고, 반지를 주고받았으며, 사회자가 성혼 선언 직후 "이제 신부에게 키스해도 된다"고 말한 걸 보면 각각 미국에서 유학과 취업 중인 신랑신부가 일부 '어메리칸 스타일'을 추구했던 모양이다. 주례사 대신에 나중에 양쪽 아버지들이 전날 고민 깨나 했을 덕담을 해주었는데(두분 다 적어온 종이를 꺼내 들고 읽었다), 뻔한 주례사보다 그쪽이 나도 더 좋게 느껴졌다.

넷째,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인 우리가 와구와구 뷔페음식을 축내고 있을 즈음 신랑신부가 다시 나타났는데(턱시도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홀 안을 돌며 인사는 이미 마친 뒤의 얘기다) 그야말로 평상복 차림이었다. +_+ 사촌동생은 대체 누구 것일까 몇년이나 된 옷일까 의심스러울 정도인 검정색 박스재킷에 (길이가 허벅지 아래까지 내려온 데다 그나마도 소매를 숭덩숭덩 접었다) 프린트 티셔츠를 받쳐입고 고무줄치마로 의심할 정도의 편한 주름스커트를 발목까지 질질끌며 나타나 도저히 '방금 예식을 끝낸 신부'로 보이지 않았다. 신랑 역시 청바지에 티셔츠, 등산 조끼 같은 걸 입고, 깔끔한 정장을 하고 온 친구들 사이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으며 담소했다. 당연히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ㅋㅋ 특히 울 엄마는 외숙모가 새색시 한복을 안해줬나 보다고, 한복 입기 싫댔으면 예쁜 옷이라도 한 벌 사주지 인색했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아쉬워했다. 내가 보기에도 신부의 패션센스는 좀 난감할 정도였지만, 과거에도 워낙 착하고 털털했던 k양을 생각하면 나는 그런 파격이 오히려 유쾌했다. (폐백도 당연히 생략했다. 폐백 안하는 예식은 몇번 봤으니 그건 패스~)

다섯째, 무려 7박8일간 떠난다는 신랑신부의 신혼여행지가 글쎄, '제주도'란다. 안봐도 그림이 그려졌다. 말이 신혼여행이지 둘이 배낭 둘러매고 올레길을 죄다 순례하거나 한라산 등반을 할 거라는데 700원 걸겠다! ㅋㅋㅋ 사실 사촌동생은 가족과 함께 10여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여차저차해서 최근 다시 돌아온 외삼촌 내외와 동생과 떨어져 미국에 홀로 남아 학교를 마치고 취직을 했다. 신랑에 대한 정보는 캘리포니아 유학생이라는 것과 사촌동생을 교회에서 만났다는 정도 뿐인데, 왜 하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가냐고 외삼촌에게 물으니 다른 데는 여행 많이 가봤어도 정작 제주도는 못가봐서 애들(=신랑신부)이 정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가 인기 신혼여행지였던 까마득한 옛날이라면 모를까, 최근 10년 안쪽으로는 외국이 아닌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는 커플을 주변에서 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이 또한 신기했다. 

조금도 엄숙하지 않고 호텔 진행요원의 끼어듦과 요식행위도 과하지 않고, 혹시나 상대편 하객들의 귀에 책 잡힐만한 신랑신부의 험담을 하지나 않을까 입조심에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명랑한 결혼식이었기 때문일까. 하이힐에다 장시간 운전까지 했는데도 별로 피곤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간 내가 예식장만 다녀오면 몇시간씩 드러누워 쉬어야했던 건 순전히 사람과 경직된 절차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엔 결혼식이 늘 재미난 구경거리였는데, 언제부턴가 식상해져 구경꾼으로서의 재미가 사라지고 하객으로서의 의무만 남으니 당연히 피곤했다. 하지만 이렇게 새삼 '구경거리'로서의 재미와 개성이 드러나는 결혼식이라면 또 기꺼이 발품 팔아가며 축하해줄 마음이 생겨날 것도 같다. 아 참, '뭐 입고 가나'의 고민만 제외한다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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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투덜일기 2009. 11. 5. 14:55

이번주말에 이틀에 걸쳐 축의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토요일은 돌잔치, 일요일은 결혼식.
원래 나는 주변인들의 대소사에 무조건 참석하는 편이었다. 좋은일이든 궂은일이든, 무얼 받을 걸 계산하고 미리 밑밥을 뿌린다는 생각 따위는 해본 적도 없다. 인간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생일 같은 날을 챙기는 각별한 사이도 있고 <그냥 아는> 사이로 수년을 이어가다 스르르 잊혀지는 사이도 있기 마련인데, 내가 얼만큼 주었으니 또 얼만큼 받아야겠다는 계산이 깔린 관계만큼 서글픈 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냥 문득 생각나고 뜻깊은 날엔 뭘 좀 챙겨주고 싶고 기쁜 일 있다면 달려가 축하해주고 슬픈 일엔 위로해주는 일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관계와 그런 감정적, 경제적 소모행위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관계로 칼같이 나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청첩장이나 돌잔치 초대장을 받을 정도로 상대에게 비중있는 존재로 여겨졌다면 무조건 참석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던 과거의 나와 달리 요샌 뜬금없이 날아드는 <축의금 독촉장>이 괘씸해 버럭 화를 내는 일이 더러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번 토요일 대낮에 열리는 돌잔치를 갈까말까 고민하는 이유는, 장소가 워낙 멀고(분당선 종점이다) 혼자 가야한다는 것 때문인데 만약 장소가 강남쯤만 됐더라도 이렇게 고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번이 셋째인데 내가 학수고대했던 대로 공주님(!)이고, 위로 둔 두 아들 녀석도 나를 <고모>라고 부르며 함께 노는 걸 몹시 좋아하기 때문에 얼마 전엔 용인까지 가서 온 가족과 놀다 올 정도이니, 말로는 고민한다고 해도 갈 확률이 80%는 되는 듯하다. 요번에 돌을 맞은 아기공주가 태어났을 때 또 아들이면 아들 셋을 키워야하는지라 모두들 조마조마했었는데 딸이 태어나 나까지도 얼마나 기쁘던지, 그간 못해본 한풀이를 하듯 예쁜 여자아기옷을 사들여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나의 지인은 엄마 쪽이 아니라 아빠쪽임에도. 이번 토요일에 혹시라도 돌잔치에 못가게 된다면 난 아마 미안함까지 겹쳐 대신 백화점에 쪼르르 달려가 돌잔치 주인공 선물은 물론이고 그 오빠들의 선물까지 사야한다며 객기를 부릴지 모른다. 차라리 멀고 외로워도 돌잔치에 참석하는 것이 빈약한 내 주머니를 위해선 이로울 듯;; -_-

하지만 이번 일요일에 결혼식을 맞는 지인을 생각하면 날이 갈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결혼식장이 부산이라 당연히 갈 생각은 없었지만, 아마 서울에서 식을 올렸더라도 나는 누구에겐가 마뜩찮은 축의금을 들려보냈을 거라 여길 정도로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희망은 전무하다. 별로 기대할 것 없는 인물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요번 결혼식을 앞둔 그녀의 행태를 보니 참 이기적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결혼식장이 부산이면 초대하는 쪽에서 교통편을 마련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 부산 결혼식에 두세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매번 나는 새마을호(그땐 KTX가 없었다) 왕복표는 물론이고 두번은 호텔까지 잡아주어 전날 내려가거나 결혼식 당일날 신랑신부와 뒤풀이를 거나하게 한 뒤 아침에 다시 만나 해장국을 먹고 작별해 올라온 적도 있었다. 경상도 어드메쯤에서 있던 결혼식에 갔을 땐 아침 일찍 주최측이 마련한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갔는데, 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우리들에게 신랑신부는 관광버스에 올라와 막무가내로 하얀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다. 너무 멀리 오시게 해 죄송하다면서 올라가다 휴게소에서 군것질이라도 하시라는 의미라고 했다. 감격한 우리는 그 돈을 모아 간직했다가 나중에 집들이 선물 사이에 용돈으로 끼워주었고, 축의금도 주말 하루를 온통 소모한 시간도 아까운 줄을 몰랐었다.

헌데 이번 일요일 결혼식은 정말 축의금이 아깝다. 돌려받을 가능성이야 원래부터 염두에 없었으니 다 괘씸죄 때문이다. 그렇게도 최측근이며 절친임을 자랑하던 친구들에게도 그녀는 교통편을 마련해주지 않았단다. 오히려 친한 사이니까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되지 않느냐는 식인 모양이다. 물론 지기의 경우라면 나 또한 내돈들여서라도 축하해주러 달려갈 용의가 있을 것도 같다. 간 김에 부산구경이나 하자, 그러면서 들뜬 여행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초대할 때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이 돈독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축의금을 들려 보내려고 내가 아는 그녀의 측근들을 접촉해보니, 그들 역시 마음이 몹시 상해 자기네도 갈지 말지 모르니, 축의금을 보내려거든 본인 계좌로 보내라고 권했다. 최측근에게도 <일단 부산에 내려오면 좀 보태주든지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니 대체 결혼식을 앞둔 신부로서 진정한 축복을 받고 싶기는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나 정말로 꿩먹고 알먹고, 호텔 밥값은 줄이고 축의금만 낼름 받아 챙기려는 이기심의 발로는 아닌가 하는 쪽으로 심증이 굳어지는 중이다.
어쨌거나 이번 결혼식 이후로 다시는 연락올  가능성이 없음을 간파한 나는  <옛다, 먹고 떨어져라>하는 심정으로 축의금을 보내기 위하여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축의금 전달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 하니 민망하지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그랬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언니.. 민망해하지 마세요! 계좌로 마니들보내셨어요..ㅋ저도첨엔참민망했는데..^^>
다음 메시지엔 당당히 계좌번호가 날아왔다.
생각해보니 축의금을 신랑신부 본인의 계좌로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_+
작년엔가 울산에서 결혼한 후배의 경우엔, 본인이 싫다는 걸 억지로 주소를 물어 우편환을 보내긴 했었다. 직접 가보지 못하는 대신 미안함과 축하의 말을 담은 카드를 써서 우체국에 가 전신환으로 바꾼 종이를 넣고는 등기로 부쳐야 했는데, 그런 잠깐의 수고도 거치지 않은 <인터넷 축의금 송금>이라니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일생일대의 대사를 앞둔 신부로서 그렇게라도 축의금을 챙기고 싶었을까?

그렇게 찝찝하고 불쾌한 관계라면 축의금도 보내지 말고 무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이것으로 완전히 청산될 관계라면 내쪽에서 조금도 찜찜하지 않게 개운한 마음으로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조금 전 인터넷 송금하며 괘씸하고 불쾌했던 마음도 진정이 되는 것 같다. OO야, 소원대로 X사 부인 되었으니 잘 먹고 잘 살렴. 앞으로 다시는 우리 서로 연락하지 말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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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봤다

삶꾸러미 2009. 2. 8. 16:25
중학교 1학년 때, 첫 환경미화 심사를 마치고 나서 무뚝뚝한 담임선생이 말했다. "다들 욕봤다."
<욕을 보이다>는 말이 안 좋은 뜻임을 알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고,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눈치였다.
국어선생이었던 담임은 우리의 난감한 표정을 눈치채고는, 웃으며 "애썼다는 뜻이다, 이 녀석들아."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그 말이 재미 있어서 <수고했다> <애썼다>라고 말을 해야하는 경우엔 일부러 "욕봤다!"라고 외치곤 했다. 영문을 몰라 처음 우리처럼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는 친구에겐, "너는 한국말도 못알아듣냐!"라며 담임선생이 우리에게 했던 핀잔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어제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문득 그 말이 떠올라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욕봤다.'
오죽하면 인륜지대사라고 하겠냐마는 결혼이란 참으로 피곤하고 거창한 의식임에 틀림없다. 
당신 아들도 아닌 조카 결혼식임에도 울엄마까지 잠 못 주무시고 이래저래 신경을 쓸 정도이니
당사자인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그 부모들까지 오죽 에너지가 소모되었을까.
워낙 예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혼주셨던 우리 고모랑 고모부는 살이 쪽 빠져 안쓰러운 지경이었고
마지막까지 예식을 총지휘하느라 동분서주했다.
두 남동생이 결혼하는 과정을 지켜보긴 했지만 벌써 아득한 옛날 일이라 이 나라에서 집안 대 집안의 행사인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절차가 복잡하고 미묘한 부분까지 세세히 신경을 써야 하는지 잊고 있었는데, 새삼 어깨 너머로 또 거들떠보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타고나길 무대체질이 아니고서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생각해보니 우리 집안의 개혼이었던 큰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소심한 엄마는 결국 크게 병이 나 과연 결혼식에 갈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결혼 예식의 처음은 신랑신부 어머니가 제일 먼저 입장해 양쪽 단상에 있는 초에 불을 켜고 나서 내려와 서로 맞절을 하는 것인데, 울 엄마는 덜덜 떨거나 실수를 해 그걸 제대로 못해내실까봐 겁을 내기도 했다. ^^ 

확실히 인연이란 따로 있는가보다 싶은 선남선녀의 결합이었던 신랑신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고
결혼식은 최근에 본 그 어느 결혼식보다 화려하고 성대했지만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내 느낌은 늘,  "어휴, 결혼식이란 정말 못할 짓이로구나..."하는 것이다.
큰동생 부부는 결혼식을 너무 얼떨결에 치른 것 같아, 제대로 다시 해보고 싶다고, 그러면 요번엔 아주 잘 할 것 같다고까지 이야기를 하지만, 그리고 더러는 몇년 살다가 리마인드 웨딩이라며 식을 다시 올리거나
간혹 재혼, 삼혼까지 화려한 예식으로 축하받는 이들도 볼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이지 결혼식이란 너무도 거창하고 무의미한 소비의식이자 자기과시의 장이라
절레절레 고개가 흔들린다. 

아무려나 간만에 무수리까지 하이힐로 마감되는 꽃단장하고서 왕비마마 모시고 다녀오느라 어찌나 욕봤는지  
열세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피곤하다. ;-p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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