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7.17 서울시 교육감을 직접 뽑아? 22
  2. 2008.06.26 질주본능 6
  3. 2008.06.01 너 때문에 잠을 못 자 11
올해부터 서울시 교육감을 서울시민들이 직접 뽑는다는 사실에 나는 완전 금시초문이었다.
내게 귀띔을 해준 지인들도,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교육감 선거가 그나마 이명박 정부의 미친교육에 그나마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선거는 7월 30일이라는데, 하필 그땐 제주도에 있을 터라 선거를 못하겠다고 염려했더니 부재자 투표를 하면 된다며 반드시 방법을 찾아 선거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나처럼 무지했던 이들에게 널리 알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하라는 것이 활동가 지인들이 나에게 내린 <지령>이었다. ^^;;

그런데 아...
게으름에 일가견이 있는 나는 어제에야 비로소 부재자 투표 방법을 확인해보았고
이미 부재자 투표 신청기간이 지났음을 (15일까지였더라 ㅠ.ㅠ) 알고 황망하여 차마 어젠 글을 올릴 수도 없었다(솔직히 글을 쓰기 시작은 했는데 마무리를 못하겠더라).
대선, 총선에도 뽑을 사람이 없어 외면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과연 교육감을 뽑는 <사소한> 선거에는 얼마나 관심을 보일 것인가 회의부터 들기도 했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건지 쉬쉬하며 지들끼리 다 해먹겠다는 심보인지 교육감 선거에 대한 홍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이 상황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헌데 아무것도 모를 땐 눈여겨보지도 않았을 선거 관련 플래카드들이 오늘 부쩍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 학교 교문과 담벼락엔 하나씩 걸려있는 듯.
좀 전에 뒤져보니 17일인 오늘부터 본격적인 교육감 선거운동을 한단다.

우스운건 얼마전 정신나간 양반의 대표주자인 조갑제 어르신께서 교육감 후보로 나온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을 콕 찝어 거론하며, 촛불집회에나 나가는 불순분자이니 절대로 교육감에 뽑아주어선 안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는 것. 그 덕분에 촛불집회엘 다녀왔거나, 이명박 정부의 미친교육에 반대하는 이들은 고민스러운 선택의 어려움을 그 양반이 해결해주었다고 기뻐하는 중이란다.

하기야, 0교시, 사교육 강화, 영어몰입교육 따위를 막으려면, 이명박의 확실한 끄나불인 공정택 전 교육감은 당연히 곤란하고, 나머지 그 밥에 그 나물인 어르신들도 제쳐두면 남는 건 진보성향의 두 사람밖에 없긴 하다.
두 분 가운데 조갑제의 공격을 받은 인물은 주경복 교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0교시 폐지, 자사고 폐지, 학생 인권조례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촛불집회의 불순세력들이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에선 후보 단일화(물론 공정택으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나 뭐라나.

이제 촛불은 독도 문제로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비추고 있지만 무능하고 계획성 없는 정부는 딱히 입장도 대책도 없는 것 같고
미국산 쇠고기는 은근슬쩍 어디선가 팔려나가고 있으며
(아 참, TV에서 본 미국산 쇠고기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정육점엔 왜 그렇게 늙은 아저씨들 손님만 득시글거릴까? 원래 고기 사러 가고 장보는 사람들은 주부 아닌가? +_+  100분 토론에 나왔던, 익혀 먹으면 되는 거 아니나고 반문하다 광우병에 걸리더라도 자기는 미국산 쇠고기 사먹겠다고 말했던 그 개념없는 아저씨가 대거 친구들이라도 풀었나? 생각해볼수록 의문이다.)
억울하게 금강산 관광 갔다 총에 맞아 돌아가신 아주머니 사건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북한과 대북창구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등신같은 정부와 어설픈 현대아산의 삽질 속에서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기 십상이다.

세상을 쳐다보면 늘 답답했지만,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홧병이 나서 뒤로 넘어갈 것만 같다.
그저 안 보이는 척, 눈과 귀를 막고 돌아 앉아있고 싶은데 또 그럴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원...

그간 답답했던 마음은,
얼마 전 시국미사에서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다>고 한 사제단의 이야기로 어떻게든 보듬어보려고 했지만
어둠은 너무 짙고 넓고 깊고 광범위해서 작은 촛불로 험한 길을 헤쳐가다 해가 뜨길 바라기엔 기다림이 너무 길다.  

촛불의 갯수 만큼이나 다양한 소망과 바람과 욕심이 멋지게 하나로 집결되어 대단한 변화나 진보를 금세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다 깨지더라도 바위에 묻은 계란 찌꺼기가 조금씩 썩어들어가 바위에 금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여기다라도 뭔가 계속 깐죽거릴 작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7월 30일에 서울에 계실 분들은 모두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시라고 촉구하는 바이며
후보가 7명으로 추려지긴 했지만, 주경복 대 공정택의 싸움에서
미래 청소년들을 위한 삶과 교육의 질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주경복 교수를 찍어주시길!
청계천에서 제일 처음 촛불을 들었던 중고생들의 짧은 행복(긴 행복을 바란다면 학벌주의 사회부터 타파해야할 터이니 ㅠ.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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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본능

하나마나 푸념 2008. 6. 26. 17:53
작업실과 우체국과 마트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을 했었다.
또 오래도록 버려져 있던 작업실의 탁한 공기 속에 관리인 아저씨가 들여놓은 우편물을 풀어
다시 반송 꾸러미를 만들어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에 정말이지 나는 그 길로 차를 몰아 어디론가 아주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라디오에선 신나는 음악이 흘러 나왔는데, 여름 뺨치는 더위에 에어컨까지 켜고 있으니 얼굴을 잔뜩 가리는 선글라스 하나 걸쳐쓰고 나무향기 그윽한 숲이든 비린내 나는 바닷가든 잠시라도 현실의 짐을 벗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순간이동하고 싶었다.

현실은 너무도 짜증스럽다.
마감일에 쫓기는 와중에 연일 무수리 생활에 쪽잠을 잤더니 얼굴에 빨간 뾰루지가 다섯개나 돋아나 가관이다.
척추골절은 치료가 끝났지만 골다공증이 무서워 몸쓰기를 두려워하는 엄마는 다시 예순여덟살 먹은 큰애기로 돌변했다. 당근과 채찍 요법을 쓰며 엄마를 채근하고 있는데 자꾸 채찍 쪽에 강도가 실린다. -_-;;
낡은 다가구주택은 시세를 알아보니 두채를 팔아도 두 모녀가 살 만한 작은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두들겨도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철옹벽 같은 정부는 결국 쇠고기 고시를 강행했고
촛불을 든 사람들은 연일 언론에서 폭력 시위자로 매도당하더니 초등생 애엄마 가릴 것 없이 잡혀갔단다.
대체 이젠 무슨 방법이 남은 것인지 모르겠다.

짜증나는 현실 속에서 나의 질주본능은 결국 비겁한 도피본능이다.
결국 도망치지도 못할 주제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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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잠을 못 자!"
어제 촛불집회에서 정민공주가 가장 재미있다고 손꼽은 구호다.
회를 거듭할수록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도대체가 저들과 말이 안통하는 걸 실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크고 많은 목소리를 모아 한입으로 질러대서 막힌 귓구멍을 뚫고라도 국민이 바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 아니겠나.

정치적으로 변질이 됐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어제 모였다가 밤을 지새우며 청와대로 몰려가려 했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이 잘못되었고, 위정자들이 매번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진심을 왜곡, 우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제 저녁 8시 반이었을 게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유발언도 몇명 못 했고 준비한 공연도 두어개 밖에 안 끝났을 때, 청와대 코앞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100여명의 대학생들 가운데 80여명이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사회자가 전하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남은 행사를 지켜보기보다 그냥 모두 일어나 연행된 그들을 구하러 가자고 외쳤다. 얼떨결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회자는 남은 공연과 발언을 준비한 이들에겐 죄송하지만, 모두의 뜻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늘 하던대로 9시 반쯤 촛불문화제가 끝나면 가두행진이 시작되기 전에 안전하게 공주를 데리고 퇴장하려던 나의 계획은 졸지에 무산되고, 우린 수만명의 대열 속에서 전경차로 막아놓은 세종로 방향의 반대인 서소문로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나란히 걸으며, 정말이지 옛날 생각 난다는 말을 하며 감격스러웠다.
시뻘건 집단주의의 광기가 싫고 겁나서 월드컵 때마다 단체관람은커녕 TV 생중계도 잘 보지 않은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서 수만명이 시청광장을 메우고 또 서소문로를 완전히 뒤덮은 채 행진을 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또 참여한 건 그야말로 오래 전 80년대의 경험이 전부였다. 그 옛날의 행진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좀 더 비장하고 두렵고 불안한 느낌이었다면, 여기저기 유모차가 보이고 온 가족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거나 연인인듯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촛불을 들고 가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서 <이명박은 물러나라! 너 때문에 잠을 못자!>라고 외치는 분위기는 확실히 축제 같았다.

중앙일보 건물 앞에서 길이 막혀 다시 광화문으로 되돌아왔을 때, 몇몇 시민들이 사방을 꽉 막고 선 전경차를 흔들며  <차빼라!>를 외쳤지만, 이내 누군가 비폭력 시위를 하려면 전경차를 흔들면 안된다고 나서서 말렸다. 어디로든 돌아서 골목골목 스며들어 집에 가듯 청와대에 가서 만나자며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나는 10시가 넘도록 집에 가려하지 않는 정민공주를 가까스로 설득해 온통 인도로 변한 종로 1가 중앙선을 따라 걸어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계속 남아있고 싶어하던 공주만큼이나 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명바기가 촛불은 누구 돈으로 사고, 배후엔 누가 있는지 보고하라고 했단다. 귓구멍 콧구멍이 확실히 막힌 놈이다. 미선이 효순이 때도, 노무현 탄핵반대 때도, 촛불을 준비한 자금은 십시일반 모금함을 돌려 걷은 시민들의 돈이었다. 나는 그나마도 주최측의 초와 종이컵을 축내는 게 아까워, 지난번에도 어제도 집에서 제사 지내고 남은 양초를 준비해 갔었다. 물론 집회가 길어져 가져갔던 초가 다 녹아 새 초와 종이컵을 써야 했지만...
모임 장소에 가면 <배후는 너야!> <배후는 이명박 정부>라고 적힌 종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왜 아직도 놈들이 배후, 음모 타령을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광우병 쇠고기, 한반도 대운하, 수돗물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치솟는 물가, 기업중심의 경제정책, 국민을 보호할 생각은 안하고 살인적인 무한자유경쟁에 모든 산업과 시장을 맡기겠다는 미친 정부.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가 쏟아내는 기막힌 정책 때문에 국민들이 못살겠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걸 너는 아직도 모르겠냐, 이눔아!

사람들이 왜 청와대로 달려가려 하느냐고?
니 귓구멍에 직접 대고 소리치면 혹시나 알아들을까 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러는 거다!
명바기는 앞으로 밤잠 좀 설칠게다. 물대포 쏘고 소화기로 뿌려대면 촛불이 꺼질 줄 아나본데, 니들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걸 차츰 알게 되겠지.  

새벽까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던 시민들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실신하기도 하고 많이 연행되었지만 소수는 여전히 시청에 남아 오늘 집회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폭행시비가 벌어져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게 됐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먼저> 때렸느냐 하는 점이다. 그래서 싸움이 벌어질 때 교묘하게 상대를 자극해 먼저 주먹을 휘두르게 한 다음 한대 맞고 나서 같이 주먹질을 하면 정당방위가 되기 때문에, 주먹 세계(?)에선 절대 먼저 치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경찰측에선 분명 시위대가 먼저 사다리를 놓고 전경차를 넘어 방어선을 뚫었으니 먼저 주먹을 휘두른 셈이라고 주장할 테지만, 내가 보기엔 물대포를 쏘아 먼저 폭력을 휘두른 쪽은 경찰이다. 하기야 인간이 준 사료 먹고 광우병 걸린 소가 아무 잘못 없듯, 방패 들고 일선에 나선 경찰들도 무슨 죄가 있겠냐만은 폭력은 계속해서 감정적인 대응과 폭력을 부르는 법. 성난 사자들과 피로에 지친 경찰들의 격렬한 싸움은 벌어지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어젯밤 촛불을 들고 걸으며 처음엔 경찰한데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벌벌 떨던 정민이가 숫적으로 너무도 우세한 시위대를 보며 안심을 했는지 나중에 한 마디 했다.
"고모, 경찰들도 명바기가 싫을 텐데 불쌍하다. 그냥 우리 청와대 가게 길 비켜주고 같은 편 하면 안 되나?"
"그래도 경찰은 대통령을 보호하는 게 일이라서 길 비켜주면 짤려."
"어차피 명바기가 쫓겨나면 상관없잖아!"
"....."
 
11살짜리 정민이처럼 명쾌한 답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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