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1.16 결국 개를 쫓아냈다 12
  2. 2010.11.23 개 혐오주의자의 개 관찰 10
  3. 2010.08.22 헉 개가 돌아왔다 6
  4. 2010.06.23 또 개 이야기 3

신경이 끝까지 곤두선 어느 순간에는 확~ 살의를 느낄 정도로 미워하던 개였건만 막상 쫓아내는데 성공을 거두고 나니 마음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어쨌든 주말부터 동네엔 평화가 찾아왔고, 나도 더는 개짖는 소리 때문에 작업의 흐름이 끊겼다는 핑계를 들이댈 수가 없게 되었다. 다 잘 된 일이다... -_-;

사건 해결의 전말은 이러하다. 컹컹 짖어대는 송아지만한 아래층 똥개의 횡포에 대하여 나는 무던히도 참다 참다, 지난 여름부터 진지하게 소음과 위험성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한번은 개끈 쇠사슬이 풀려, 차에서 내리던 나를 향해 정면에서 짖어대는 놈을 발견하고 도로 차에 올라타 몸을 숨긴 적도 있었다.) 이미 개 문제를 제기한 다른 이웃들과의 불화를 지켜보매, 큰소리로 항의하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인간유형임을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작전상 나는 아래층 아저씨에게 사정하는 말투로 부탁했다.

1년이 넘었음에도 볼 때마다 하도 짖어대니 무서워서 내 집을 잘 드나들 수도 없고, 물려 죽는 꿈까지 꾸었을 정도며, 가장 중요하게는 번역작업에 심히 방해가 된다고. 주로 아침에 자는 사람이라 안면방해가 된다는 말은 부러 하지 않았지만, 문자 오는 소리에도 잠을 깨는 인간인지라 하루하루가 정말 괴로웠다. ㅠ.ㅠ  내 이야기를 들을 땐 금방 조치를 취해줄 것처럼 말만 앞세우던 아래층 아저씨는 매번 자기네 딸들의 안전을 위한 방법견 목적을 빌미로 약속을 어겼다. 한번은 본가인 이천에 보내겠다고 했었고, 두번째는 전기충격기 목줄을 달겠다더니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12월 초 내가 또 한번 개 문제를 꺼내자, 개주인은 그럼 외부인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건물앞에 철제대문을 만들어 세우자는 의견까지 냈다. 자기네 두 딸 때문에 방범문제에 대한 우려를 버릴 수가 없다나. (이 동네 30년 가까이 살았어도 도둑 한번 없던 동네라니깐! 실수로 현관문 안 잠그고 외출 다녀와도 아무일 없었다고!) 나로서야 일단 개만 없애준다면 비용을 분담하겠다고 동의했다.(물론 속으론 울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아래층 가족 구성원들의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아침 일찍 나간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집을 비워두기 일쑤고 우편물이며 택배는 노상 오던데, 그럼 그 때마다 나더러 저 아래 계단까지 현관문 대문 차례로 열어주고 우편물 및 택배 관리인까지 하란 말이냐?) 허나 세입자 입장에서 언제까지 살지도 모를 집에 한두푼도 아닌 대문설치 비용을 감당하고 싶진 않았는지, 대문 건은 흐지부지 무산되었다.

그렇게 또 한달여 속만 부글부글 스트레스를 받던 지난주 수요일, 온종일 빈 밥그릇을 발로 차고 팽개치며 미친듯이 짖어대던 아래층 똥개의 횡포는 밤 10시가 다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주말에 집에 주인이 있을 땐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지 짖는 빈도수나 시간도 좀 주는데, 온종일 집이 비어있는 날엔 아무 이유없이 길길이 날뛰며 짖어, 나의 살기를 돋우는 녀석이었다. 그날도 내가 두번이나 내려가 호통을 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고, 나는 곧장 구청에 민원신고를 할 것인가 한번 더 대화를 해볼 것인가 고민하다--아 일단 개주인을 만나야 이야기를 하지!--편지;;를 썼다.

강력한 경고문을 쓸까 했으나, 아예 얼굴 안보고 살 것도 아니고 일단은 또 한번 인정에 호소해보기로 했다. "정말로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번역작업에 심히 지장이 있으며, 현재도 원고마감에 힘쓰고 있는데 오늘 같아선 정말 일을 하기가 힘들다. 가족 모두 외출 기간이 길어 개를 통제해줄 사람이 없으니, 외출할 때는 입마개를 해놓고 나가는 건 어떠냐. 부디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빈다." 작년에 출간된 책도 적겠다, 내가 그간 얼마나 일에 지장을 받았는지 실제로 인터넷 서점에 확인해보라며 내 이름이 인쇄된 책 한권(학생과 직장인인 듯한 그 집 딸들도 확실히 알 만한, 제일 잘 팔리고 유명한 '그' 책)도 동봉해 그 집 현관문 앞에 놓아두었다. 
 
인쇄된 이름의 힘을 빌다니(아날로그형 손편지의 힘이 좀 더 컸기를 빈다) 꼼수를 쓰는 것 같아 약간 찔리기는 했지만, 정말 나는 이번 편지와 읍소로도 해결이 안되면 이를 악물고 구청과 파출소에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신고하고, 개 짖는 소리의 소음도를 측정해 주거권 피해 사례로 볼 수 있을지 전문가에게 알아볼 작정이었다. (실제로 똥개의 짖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과 녹음 파일도 갖고 있다 -_-v) 더는 못 참아! 헌데 바로 그 다음날 아침, 개주인이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알겠다고, 주말에 개를 치우겠다고 선선히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전날 밤까지 거의 악에 받쳐 있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 고맙다, 죄송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비록 기쁜 마음으로 돌아서서는, 혹시나 개주인 아저씨가 또 마음을 바꾸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염려와 달리 개는 토요일 오전에 정말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만 찜찜한 것은 마당 한구석을 매일 한강으로 만들며 놈이 싸질러놓은 오줌이 얼어붙은 자국과 함께 개집과 파라솔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_-; 예전에도 본가에 갔다줬다가 다시 데려온 적 있었는데 설마 또 그러려는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올해 나의 첫 쾌거는 골칫덩어리 똥개를 쫓아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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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구구절절 자꾸만 포스팅하는 날이 올 줄은 정녕 몰랐으나 이렇게 되고 말았다. 더욱이 내가 아는 한 지상 최고의 애견인이신 메리제인님의 눈물겨운 동거견 이야기를 엿보기도 했고, 이웃이신 키드님께 훈련소에 간 장금이 사연을 전해 듣고 보니 여전히 나에겐 불가사의이자 골칫거리인 개들 때문에 연일 겪는 괴로움을 고해바치지 않을 수가 없다. 하기야 좀 지나고 보니 '인간'을 한 종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개들도 도저히 한 가지 종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구석이 많다. 품종에 따른 차이인지, 그저 녀석들의 두뇌나 성격 차이인지 나로선 영영 오리무중이겠으나 암튼 걔네들을 한꺼번에 '개새끼'라고 싸잡아 부르는 게 내가 보기에도 부당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알면 알수록 모를 개들의 세계.

사례1.
이름: 호야. 품종: 시츄. 숫놈.
친구네 개다. 2007년 8월에 한달된 녀석을 입양해 지금껏 기르고 있으니 3살인가, 4살인가. 암튼 내가 아는 개들 중에 가장 모범견이다. 처음 놀러갔을 때도 전혀 짖지 않았고, 몇번 와서 추근대기는 했으나 우리가 질색하는 걸 알고는 단숨에 물러가더니 이제는 만나도 소 닭보듯 무관심하다. 완전 고맙다.
두 딸을 비롯해 나의 친구가 정성들여 배변훈련을 시켰기 때문인지 실수 따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단다. 어릴 땐 배변판에 쉬야를 하더니 지금은 아침 저녁에 두번 시간 맞춰 밖에 데리고 나갈 때 볼일을 보기 때문에 배변판도 집안에 깔아놓을 필요가 없어졌단다. 저도 데려가는 외출과 두고 가는 외출을 정확히 알아듣고 현관에서 배웅 태세를 취하거나 따라나설 준비를 귀신같이 한다. +_+ 중국 황실에서 키우려고 개발한 품종이라 왕궁에 어울리게 호들갑스럽지 않은 성격을 지니게 됐을 거라는 게 친구의 주장이다. 사실일까? 나는 짖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목소리도 모를 정도다. 친구가 자기 사진 대신 녀석의 사진을 전화번호부에 저장해달라고 해서 감히 아이폰 앨범에 들어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들면 이렇듯 가만히 앉아서 도도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사례 2.
이름: 파랑이. 품종: 말티즈. 숫놈.
영광스럽게도 내 블로그에 여러번 등장한 바 있는 조카네 개다.
누군가 키우다가 올 봄에 양도한 녀석이라 정확한 나이 잘 모르겠다. 두살이라던가. 간혹 보면 저래서 개 팔자 상팔자로구나 싶을 정도로 푹신한 제 전용 침대에 누워 널브러져 자고 있을 때도 있으나 주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쉴새없이 꼬리를 흔들어 아양을 떨다가 큰조카 방 문 앞이나 책상 밑을 지킨다. 특히 과일을 미친듯이 좋아해서, 우리가 과일을 먹을 때면 가엾어 보이려고 목을 쭉~ 빼고 옆을 맴돌다 기필코 얻어먹는다.  
집에 누가 오든 무조건 짖는다. 근데 그게 겁을 줘서 쫓아버리려는 게 아니라 자기 안아달라고 반갑다고 짖는 거다. 애정결핍이냐 뭐냐! 낯선 사람들의 경우 주인이 짖지 말라고 하면 금세 조용해지지만, 나나 왕비마마처럼 제 편이라고 생각하는(아 대체 왜??) 사람들이 집에 오면 쓰다듬어주거나 한참동안 안아주며 아는 척 할때까지 주인한테 혼이 나면서도 계속 짖는다. 친척들이 우글우글 모여드는 명절 같은 날에도 날뛰며 돌아다니더니 추석날엔 급기야 주인장 안방 침대에 떡하니 똥을 싸놓은 웃기는 놈이다. 주인이 있을 때면 낑낑거려서 배변판이 있는 베란다 문 열어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배변판에 볼일을 본 뒤엔 잘난척 짖어대며 간식 먹으려고 미친듯이 달려온다. 그럴땐 아주 멀쩡한데, 가끔가다 혼자 집에 있을 때 방방마다 한번씩은 모든 침대에 볼일을 벌여놓았고 소파와 쿠션에도 여러번 사고를 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었다. 그래서 옛날 난로 주변에 치는 철망 같은 '우리'에 갇혀 지내기도 했는데 요샌 힘과 요령이 생겨서 거기 가둬놔도 머리로 들어올리고 나온단다. 최근엔 외출할 때 베란다에 가둬놔도 혼자 문을 밀고 나와 온 집안을 돌아다닐 만큼 영약하다고...
아무래도 파랑이는 정민이랑 지환이처럼 자기도 내 조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우리 조카들이 좀 엉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내 다리를 베거나 팔짱을 끼거나 옆에 꼭 붙어서 다리라도 올려놓는 편인데, 그러고 있으면 이 녀석도 어느 틈엔가 파고들어 내 발목에라도 턱을 올리고 동참하거나 흉측하게 발라당 드러누워 그윽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쩌라고!) 헤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조카들만 한번씩 안아주고 돌아서면 아주 난리가 난다. 내 무릎까지 뛰어올라 자기한테도 작별인사를 하라고 종용하는 고약한 놈이다. 말티즈가 원래 좀 애정을 갈구하는 성격이라고는 해도, 개라면 뜨악하게 여기는 나나 왕비마마에게까지 매번 달려들어 엉기는 녀석을 보면 정말 모르겠다.

사례 3.
사진은 없다. 이름: 이쁜이. 품종: 말티즈. 암놈.
이모네 개인데 벌써 새끼를 세번이나 낳았다던가, 6살이라고 들은 듯. 몸집은 작은 놈이 엄청 짖어대고 사납다. 이모네는 아들만 둘이라서 딸 하나 키우는 셈 친다고 이모가 얘기하시는데, 정말로 자기가 막내딸이라고 여기는 듯 공주병 증세가 엿보인다. 소파 맨 끝이 자기 자리라서 다른 사람이 앉으면 엄청 짖어대는데, 이모랑 이모부가 말리면 말은 듣지만 냉큼 이모나 이모부의 무릎에 올라 앉아야 제자리를 양보한다. 얘 혼자 오래 놔두는 걸 두 양반 다 못 견뎌해서 서로 먼저 집에 들어가라고 다투실 정도다. 영리해서 배변실수 얘긴 들어본 적이 없고, 언젠가 이모가 계단 센서등이 고장나 넘어지는 바람에 다치셨을 때 엄청 울어대며 옆을 지켰다고 효녀 소리를 듣는다. 작년에 사촌동생이 딸을 낳는 바람에 손녀가 생긴 이모랑 이모부가 얘 때문에 아기를 많이 못안아주실 정도라고 들었다. 그나마 사촌동생이 지방에 살기 때문에 늘 같이 사는 건 아니라 스트레스가 심하진 않은 모양이다.

사례 4.
이름: 곰돌이. 품종: 똥개 (진돗개 잡종으로 의심됨)
온동네의 골칫덩이 아래층 똥개이므로 당연히 사진은 없다. 찍어줄 마음도 절대 없고! 
올해 이천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왔으므로 겨우 한살인데 이미 덩치는 거짓말 좀 보태서 나만해졌다. ㅠ.ㅠ 충성심이 뛰어난 건지 멍청한 건지 개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딸, 세 사람 이외엔 무조건 미친듯이 짖어댄다. 같은 집에 사는 나와 왕비마마, 또 옆쪽 아래층 가족들에겐 짖지 말라고 개주인들이 누누히 혼내고 야단치고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혹시나 해서 내가 그간 온갖 뼈다귀(일부러 살도 많이 붙여서 가져다 주었었다!)와 비계덩어리로 아부를 떨어 보았으나 개주인이 별 효험 없을 거라고 경고하더니 정말로 그랬다. 동네 사람들의 반발로 잠시 다시 고향 이천으로 내려가 있던 달포 정도엔 원래 개주인인 할머니(아래층 아저씨의 어머니시란다)한테도 그렇게 짖어댔고, 제 아비도 몰라보고 짖어대다가 귀를 물리기도 했단다. 밥주는 사람한테는 개도 안짖는다는 옛말 다 거짓인가보다. 그 한달 동안 원래 주인인 할머니도 이놈의 개가 하도 짖어대는 바람에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해 사료를 줄 때마다 밥그릇을 막대기로 디밀어야 했다고... 나 역시 뼈다귀로 놈의 환심을 사려 할 땐 자칫 물릴 것 같아서 매번 주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골목에 사람만 지나가도 컹컹 짖어대는 놈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괴로운 지경이다. 대부분은 저도 무서워서 짖는지 개집으로 쏙 들어가며 짖어대지만, 나는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으로 마구 달려들어 쇠사슬을 끊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짖기 때문에 무서워죽겠다. 한번은 개줄이 끊어졌는지 집앞에서 얼쩡대다 내가 차고에 차를 대자마자 그악스럽게 짖어댔다. 차문을 열고 내리려다 식겁한 나는 집주인을 불러 개 좀 잡아달라고 한 뒤에 겨우 차에서 내려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 뒤로 쇠사슬로 개끈을 바꾼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마당을 드나들 때마다 여전히 언젠가 저놈의 '개새끼'한테 물려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ㅠ.ㅠ 아주 가끔 대낮에 집을 나서는 경우엔 나와 왕비마마를 멀끔히 쳐다보기만 하고 안짖을 때도 있으나, 밖에서 들어올 땐 낮이든 밤이든 어김없이 잡아먹을 듯 짖어댄다. 어휴... 그럴 때마다 개주인이 나와서 조용히시키기는 하지만, 그 집이 비었을 때는 후다닥 도망쳐 들어오는 수밖에 없어서 정말 짜증나고 두렵다. 주인을 철썩같이 알아보는 놈이라면 주인 말도 잘 듣고 훈련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만날 보는 사람들한테는 짖지 말라는 꾸지람을 수백번도 더 들었을텐데도 못 알아먹는 멍청한 똥개!

아래층 똥개한테 물려죽기 전에 어서 이 동네를 떠야한다는 결심을 새록새록 다지고는 있지만 또 귀찮은 현실 앞에선 기가 죽는다. 이사는 스트레스 지수가 배우자의 죽음과 맞먹는다던데... 겨울도 다가오고.. 내년 봄에나... 뭐 이러고 앉아서 개소리나 해대고 있다는 얘기다.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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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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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재활용품 내다 놓으러 방금 나갔더니만 아래층 곰돌이가 돌아와 있었다! 역시나 개집이 계속 그대로 있더라니!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데 어디선가 낮게 "으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설마 하며 개집 있는 곳을 쳐다봤더니만 개가 줄에 묶여 있었다. 다행이도 전처럼 마구 짖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온종일 내가 몰랐겠지!

따져보니 근 두달 만이다. 그동안 대체 어디에 가 있던 걸까 궁금증이 몰려들면서 혹시 키드님네 장금이처럼 강아지 훈련소엘 다녀온 건 아닐까도 생각해봤는데, 다달이 거금이 든다는 걸로 봐선 또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조카네 개도 계속 대소변 문제로 사고를 치면 훈련소에 보내보라고 조언은 하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면 식구들한테 핀잔만 들을 것 같아서 고민이 앞서기 때문이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도 아니고 집밖에 내놓고 막 기르는 잡종견에게도 아래층 식구들이 과연 그런 거금을 들였을까 싶긴 하다. 물론 순전히 내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아래층 개가 으르렁 소리를 내자마자 1층 아저씨가 얼른 현관문을 열고 나온 걸로 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의미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종일 동네는 조용했다. 그리고 내가 재활용품을 내다놓고 돌아올 때도 살금살금 내가 발소리를 줄이긴 했어도 녀석이 또한 번 낮게 "으르릉..." 소리만 냈을 뿐 짖지는 않았다. 어휴... 어쩐지 살얼음판을 다시 딛는 기분이라 불안하다. 과연 이 동네의 평화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제발이지 아래층 개가 철들어서 돌아온 것이기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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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아래층 똥개가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은 된 듯하다. 사서 매달겠다던 전기충격 개목줄은 실행의 기미가 안보여 그럼 그렇지 했었는데(개의 몸집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기 충격의 정도도 달라지던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가격이 십몇만원이었다 -_-;), 어느 순간 동네가 조용해졌다. 집안에 놈을 가둬놓았을 때는 누군가 현관을 드나들 때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호통치는 사람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그렇구나 하게 되는데, 요즘엔 집안에서도 개 소리는 안 난다는 것이 나의 관찰 결론이다. 내 바람대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건 또 아닐지도 모르겠다. 개집이 그대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아래층 곰돌이(없어지니깐 또 그간 미워한 게 미안해서 이름 한 번 써주기로...)를 집안에 들여놓을 때 아래층 사람들은 이상스레 개집을 기울여 놓거나 쓰려뜨려 놓았었다. 성격 참 이상하다 싶기도 했는데, 길고양이가 들어갈까봐 그러는 것이거나(하지만 그 정도 높이를 고양이가 못 들어갈 리 없는데!) 햇빛 소독이라도 하나보다 했었다. 그게 아니라면 개짖는 소리에 불만을 토로한 이웃들에 대한 분노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 것일지도. (목격한 바는 아니지만 화를 내며 발로 차 쓰러뜨려 놓은 건 아닌지...)

암튼 다시 동네의 평화는 찾아왔다. 우렁차게 왈왈대는 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미 더운 날씨 때문에 다들 창문 열어놓고 지낸 지 오래인 사방 이웃에서 큰 소리로 개 욕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아래층 똥개 이야기 하기 전에도 불만을 토로하던 이웃집 2층의 <우는개> 소음은 여전하다. 헌데, 우리 마당을 차지하고서 마치 제가 주인인 양 아무한테나 짖어대던 아래층 똥개의 출현 이후 이웃집 2층의 그 개가 깨갱깨갱 우는 소리 쯤은 약과로 들렸던 거다. 어쩌면 곰돌이의 위세에 눌려 그간 아예 못짖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상으로는 (이웃집 개의 본거지는 2층 베란다였다) 10미터도 안 떨어져 있는 두 개가 동시에 합창으로 짖어대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나댄다던가. 우렁찬 아래층 개소리만큼은 아니지만 슬슬 옆집 개의 낑낑 우는 소리도 거슬리는 중이다. 그 집 역시 이웃들의 원성을 3년 넘게 받으면서도 끄덕없이 버티고 있으니, 나 정도 깜냥으로는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일단 아래층 똥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할 때다.

지난주엔 너무 바빠서 사실 사라진 아래층 개에 대한 생각까지 할 여유가 없었는데, 그나마 숨좀 트일 여유가 생기고 보니 성격상 아래층에다 개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볼 수고 없고 속으로만 궁금해 미치겠다. 놈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건 절대로 아닌데 말이다! 잠깐 어디로 보냈다가 다시 데려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길 비는 마음인데, 동시에 이왕이면 실컷 뛰놀수 있고 마음껏 짖어댈 수도 있는 집에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싶다.  동물이라면 죄다 혐오하는 주제에 참 나도 오지랖이 쓸데없이 넓어졌다. -_-;; 어쨌든 이 동네로 돌아오지만 마라!

조카네 개 파랑이는 한 일주일 사고 안 치고 잘 지내다보다 했더니만, 이틀 전에 또 지환이 침대에 똥오줌을 싸놓아 하루 반 동안 베란다에 갇혀 지내다 어제 풀려났단다. 베란다에 놓인 배변판에 잘 찾아가서 성공적으로 똥을 누고 난 뒤 엄청 자랑스러운 듯 빨랑 까까 달라고 짖어대는 놈을 보면, 말짱하게 다 아는 것 같은데 정말이지 녀석의 심리를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간심을 끌려고 퇴행현상을 보이는 때가 있는 것처럼, 파랑이도 그러는 걸까? 나 원참. 어쨌든 내가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는 싫은 소리를 좀 한 게 효험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개를 데려갈 사람이 나타나질 않아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것인지, 당장이라도 쫓겨날 줄 알았던 녀석은 아직 조카네 집에서 살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조마조마한 평화가 이어지는 중이라는 보고서 끝.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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