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서울시 교육감을 서울시민들이 직접 뽑는다는 사실에 나는 완전 금시초문이었다.
내게 귀띔을 해준 지인들도,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교육감 선거가 그나마 이명박 정부의 미친교육에 그나마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선거는 7월 30일이라는데, 하필 그땐 제주도에 있을 터라 선거를 못하겠다고 염려했더니 부재자 투표를 하면 된다며 반드시 방법을 찾아 선거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나처럼 무지했던 이들에게 널리 알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하라는 것이 활동가 지인들이 나에게 내린 <지령>이었다. ^^;;

그런데 아...
게으름에 일가견이 있는 나는 어제에야 비로소 부재자 투표 방법을 확인해보았고
이미 부재자 투표 신청기간이 지났음을 (15일까지였더라 ㅠ.ㅠ) 알고 황망하여 차마 어젠 글을 올릴 수도 없었다(솔직히 글을 쓰기 시작은 했는데 마무리를 못하겠더라).
대선, 총선에도 뽑을 사람이 없어 외면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과연 교육감을 뽑는 <사소한> 선거에는 얼마나 관심을 보일 것인가 회의부터 들기도 했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건지 쉬쉬하며 지들끼리 다 해먹겠다는 심보인지 교육감 선거에 대한 홍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이 상황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헌데 아무것도 모를 땐 눈여겨보지도 않았을 선거 관련 플래카드들이 오늘 부쩍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 학교 교문과 담벼락엔 하나씩 걸려있는 듯.
좀 전에 뒤져보니 17일인 오늘부터 본격적인 교육감 선거운동을 한단다.

우스운건 얼마전 정신나간 양반의 대표주자인 조갑제 어르신께서 교육감 후보로 나온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을 콕 찝어 거론하며, 촛불집회에나 나가는 불순분자이니 절대로 교육감에 뽑아주어선 안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는 것. 그 덕분에 촛불집회엘 다녀왔거나, 이명박 정부의 미친교육에 반대하는 이들은 고민스러운 선택의 어려움을 그 양반이 해결해주었다고 기뻐하는 중이란다.

하기야, 0교시, 사교육 강화, 영어몰입교육 따위를 막으려면, 이명박의 확실한 끄나불인 공정택 전 교육감은 당연히 곤란하고, 나머지 그 밥에 그 나물인 어르신들도 제쳐두면 남는 건 진보성향의 두 사람밖에 없긴 하다.
두 분 가운데 조갑제의 공격을 받은 인물은 주경복 교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0교시 폐지, 자사고 폐지, 학생 인권조례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촛불집회의 불순세력들이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에선 후보 단일화(물론 공정택으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나 뭐라나.

이제 촛불은 독도 문제로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비추고 있지만 무능하고 계획성 없는 정부는 딱히 입장도 대책도 없는 것 같고
미국산 쇠고기는 은근슬쩍 어디선가 팔려나가고 있으며
(아 참, TV에서 본 미국산 쇠고기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정육점엔 왜 그렇게 늙은 아저씨들 손님만 득시글거릴까? 원래 고기 사러 가고 장보는 사람들은 주부 아닌가? +_+  100분 토론에 나왔던, 익혀 먹으면 되는 거 아니나고 반문하다 광우병에 걸리더라도 자기는 미국산 쇠고기 사먹겠다고 말했던 그 개념없는 아저씨가 대거 친구들이라도 풀었나? 생각해볼수록 의문이다.)
억울하게 금강산 관광 갔다 총에 맞아 돌아가신 아주머니 사건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북한과 대북창구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등신같은 정부와 어설픈 현대아산의 삽질 속에서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기 십상이다.

세상을 쳐다보면 늘 답답했지만,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홧병이 나서 뒤로 넘어갈 것만 같다.
그저 안 보이는 척, 눈과 귀를 막고 돌아 앉아있고 싶은데 또 그럴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원...

그간 답답했던 마음은,
얼마 전 시국미사에서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다>고 한 사제단의 이야기로 어떻게든 보듬어보려고 했지만
어둠은 너무 짙고 넓고 깊고 광범위해서 작은 촛불로 험한 길을 헤쳐가다 해가 뜨길 바라기엔 기다림이 너무 길다.  

촛불의 갯수 만큼이나 다양한 소망과 바람과 욕심이 멋지게 하나로 집결되어 대단한 변화나 진보를 금세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다 깨지더라도 바위에 묻은 계란 찌꺼기가 조금씩 썩어들어가 바위에 금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여기다라도 뭔가 계속 깐죽거릴 작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7월 30일에 서울에 계실 분들은 모두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시라고 촉구하는 바이며
후보가 7명으로 추려지긴 했지만, 주경복 대 공정택의 싸움에서
미래 청소년들을 위한 삶과 교육의 질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주경복 교수를 찍어주시길!
청계천에서 제일 처음 촛불을 들었던 중고생들의 짧은 행복(긴 행복을 바란다면 학벌주의 사회부터 타파해야할 터이니 ㅠ.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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